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556)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556화(556/576)
제556화
나는 이네돌에게 제안을 했다.
“이네돌 기사님, 이번 오목 경기는 저희 ‘페이스 노트’ 본사에서 하시는 게 어떨까요?”
“미국에서요?”
“네. 모든 경비는 저희가 부담하겠습니다. 물론, 가족분들도 같이요.”
“‘페이스 노트’ 본사는 제가 더 보고 싶은데요.”
“그럼, 이번 오목 경기는 만우절에 ‘페이스 노트’ 본사에서 하는 걸로 하시죠.”
“좋습니다!”
이네돌은 흔쾌히 승낙했다.
* * *
삼전 호텔 중식당.
내가 들어서자 일전에 본 매니저가 웃으며 반겼다.
“대표님, 자주 뵈니 좋네요.”
“내일 미국 가는데, 여기 짜장면을 안 먹고 갈 수 없어서요.”
“일행분도 계시죠?”
“친구가 조금 있다 올 거예요.”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세븐즈>의 정우가 만남을 원해서 만들어진 자리였다. 상의할 일이 있다는데, 정확히 무슨 이야기인지 알 수는 없었다.
나는 매니저가 안내한 끝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약속 시간에 맞춰서 정우가 도착했다.
“성국아….”
“어서 와.”
이번 생에서 나의 유일한 동갑내기 친구가 바로 정우이다.
억지로 들어간 초등학교에서 유일하게 내가 마음을 열었던 친구였다.
정우네는 그때 우리 아파트 가장 큰 평수에 살았고, 영어 과외까지 따로 받고 있었고, 어머니가 맛있는 간식을 많이 주셨다.
하지만 집안이 망하면서 갑작스럽게 이사로 헤어져서 내 마음이 잠시 쓸쓸하기도 했다.
“전 대표님이라고 불러야 하는데….”
“친구끼리 무슨 대표님이야. 메뉴는 내가 시켰어. 근데, 다이어트 중인데 짜장면 괜찮아?”
“먹고 연습 또 해야지. 저번에 소고기도 잘 먹었는데, 맨날 너한테 얻어먹는 것 같아. 다음에는 내가 살게. 나도 이제 돈 벌잖아.”
[민국이가 정우 반만이라도 따라갔으면….]곧 주문한 코스가 하나씩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는 어릴 적 이야기를 하면서 대화의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어릴 적 친구였지만, 이제 나는 <세븐즈>의 투자자이고 정우는 <세븐즈>의 리더이다 보니 어색해진 것도 있었다.
“성국아, 너 올리버 샘 기억해? 나, 얼마 전에 올리버 샘 만났잖아.”
[아, 그 사기꾼 영어 선생?]정우가 영어를 배우던 미국인 올리버는 학력을 속이고 한국에서 과외나 영어 강습을 했다.
지희와 민국이가 한때 다닌 영어 학원에서 만난 적도 있었다. 학력도 속이고, 수업도 설렁설렁했지만 아주 나쁜 인간은 아니었다.
“어디서?”
“논현동 지나가다가 진짜 우연히 만났어. 올리버 샘은 나 못 알아보는데, 나는 한눈에 알아보겠더라고. 나이 많이 드셔도 그 동그란 눈은 그대로였어.”
“아직도 한국에 계셔?”
“서울은 아니고 경기도에 작은 어학원 여셨대. 부인이랑 같이.”
“아직도 영어로 먹고사시는구나.”
“내가 막 인사하니까, 너 얘기도 하셨어. 혹시 ‘페이스 노트’ 전성국이 자기가 아는 전성국이 맞냐고. 그래서 내가 맞다고 했어. 그러니까 막 웃으시면서 너 정말 잘될 줄 알았다고 그러시더라고.”
[당연한 말을….]올리버의 이야기를 한창 하던 정우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나는 은근히 정우에게 물었다.
“정우야, 오늘 만나자고 한 일 말이야. 뭐, 회사나 팀에 문제라고 있어?”
“회사도 문제가 없고, 팀도 문제가 없어. 문제가 있는 건 나야.”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정우네 집에 또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
“사실은….”
정우는 어렵게 말을 꺼냈다.
“나… 이번 활동 마치면 연기자로서의 길을 준비해보고 싶어. 그래서 좀 더 일찍 군대 가면 어떨까 해서….”
전혀 상상도 못 한 고민이었다.
나야 이미 군복무를 마쳤지만, 아이돌의 특성상 대부분 활동을 하다가 아이돌 생명이 끝나는 서른 전후로 군대를 가는 게 관례처럼 되어 있었다.
정우의 나이는 나랑 같은 25살.
일반 사회인이라면 당연히 군대를 가야 하는 나이지만, 아이돌로서는 아직 활동을 한창 할 나이였다. 거기다 이제 <세븐즈>는 세계적으로 막 뻗어나가는 초입에 있었다.
“정우야, 내가 저번에 연습실까지 찾아가서 이야기했잖아. <세븐즈> 해외 반응이 심상치 않다고….”
“사실은 그 말 듣고… 더 군대를 가야 하는 게 아닌지… 그런 생각을 했어.”
[무슨 소리야? 세계적인 성공이 눈앞에 있는데!]나는 부글거리는 속을 가라앉히고 정우의 말을 들었다.
“네가 그 말을 했을 때, 솔직히… 두려웠어. 너랑 같이 뛰어놀던 그때 난 그냥 막연히 가수가 되고 싶던 아이였잖아. 그런데 네가 이사 가는 날 와서는 그랬잖아. 널 꼭 찾아오라고… 집안을 일으키고 싶으면…. 그래서 널 찾아갔더니, 지금 난 진짜 가수가 됐잖아.”
[그게 뭐가 이상한데? 내 계획대로 모든 게 진행 중인데….]“사람들은 가끔은 네가 한 말이 실제로 이뤄질 때, 네가 뭐 신기가 있니. 미래를 보니. 그런 말들을 하지만 사실 난 네가 그런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 정말 최선을 다하는 걸 알거든.”
정우는 아무도 모르는 내 노력을 유일하게 알아주는 친구였다.
“<세븐즈>도 네가 철저히 준비시킨 거잖아. 돌이켜보니까, 네가 사비 털어서 우리 멤버들 어학연수도 시켜주고. 중소돌이라고 방송국 들어가기 힘든 거, SNS로 방향을 틀어서 홍보한 것도 그렇고… 사실 SNS가 아니었다면 우리가 지금처럼 해외로 진출하기도 힘들었을 거잖아.”
[그렇지. 그게 다 내 계획이었지.]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민국이는 몰라주지만 정우는 내 계획과 노력을 다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무서워…. 진짜 네 말대로 <세븐즈>가 해외에 진출하고, 그렇게 되면… 솔직히 상상이 안 가.”
“정우야, 아직 오지 않은 미래잖아. 너무 걱정하지 마.”
“난 그냥 평범한 아이돌이고 싶었거든.”
[정우야, 아이돌이 된 게 이미 평범한 게 아니야.]대한민국에서 아이돌이라는 것은 상위 1%의 외모.
춤과 노래는 타고나야 하고, 거기다 정말 뼈를 깎는 노력까지.
대한민국 특성상 인성까지 모두 갖춰야 하는 정말 극한의 직업이었다.
“정우야, 평범한 아이돌이라는 게 무슨 말이야?”
“난 사실 아이돌 생명은 길어야 3집 정도로 보고, 그 이후에는 연기를 하고 싶었거든. 무대도 좋지만, 연기자도 해 보고 싶어서. 그래서 이번 앨범 활동 마치면 회사랑 상의해서 군대 다녀오려고 했어. 연기하려면 군대를 다녀오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정우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자신의 미래에 대한 포부가 너무 작았다.
“정우야, 그래서 지금 군대를 가겠다는 거야?”
“그건 아니고… 고민은 돼서, 이렇게 상의하는 거야.”
“흠….”
나는 잠시 생각을 했다.
불안정한 직업을 가진 아이돌들이 한 번쯤 빠지는 고민일 것이다. 거기다 <세븐즈>의 리더이자 맏형인 정우가 이런 고민을 한다면 다른 멤버들에게도 이 시기가 곧 다가올 것이라는 말이었다.
“정우야, 난 네가 팀의 리더이니까 중심을 잘 잡아줬으면 해. 물론 지금 고민이 많을 거란 거 잘 알아. 하지만 해외 진출, 아직 시작도 안 했잖아. 시작도 안 해보고 군대로 도망갈 거야?”
“그게….”
“네가 무섭다는 말 이해해. 나도 어린 나이에 유학 갔을 때, 꼭 그랬어.”
이건 거짓말이었다.
나는 미국 가자마자 바로 적응했다.
“그런데 만약 내가 그때 미국 유학 포기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런 생각 종종 할 때가 있어.”
물론 이것도 거짓말이었다.
내 인생에 고민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만약 미국 유학을 떠나지 않았다면, 대한민국 사회에서 그저 공부 잘하는 아이로 서울대나 갔겠지. 부모님 바람에 따라서 의대를 가서 지금쯤은 인턴하면서 병원에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있지 않을까?”
“그것도 나름 나쁘지 않은 인생이잖아.”
“정우야, 네가 원하는 게 평범한 인생이야? 그렇다면 처음부터 아이돌을 하지 말았어야지. 아이돌이 연기자로 가는 디딤돌이 아니야. 연기자가 된다고 해도 지금보다 나아지려는 보장도 없잖아. 정우야, 넌 일일드라마에 나오는 그저 그런 부장님 역할만 하면서 늙고 싶은 거야?”
내 말에 정우는 꽤 큰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그 생각까지는 못했어, 성국아.”
“정우야, 그럼 이렇게 하자.”
평범한 25살의 고민을 내가 다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당근을 던지는 수밖에.
“이번 앨범 활동하고 다시 고민해보자. <세븐즈>가 돈을 좀 벌긴 했지만, 그걸로 만족해? 이번 앨범 좋던데, 좀 더 벌고 가야지.”
“나도 그럴 생각이긴 했어.”
“정우야, 나는 사업을 하는 사람이잖아. 솔직히 나도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일들이 매일매일 터져. 그때마다 내가 하는 생각이 뭔 줄 알아?”
“…….”
정우는 고개를 가만히 저었다.
“오늘 일만 생각하자.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 내일 걱정까지 당겨서 오늘 할 필요는 없잖아.”
내 말에 정우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인데… 내가 걱정이 좀 많아서 괜히 두려워했던 것 같아.”
“정우야, 이건 친구로서 하는 부탁인데.”
“뭔데?”
“민국이 연습 좀 빡세게 시켜.”
“어?”
“소고기를 380만 원어치 먹었으면, 연습을 그만큼 더 해야지!”
정우가 내 말에 빙긋 웃었다.
“넌 이럴 때 보면 정말 아직도 애 같아.”
“정우야, 너도 마찬가지야. <세븐즈>의 콘셉트는 격렬한 안무와 안정적인 라이브야. 그러니까 다들 각오하고 연습해. 알았지?”
“네, 투자자님!”
정우는 그제야 기운을 차리고 대답했다.
이때, 문이 열리면서 전태국이 들어왔다.
“어, 정우 아니야?”
전태국도 <세븐즈>의 정우를 잘 알았다.
“안녕하세요, 부회장님.”
나는 조금 놀란 눈으로 전태국을 쳐다봤다.
“형, 제가 여기 있는지 어떻게 알았어요?”
“아하, 매니저가 알려줬어. 친구랑 있다고. 그래서 내가 그랬지. 성국이 친구 없는데….”
그러더니 전태국은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아서 주문한 짜장면을 먹기 시작했다.
* * *
정우의 일은 우선 일단락됐다.
나는 방무혁에게 정우의 고민을 이야기했고, 방무혁은 많은 아이돌들이 하는 고민이지만 정우랑 <세븐즈> 멤버들을 다시 다독여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전태국은 여전히 청문회에 불려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대외적으로 친근한 이미지를 만들고는 있었다.
나는 퍼스트클래스 옆에 앉은 이네돌을 쳐다봤다.
“기사님, 가족분들은 내일 출발하시나요?”
“딸 아이가 유치원에서 뭔 행사가 있어서 그거 꼭 하겠다고 해서요. 대표님, 어떻게 오목 연습 좀 하셨어요? 오목이 생각보다 어려운 경기거든요.”
“평소처럼 해야죠.”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 * *
2016년 4월 1일 만우절.
구굴의 메인 화면에는 ‘베타고를 이길 수 있는 것은 전성국뿐이다.’가 대문짝만하게 박혔다.
그리고 동시에 나는 기습적으로 이네돌과 오목 경기가 오후 1시에 ‘페이스 노트’ 본사에서 열릴 것을 공지했다.
이 공지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만우절 거짓말이라고 치부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진짜 아니냐는 반응도 많았다.
JNN의 케이트 콜린스도 아침부터 전화를 해왔다.
– 성국, 너 진짜 오늘 이네돌 기사랑 오목 경기해? 오후 1시에 ‘페이스 노트’ 본사에서?
“왜, 거짓말 같아?”
– 그렇게 진지하게 이야기하지 마. 그러니까 진짜 거짓말 같잖아. 아니지? 아니… 진짜야?
“직접 와서 확인해. 그럼 되잖아.”
– 아, 진짜 미치겠네… 허탕 치면 가만 안 둘 거야! 성국!
* * *
오후 1시 10분 전.
‘페이스 노트’ 인근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내 거짓말이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하려는 사람들이었다.
물론 이런 사태를 대비해서 주변에 경호 인력이 배치된 상태였다. 그리고 직원들 외에는 ‘페이스 노트’에 들어올 수 없었다.
나는 후드를 매만지고는 본사 건물 중앙에 마련된 바둑판을 향해서 걸어갔다.
물론, 이 모든 상황은 너튜브로 중계되고 있었고, JNN에서도 생중계했다.
내가 바둑판 앞에 앉자, 직원들은 환호했다.
그리고 곧 반대편에서 이네돌이 걸어왔다.
나는 너튜브 생중계 화면을 보면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자, 지금부터 이네돌 구단과 저의 오목 한판이 시작됩니다! 거짓말 아니고 진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