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557)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557화(557/576)
제557화
– 베타고를 이길 수 있는 것은 전성국뿐이다! 그리고 그 전성국을 이긴 것은 이네돌이다! 결국, 이네돌의 승리인가?
– ‘만우절’에 열린 거짓말 같은 경기에서 이네돌 9단이 ‘페이스 노트’의 전성국 대표를 4 대 1로 이기다!
– 전성국 대표와 이네돌 9단의 오목 경기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다. 동시에 너튜브에 생중계에 순간 접속자 수만 백만 명이 넘어 최고의 흥행을 기록하다.
세르게이 브릭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이번에도 완벽하게 전성국에게 이용당했기 때문이다.
마치 미래를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전성국은 베타고의 승리를 점치기도 했고, 동시에 이네돌이 대국 중 적어도 한 번은 이길 것을 장담하기도 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내기를 걸었다.
내기에 진 세르게이 브릭은 만우절에 ‘베타고를 이길 수 있는 것은 전성국뿐이다!’를 구굴의 메인 화면에 띄웠고, 그날 마치 거짓말처럼 이네들과의 오목 경기를 펼쳤다.
이네돌이 이김으로써 이날 언론은 이네돌이 전성국을 이긴 것을 베타고를 이긴 것이나 다름없다며 농담 삼아 이야기해서 베타고의 승리가 빛바랜 느낌마저 들었다.
그리고 전성국과 이네돌 기사의 오목 경기는 당연히 흥행에 성공했고, 너튜브의 인지도는 더 올라갔다.
여자친구인 니콜이 옆에서 기사를 보더니 세르게이 브릭의 등을 토닥였다.
“자기야, 너무 신경 쓸 것 없어. 전성국은 그저 관종일 뿐이야.”
“우리 결혼식 때, 내 들러리 해줄 거야.”
“성국이?”
“응. 싫어?”
“아니. 일론이랑은 막역한 사이인 줄 알았지만, 성국이랑도 그런 관계인 줄 몰랐어. 너튜브 때문에 오히려 안 좋은 감정이 많은 줄 알았는데?”
“원래 적은 더 가까이하라고 하잖아.”
세르게이 브릭은 힘없이 말했다.
“그럼, 이번 주말에 있을 파티에 초대하지 그래? 당신 들러리 될 사람인데, 얼굴 한번 직접 못 보고 내 결혼식에 초대하는 건 좀 그렇잖아.”
“그래. 일론도 올 거야.”
“파티 준비 단단히 해야겠네.”
니콜은 빙긋 웃으면서 거실을 빠져나갔다.
세르게이 브릭은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전성국은 자신에게는 없는 게 있었다. 바로 스타성이었다.
그리고 그게 조금 부러웠다. 무너뜨리고 싶을 정도로.
* * *
데니얼이 초대장 하나를 건넸다.
“대표님, 구굴의 세르게이 브릭 대표가 이번 주말 자택에서 열리는 파티에 초대하셨습니다.”
“연락도 받았어요. 제가 세르게이 결혼식에 들러리 해주기로 했거든요. 그 전에 아마 와이프 될 사람 소개해줄 모양이에요.”
“아, 그러시군요. 니콜 샤론이라고 유명한 인권 변호사시더라고요. 세르게이 재혼 상대요.”
나는 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세르게이가 누구랑 결혼하든 관심도 없었다.
“참, 이네돌 기사님은 가족들이랑 하와이에 잘 도착했는지 확인하셨어요?”
“네. 좀 전에 비행기에서 내리셔서 호텔로 가는 길이라고 연락 주셨습니다.”
이네돌이 나의 오목 대국의 대가로 내건 조건은 가족들의 미국 여행이었다. 나는 그래서 비행기와 호텔을 포함한 모든 비용을 제공했다.
“대표님, 근데 앞으로 만우절마다 좀 고생스러우실 것 같아요.”
“왜요?”
“사람들이 벌써부터 대표님이 내년 만우절에는 어떤 퍼포먼스를 할지 기대 중이거든요.”
“흠. 내년에는 또 다른 이벤트가 있겠죠.”
인생은 이벤트의 연속이었다.
“대표님, 그리고 이번에 브라질에서 열리는 리우 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개회식에 정식으로 초대받으셨습니다.”
“그때 일정 봐서 참가하도록 하죠.”
나는 그동안 밀린 본사 일들을 정리했다. 그러던 중 이상한 것을 하나 발견했다.
인사카드를 보던 중에 구굴에서 근무하던 중견 이사 한 명이 너튜브로 이직한 게 보였다.
“데니얼, 이 사람 누가 스카우트한 거죠?”
“이사회에서 추천한 것으로 아는데요. 이번 주부터 출근하시는데, 유쾌한 분이시더라고요.”
“제이미 스캇. 저랑 면담 한번 추진해 주세요.”
“네, 대표님.”
아무래도 본사 일을 너무 오랫동안 안 본 것 같았다.
주요 직책에 내가 모르는 인사들이 대거 등장했고, 그중에서도 제이미 스캇은 구굴에서 온 인사였다.
같은 업종에서 이직이야 잦은 일이지만, 제이미 스캇의 경우는 조금 색달랐다.
구굴보다 ‘페이스 노트’로 이직하면서 연봉도 삭감됐고, 더군다나 직책도 낮아졌다.
이렇게 오는 경우는 딱 두 가지였다. 구굴에서 큰 사고를 쳤거나, 구굴의 스파이거나. 그리고 왠지 나는 후자일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 *
제이미 스캇은 흑인 특유의 리듬감이 있는 제스처가 인상 깊었다.
데니얼의 말대로 유쾌하고, 언변도 능했다.
“성국, 제가 ‘페이스 노트’에 연봉 삭감하고 온 이유는 하나에요. 저는 그냥 사람들이랑 어울리면서 일하고 싶고, 그러기엔 구굴에서의 직책은 너무 높더라고요. 그리고 전 워라밸이 중요한 사람이거든요. 일이 줄면 당연히 연봉도 줄겠지만, 아이들이 어릴 때 같이 있는 시간을 좀 더 늘리려고 그랬어요.”
이해가 안 되는 답변은 아니었다.
“그냥 궁금해서 물어봤어요. 특이한 케이스잖아요.”
“특이하긴 하지만, 저 같은 사람이 아예 없는 경우도 아니죠. 참, 성국. 제가 구굴의 스파이 같은 거라고 생각하진 마세요. 전 그런 거 할 정도로 일에 목숨 걸진 않았거든요.”
제이미 스캇은 미리 선수까지 쳤다.
“그렇다고 대충하시면 언제든 해고 가능한 것도 아시죠?”
“아하, 오해하지 말라고 한 말이 제 발목을 잡았네요. 걱정 마세요. 일하는 동안은 열심히 하니까.”
제미이 스캇이 나가고 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우리의 면담을 지켜보던 데니얼이 입을 열었다.
“대표님, 왜 그렇게 구굴에 대해서 걱정하세요?”
“이번 이네돌과 저의 경기 때문에 구굴의 베타고 승리가 빛바랬잖아요. 세르게이는 속이 좀 많이 좁거든요. 이런 거 꼭 기억해두는 성격이라서요.”
“이사회에서 철저하게 검증하고 있고, 기밀 자료에는 저희가 지정한 근무 연수를 채워야 접근 가능하니 너무 걱정 마세요.”
“흠, 알겠습니다.”
근데, 왜 이렇게 불안하지?
“참, 대표님. 일론 대표님이 오늘 저녁 여기서 보자고 하시는데요.”
“거기가, 어딘데요?”
“주짓수 체육관이요.”
* * *
“이얍!”
여기저기서 기합 소리가 들렸다.
나는 도복을 입고 일론 옆에 앉았다.
“일론, 여긴 왜 온 거예요?”
“나랑 주짓수 대결하자고 했잖아. 성국, 기억하지?”
일론은 정말 말릴 수가 없었다.
“일론, 전 아무래도 힘들 것 같은데요. 요즘 일이 많아서요.”
“성국, 주짓수의 가장 큰 진입장벽이 뭔 줄 알아?”
일론은 내 말을 아예 듣고 있지 않았다.
나도 남의 말 안 듣기로 유명하지만, 일론도 만만치 않았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물었다.
“그게 뭔데요?”
“바로 암내야.”
그 순간, 겨루던 선수 중 한 명이 다른 선수의 겨드랑이 사이에서 낑낑거리는 게 보였다.
“일론, 이걸 꼭 저랑 해야겠어요?”
“유도와 태권도는 너무 신사적이야. 서로 터치도 제한되어 있고. 그렇다고 우리가 격투기를 하기에는 내가 너무 불리하다고. 뭐로 보나 자네의 피지컬이 나보다 좋으니까. 근데, 주짓수는 뭐라고 할까. 내가 더 잘할 수도 있단 생각이 들거든.”
“그 근거 없는 자신감의 이유는요?”
“내가 뭐든 물고 늘어지는 건 잘하잖아.”
“그렇긴 하죠.”
그 순간, 도복을 입은 관장이 나오더니 우리에게 다가왔다.
“자, 두 분 수업이 처음이라고 들었습니다. 주짓수는 몸과 몸이 서로 격렬하게 부딪치는 경기지만, 모든 운동의 기본은 예의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첫 수업이니, 참관하시고 기본 동작부터 시작하겠습니다!”
* * *
한 시간 후, 나와 일론은 바닥에 떡실신했다.
“일론, 정말 이걸 계속해볼 생각이에요?”
“내가 말했잖아. 이걸로 자네랑 짹짹이를 걸고 대결하고 싶다고.”
“일론, 짹짹이는 내가 양보할게요. 그냥 사요.”
“지금은 돈도 없고. 그렇게 재미없게 사긴 싫단 말이야. 허억-”
나도 일론도 거친 숨을 내뱉었다.
일론은 내 인생에서 제어되지 않는 유일한 인간이었다.
“참, 이번 주 세르게이 파티 갈 거죠?”
“응. 그것 때문에 텍사스에서 날아왔는데. 가야지. 니콜이 직접 연락 오기도 했어.”
“니콜이요?”
“세르게이 약혼녀.”
“둘이 아는 사이에요?”
“아니, 인스타그림 DM으로 연락 왔더라고. 니콜이 직접.”
아마 이때부터 니콜은 일론에게 관심이 있던 모양이었다.
“니콜 인스타그림 보니까, 세르게이의 여자 보는 눈이 꽤 괜찮은 것 같아. 니콜이 꽤 섹시해 보이더라고.”
“일론, 그 말은 안 들은 것으로 할게요.”
“성국, 자네 나이 때 나는 이미 애아버지였다고요.”
일론은 라떼를 늘어놓기 시작했고, 나는 그 틈을 타서 일론의 목덜미를 겨드랑이에 넣고 눌렀다.
일격을 당한 일론이 소리쳤다.
“성국, 이건 반칙이야!”
“일론, 한국 사람들이 암내를 내는 호르몬이 전세계에서 가장 적은 걸 다행으로 알라고요!”
나는 다시 일론의 목을 확 눌렀다.
“항복! 항복!”
그리고 드디어 일론이 항복했다.
* * *
세르게이 브릭의 파티는 실리콘밸리에 있는 그의 저택에서 열렸다.
세르게이 브릭의 집은 처음이었다. 그의 성격대로 집은 외부에 거의 노출되지 않는 곳에 위치했다.
나는 드레스코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검은 재킷을 입었다.
이때, 금발의 어떤 여자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다가왔다.
“성국, 맞죠?”
나는 그 여자가 세르게이 브릭의 약혼녀인 니콜 샤론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봤다.
니콜은 30대 초반으로 매력적인 미소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곧 내게 팔짱을 끼려고 해서 살짝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니콜은 당황하지 않고 말을 걸었다.
“세르게이에게 말 많이 들었어요. 니콜 샤론이에요.”
“전성국이라고 합니다.”
“세르게이가 전성국 대표의 외모에 반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한 이유를 알겠네요.”
[외모 칭찬은 지겹다고, 니콜.]다행히 이때 샴페인을 가지러 간 일론이 돌아왔다.
“성국, 샴페인.”
그리고 니콜은 자연스럽게 일론에게도 인사를 했다. 물론 나를 봤을 때보다 반가운 느낌은 없었다.
“근데 세르게이는 어디 있나요?”
“아, 아까 감기 기운이 좀 있다고 약 먹고 잠들었는데. 깨우기가 뭐해서 뒀어요. 아마 조금 이따 내려올 거예요.”
니콜은 아픈 세르게이 브릭 대신 연신 우리 곁을 맴돌았다.
여자를 좋아하는 일론은 니콜의 섹시한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니콜이 샴페인을 가지러 가자마자 일론은 내게 다가와서 속삭였다.
“성국, 니콜은 세르게이 같은 샌님에게 아까운 것 같아.”
[일론, 그렇다고 바람피우면 안 돼.]물론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야 만다는 것을 인생 2회 차에 수없이 확인하긴 했다.
“샴페인을 너무 많이 마셨나. 나 물 좀 버리고 올게.”
일론은 중얼거리더니 화장실로 갔고, 그 틈을 타서 니콜이 내게 다가왔다. 마치 기다린 듯이.
그리고는 주변을 휙 둘러보더니 내 주머니에 쪽지를 넣었다.
“성국, 30분 후에 여기서 봐요.”
니콜은 빙긋 웃더니 손가락으로 내 손등을 툭 치고는 사람들 사이로 사라졌다.
나는 니콜이 건넨 쪽지를 봤다.
– 2층 끝방이요. 거기서는 아무 소리도 안 들리거든요.
[니콜, 미안하지만 당신은 내 취향이 아니야.]내가 니콜이 건넨 쪽지를 버리려는 순간, 일론이 나오더니 쪽지를 가로채 읽었다.
“성국, 이게 뭐야? 끝방에서 누가 기다리는 거야?”
“글쎄요.”
내가 어깨를 으쓱하자, 일론은 빙긋 미소를 지으며 쪽지를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숙녀를 기다리게 하면 안 되지, 성국. 이건 내가 받은 걸로 할게.”
“일론! 잠깐만….”
말릴 틈도 없이 일론은 2층으로 향했다.
결국,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마는 건가.
순간, 나는 세르게이 브릭과의 불안한 관계를 끝낼 좋은 수가 생각났다.
* * *
잠에서 일어난 세르게이는 잠을 쫓기 위해서 발코니에 있었다.
나는 세르게이 옆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나의 오랜 불안을 없애기 위해서 정보를 하나 줄 생각이었다.
“성국, 파티는 어떤가?”
“세르게이, 이번 만우절 이벤트 때문에 좀 마음이 상했죠?”
“흠….”
세르게이 브릭은 대답 대신 고개를 갸웃했다. 많이 상했다는 의미였다.
“그 일 이후로 우리 회사에 구굴에서 이직한 인사들이 다 의심스럽더라고요.”
“내가 스파이라도 보냈을까 봐?”
“네.”
세르게이 브릭은 빙긋 웃더니, 나를 빤히 쳐다봤다.
“성국, 자네가 원하는 게 뭔가?”
“전 너튜브의 지분을 정당하게 가져온 거고, 구굴은 앞으로도 승승장구할 테니 저에 대한 적대감은 접어두시라고요. 그 대가로 제가 당신 인생을 구해드릴게요.”
“뭐어?”
세르게이 브릭은 조금 짜증 난 얼굴이었다.
“30분 후에 2층 끝방으로 가보세요. 아마, 이 일을 몇 년 후에 당신이 안다면 당신은 또다시 결혼에 실패한 사람이 될 것이고, 세상의 웃음거리가 될 거예요. 그렇지만 지금 알면 다행이죠.”
“성국,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대신, 내가 당신 인생을 구해줬으니 확인하는 즉시 우리 회사에 심어놓은 스파이 명단을 줘요.”
“성국, 난 자네가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
세르게이 브릭은 발뺌했다.
“30분 후에 연락 줘요. 전 파티가 취향이 아니라서요. 집에 가서 맥주나 마셔야겠어요.”
나는 세르게이를 뒤로한 채 그의 저택을 빠져나왔다.
* * *
30분 후.
내가 막 집에 도착해서 맥주를 냉장고에서 꺼내려는 찰나에 메시지 알람이 울렸다. 바로 세르게이 브릭이었다.
– 메일 하나 보냈네.
인생을 구해준 사람에게 건네는 인사치고는 너무 건조한 메시지였다.
나는 곧 노트북을 열어서 세르게이 브릭이 보낸 메일을 확인했다.
바로 우리 회사에 심은 구굴의 스파이들이었다. 그리고 눈에 익은 이름도 있었다. 제이미 스캇!
[역시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군.]그리고 또다시 메시지가 하나 도착했다.
– 성국, 내 결혼식 들러리는 취소일세. 그리고 맹세하는데, 평생 자네랑은 엮일 일이 없을 걸세. 스파이도 모두 철수시키겠네. 난… 이제 자네가 무섭군.
[인생을 구해준 사람한테 고맙다는 말 대신 절교 선언인가? 치사하게, 세르게이.]나는 맥주를 따서 한 모금 시원하게 마셨다.
드디어 세르게이와의 오랜 갈등도, 나의 불안도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