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559)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559화(559/576)
제559화
스티븐 스필버스의 2차 오디션 일정이 잡혔다.
그 말은 엄마가 온다는 이야기였다.
엄마는 스티븐 스필버스 제작 영화 2차 오디션을 앞두고 미리 미국에 들어왔다.
나는 데니얼과 함께 공항으로 엄마를 마중 나갔다. 데니얼과 함께라면 왠지 등짝은 좀 덜 맞을 것 같아서였다.
공항의 게이트가 열리더니, 엄마가 큰 캐리어를 두 개나 들고나왔다.
나는 애써 웃으며 엄마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엄마!”
그러곤 가서 얼른 캐리어도 들었다. 등짝은 최대한 숨긴 채.
데니얼도 곧 엄마의 캐리어 하나를 챙겼다.
“엄마, 비행 힘들었지?”
“편하게 왔는데, 뭐. 성국아, 너… 얼굴이 좀 마른 거 같은데.”
엄마는 걱정스레 내 얼굴을 쳐다봤다.
“아니야, 엄마. 나 잘 먹고 있어. 데니얼이 엄청 잘 챙겨줘. 그리고 데니얼이 집에서 한식도 많이 가져다주고.”
“진짜 잘 챙겨 먹는 거 맞아?”
“그럼!”
그 순간, 엄마의 손이 올라오는 게 보였다.
[등짝을 숨겨야겠군.]내가 살짝 몸을 트는 그 순간, 엄마의 손이 내 등에 닿았다. 그리고 예상과 달리 천천히 내 등을 쓸어내렸다.
“성국아, 고생이 많지?”
[엄마? 왜 이래? 전화랑 너무 다르잖아.]엄마의 따뜻한 손이 등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엄마가 시나리오 다시 여러 번 읽으니까, 네가 미국에서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 보이더라고. 처음에는 사람들 이용하고, 못되게 굴고 해도 결국은 그 사람들도 다 네 편이 된 거잖아.”
엄마의 말에 데니얼도 공감했다.
“어머님, 저도 시나리오 읽었는데요. 과장이 많아요. 대표님, 그렇게 사람들 막 이용하시지 않아요. 이용해도 항상 이용의 대가를 지불하시거든요.”
[데니얼, 결국 내가 사람들 이용한단 말이잖아.]“그리고 어머님. 대표님 정말 워커홀릭인 건 인정해줘야 합니다. 워라밸 이런 거 없으세요. 그리고 직원들도 대표님 닮아서 그러는지, 정말 일밖에 안 해요.”
[데니얼, 말할수록 이상해지는데….]엄마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엄마, 데니얼이 한국말이 서툴러.”
“그래, 암튼 시나리오는 시나리오일 뿐이니까. 가서 엄마가 김치찌개 해줄게. 어서 가자.”
“응! 엄마.”
* * *
오랜만에 집 안에 음식 냄새가 풍겼다.
엄마는 바리바리 싸 온 김치를 송송 썰어서 돼지고기를 듬뿍 넣고는 김치찌개를 끓였다.
김치찌개가 끓는 동안 엄마는 집 안 곳곳을 누비면서 청소할 거리를 찾았다.
“엄마, 청소 안 해도 돼. 매일 사람들이 와서 청소하고 가.”
“깨끗하긴 해도, 엄마가 한 번 더 살펴보는 거야. 그 사람들이야 돈 받고 시간 동안만 일하고 가는 거잖아.”
그러더니 엄마는 소파 뒤의 먼지를 발견했다.
“이것 봐. 이런 데는 닦지도 않았네. 이런 먼지들이 다 네 코로, 입으로 들어가는 거야.”
엄마의 끝없는 잔소리가 시작됐지만, 오랜만에 들으니 잔소리도 흥겨웠다.
데니얼이 옆에서 혀를 내둘렀다.
“대표님, 저희 엄마도 제 방 치우실 때마다 저런 말씀하시거든요.”
“한국 엄마들은 다 똑같나 봅니다.”
새삼 저번 생의 철의 여인이 떠올랐다.
나를 낳은 어머니이긴 했지만, 철의 여인은 저런 모습을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다.
친절한 말 한마디도, 저런 잔소리도 한 적이 없었다.
나는 얼른 엄마의 팔을 잡았다.
“엄마, 그만해. 내가 이런 구석구석까지 청소 잘하라고 할게. 어서, 밥 먹자.”
“이런 거 꼭 말해. 알았지?”
“응.”
엄마는 그러더니 또 바삐 부엌으로 향했다.
이때, 이건주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 대표님, 김치찌개 냄새가 납니다.
구진성의 집이 아무리 옆집이라고 하지만 냄새가 날만큼의 위치는 아니었다. 아무래도 이건주의 오감은 요리에 특화된 것 같았다.
“엄마, 김치찌개 넉넉해? 옆집에서 김치찌개 냄새난다고 침을 흘려서.”
“건너오라고 해.”
나는 얼른 이건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 건너오세요. 오늘 저녁은 김치찌개입니다.
* * *
오랜만에 김치찌개로 저녁을 거하게 먹고, 엄마와 나는 테이블에 마주 앉아서 와인을 마시며 이번 2차 오디션에 올라가는 배우들을 한 명 한 명 확인했다.
2차 오디션에 올라간 배우들은 작은 역할 경험이 있거나 아이돌 출신이었다.
하지만 거의 신인에 가까운 배우들이었다.
이때, 엄마가 프로필 하나를 건넸다.
“성국아, 이 친구 봐. 이 친구가 1차 오디션 보러 왔을 때, 지희를 비롯해서 여직원들이 다들 넋 놓고 쳐다만 봤어.”
[나 말고 대한민국에 그런 사람이 또 있다고?]나는 엄마가 건넨 프로필 속 남자를 쳐다봤다.
[차윤우? 키 184, 74kg이라…. 흠… 나보다 못하지만 좀 생겼군.]나는 차윤우의 1차 오디션 동영상도 확인했다.
연기도 곧잘 했고, 동영상 속 모습도 프로필과 다르지 않았다.
“어때?”
엄마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뭐, 괜찮네.”
“사람들이 다들 너 닮았다고 하더라고.”
[엄마, 내가 좀 더 낫지.]“어떤 사람들은 너보다 낫단 사람도 있고.”
[그건 아니지.]“지희가 완전 꽂혔어. 큰오빠보다 낫다고, 지희가 가장 높은 점수를 주기도 했거든.”
원래 가족은 내 외모에 대해서 항상 평가 절하했다. 특히 전지희는!!!
“엄마야 우리 성국이만큼 잘생긴 사람이 없는 것 같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흠… 연기도 봐야죠. 스티븐이랑 감독도 좋아해야 하고요.”
“이 친구 인성도 바르고 성실한 것 같아. 아직 경험은 많지 않은데, 김미영 대표님이랑 곽 감독님 통해서 알아보니 현장에서도 성실하다고 하시더라고.”
[엄마도 빠진 것 같은데? 단발머리 김미영도….]수유에 살던 원룸 건물의 주인이자, 나를 광고에 데뷔시킨 김미영은 엄마와 엔터테인먼트를 운영하다가 나를 광고에 데뷔시킨 곽 감독과 결혼까지 했다.
“엄마, 김미영 대표님은 잘 지내시지?”
“응. 곽 감독님이랑 두 사람 아주 천생연분 같아. 늦게 만나서 그런지 맨날 둘이 여행 다니고 그런다니까.”
엄마도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참, 김미영 대표님이 이번 네 영화 너무 기대된다고 전해달래.”
“미국 시사회 할 때 초대하겠다고 전해줘. 내가 비행기표랑 체류 비용까지 다 지원한다고.”
김미영과 곽 감독은 내 인생의 은인들이었다. 이 정도는 충분히 베풀어도 되는 사람들이었다.
이 말을 들은 엄마가 나를 물끄러미 봤다.
[엄마, 왜? 또 돈 막 쓴다고 잔소리하려고?]“성국아, 엄마 친구 아들들은 다들 엄마, 아빠한테 용돈 달라고 하고. 취업하느라 정신없다고 하는데. 너는 언제 이렇게 커서 널 도와준 사람들에게 그렇게 베푸는 사람이 된 건가 해서….”
“엄마, 나 돈은 아기 때부터 잘 벌었잖아.”
“그렇지. 우리 성국이가 아기 때부터 진짜 돈은 잘 벌어서, 우리 집안 일으켜 세운 거지.”
엄마는 곧 졸린 듯 하품을 했다.
“시차 때문에 피곤하네.”
“엄마, 어서 들어가서 쉬어. 난 프로필을 마저 보고 잘게.”
“그래…. 성국아, 엄마 먼저 잘게. 잘 자.”
“응, 엄마.”
엄마는 들어가면서도 내 등을 또 토닥였다.
* * *
나는 2차 오디션에 오른 세 명의 한국 배우들 프로필을 마저 살폈다.
생긴 건 차윤우를 따라올 사람들이 없었지만, 모두 외모가 준수했다. 아직 얼굴이 많이 안 알려진 배우들이라 신선한 감도 있었다.
하지만 오디션을 최종 결정권자는 내가 아니었다.
제작을 하는 스티븐 스필버스와 연출할 감독이었다.
그저 나는 조언 정도만 할 뿐.
나보다는 못하지만, 차윤우가 가장 잘생겨서 계속 눈길이 가긴 했다.
* * *
“어머니!!!”
마크가 꽤 정확한 발음으로 외치며 차로 달려왔다. 그러더니 얼른 차에 올라탔다.
“성국아, 어서 가자. 지금 미미가 집에서 아이들 시선 따돌리고 있거든. 주말인데 내가 사라진 거 알면 애들이 난리 날 거야.”
“어, 알았어. 데니얼, 가죠.”
“네에!”
데니얼은 얼른 차를 몰았다.
이번 주말에 열리는 오디션에서 마크 역할을 맡게 될 배우도 오디션이 예정돼 있었다.
마크는 얼른 살갑게 한국어로 엄마에게 말을 걸었다.
“어머니, 오느라. 고생. 마났어.”
“고마워, 마크.”
북조선 여자와 결혼해 사느라 마크도 한국말이 조금 늘었다.
마크는 곧 자신 배역을 맡게 될 배우들의 프로필을 보면서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성국, 내가 프로필 받아보고 좀 고민이 되는 게 있는데.”
“뭐가 고민이야, 마크?”
“스티븐이 내 역할에 추천한 배우들 느낌이 나랑 비슷한 거 맞아? 스티븐이 얼굴이 닮았다는 게 아니라, 이미지가 비슷한 배우들을 캐스팅하고 싶다고 했잖아.”
“그랬지. 난 좀 비슷한 것 같던데….”
그 말에 마크가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성국, 네 배역 맡을 배우들은 사진만 봐도 다들 잘생겼는데, 영화 속에서라도 나도 좀 잘생긴 배우가 해주면 안 될까? 이 친구들은 다들 연기파 같아.”
마크의 고민이 뭔지 알 것 같았다.
“마크, 스티븐에게 한번 건의는 해보겠지만.”
“안 먹히겠지?”
마크는 이미 답도 알고 있었다.
“마크, 우선 말이라도 한번 해보자.”
“그래, 성국….”
* * *
“흠… 잘생긴 배우라… 마크 역에….”
스티븐 스필버스의 미간이 깊어졌다.
“솔직히 이번 영화에서 마크 역할을 할 배우들은 다들 할리우드에서 주목받는 배우들이거든, 연기로.”
마크와 나는 가만히 스티븐 스필버스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마크, 내 생각에는 잘생긴 배우가 하는 것보다는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은데. 그리고 역할상….”
스티븐 스필버스는 말을 잠시 멈췄다.
실제도 그렇지만 시나리오에서도 마크는 내 덕분에 너드에서 벗어나서 ‘페이스 노트’의 대표 자리에 오르는 인물이다.
여자들에게 인기도 없고, 수줍은 천재. 그게 마크였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마크가 머리를 긁적였다.
“스티븐, 애쓰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시나리오에서 너드이고, 실제로도 그런데… 잘생긴 배우가 맡긴 애매하죠.”
마크는 많이 아쉬워했다.
이럴 때 마크를 구해줄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스티븐, 그럼 혹시 배우 한 명 정도 더 오디션 볼 수 있을까요?”
“어?”
스티븐이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마크 역할에 지원했던 배우 중에 잘생겨서 떨어진 배우 있을 거잖아요. 연기는 괜찮은데요. 그 친구에게 2차 오디션의 기회를 줘보죠. 마크가 직접 그 친구가 연기하는 것 보면 좋을 것 같아서요. 생긴 것과 상관없이 마크와 어울리는지 안 어울리는지 확인해 보죠.”
“흠… 그거 괜찮은 생각이네. 솔직히 잘생겨도 연기만 된다면 살짝 분장을 하고 나와도 되는 거니까.”
스티븐은 내 의견을 받아들였다.
그러자 마크의 입이 귀에 걸렸다.
“저도 잘생긴 친구가 제 역할 하는 거 한번 보고 싶어요, 스티븐!”
“알았어, 마크. 우리도 생각을 바꿔서 후보 중에 잘생겨서 떨어진 배우에게 연락해서 오디션 잡을게.”
“고마워요, 스티븐.”
“성국, 나중에 마크 배역 오디션 때문에 자네가 이런 아이디어까지 낸 거, 내가 영화 개봉 후에 인터뷰에서 말하고 다녀도 되지?”
나는 마크를 슬쩍 쳐다봤다.
“마크, 괜찮겠어?”
“상관없어.”
마크도 흔쾌히 동의했다.
스티븐 스필버스는 흐뭇하게 우리 둘을 쳐다봤다.
“이 영화 작업하면서 내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 건, 긴 시간 동안 두 사람이 언제나 함께했다는 거야. 사실 수많은 유혹도 있었을 건데, 마크나 성국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자리나 위치를 잘 알고 서로 배려하고 이끌어줬단 느낌이 많거든. 흠… 영화 엔딩을 좀 다시 고려해 봐야겠어.”
시나리오에서 엔딩은 나와 마크가 ‘페이스 노트’ 매각 고비를 넘긴 상황에서 서먹한 얼굴로 서로를 보는 장면이었다. 일종의 오픈 엔딩이었다.
“스티븐, 그 서먹한 장면에서 제가 마크에게 손을 내밀면 어떨까요?”
“흠… 난 그 반대로 생각했는데. 마크가 손을 내미는 게 맞는 것 같아. 항상 이인자였고, 그래서 고비도 있었지만 결국 자신은 성국 없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의미에서.”
나와 마크는 스티븐 스필버스의 말에 모두 동의했다.
[스티븐, 역시 당신은 천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