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564)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564화(564/576)
제564화
엄마와 아빠, 그리고 민국이에게까지 핀잔을 들었다.
“형, 지희도 이제 스무 살이잖아. 그동안 공부한다고 연애도 제대로 못 했는데, 막 생긴 남친한테 도망치라니.”
[차윤우가 정확히 어떤 인간인지 모르잖아. 우리 집안 돈 보고 지희한테 붙었을 수도 있어.]“성국아, 저번에 윤우가 쉬는 날에 아빠 가게 와서 일도 도왔어.”
[차윤우, 벌써 보쌈집을 넘보는 거야?]엄마가 내 등을 토닥였다.
“성국이가 막냇동생 연애한다니, 큰오빠로서 불안해서 그런가 봐.”
[그럴 리가!]지희가 고개를 저었다.
“큰오빠가 절대 그럴 일은 없다고 봐. 큰오빠가 어디 빈말 하는 거 봤어? 큰오빠, 당분간 나랑 얼굴 마주치지 말자.”
그러곤 쌀쌀맞게 뒤돌아갔다.
차윤우가 얼른 인사를 하고 지희를 쫓아갔다.
[저것 봐. 저러니 내가 도망가라고 하지.]엄마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성국아, 지희가 단단히 화난 모양이네. 오늘은 태국이네서 잘 거지?”
원래 전태국 집에서 자기로 했지만, 왠지 가족들에게 등 떠밀리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부터 그럴 계획이었어요.”
나는 그렇게 쓸쓸히 전태국의 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 * *
내가 올린 너튜브 중계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높은 시민 의식을 보여준 것과 동시에 차윤우와 지희의 열애를 세상에 공개했다.
이미 인스타그림 셀럽인 지희와 나를 모티브로 한 에서 내 역할을 맡은 차윤우의 열애는 삽시간에 세계적인 이슈가 됐다.
축하의 메시지가 셀 수 없이 올라왔다.
나는 그 축하의 메시지들을 확인하면서 전태국의 한남동 집 초인종을 눌렀다.
곧 문이 열리고, 들어가자마자 전태국이 만면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띤 채 나를 맞았다.
“성국아, 네가 중계한 촛불집회 다 봤어. 성국아, 넌 지희한테 너무 야박하게 구는 것 같아. 이제 지희도 스무 살이 되잖아.”
“누구나 스무 살은 되지만, 그렇다고 모두 연애하는 건 아니죠.”
“서울대 법대 다니고, 사법고시 최연소 합격. 거기다가 키도 크고 미인이고. 무엇 하나 빠지지 않잖아. 당연히 인기도 많을 거야.”
“성격이 많이 빠지잖아요. 자기밖에 모르고, 목적 지향적이고, 타인의 희생을 당연한 것으로 알고요.”
“성국아, 지금 네 말 하는 거야?”
[끄응….]나는 입을 꾹 닫았다.
“지희의 연애를 오빠로서 축하해주란 말이야. 이번 주말에 삼전 호텔에게 지희랑 윤우한테 밥 사주기로 했어. 이쁜 사랑하라고.”
“형, 벌써 윤우예요? 그리고 형이 왜 지희와 윤우에게 밥을 사는 거예요?”
“말 그대로야. 젊고 아름다운 두 사람이 행복하게 연애했으면 해서, 내가 응원차 밥 사려고. 지희가 언제 이렇게 컸는지 모르겠어, 정말.”
“알아서 하세요, 형.”
나는 게스트룸으로 향했다.
“성국아, 나랑 와인 한잔하자. 좋은 와인 하나 있어.”
“형, 내일 청문회 나가야 하잖아요. 얼굴 부으면 안 좋아요.”
“성국아, 나 살 많이 빠져서 괜찮아.”
나는 살짝 마음이 흔들렸다.
“형, 딱 한 잔이에요.”
“당연하지!”
* * *
“아니. 난 다 지 걱정해서 그런 건데. 그런 내 맘도 몰라주고. 어? 차윤우가 솔직히 얼굴만 멀쩡하지, 속은 어떤 줄 알아요?”
“그렇지?! 얼굴값 한단 말도 있잖아. 잘생긴 애들 치고 얼굴값 안 하는 애들을 내가 본 적이 없어!”
“그렇죠, 형?”
“그럼!”
나와 전태국 앞에는 빈 와인병이 네 개 놓여 있었다.
“성국아, 나도 그래서 밥 사주겠다고 한 거야. 내가 그래도 재벌 3세 아니니? 세상에 온갖 인간 군상들이 나한테 잘 보이려고 애썼다고. 이 세상에서 처음부터 나에게 막 대한 사람은 너밖에 없었다고! 그래서 내가 너를 신뢰하는 거지.”
[저번 생의 동생이었는데, 내가 너한테 잘 보일 일이 없지!]그런 생각을 하다가 술이 살짝 깼다.
자신에게 잘 보이려고 거짓으로 웃지 않는 사람. 귀에 좋은 소리를 하지 않는 사람.
그래서 나랑 친해진 거라고?
거기다 차윤우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기 위해서 지희와 함께 밥을 사주겠다고 했다고?
전태국이 이렇게 철두철미한 인간이었나. 전태국이 새삼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서서히 전태국이 변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나와 떨어져 한국에 있는 동안에도 크게 사고 치지 않고, 오히려 그동안 쌓아온 캐릭터를 더 쌓아 올리기도 했다.
비호감 재벌 3세에서 호감으로 바뀌기도 했다.
[전태국, 정말 많이 컸네.]* * *
– 청문회장을 초토화로 만든 전태국의 답변.
“저는 앞으로 삼전을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운영할 계획입니다!”
– 각종 SNS에 펀쿨섹좌 전태국! 전 국민적 인기!
전재형 회장의 미간이 구겨졌다.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하아-.”
낮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회장님, 걱정되셔서 그렇습니까?”
양 비서가 얼른 물었다.
“당연한 거 아닌가. 어쩜 이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지? 그런데다가 청문회 끝나고 나오면서 기자가 장난삼아 얼굴 좋아 보인다는 말에는 와인을 마셔서 그런 같다고, 다음에도 와인 먹고 나와야겠다고 답하지를 않나. 도대체 경영인으로서의 무게가 전혀 보이지 않지 않나.”
“대표님이 걱정하시는 부분이 뭔지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이 생각 외로 전태국 부회장님의 그런 면을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오히려 그동안 재벌 총수들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탈피했다는 평가를 받고도 있습니다. 동시에 경영은 전문 경영인이 잘할 거라는 말을 하셔서 솔직히 이 부분에 대해서 높게 평가하는 평론가들도 있습니다.”
“자기가 능력이 안 돼서 경영을 전문 경영인에게 맡긴다는 게, 어떻게 높은 평가를 받는다는 거지?”
“본인이 부회장 자리에 있고, 심지어 삼전을 물려받게 되겠지만. 그런 세습 경영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는 일반 시민들의 눈초리를 교묘하게 피했다는 지적입니다. 마치 경영을 다른 전문 경영인들에게 맡기는 것으로 이야기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전태국 부회장님이 그룹을 세습하는 건 변함이 없으니까요.”
“흠….”
전재영 회장은 생각이 많아졌다.
“이것도 전성국 대표의 조언인가?”
“그런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대표님, 이걸 소화해서 직접 하고 계신 게 전태국 부회장님입니다. 그걸 기억해 주세요.”
오랫동안 전재영 회장과 전태국을 부회장을 보좌한 양 비서는 반은 무당이었다.
성국의 조언이 있다 해도, 이걸 전태국이 소화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없는 것이었다.
“좋은 각본에, 좋은 배우라는 말이군?”
“네, 회장님.”
“그나저나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이 내일인가?”
“네.”
양 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대통령의 권한은 정지되고, 헌법재판소로 넘어가게 된다.
하지만 삼전 입장에서는 모든 국민이 반기는 이 안을 반길 수만은 없었다.
이 정부의 임기 동안 전태국에게 삼전을 승계하기 위해서 각종 뇌물을 줬는데, 그 정권이 힘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전태국의 삼전 부정 승계 문제가 재판에 부쳐질 수도 있었다. 결과도 장담할 수 없었다.
“양 비서, 각종 라인 다 동원해서 우리가 빠져나갈 구멍 알아보게.”
“네, 회장님.”
전재형 회장에게는 아들이 감옥에 가는 건 문제가 아니지만, 삼전의 후계자가 감옥에 가는 것은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 * *
“펀쿨섹좌가 지금 막 한남동 자택에 도착했습니다!”
청문회 스타가 된 전태국이 도착했다.
주차장으로 전태국의 차가 들어가고 얼마 후, <원아저씨 보쌈> 배달 오토바이가 안으로 들어갔다.
곧 SNS가 또다시 난리가 났다.
– 전태국 대표도 보쌈 먹는구나. 난 재벌은 미슐랭만 먹는 줄.
– 저기 전성국 대표 아버지가 하시는 데잖아. 저기 엄청 맛있어.
– 이렇게 홍보하는 거 역효과 나기 마련인데, 재벌이 협찬받을 리도 없고. 심지어 진심 저 집 맛집이라는 간증만 올라오네.
전태국은 핼쑥해진 얼굴로 보쌈 포장지를 뜯었다.
“성국아, 같이 먹자.”
“네, 형. 아버지 보쌈을 집에 가지도 못하고, 여기서 먹네요.”
“지희, 아직도 화났어?”
“지희만 화난 게 아니에요.”
“암튼 남매 아니랄까 봐. 못 말려.”
전태국은 보쌈에 딸려 나오는 동치미 국물을 쭉 들이켰다.
“캬아- 내가 이 국물로 해장하고 싶어서 죽는 줄 알았어. 청문회 내내 어찌나 갈증이 나던지.”
“제가 술 먹지 말라고 했잖아요.”
“그래도 술 먹어서인지 얼굴에 혈색이 도는 게, 기자들이 다들 나보고 얼굴 좋아 보인다고 하더라.”
전태국은 동치미 국물로 해장하고는 바로 핸드폰을 꺼내서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림에 올렸다.
– 역시 해장엔 동치미 국물. 펀쿨섹좌가.
전태국은 오늘 생긴 별명도 야무지게 이용했다.
이제는 내가 더 이상 조언을 안 해도 자신의 역할을 잘하고 있었다.
“형.”
나는 낮은 목소리로 전태국을 불렀다.
“왜?”
“이제는 형, 저 없이도 잘살 것 같아요.”
“갑자기 무슨 소리야?”
“이제 형은 완전히 자신의 캐릭터를 찾았잖아요. 경영은 전문 경영인에게 주고, 나는 삼전 후계자 놀이를 열심히 하겠다는 캐릭터요.”
“이거 네가 만들어 준 거잖아요.”
“그걸 잘 소화한 건 형이고요.”
전태국이 다소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성국아, 이젠 나한테 조언 안 하겠단 이야기야?”
“이제 저희 관계에도 변화가 필요한 것 같아요.”
“성국아, 나… 불안해.”
전태국의 동공이 흔들렸다.
“형, 제 말은 이제 서로에게 조언을 주고받는 동반자가 더 잘 어울릴 것 같다고요.”
“성국아….”
전태국은 말을 잇지 못했다.
생각이 많은 하루였다.
동생들도 모두 커서 자기 갈 길을 잘 찾아가고 있었다. 이제 큰오빠의 조언은 귀찮은 듯 보이기도 했다. 그만큼 잘살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번 생에서는 피 한 방울 안 섞인 전태국이 언제까지고 내 손바닥 안에서 놀게 둘 수는 없었다.
“형, 제 말 잘 들어요. 내일 탄핵소추안은 아마 가결될 거예요. 야당 의원 수도 집결하겠지만, VIP에 대한 국민적인 지탄이 많은 상황에서 여당 의원들도 가결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만약 그렇게 되면 내년 초에 헌법재판소에서 VIP의 탄핵이 결정될 거예요.”
“성국아, 지금 그 말은. 넌, 탄핵이 될 거라고 보는 거지?”
“제 의견은요.”
물론 내 의견이 곧 미래였다.
전태국도 그걸 인지했다.
“네 말대로라면 난 아마 삼전 부정 승계 문제로 재판을 받게 될 것이고, 구치소에 갈 수도 있단 말이지?”
“아마도요. 형, 마음 단단히 먹으세요. 그리고 앞으로 1, 2년은 힘들 테니 마음의 준비 하시고요. 내년에 또 들어올 수도 있지만, 전 탄핵소추안 가결되는 거 보고 또 미국으로 가야 해요. ‘페이스 노트’ 본사도 옮기고, 도날드 트럼펫의 대통령 취임식도 가야 하거든요.”
“그렇지.”
전태국의 어깨에 힘이 빠졌다.
구치소에 갈 수 있단 말을 들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탄핵이 결정 나면, 정권이 바뀔 가능성이 높아요. 재벌에 대해서 가혹할 거예요.”
“성국아, 내가 삼전에 태어난 이상 각오한 일이야. 할아버지도 종종 휠체어 타고 법정에 나가셨고, 아버지도 여러 가지 혐의로 재판에 나가셨잖아. 할아버지는 실형도 사셨고.”
그때, 작은아버지가 왕자의 난을 벌였다가 할아버지 눈에 난 건 유명한 대한민국 재벌가의 역사였다.
“형, 앞으로 1, 2년이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이 시기가 지나면 이제는 형이 재벌가의 역사가 될 거예요.”
“성국아. 지금 나를 인정해 준 거야?”
전태국이 놀란 눈으로 물었다.
내가 전태국을 안 이후로 가장 정곡을 찌르는 질문이었다.
그동안은 부족한 전태국을 후계자로 세우기 위해 도왔다면, 이제 나는 전태국을 삼전의 후계자로 정식으로 인정한 것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형, 지금까지처럼만 잘해주세요. 형의 삼전이 될 거예요, 몇 년 안에요!”
전태국의 삼전이 조금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다 이루지 못한 꿈들을 전태국은 과연 이룰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