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565)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565화(565/576)
제565화
세상은 정말 예측할 수 없게 돌아간다.
대한민국 현직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발의됐다.
그로 인해 현직 대통령의 모든 업무가 헌법재판소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멈췄다.
나는 이 현장을 이번 생에서는 다소 남의 일처럼 TV로 지켜봤다.
저번 생에서는 남의 일이 아니었다. 바로 나의 일이었다.
“하아… 결국, 일어날 일이 일어났구나.”
전태국이 옆에서 중얼거렸다.
“성국아, 정말 나 구치소 갈 준비 해야겠는데.”
“구치소 독방에서 지내면서 읽을 책이나, 할 수 있는 운동 알아보세요.”
“책은 어차피 안 읽고, 운동이나 좀 알아봐야겠어. 원래 그런 곳 식단이 탄단지가 기본이잖아. 술을 끊는 게 가장 힘들 것 같은데.”
“형, 천천히 생각해요.”
“그래, 이번 주에는 윤우랑 지희 밥 사주면서 나도 야무지게 챙겨 먹어야겠어.”
“그럼, 형. 전 일이 바빠서 나가볼게요.”
전태국이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성국아, 한국 일정 이제 끝난 거 아니야?”
“해야 할 일이 아직 남아 있어요.”
* * *
나는 양철수가 대표로 있는 원푸드로 향했다.
원푸드의 본사는 아버지의 <원아저씨 보쌈> 가게가 있는 잠실 근처에 자리 잡았다.
<원아저씨 보쌈>의 경우 여전히 우리가 예전에 살던 아파트 상가에 있었다.
건물이 오래되긴 했지만, 이곳의 상징성 때문에 옮기지 않고 있었다.
원푸드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양철수가 반갑게 맞이했다.
“대표님, 어서 오세요.”
“사무실이 아직 작아서 불편하시죠?”
“이제 시작인 곳인데요.”
원푸드는 이제 막 시작된 곳이라 사무실도 크지 않고, 직원 수도 많지 않았다.
양철수는 이전까지 내가 운영하는 ‘페이스 노트’와 SNS의 아시아 지역 총괄이었다.
그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신생 회사에 온 것은 그 역시 새로운 사업으로 인생을 개척하기 위해서였다 양철수는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태블릿을 건넸다.
“메일로도 보고드린 것인데, 저희 커피 프랜차이즈 네이밍 결과에요. 원아저씨 보쌈에 맞춰서 원카페, 원다방도 유력한 후보군이었는데, 쩐다방이 훨씬 높은 점수를 받긴 했습니다.”
“쩐다방이라… 확실히 입에도 붙고, 기억하기도 쉽긴 하네요.”
“사실은 대표님께서는 자신의 성이 정면에 나오는 걸 부담스러워하셨어요.”
아버지다운 생각이었다.
“아직도 고민 중이신가요?”
“저랑 춘천에 계신 대표님은 쩐다방을 적극 추천 중입니다. 요즘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레트로 느낌도 있고. 무엇보다 좋은 커피를 저렴하게 공급하겠다는 저희의 취지에 맞는 이름 같아서요. 대표님이 아버님을 설득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말씀드려볼게요. 아버지께서 한 고집 하시지만요.”
“고집도 유전인가 보네요.”
양철수가 싱긋 웃었다.
난 저번 생의 내 성격을 타고났다고 생각했는데, 점점 이번 생의 부모님과 닮은 나를 발견할 때마다 놀라웠다.
“참, 첫 매장 오픈은 어디로 생각 중이세요?”
“이것도 상의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아무리 저가형 커피 프랜차이즈라고 해도 본점인 만큼 잠실역 부근의 넓은 매장을 보고 있거든요. 그런데, 대표님께서는 현재 <원아저씨 보쌈> 잠실점이 있는 아파트 상가에서 시작하기를 원하십니다.”
“아버지가 카페를 시작하시려던 게, 보쌈 먹고 식후에 아메리카노를 찾는 고객들을 위해서거든요. 보쌈에도 돈을 지출했으니, 좀 더 저렴하게 고객들에게 아메리카노를 제공하고 싶어 하셨어요.”
양철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본점은 광고도 할 겸 잠실역 부근에 크게 내고, 현재 <원아저씨 보쌈> 옆에서 작게 테이크아웃 위주로 점포 하나를 내는 것을 제안드린 상태입니다.”
현재로서는 양철수의 생각이 틀렸다고 볼 수는 없었다.
유동 인구가 많은 잠실역 부근의 1층에 매장을 낸다는 것은 광고 효과도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3년 후에 닥칠 코로나를 생각하면 이 결정은 매우 위험했다.
코로나가 생각보다 장기화되면서 식당과 카페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거의 폐쇄되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양 대표님, 제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저는 테이크아웃 위주의 소규모 점포를 공략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식후에 사람들과 함께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에게 저가지만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려면 비싼 월세는 부담이 될 수도 있거든요.”
[코로나 때 큰 매장들은 모두 텅텅 비게 될 거야.]양철수는 생각에 잠기는 것 같았다.
“대표님 생각은 소규모 테이크아웃 위주의 저가형 커피 프랜차이즈로 콘셉트를 정확하게 잡아야 한다는 말씀이시죠?”
“네, 양 대표님.”
“알겠습니다. 제가 욕심이 좀 났나 봅니다. 제가 원푸드 들어와서 처음 하는 사업인데, 광고는 못 하더라도 멋진 매장에서 출발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전 실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제가 아버지 만나서 상호명은 쩐다방으로 설득해보겠습니다.”
“대표님, 쩐다방 참 정감 가고 좋지 않나요? 솔직히 제 머릿속에서는 이미 쩐다방으로 모든 계획이 돌아가고 있거든요.”
[쩐다방이라….]나도 말할수록 입에 붙었다.
“한번 들으면 잊지는 못할 것 같긴 합니다.”
“참, 대표님. 알아봐달라고 하신 거요.”
양철수가 내민 것은 국내 마스크 공장 현황이었다.
“갑자기 마스크 공장은 왜 알아봐달라고 하신 거예요?”
“마스크 공장 하나를 인수하면 어떨까 해서요.”
“네에?”
양철수는 꽤나 놀랐고, 아마 내가 마스크 공장을 인수한다면 모두가 양철수처럼 놀랄 것이다.
“대표님이 마스크 공장을 인수하신다고요?”
“대한민국 미세먼지가 매년 나빠지고 있잖아요. 마스크가 앞으로는 필수템이 될 것 같아서요.”
“아니, 그래도… 이런 건 그냥 중소기업들이 하는 일이잖아요.”
“원푸드에서 같이 마스크 공장을 관리하면 좋을 것 같아서요. 쩐다방이나 각종 프랜차이즈 늘 때마다 일종의 사은품으로 같이 줘도 좋을 것 같고요.”
“저희가 발주를 넣으면 되는데, 그걸 굳이 공장까지 사서….”
양철수가 애매하게 웃었다.
지금은 양철수의 생각이 맞다.
사은품으로 나눠줄 마스크를 굳이 공장까지 사서 직접 만들 필요가 없었다. 아무리 미세먼지가 세상을 뒤엎는다고 해도.
물론 나의 계획은 모두 코로나 시대를 위한 것이다.
코로나 초창기에는 마스크 부족 현상으로 몇백 원짜리 마스크가 수십 배 오른 가격으로 거래되기도 한다.
이때, 마스크 공장을 가지고 있는 원푸드가 원푸드 전 지점 구매 고객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한다면 의미 있는 일인 동시에 코로나로 위축된 매출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양 대표님, 이건 개인적으로 꼭 추진하고 싶은 일입니다. 품질 좋은 마스크를 생산하는 공장 몇 군데 정리해서 인수 가격, 조건 알아봐 주세요.”
“네, 대표님. 간혹 대표님이 아주 멀리 본다는 생각은 합니다. 그걸 배우고 싶어서 대표님 곁에 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양철수는 저번 생에서나 이번 생에서는 영민한 구석이 있었다.
“그럼, 전 아버지 설득하러 가보겠습니다!”
* * *
“쩐다방?”
예상대로 아빠는 잔뜩 미간을 구긴 채 못마땅한 얼굴로 쩐다방이라는 상호를 내려다봤다.
“성국아, 원푸드에서 하는 거기도 하고, 이건 춘천의 사장님이 많이 도와주신 일이잖아.”
아빠는 항상 자신을 낮추는 게 몸에 배어 있었다.
“춘천 사장님도 쩐다방을 적극 추천하셨어.”
“흠… 그건 나도 아는데. 아빠는 좀 고민이 되는구나.”
“아빠, 그럼 가게에 아빠가 원하는 상호랑 쩐다방이랑 붙여 놓고 손님들에게 선호도 조사를 하면 어떨까? 결국, 소비자들이 쉽게 기억하는 이름이 좋은 이름이잖아.”
“그렇긴 한데….”
아빠는 자신이 없는 목소리였다.
아빠가 원다방을 원한 것은 <원아저씨 보쌈>처럼 춘천에 계신 사장님과 함께 간다는 의미에 더 큰 비중을 두기 때문이었다.
“아빠, 솔직히 쩐다방이 더 좋잖아. 춘천 사장님도 적극 추천하시고, 원푸드 내부에서 한 선호도 조사에서도 훨씬 앞섰어.”
“알았다. 알았어. 녀석 고집하고는. 우선 회사 의견도 그렇고, 춘천 사장님도 그렇다니. 가게에서 인기 투표하지, 뭐. 투표해주시는 분들에게는 음료수 무료로 제공도 하고.”
“딱 일주일만 하면, 아빠도 고집 더는 못 부릴 거야.”
결과야 보나마나지만.
“참, 미국에는 언제 들어가니?”
“다음 주에.”
“그럼, 주말에 태국이가 윤우랑 지희 밥 사준다고 하는데, 성국아 네가 가서 사는 게 어때?”
그 일 이후로 지희는 나에게 아직도 단단히 화가 난 상태였다.
“태국이가 사는 것보다 친오빠인 네가 사는 게 낫지. 이 기회에 지희랑 화해도 하고…”
[내가 왜 지희랑 화해를 하지?]나는 팔짱을 낀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녀석, 고집은! 그럼, 아빠도 이 설문조사 안 해! 난 원다방이 좋아!”
“아빠, 이건 다 아빠 사업 잘되라고 내가 도와주는 거잖아. 지희랑은 다르지.”
“아빠가 하는 건 다 자식들 화목하게 잘 지내라고 하는 거거든. 싫다면 설문조사 안 해!”
이제 가족들은 내가 무엇에 약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바로 핏줄이었다!
“알았어, 아빠. 대신, 꼭 설문조사 해야 해.”
“성국아, 넌 그 자리에 나가서 계산만 홀라당 하고 오면 안 돼. 알지?”
[들켰네.]아빠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내가 지희랑 윤우에게 확인할 거니까, 같이 밥도 먹고 이야기도 하고. 계산도 해야 한다. 알았지?”
“하아… 아빠, 그럼 설문조사 기간 내내 원다방을 찍으라고 유도하는 행위나 사은품 제공은 일절 안 돼. 내가 여기 계신 직원분들에게 다 확인하라고 양철수 대표님에게도 말해둘 거야.”
“아빠는 그런 편법 절대 안 써!”
아빠는 손을 내밀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아빠의 손을 잡았다.
* * *
차윤우는 나와 전태국의 시선 속에서 안절부절못했다.
전태국과 나는 테이블에 앉자마자 팔짱을 딱 끼고 차윤우를 훑었다.
지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두 사람, 지금 신입사원 면접 보는 거야?”
“지희야, 지금 우리는 신입사원 면접보다 더 중요한 걸 하는 중이야. 네 남자친구잖아.”
“태국이 오빠, 제발 진정하고. 윤우 밥 먹기도 전에 체하겠어.”
전태국이 내게 속삭였다.
“성국아, 팔짱 좀 풀까? 팔짱을 풀어야 우리도 밥을 먹지.”
“그럴까요?”
나와 전태국은 동시에 팔을 풀었다. 그리고 다시 차윤우를 위아래로 훑었다.
“오빠들. 제발 윤우에게서 시선 좀 거둬줘. 오늘 나랑 윤우 사귀는 거 축하하는 자리 아니야?”
“겸사겸사지.”
생각보다 전태국이 깐깐하게 구는 탓에 나는 별로 할 역할이 없었다.
“차윤우, 자네 부모님은 뭐 하시나?”
“아버지는 작은 회사에 다니시고, 어머니는 학원 하십니다. 피아노 학원이요.”
“흠, 가족 관계는?”
“남동생이 한 명 있습니다. 지금은 호주에서 공부하고 있고요.”
나는 전태국의 뒤를 이어서 차윤우에게 질문을 던졌다.
“차윤우 씨, 이제 촬영 시작인데 지희랑은 롱디가 되는 거네요. 내가 롱디 해봐서 아는데, 힘들어요. 그리고 유혹이 많은 할리우드 가서 한눈 안 팔 자신 있어요?”
“대표님, 일 적인 부분은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준비 철저히 하고 있고, 지희가 영어도 많이 도와주고 있습니다.”
이때, 전태국이 지희를 쳐다봤다.
“지희야, 적어도 난 네가 너보다 똑똑한 남자 만날 줄 알았는데. 영어도 가르쳐 준다니… 너랑 수준이 안 맞는 거 아니니?”
지희는 한숨을 푹 쉬더니, 전태국을 뚫어지라 쳐다봤다.
“오빠, 윤우는 평범하게 교육받고 자란 대한민국의 남자야. 영어 하나 때문에 나보다 못하다고 말하는 건 아니지. 그리고 윤우는 자기 일에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최선을 다해. 나도 그런 면이 멋있어서 만나는 거야.”
“정말 그게 다야?”
전태국이 취조하듯이 물었다.
그러자 지희가 기다렸다는 듯이.
“물론 그게 다가 아니지. 무엇보다 윤우는 잘생겼잖아. 내가 태어나서 본 남자 중에 제일 잘생겼다고!”
전태국은 그 이후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