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567)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567화(567/576)
제567화
‘페이스 노트’ 본사는 마크와 내가 구상한 그 모습 그대로였다.
마치 대학 캠퍼스 같은 모습이었고, 자유롭고 다채로웠다.
어느새 셀 수 없이 늘어난 직원들이 본사 내 광장에 모여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언제나처럼 후드티를 입었고, 마크는 언제나처럼 체크 셔츠를 입었다.
우리가 광장에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환호와 박수 소리가 들렸다.
나와 마크는 광장에 마련된 작은 단상으로 향했다.
이미 한 손에 맥주나 와인을 든 직원들의 모습이 보였고, 마크와 리미미를 절반씩 닮은 세 딸을 안은 리미미도 보였다.
그 옆으로 이 회사와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애덤과 샘도 얼굴이 얼큰해진 채 맥주잔을 들고 서 있었다.
나와 마크가 지나가자 애덤과 샘이 발그레해진 얼굴로 맥주잔을 들었다.
마크가 조용히 속삭였다.
“성국아, 나 떨리는데… 네가 먼저 말하면 안 돼?”
오늘 우리는 ‘페이스 노트’ 본사 이전 파티를 축하할 짧은 메시지를 서로 하기로 했다. 순서는 동전으로 정했다.
“마크, 동전의 앞면이 나오면 네가 먼저 연설하기로 했잖아. 이러면 너랑 평생 다시는 내기 같은 거 안 해!”
“암튼 성격은….”
마크는 투덜거리면서 마련된 단상을 향해 걸어갔다.
점점 마크의 숨소리가 거칠어졌고, 얼굴도 붉어졌다. 누가 봐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지금 이 모습은 모두 너튜브로 중계도 되고 있었고, 넷플렉스 다큐팀에서도 촬영 중이었다.
나는 마크의 등을 토닥였다.
“마크, 이제 연설은 껌이잖아.”
“매번 할 때마다 떨리는데, 넌 절대 이해 못 할 거야. 평생!”
마크는 붉어진 얼굴을 손으로 매만지며 마이크 앞에 섰다.
“어….”
긴장한 마크의 말 한마디에도 직원들의 웃음이 터졌다.
마크가 수줍음이 많고, 앞에 나서는 것을 싫어한다는 건 ‘페이스 노트’ 전 직원이 다 아는 이야기였다.
마크는 식은땀이 나는 이마를 손바닥으로 쓱 문질렀다.
“성국이랑 동전으로 순서를 정했는데, 제가 동전 앞면을 선택하는 바람에 먼저 하게 됐습니다.”
애덤과 샘이 내 곁으로 다가왔다.
“성국, 마크 저러다 기절하는 거 아니에요?”
“마크 저러는 거, 다 콘셉트에요.”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마크는 몇 번 숨을 몰아쉬었다. 마이크까지 그 소리가 다 들린 통에 웃음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마크는 수줍음이 많았지만, 사람들을 편안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오늘 정말 역사적인 날인 것 같습니다. 성국이랑 이 땅을 처음 봤을 때도 기억나고. 그때… 이 땅에 우리의 본사를 짓자는 말을 했는데, 그게 현실로 다가올 줄은 진짜 꿈에도 몰랐거든요. 제가 마치 세 딸의 아빠가 된 것처럼요.”
리미미가 소리쳤다.
“마크, 짧게 말하고 내려와!”
리미미의 박력에 사방에서 함성이 터졌다.
마크는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연설을 정리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리미미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사장님, 짧게 정리하라고 저렇게 내려오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그게 마크 매력이잖아요.”
“하긴….”
마크는 단상에서 미친 듯이 뛰어 내려오더니 리미미에게 가서 안겼다. 그걸 본 아이들도 마크와 리미미에게 안겼다.
애덤이 내 등을 살짝 밀었다.
“이제 성국 차례에요.”
동시에 여기저기서 내 이름을 부르며 환호했다.
“성국! 성국! 성국!”
나는 후드티를 매만지면서 단상으로 올라갔다.
1년 내내 눈이 오지 않는 실리콘밸리지만 크리스마스 트리가 멋지게 장식되어 있었고, 어떤 직원들은 빨간 산타 모자를 쓰기도 했다.
날씨와 상관없이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내가 단상에 오르자 더 큰 환호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졌다.
광장 안은 이미 수많은 직원으로 꽉 찬 상태였다.
솔직히 이제는 오래된 직원들 외에는 얼굴도 모르는 직원들이 태반이었다. 저번 생에서 삼전을 운영할 때보다 더 큰 기업이 됐다.
나는 잠시 광장에 모인 직원들을 쭉 훑었다.
모두들 행복한 얼굴이었다.
내가 살짝 어깨를 으쓱하자, 누군가 크게 소리를 질렀다.
“성국, 시그니처다!”
아마 내가 어깨를 살짝 으쓱하는 게, 내 시그니처 포즈가 된 모양이었다.
[다들 모르나 본데, 내가 어릴 적에 어깨춤을 좀 췄지….]아무래도 그때의 영향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모두가 환호하는 틈을 타서 연설을 시작했다.
“다들 조용히 해주시고요.”
내 말 한마디에 사방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모두가 나를 쳐다봤다.
“마크과 제가 ‘페이스 노트’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이런 곳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일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물론, 난 다 알았다.
다만 이곳에 이렇게 서서 느끼게 될 벅찬 감정까지는 알 수 없었다.
“마크의 말대로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고, 저와 마크가 만든 ‘페이스 노트’는 세상을 바꿨습니다.”
환호와 박수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이제 이곳에서 여러분이 역사를 새로 만들어나갈 차례입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나는 단상을 성큼성큼 내려왔다.
애덤이 벅찬 얼굴로 내게 맥주잔을 내밀었다.
“성국, 메리크리스마스예요.”
“애덤, 샘. 둘 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쉬는 거 알죠? 회사에서 발견되면 안 돼요!”
“성국, 걱정 말아요. 샘이랑 근처에 캠핑 가기로 했어요.”
[둘만? 근데 왜 내가 괜히 서운하지?]내 눈치를 보던 샘이 은근히 물었다.
“성국, 같이 갈래요?”
“아니에요. 가서 재미있게 캠핑해요. 난 할 일이 많아서요.”
“성국, 성국이야말로 크리스마스 연휴에 회사에서 발견되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전 이 회사의 대표라 예외에요.”
이때,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나오는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성국아!”
이렇게 내 이름을 또박또박 부르는 누군가. 바로 전태국이었다.
“형?”
[전태국, 청문회는 어쩌고 온 거야?]나는 뒷말은 차마 내뱉을 수 없었다.
내 눈치를 알아차린 전태국을 얼른 입을 열었다.
“성국아, 알아보니까. 이제 난 청문회 나갈 일정이 없더라고….”
“그래도, 조금 근신하는 모습 같은 거 보여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성국아, 네가 초대장을 보냈잖아.”
“그건 형이 보내라고 해서 보낸 거죠.”
“어쨌든. 네가 초대를 했고, 나는 온 거지. 성국아, 메리 크리스마스다!”
전태국은 이곳의 누구보다 신 나 보였다.
곧 구진성과 이건주, 데니얼까지 모여서 먹고 마시기 시작했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광란의 파티장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내 사무실로 향했다.
그동안 본사에서 내 사무실은 따로 존재하지 않았다. 주로 회의실을 쓰거나, 직원들과 함께 편하게 아무 데서나 일을 했다.
하지만 일도 많아지고, 개인적인 통화나 보안이 중요한 회의들이 많아지면서 나와 마크도 사무실을 따로 만들었다.
나는 그 사무실의 문을 열었다.
넓은 공간에 덩그러니 놓인 책상과 컴퓨터. 그리고 소파와 몇몇 가구들.
아직 내 취향이 제대로 반영된 상태는 아니었다.
[점점 채워나가야지….]나는 맥주잔을 든 채 창문 너머를 훑었다.
서서히 해가 지고 있는 ‘페이스 노트’ 본사가 한눈에 보이는 창이었다.
사람들은 이곳저곳을 오가면서 크리스마스 연휴 전 파티를 즐겼다. 그리고 나는 홀로 맥주를 마셨다.
어디서든 주목받았지만, 큰일이 있을 때마다 나는 혼자였다.
저번 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삼전의 회장 자리에 오르기 전에도 그랬다. 그러다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지만….
그 생각이 나자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설마… 이번 생은 아니겠지…]나는 괜히 소름 돋은 팔을 문지르며 심장 가까이에 손을 올렸다. 뻐근한 느낌도 없었고, 심장은 무리 없이 잘 뛰고 있었다.
[내가 너무 예민한 건가….]모든 것을 다 이룬 것 같은 날, 나는 죽었다.
설마, 이번 생에서도 반복되는 건 아니겠지?
달그락. 달그락.
뭔 소리지?
나는 뒤를 돌아봤다.
누군가 문고리를 잡아당기고 있었다.
‘페이스 노트’ 본사 그리고 내 사무실이 있는 이곳은 세 번의 보안을 통과해야만 들어올 수가 있었다. 그런데… 누가 침입한 건가?
저번 생에서 심장마비로 죽었다면, 이번 생에서는 누군가 나를 죽이는 건가.
“누구세요?”
나는 일부러 크게 불렀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달그락. 달그락.
문고리를 잡아당기는 소리.
나는 책상으로 가서 무기가 될만한 무언가를 찾았다. 아무래도 크리스마스 연휴가 끝나면 바로 총기라도 사서 사무실에 둬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책상 위에는 아직 아무것도 없었다.
“누구냐고요?”
재차 물었지만, 대답은 없었다.
[그래, 이렇게 된 거 어떤 놈인지 얼굴이나 보자.]나는 테이블 위에 놓인 키보드를 집어 들고 문을 향해 소리죽여 걸어갔다.
그때였다. 문이 확 열리면서 케이크를 안은 전태국이 들어왔다. 그 뒤로 데니얼과 김미소 그리고 샘과 애덤, 구진성과 이건주도 보였다. 마크와 리미리 가족도 함께였다.
키보드를 든 나를 보고 놀란 건 이들이었다.
“성국아, 너 키보드 왜 든 거야?”
“아니… 왜 물어도 대답이 없어요?”
“성국아, 네가 여기 방음 시설 잘해 달라고 해서 밖에서는 방 안의 소리가 안 들려.”
“아하….”
개인적인 통화와 보안이 중요한 회의가 많아서 내가 부탁한 사항이었다.
“근데, 다들 여기서 뭐 하는 거예요? 그 케이크는 뭐예요?”
이때, 애덤이 마크를 뒤에서 밀었다.
어느새 마크가 내 곁으로 다가왔다.
“두 사람, 축하하려고. 내가 이거 은밀하게 준비하려고 얼마나 애쓴 줄 알아.”
케이크를 든 전태국이 투덜거렸다.
“이 케이크도 직접 주문한 거라고.”
케이크에는 ‘페이스 노트’ 캠퍼스와 마크 그리고 내가 있었다.
“부회장님이 이렇게 세심하게 준비하실 줄은 몰랐어요. 저희에게 대표님이 분명 파티 때 혼자 시간 보내러 갈 테니까, 모두 준비하라고 했거든요.”
“데니얼, 내 말 맞지?”
“전 그것까지는 몰랐는데. 부회장님 말이 맞네요.”
전태국은 이미 내 버릇도 알고 있었다.
“성국, 마크. 내 오랜 친구들을 내가 직접 축하해주고 싶어서 준비한 거야. 이렇게 멋진 본사를 지어서 이전한 거 축하해. 두 사람, 여기서 오래오래 행복하기를 바랄게.”
전태국은 평소와 달리 진지하게 축하를 건넸다.
마크의 눈시울이 붉어지는 게 보였다.
“태국, 고마워.”
“마크, 우리 친구잖아.”
그때, 뒤에서 애덤이 소리쳤다.
“성국, 우리 캠핑 간다는 거 거짓말이에요!”
“애덤!”
“성국, 화내지 마요. 캠핑 가긴 갈 건데, 회사에서 할 거예요.”
샘이 얼른 덧붙였다.
아무래도 두 사람을 위해서 회사에 캠핑 구역이라도 만들어야할 것 같았다.
“두 사람은 정말 못 말리겠어요.”
“성국, 마크… 얼른 촛불이나 꺼. 지금 두 사람이 불에 타고 있는 거 보이지?”
마크와 내 모습을 본뜬 초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아빠, 아빠가 타고 있어! 머리가 사라졌어!”
뒤에서 올리비아도 소리를 질렀다.
나는 마크의 등을 토닥였다.
“마크, 하나, 둘, 셋 하면 부는 거야.”
“응.”
우리는 동시에 외쳤다.
“하나, 둘, 셋!”
이때, 나와 마크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샘과 애덤이 우리 얼굴을 그대로 케이크에 박아버렸다.
나와 마크는 케이크 범벅이 된 얼굴를 보면서 웃어댔다.
“마크, 네 코에 내 다리가 껴있어.”
“성국, 너 지금 우리 회사 다 뭉갠 거 알아?”
“두 사람, 둘만 너무 행복하지 말고 나도 좀 끼워줘.”
전태국의 말에 나와 마크는 남은 케이크를 전태국의 얼굴에 비벼버렸다.
나와 마크, 사람들은 웃어댔다.
이제 나는 저번 생처럼 혼자가 아니었다. 그리고 이번 생에서는 저번 생처럼 죽지 않는 것이라는 희미한 예감이 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