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568)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568화(568/576)
제568화
나의 2016년 연말.
그리고 25살의 마지막 밤은 ‘페이스 노트’ 캠퍼스 한편에 마련된 텐트에서 보내게 됐다.
샘과 애덤은 실제로 텐트를 캠퍼스 내에 쳤다.
“성국, 여기는 보안도 좋고… 아무리 연휴라지만, 우린 사무실에 보안만 통과하면 들어갈 수 있으니 화장실 걱정 없고. 거기다 탕비실에 각종 물품들도 있잖아요. 괜히 다른 캠핑장 가서 곰과 마주칠 걱정 안 해도 되잖아요.”
애덤이 둘러댄 핑계였다.
그리고 갑자기 캠핑에 꽂힌 현 재벌 3세. 현 삼전 그룹 부회장 전태국은 인근 캠핑 전문점에서 각종 장비를 공수해 왔다.
‘페이스 노트’ 캠퍼스 잔디밭 위에 총 네 개의 텐트가 쳐졌다.
마크네 가족을 위한 텐트.
샘과 애덤이 지낼 텐트.
구진성과 이건주가 지낼 텐트.
그리고 나와 전태국이 지낼 텐트였다.
전태국은 팔짱만 낀 채 텐트가 쳐지는 것을 봤다. 인건비가 비싼 미국이지만, 돈으로 안 되는 게 없는 나라이기도 했다.
“형, 원래 캠핑의 묘미는 직접 텐트도 치고 그러는 거 아닐까요?”
“그건 돈 없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판타지일 뿐이야. 세상에 편한 거 싫어하는 사람 없어.”
“그럼, 텐트 말고 호텔에서 자야죠.”
“에이, 그건 감성이 다른 거지. 호텔에서야 수없이 잤고, 앞으로도 잘 거지만 텐트는 색다른 경험이잖아.”
마크는 리미미와 원래 캠핑을 자주 다녀서인지 집 안에 있는 장비까지 챙겨왔다.
“성국아, 우리 직원들과 캠핑 주간 같은 거 만들어서 한 달에 한 번 정도 캠퍼스 내 구역에서 캠핑하는 거 어때?”
“아주 캠핑 존을 만드는 건 어때?”
“그거 좋은 아이디어인데?”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마크, 내 말은 절대 그러면 안 된다는 거야. 캠핑 후에 뒷정리와 청소는 어쩌려고?”
“그럼, 한 달에 한 번 정도 어때? 이벤트성으로 해도 좋지. 안 그래?”
“그래, 생각해보자.”
코로나 시대가 오면 전 세계적으로 인적이 드문 자연을 찾는 사람이 많아져 캠핑 붐이 불긴 한다.
[소소하게 캠핑용품 회사나 인수해볼까….]이때, 올리비아가 총총걸음으로 달려왔다.
“삼촌!”
“응, 올리비아.”
“삼촌, 올리비아가 크면 삼촌이랑 결혼할 거라니까 아빠가….”
안 들어도 알 것 같은데?
“아빠가… 삼촌 같은 사람만 데리고 오래.”
“진짜?”
[마크, 나를 사윗감 정도로까지 생각한 줄은 몰랐어.]올리비아가 얼른 대답했다.
“아빠가 삼촌 같은 사람이라고 했지, 삼촌은 아니라는 말이래.”
[그럼, 그렇지.]마크가 얼른 달려와서 올리비아를 안아 들었다.
“성국아, 이맘때 애들은 이상형이 자주 바뀌는 거 알지?”
“마크, 그래도 나 같은 사람이라면 괜찮다는 말이잖아.”
마크가 어깨를 으쓱했다.
뭐지? 저건 내 포즈인데?
“성국아, 세상에 너 같은 사람은 절대 두 명일 수가 없어. 그러니까 한 말이지.”
마크는 얼른 올리비아를 안아 들고 텐트로 도망갔다.
샘과 애덤의 텐트에서는 이미 바비큐가 시작됐고, 전태국은 텐트 꾸미기에 여념이 없었다.
구진성과 이건주는 샘과 애덤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서 한국 요리를 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보통 시간이 나면 가족과 친구와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한가롭고 여유롭게 고기 굽고, 술 마시며 노는 게 영 체질에 맞지 않았다. 일할 때보다 심심했다.
전태국이 손을 탈탈 털며 텐트에서 나왔다.
“성국아, 우리 텐트도 다 완성됐어. 들어가 보자.”
“네, 형.”
전태국이 돈을 처바른 텐트는 역시 남달랐다.
가장 웅장한 텐트였고, 텐트 안에는 없는 게 없었다. 심지어 감성 조명까지 반짝이고 있었다.
“성국아, 어때?”
“형, 나중에 부업 삼아 캠핑용품 업체 하나 인수해보세요.”
“그럴까? 네가 마스크 회사 인수했듯이?”
[구치소 다녀와서 생각해, 전태국.]나는 빙긋 웃었다.
분주한 다른 사람들과 달리, 나는 모든 게 조금 따분했다.
[일이나 할까… 사무실도 바로 옆인데….]이때, 핸드폰이 울렸다.
누구지?
2016년 마지막 날에 예의 없이 전화할 사람.
그 사람은 바로.
“도날드, 어쩐 일이세요?”
– 성국, 내가 말이야. 다음 달이 취임식이지 않나.
“초대장 받았어요.”
– 그건 그거고. 내가 대통령이 되면 좀 이슈를 만들고 싶거든. 그걸 자네랑 좀 상의해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 이슈인가?
“도날드, 북조선과 이슈를 만들고 싶은 거죠?”
– 역시 자네는 내가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인정하는 천재인 거 알지? 자네, 지금 어딘가?
도날드 트럼펫은 성격 급한 것으로도 유명했다.
“지금 회사에서 친구와 가족들과 함께 캠핑하고 있어요.”
– ‘페이스 노트’ 본사 말인가?
“네.”
– 오늘은 행사가 많아서 안 되겠고. 내일 내가 바로 날아가겠네. 거기로….
도날드 트럼펫은 전화를 끊었다.
연휴 동안 할 일이 아무래도 생긴 것 같았다.
도날드 트럼펫은 제일 황당한 미국 대통령이 될 것이다. 특히 북조선과의 관계에 있어서.
* * *
“대표님, 무슨 생각 하세요?”
김미소가 생각에 빠진 나를 쳐다봤다.
“김미소 씨는 여기 어떻게 왔어요?”
“리미미 씨가 불렀어요. 혼자면 와서 같이 저녁 먹고, 텐트에서 자고 가라고요.”
“마크는….”
우리를 본 리미미가 외쳤다.
“사장님네 텐트에 자리 있죠? 마크, 거기서 잘 거예요.”
그러곤 눈을 찡긋했다.
무슨 의미지?
나는 괜히 머리를 긁적였다.
“김미소 씨, 연휴에 집에서 쉬는데, 괜히 나온 거 아니에요?”
“저도 마침 적적하던 차였어요. 동생도 어학연수 마치고 한국 들어갔잖아요.”
한동안 같이 살던 여동생도 한국에 들어가서, 김미소는 미국에서 혼자 지냈다.
“그럼, 다행인데… 리미미 씨, 텐트는 애들도 복작일 텐데요.”
“제가 아이들을 좋아하잖아요.”
“김미소 씨! 오랜만이에요!”
전태국이 우리 둘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그러곤 김미소에게 와인을 내밀었다.
“이거 좀 드세요.”
“감사합니다, 부회장님.”
“성국아, 오늘 밤. 별이 참 반짝이지 않니?”
“형, 갑자기 감성적인 거. 안 어울려요.”
“나야 항상 낭만적이지.”
[그럼, 이 자리에서 좀 빠져줘야 하는 거 아니야? 인간적으로! 전태국!]전태국은 와인을 호로록거리며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이렇게 오래된 인연들과 2016년의 마지막 밤을 같이 보내니 좋구나. 성국아, 2017년에는 너도 연애 좀 하고 그래. 내가 소개팅 주선해줄까?”
“저보다 급한 건 형 같은데요.”
“난 자만추잖아.”
“그건 또 뭐예요?”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한다고. 소개팅, 선. 이런 거에 매이지 않을 거야. 인연은 운명 아니겠어?”
순간 나와 김미소는 눈이 마주쳤고. 동시에 슬쩍 미소를 지었다.
전태국은 우리가 웃은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와인을 홀짝이며 계속 중얼거렸다.
“성국아, 내년에는 나도 일도 좀 열심히 하고… 인연도 만나고 해야지.”
[미안하지만, 구치소가 먼저야.]“김미소 씨는 내년 계획이 뭐예요?”
전태국은 불쑥 김미소에게 물었다.
“전… ‘페이스 노트’에서 더 확실히 자리 잡는 거요. 대표님 따라 들어왔지만,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아서요.”
“연애는 안 해요?”
“저도 자만추라….”
“자만추가 뭐예요?”
어느새 구진성과 이건주도 우리 옆으로 와서 앉았다.
“저도 오늘 처음 들었는데,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하는 거래요. 이성 관계에서요. 전태국 부회장님이 알려주셨어요.”
“태국아, 넌 역시 이런 건 빨라.”
“진성이 형이 느린 거지.”
“우리도 끼워줘.”
마크가 이번에는 둘째 로즈를 안고 끼어들었다.
그리고 샘과 애덤도 바비큐를 들고 옆으로 앉았다.
리미미가 두 딸까지 데리고 오니, 어느새 우리는 모두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잔디 위에 주르륵 앉아 있었다.
그 말인즉슨, 나와 김미소의 시간은 쫑났다는 의미였다.
도대체 틈을 줘야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하든 말든 하지….
나는 한숨을 푹 내쉬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우리 달 보며 새해 소망이나 빌어요.”
그러자 모두 눈을 감고 각자의 소원을 빌었다.
나도 속으로 새해 소망을 떠올렸다.
[엄마, 아빠 건강하게만 해주세요. 돈은 제가 벌 테니까요. 민국이는 올해 빌보드 차트에 오르고 미국 무대 데뷔도 할 테니, 사건 사고 없게 해주세요. 그리고 지희는 사법연수원 졸업하고 제대로 밥벌이 하게 해주세요. 하아… 그리고 저는 올해 흠… 김미소 비서와 자연스러운 만남 좀 추구하게 해주세요! 달님!]* * *
나는 깨질 듯한 머리를 부여안고 텐트를 나왔다.
마크와 전태국의 코골이가 너무 심해서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시간을 보니 새벽 여섯 시 정도였다.
다들 새벽까지 술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 탓에 모든 텐트는 고요했다.
나는 주전자를 버너에 올렸다.
아무래도 커피 한 잔이 간절한 타이밍이었다.
부스럭부스럭 소리가 들리더니 옆 텐트에서 김미소가 잠이 덜 깬 얼굴로 나왔다.
“대표님, 안 주무셨어요?”
“좀 전에 깼어요. 김미소 씨는요?”
“저는 원래 술을 마시면 잠이 자주 깨서요.”
“커피 물 올렸는데, 한잔하실래요?”
“좋죠.”
김미소는 옆으로 와서 앉더니 재빨리 커피 믹스를 뜯어서 컵에 부었다.
아무래도 어제 소원 빈 효과가 조금 나타나는 모양이었다.
“커피 믹스는 누가 가져온 거예요?”
“태국이 형이요. 태국이 형이 커피 믹스 좋아하거든요.”
“부회장님은 재벌인데, 종종 우리가 생각하는 재벌을 벗어나실 때가 있어요.”
“그렇죠.”
물 끓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얼른 주전자를 들어서 컵에 따랐다.
김미소는 수저를 찾아서 내가 물을 따른 컵을 젓기 시작했다.
[역시 우리는 손발이 잘 맞아.]나는 따뜻한 커피를 김미소에게 내밀었다.
“드셔보세요.”
“대표님, 먼저 드세요.”
“아니에요.”
김미소는 마지못해 커피를 받아들었다.
“어때요?”
“맛있는데요. 캠핑 와서 커피 마시니 좋네요.”
[흠… 마크 말대로 캠핑 존을 만들어볼까? 캠핑 회사 인수를 좀 진지하게 생각해야겠는데….]나는 흐뭇한 얼굴로 믹스 커피를 마셨다.
달달한 커피를 좋아하진 않지만 김미소와 마시니 평소보다 맛있게 느껴졌다.
“참, 김미소 씨. 캠핑 끝나고 이번 연휴에 다른 일 있어요?”
“다른 약속은 크게 없습니다, 대표님.”
[그럼, 데이트 신청을 해볼까? 영화 보자고 할까? 밥 먹자고 할까? 앗! 둘 다 해야지!]나는 커피잔을 가만히 내려놨다.
이제 드디어 내 인생에도 터닝포인트가 온 것 같았다.
일은 누구보다 열심히 했으니… 이제 연애를….
“어….”
이때, 김미소의 시선이 내 뒤로 향했다.
“왜 그래요, 김미소 씨?”
“대표님, 뒤 좀 보세요. 차들이 오고 있어요.”
“차요?”
뒤돌아보니 김미소의 말대로 수많은 차들이 ‘페이스 노트’로 들어오고 있었다.
동시에 핸드폰이 울렸다.
도날드 트럼펫이었다.
나는 맥빠진 얼굴로 전화를 받았다.
“도날드, 지금 우리 회사로 들어오는 거 당신 맞죠?”
– 성국, 새해 카운트다운 하자마자 지금 날아온 거야. 자네 만나려고.
“북조선 문제가 그렇게 급한 건 아닐 텐데요.”
– 성국, 내가 성격이 좀 급하지 않나…. 주차장에 차 대고 바로 갈 테니, 자네가 마시는 커피 나도 한 잔 부탁하네.
“그러죠, 도날드….”
나는 힘없이 전화를 끊었다.
아무래도 올해도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하기에는 바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