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569)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569화(569/576)
제569화
나는 잘 타진 믹스 커피를 도날드 트럼펫에게 내밀었다.
도날드 트럼펫은 이제 곧 미국의 45대 대통령이 된다.
믹스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도날드 트럼펫은 만족스러운지 입꼬리를 올렸다.
“성국, 이 커피 왜 이렇게 맛있지?”
“한국 사람들은 항상 최적의 비율을 찾아내거든요.”
나도 오랜만에 믹스 커피를 쭉 들이켰다.
“흠… 그렇지. 한국 사람들은 항상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지. 자네처럼 말이야.”
[이런… 이 말이 왠지 내 발목을 잡을 것 같은데….]도날드 트럼펫은 빙긋 미소를 지었다.
“성국, 사람들은 내가 미국 대통령이 된 걸 싫어하는 것 같아. 자네 생각은 어떤가?”
[알면서 왜 물어, 도날드.]나는 조용히 시선을 돌려서 해가 떠오르는 하늘을 쳐다봤다.
“침묵은 긍정인가?”
“미국은 자유주의 국가잖아요. 다들 자신이 원하는 후보를 지지할 자유가 있는 나라이기도 하고요. 도날드, 중요한 것은 이번에는 당신을 지지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는 거예요.”
“그렇지!”
도날드 트럼펫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성국, 내가 이번에 당선되면서 목표가 하나 생겼어.”
왠지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우선 모른 척했다.
“뭔데요, 도날드?”
“노벨평화상을 타고 싶단 말이지.”
역시….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그래서 북한 이야기를 한 거군요.”
“역시 자네는 내가 아는 어느 사람보다 정치적 감각이 있다니까. 이 기회에 미국에 귀화하면 내가 자네의 정치적 후견인이 되어주겠네.”
[도날드, 그건 절대 사양할게.]나는 그저 웃었다.
“도날드, 호의는 고맙지만 전 한국인인 게 좋습니다.”
“흠… 그 불안한 반도 국가에 사는 게 뭐가 좋다는 건지. 암튼, 자네가 해줘야 할 일은 말이야….”
도날드 트럼펫의 얼굴이 굳었다. 그건 그만큼 심각한 일이라는 의미였다.
“지금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한 명을 미국에 다시 데리고 와야 할 거 같거든.”
“흠… 어서 웜비어 말하는 건가요, 도날드?”
“역시 자네는 모르는 게 없군.”
어서 웜비어는 북한이라는 나라에 호기심을 가지고 패키지여행을 간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하지만 출국을 앞두고 북한의 선전물을 불법으로 수거해서 미국으로 가지고 가려고 했다는 누명을 쓰고, 북한에 억류된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이 사건은 해결되지 않았다.
현재 어서 웜비어는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이건 보통 골치 아픈 사건이 아니다.
사실 지금 어서 웜비어는 식물인간 상태이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추측이 있었지만, 북한 당국에서 평범한 대학생에게 혹독한 고문을 가한 게 원인이었다.
“도날드, 어서 웜비어가 북한 언론에 등장하지 않은 지 좀 됐어요. 북한이라는 나라의 특성상 이용하기 좋은 미국인을 언론에 드러내지 않다는 것은….”
“설마, 무슨 문제가 있는 건가?”
“그럴 수도 있단 예감이 드네요.”
그리고 내 예감은 틀리지 않을 것이다.
도날드 트럼펫은 생각에 잠긴 얼굴이었다.
전 정부에서도 실패한 북한과의 협상을 이끌어내서 어서 웜비어를 데려오면, 보수 지지층에서 도날드 트럼펫의 인기는 극에 달할 것이다.
부정적이었던 여론도 돌아서는 계기가 될 것이기도 했다.
도날드 트럼펫은 턱을 매만졌다.
“성국, 어쨌든 무고한 미국 시민을 북한 땅에서 죽게 할 수는 없네. 만약 이 일을 자네가 나서서 중재해준다면, 내가 가만히 있겠나? 나, 이제 미국의 대통령일세.”
도날드 트럼펫은 말을 마치고는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이 미끼를 안 잡는다면, 사업가가 아닐 것이다.
“도날드, 그럼 북한에 갔다가 무사히 돌아올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세요. 제가 한국 사람인 건 아시죠?”
“물론이지. 그건 걱정 말게나.”
“그리고 어서 웜비어를 어떻게든 빼 온다면, ‘페이스 노트’에 대해 어떤 혜택을 주실 거죠?”
“내가 아는 모든 혜택의 1순위는 내 임기 동안 ‘페이스 노트’가 될 걸세. 물론 자네가 운영하는 모든 SNS와 함께.”
[나쁘지 않은 제안이군.]하지만 나는 속내를 숨긴 채 굳은 얼굴로 도날드 트럼펫을 쳐다봤다.
“어서 웜비어의 상태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난 그저 전 정권도 하지 못한 일을 내가 하고 싶단 말이지. 오히려 전 정권이 너무 안일하게 대처했다고 탓할 수도 있고 말이야.”
“그럼, 이 거래는 성립된 것으로 알겠습니다.”
“내 취임식 마치자마자 특별기로 자네가 평양에 갈 수 있게 준비하겠네.”
“네, 도날드.”
* * *
전태국이 하품을 하며 텐트에서 나왔다.
“성국아, 도날드 트럼펫이 아침부터 왜 널 찾아온 거야?”
“뭐, 그냥… 취임식 이야기 좀 했어요.”
나와 도날드 트럼펫의 거래는 당연히 발설하면 안 되는 비밀이기도 했다.
“성국아, 도날드 조심해. 도날드 트럼펫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잖아.”
[전태국, 이제 사람 보는 눈도 생긴 거야?]“조언 고마워요.”
“이제 내 말도 듣는 거야?”
“형의 조언은 대부분 제가 아는 것이지만, 그걸 옆에서 한 번 더 누가 상기시켜주면 잊어버리기도 힘들잖아요.”
“그럼 그렇지… 새해라고 사람이 달라지진 않지.”
“사람은 변하지 않아요….”
나는 팔짱을 꼈다.
도날드 트럼펫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전태국의 말처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번 일도 나를 특사로 임명한 데는 이유가 있다.
괜히 미국인이 나서서 북한과 협상을 하다가 결렬되면 미국 정부의 과오가 되지만, 나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핑계를 대기 좋았다.
그리고 도날드는 내가 제안을 거절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사실도 누구보다 잘 알았다.
비록 미국인인 마크와 같이 경영하지만, 여전히 난 이곳에서 외국인이었다.
정부의 각종 혜택에서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제외시킬 수도 있었다. 도날드 트럼펫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위인이었다.
하지만 내가 그동안 봐온 도날드 트럼펫의 장점은 딱 하나가 있었다. 그의 수단이 되어준다면, 보상도 따른다는 것이다.
“대표님, 부회장님. 라면 드세요!”
뒤에서 이건주가 소리쳤다.
“성국아, 캠핑하고 아침에 먹는 라면은 거부할 수 없지?”
“어서 먹죠.”
나와 전태국은 끓는 라면 냄새에 홀린 듯이 끌려갔다.
* * *
버락 오마하의 취임식에 이어서 세 번째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다.
각종 카메라는 정치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세 번이나 초대받은 나를 연신 찍어댔고, 같이 온 넷플렉스 다큐팀도 옆에서 물었다.
“성국, 어떻게 민주당과 공화당 대통령 취임식에 모두 참석할 수 있는 거죠? 그것보다 어떻게 버락과 도날드와 모두 친할 수가 있죠?”
“전 외국인이잖아요. 우선 미국 내에서 투표권이 없으니까 그들이 저를 경계하지 않는 거죠. 이런, 늦겠네요.”
나는 대충 핑계를 대고 카메라를 피해서 취임식장으로 뛰어 들어갔다.
내 옆자리는 JNN의 케이트 콜린스가 앉아 있었다.
케이트 콜린스는 도날드 트럼펫을 지지하지도 않았지만, 내 덕분에 대통령 당선 이전에 도날드 트럼펫과의 심도 깊은 인터뷰를 촬영했다. 결과적으로 도날드 트럼펫은 그 인터뷰를 꽤나 마음에 들어 했다.
“성국, 내가 이 초대장을 받은 이유가 너 때문인 거 같은데. 맞지?”
케이트 콜린스는 기자답게 예리했다.
“그렇지.”
“그리고 나한테 왜 여권이랑 가방 챙겨오라고 한 거야?”
“취임식 마치자마자 갈 데가 있어.”
“성국아, 네가 종종 잊나 본데. 너는 누구의 허락도 필요 없이 회사를 안 나올 수 있는 대표지만, 난 직원이야. 상부의 허락이 필요하다고.”
“걱정 마. 지금 다 처리 중일 거야.”
케이트 콜린스가 심각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성국, 도대체 무슨 일을 벌이는 거야?”
“어서 웜비어, 알지?”
그 이름을 들은 케이트 콜린스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케이트 콜린스는 정신을 차리려고 손으로 얼굴을 몇 번 치더니, 나를 쳐다봤다.
“성국, 지금 혹시….”
케이트 콜린스는 말을 잇지 못했다.
“케이트, 취임식이 끝나자마자 우리는 바로 공항으로 이동해서 특별기를 타고 평양으로 갈 거야. 그곳에서 어서 웜비어를 미국으로 송환하려는 협상을 비밀리에 진행할 거야. 이건 모두 엠바고야.”
“그럼, 내가 가면 안 되는 거 아니야?”
“성공하면 떠벌리기 좋아하는 도날드 트럼펫이 가만있겠어?”
“그때를 대비해서 기사를 쓸 기자가 필요한 거구나?”
“응.”
나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성국. 만약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 거야?”
“그런 일 없게 만들어야지.”
* * *
특별기에 오르고 나서 나와 케이트 사이에는 대화가 크게 오가진 않았다.
둘 다 북한에 들어간다는 긴장감도 컸고, 조사할 자료가 많았기 때문이다.
저번 생에서 북한에는 몇 번 다녀왔다.
남과 북이 분위기가 좋을 때마다 경제 특사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했다.
고작 공연을 보고, 옥류관 냉면을 먹은 게 다지만 아주 낯선 곳은 아니었다.
하지만 케이트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나는 조용히 케이트를 불렀다.
“케이트, 긴장돼?”
“안 된다면 거짓말이지. 우린 지금 세계에서 유례없는 독재국가에 들어가는 거잖아. 그리고… 모든 게 비밀이라는 것은 우리가 어떻게 되든 정부에서 책임지지 않겠다는 의미이기도 한 거 아니야?”
“그래서 네가 필요했어.”
“내가 왜?”
“넌, 미국인이잖아.”
케이트는 포기한 듯 허탈하게 웃었다.
“성국, 만약 내가 북한에서 살아나가지 못하면 너, 나랑 북한에서 결혼해야 한다. 알았지?”
“케이트, 이 기회에 소망을 이루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성국!”
나의 농담에 케이트도 조금 긴장을 풀었다.
때마침 기내방송이 나왔다.
– 저희는 약 30분 후 평양 순안 국제공항에 도착하겠습니다.
나와 케이는 다시 말을 잃었고, 우리는 좌석벨트를 착용했다.
* * *
우리가 도착한 시각은 다행히 아침이었다.
북한은 전력 사정이 좋지 않아서 밤에 도착하면 이동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일정을 맞췄다. 덕분에 나와 케이트는 바로 협상장으로 가야 하는 강행군을 해야만 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딱 12시간이었다.
나와 케이트는 협상단을 만나고 어서 웜비어의 상태를 확인한 후, 다시 평양 순아 공항으로 이동해서 오늘 밤 미국으로 돌아갈 계획이었다.
북한의 제복을 입은 젊은 남자가 우리를 맞이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북한 외교부 소속 김유명입니다.”
김유명은 영국식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했다. 어린 시절을 외국에서 보낸 북한의 특권층인 듯했다.
“전성국 대표는 익히 잘 알고 있습니다. 남조선이 낳은 세계적인 기업가로 알고 있습니다.”
“알아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어서 웜비어의 상태를 확인하고 싶습니다.”
나는 시간이 없었고, 협상에 어떻게든 유리한 위치를 잡기 위해서는 어서 웜비어의 상태를 먼저 확인하는 게 좋았다.
김유명은 내 말을 듣더니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미국은 말이에요. 광우병이 문제에요. 저희 북한에서 광우병에 걸린 이 미국인의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돈을 얼마나 쓴 줄 아십니까?”
역시….
내 예상대로 북한이 속내를 드러냈다.
북한이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거야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고, 고립된 경제 상황 때문에 외화벌이도 힘들었다.
“광우병이요?”
나는 모른 척 물었다.
“미국에서 광우병 청정지역인 북조선에 광우병을 퍼트리기 위해서 일부러 광우병 걸린 미국인을 입국시킨 거 아닙니까?!”
나는 피식 웃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김유명 씨, 지금 그 말은 어서 웜비어의 상태가 좋지 않고. 그런 어서 웜비어를 데리고 가려면 돈을 내란 말이군요.”
“역시 자수성가한 사람은 말귀를 잘 알아듣네요.”
“우선, 어서 웜비어 상태를 확인하죠.”
“가시죠, 병원으로.”
케이트 콜린스가 뒤에 바싹 붙었다.
“성국아, 어서 웜비어가 광우병에 걸렸다는 거야?”
“거짓말인 거 알잖아. 돈 뜯어내려는 거지.”
“이번 정부가 포로에 대해서 돈을 지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는데, 협상 자체가 안 되는 거잖아.”
나는 케이트 콜린스를 차분하게 쳐다봤다.
“케이트, 도날드가 날 보낸 이유가 하나 더 있지.”
“세상에!”
케이트는 입을 떡 벌렸다.
도날드 트럼펫이 나를 북한에 보낸 이유 중 하나는 내가 북한이 요구하는 금액을 지불할 능력의 재력가라는 것이었다.
지금 도날드 트럼펫은 손 안 대고 코를 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