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570)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570화(570/576)
제570화
김유명은 우리를 평양의 어느 병원으로 안내했다.
비공식이지만 미국 특사 자격으로 갔기 때문에 나와 케이트 콜린스를 보호하는 미국의 군인들이 있었다. 하지만 어쨌든 이곳은 평양이었다.
저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우리의 목숨은 파리와 다를 게 없었다.
차가 멈춰서고, 평양이라는 붉은 한글이 적힌 병원 앞에 도착했다.
병원은 한눈에 봐도 한산해 보였다. 북한의 의료시설 역시 문제가 있는 게 분명했다.
병원 로비도 한산했다.
환자들이 간혹 보이긴 했지만, 일반 시민들이 편하게 이용하는 병원은 아닌 것 같았다.
나는 은근히 김유명에게 물었다.
“환자가 많지 않네요.”
“이곳은 공산당 당원들을 위한 병원이라 그렇습니다. 하지만 저희 북조선에서는 일반 시민들 역시 지역의 병원을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 나라와 달리 말입니다.”
김유명은 내 질문을 의식한 듯 대답했다.
“그렇군요.”
김유명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에 멈췄다.
이 병원의 꼭대기 층인 듯했다.
우리가 내리자 기다리고 있던 의료진들이 마스크를 내밀었다. 의료용 얇은 마스크였다. 마감이 조악했고, 냄새도 났다.
케이트 콜린스도 미간을 구겼다.
“성국, 이거 새것 같지 않은데.”
“우선 아무 말 없이 쓰자.”
“그래야지.”
케이트 콜린스는 조용히 마스크를 썼다.
마스크를 쓴 의료진 한 명이 나서서 안내를 했다. 나는 북한말을 쉽게 알아들었지만, 케이트 콜린스는 통역이 필요했다.
“어서 웜비어는 작년까지 노동교화형을 수행하다가 갑자기 어느 날 쓰러졌습니다. 북한의 우수한 의료진의 조사 결과 어서 웜비어의 행동에서 광우병 증상을 발견해 역학 조사를 한 결과, 어서 웜비어가 북한에 입국 전 미국에서 광우병이 걸린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나는 케이트 콜린스에게 간략하게 북한 의료진의 말을 통역했다.
“북한에서 소고기를 먹고 걸렸을 수도 있지 않나요?”
케이트 콜린스는 즉각적으로 질문을 했고, 김유명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북한에서 소고기를 먹을 수 있는 사람은 특권층들뿐이었다. 노동교화령을 받은 미국인에게 소고기를 줄 일은 없었을 것이었다.
“기자 양반, 북한은 광우병 청정지역입니다. 미국에서 소고기를 먹고 광우병 걸려온 주제에, 뭐라 떠드는 겁니까?”
“북한이 광우병 청정지역이라는 것은 조사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아닙니까?”
케이트 콜린스는 날 선 질문을 던졌고, 나는 조금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나는 얼른 케이트 콜린스를 말렸다.
“케이트, 여긴 북한이야. 그런 질문은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괜히 신경만 건드릴 뿐, 어떤 대답도 얻을 수 없을 거야.”
“미안. 나도 모르게….”
케이트 콜린스는 얼른 입을 닫았다.
* * *
우리는 여러 개의 문을 통과해서 어서 웜비어가 있다는 병실에 도착했다.
순간, 나도 케이트 콜린스도 놀라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사진과 영상에서 본 어서 웜비어는 분명 건장한 20대 청년이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눈앞에 누워 있는 어서 웜비어는 해골에 가까웠다.
어서 웜비어가 이렇게 된 게 최근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김유명 씨, 어서 웜비어가 이렇게 입원한 지 얼마나 된 거죠?”
“최근의 일입니다.”
김유명은 잡아뗐다.
어차피 기대도 안 했지만, 그들의 태도는 상당히 뻔뻔했다.
“어서 웜비어가 이렇게 된 이유가 광우병 때문이라 말씀하셨는데, 그동안의 의료 기록을 볼 수 있을까요?”
“전성국 대표, 당신은 컴퓨터 전문가 아닙니까? 의사도 아니면서 보면 뭘 압니까?”
“그럼, 그 기록들을 미국으로 보내서 전문가들에게 검토를 부탁할 수 있을까요?”
“지금 북한의 기밀을 미국으로 빼돌리겠다는 말입니까?”
억지를 부리는 사람과는 대화가 불가능했다.
그리고 이건 김유명이 아니라 북한이라는 나라 자체의 특성이기도 했다.
어서 웜비어는 광우병으로 쓰러진 게 아니었다. 그리고 이렇게 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저는 미국 특사 자격으로 이곳에 온 겁니다, 김유명 씨. 어서 웜비어의 상태를 확인했고, 북한에서는 더는 치료가 불가능해 보입니다. 저는 가능한 한 빠르게 어서 웜비어를 미국으로 이송해야 한다고 보는데요.”
“우리도 바라는 바입니다. 미국 소를 먹고 병에 걸린 미국인을 우리도 북한에 한시도 더 두고 싶지 않습니다. 단, 우리 북조선 인민민주주의 공화국이 입은 피해를 미국도 확실히 보상해야 할 것입니다.”
김유명은 다시 한번 그들의 목적을 명확히 했다. 바로 돈이었다.
“알겠습니다. 백악관과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그동안의 병원비 내역서를 보내주시죠.”
“역시 사업가라 셈이 빨라 말이 통하네요. 어서 웜비어의 상태는 확인했으니, 식사를 하고 계시면 제가 당과 이야기해서 결과를 가지고 오겠습니다.”
* * *
김유명이 당과 상의하기 위해 자리를 비운 후에 우리를 안내할 여자 안내인이 곧 병원 대기실에 들어왔다.
나는 그 여자 안내인을 한눈에 알아봤다.
저번 생에서 북한을 방문했을 때, 나와 재계 인사들의 안내를 맡았던 여자 안내인이었다.
이번 생에서 다시 만나다니, 신기한 인연이었다.
케이트 콜린스가 속삭였다.
“성국, 북한에는 미인이 많나 봐.”
“그런 사람을 뽑았겠지.”
여자는 우리의 이야기를 듣더니, 싱긋 웃었다.
“칭찬 감사합니다.”
“영어를 잘하시네요.”
“평양 외국어 대학교에서 영어를 전공했습니다. 저는 김성혜라고 합니다.”
[아, 김성혜….]이름도 어렴풋이 기억났다.
미모도 미모였지만, 영어도 능숙했고 말솜씨가 좋아서 인기가 많은 안내인이었다.
“저를 따라오시지요.”
우리는 김성혜의 안내에 따라서 병원 앞에 대기하고 있는 차에 올랐다.
김성혜는 조수석에 앉아서 일정에 대해서 설명했다.
“점심식사를 할 곳은 옥류관입니다. 저희 평양의 자랑인데, 혹시 들어보셨나요?”
“저는 익숙합니다.”
“아하, 역시 전성국 대표는 잘 아시는군요. 전성국 대표는 북한 엘리트 여성 사이에서도 굉장히 유명합니다.”
케이트 콜린스의 그 말에 빙긋 미소를 지었다.
“남자 보는 눈은 세계적으로 비슷한가 봅니다.”
“잘생긴 남자야 다들 알아보죠. 다만, 전성국 대표는 북한 엘리트 여성 사이에서 물찬 제비 스타일로 불립니다.”
“물찬 제비요?”
케이트 콜린스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
“매끈한 것이 보기에는 좋지만, 그만큼 여자 속도 썩일 매력남으로 봅니다.”
“성국이가 생긴 건 그래도, 여자 속 썩일 만큼 여자를 만나지도 않아요.”
“정말요? 엠마 왓튼인가. 유명 배우랑도 사귀지 않았습니까?”
“어머, 북한에서도 그걸 알아요?”
“저희도 그런 가십 좋아합니다.”
내 기억처럼 김성혜는 외국 손님들에게 맞춰서 대화를 잘 이끌어나갔다.
어느새 죽이 맞은 케이트 콜린스와 김성혜는 옥류관으로 가는 내내 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제가 성국이랑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인데, 성국이가 인기에 비해서 여자는 별로 안 만났어요. 일이 워낙 많거든요. 그리고 워낙 혼자 잘나서 눈에 차는 여자도 별로 없고요.”
“워커홀릭. 그런 겁니까, 전성국 대표?”
케이트 콜린스와 수다를 떨던 김성혜가 물었다.
“그냥 일이 좋을 뿐입니다.”
어느새 도로 옆으로 대동강 변이 펼쳐졌다.
김성혜는 능숙하게 옥류관에 대해서 설명했다.
“곧 도착할 옥류관은 대동강 변 옥류교 인근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옥류관이라는 이름도 옥류교에서 따온 것으로 평양의 자랑입니다.”
저번 생에서 북한을 방문했을 때 들은 이야기였다.
“남조선에서는 실향민들이 평양냉면 가게를 열어 대성공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진짜 평양에서 먹는 평양냉면이 진정한 평양냉면이죠.”
케이트 콜린스는 난생처음 먹게 될 평양냉면에 흥미를 느끼는 듯 했다.
“성국아, 평양냉면이 그렇게 유명해?”
“흠… 초심자에게는 쉽지 않은 맛이야. 경험 삼아 즐겨봐.”
“응.”
* * *
나는 옥류관의 평양냉면을 국물까지 쭉 들이켰다.
하지만 케이트 콜린스는 젓가락질부터 애를 먹더니, 반도 못 먹고 젓가락을 내려놨다.
“케이트 동무, 녹두지짐이라도 더 드셔보세요.”
“그래야겠어요. 전 평양냉면은 정말 무슨 맛인지 모르겠어요.”
케이트 콜린스는 김성혜가 내민 녹두지짐은 그나마 조금 먹었다.
나는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2시가 조금 넘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오후 8시에 평양 순안 국제공항을 떠나야 하는데, 김유명에게서 아직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김성혜가 시간을 확인하는 나를 보고는 눈치껏 물었다.
“전성국 대표, 냉면 한 그릇 더 하시렵니까? 또 언제 평양에 와서 옥류관 냉면을 드시겠어요?”
아마 이번 생에서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평양 방문일 수도 있었다.
“한 그릇 더 하죠.”
곧 평양냉면이 한 그릇 더 나왔고, 김성혜는 옆에서 살뜰히 우리를 챙겼다.
케이트 콜린스가 옆에서 조용히 물었다.
“성국, 이렇게 친절하게 대하면서 시간 끄는 거 아니겠지? 우리를 인질로 잡거나….”
“그건 아닐 거야. 비공식이긴 하지만 특사 자격이고, 미국의 특사를 억류할 만큼 북한 사정이 좋아 보이지는 않거든.”
나는 최대한 차분히 평양냉면을 한 그릇 더 먹으면서 기다렸다. 그리고 오후 3시가 넘을 무렵, 김성혜가 연락을 받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식사 마치시는 대로 이동하겠습니다.”
나는 바로 젓가락을 내려놨다.
평양냉면은 충분히 먹은 것 같았다.
* * *
김유명이 어서 웜비어의 병원비로 제시한 금액은 300만 달러였다.
현재 환율로 따지면 33억 정도였다.
물론 과도한 금액이었다.
광우병도 아니었고, 북한은 어서 웜비어의 생명 유지만 했을 뿐 어떤 치료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간의 치료와 투입된 의료 인력 비용 등 모두 포함된 금액입니다.”
케이트는 옆에서 중얼거렸다.
“말도 안 돼….”
하지만 이 제안을 거부할 수도 없었다.
“김유명 씨, 백악관과 전화 한 통화 할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나는 김유명의 안내에 따라 국제전화를 쓸 수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아마 이곳의 모든 전화는 도청 중일 것이다.
나는 백악관에 전화를 걸었고, 이 상황을 설명하자 곧바로 도날드 트럼펫이 전화를 이어받았다.
– 성국, 북한은 어떤가? 살벌하지?
“다음에 기회 되면 도날드도 한번 와보세요.”
– 노벨평화상을 타면 기념 삼아 한 번 가지. 어서 웜비어는 어떤 상태인가?
“식물인간 상태입니다.”
– 이런!
도날드 트럼펫도 조금 놀란 듯했다.
“북한 측에서는 광우병에 걸려서 그렇게 됐다고 하지만, 믿을 수는 없습니다. 동시에 어서 웜비어의 미국 송환 조건으로 그동안 북한에서 쓴 병원비 300만 달러를 달러로 지급할 것을 원합니다.”
– 300만 달러?
“네. 도날드.”
– 자네는 얼마가 적당하다고 보나?
“100만 달러도 많다고 봅니다. 어서 웜비어는 광우병이 아니라 분명 다른 원인으로 쓰러진 것입니다. 그리고 몸 상태로 봐서는 북한 측 주장과 달리 쓰러진 지 오래돼 보였습니다.”
– 흠… 나는 공식적으로는 어떤 포로 협상에도 임하지 않을 건데 말일세.
도날드 트럼펫이 속내를 드러냈다. 물론 예상한 바였다.
“도날드, 걱정 마세요. 대신, 저와 한 약속은 꼭 지켜주세요.”
– 걱정 말게, 성국. 난 포로 협상만 안 하면 되니까.
전화는 곧 끊겼고, 나는 전화기를 내려놨다.
아마 내가 100만 달러로 협상할 것이라는 내용이 저들의 귀에 들어갔을 것이다.
나는 목을 조금 풀고, 기지개를 쭉 켰다.
협상은 이제부터였다.
오후 3시.
앞으로 남은 시간은 최대 다섯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