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573)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573화(573/576)
제573화
<세븐즈>의 행보는 과연 이번 생에서도 이어질까?
일어날 일은 일어나지만, 내가 기억하는 것만큼 성과를 올릴지는 미지수였다.
[이럴 때는 적당한 당근이 필요하지….]나는 얼이 빠진 방무혁을 쳐다봤다.
“아저씨, <세븐즈> 스케줄이 어떻게 돼요?”
“한국에서 엄청 바쁘지. 방송도 여러 개 잡혀 있고… 그거 끝나면 국내에서도 콘서트 좀 열고… 연말에 시상식들 많고. 뭐, 그렇지….”
“아저씨, 이번 달이나 다음 달에 한 일주일 정도만 시간 내주세요.”
“무슨 시간?”
“애들 충전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 제가 여행 보내주려고요.”
방무혁의 눈이 가늘어졌다. 못 믿겠단 눈치였다.
[방무혁, 나 보상은 확실한 사람이야.]“성, 성국아. 혹시 말은 충전인데, 또 뭐 시키는 거 아니지?”
“아니에요. 제 생각에는 이게 시작일 것 같아요.”
“뭐가?”
“<세븐즈>의 미국 진출이요. 아저씨, 믿으실지 안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제 생각에는 <세븐즈>가 빌보드 핫백 1위도 하고, 미국 유명 음악 시상식에서 대상도 타고 그럴 것 같아요. 아마 대한민국의 어느 가수도 해보지 못한 경험을 하게 될 거고, 그만큼 돈도 많이 벌 거예요.”
“하하하.”
방무혁이 내 말을 듣자마자 소리 내서 웃었다.
“성국아, 넌 사업가가 아니라 몽상가 같아. 말만 들어도 행복하지만, 그럴 리는 없지. 한국의 남자 아이돌이… 말이 안 돼.”
“아저씨, 제가 마크랑 ‘페이스 노트’ 창업했을 때도 이렇게 될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어요.”
“하긴….”
내 말에 방무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성국아, 너도 좀 쉬는 게 어때?”
“저요?”
“그래. 민국이가 충전이 필요한 건 보이고, 네가 충전이 필요한 건 안 보이는 거야?”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성국아, 너도 이제는 쉬엄쉬엄 일하란 말이야. 동생 일까지 이렇게 발 벗고 나서주고… 난 네가 더 걱정이야, 성국아.”
“대표님, 저도 대표님이 주말에라도 좀 쉬셨으면 좋겠어요.”
데니얼도 옆에서 말을 보탰다.
“저도 이제는 좀 쉬면서 일할게요. 아저씨, 걱정 마시고 <세븐즈> 멤버들에게 이야기 잘해주세요. 너무 겁먹지도 않고, 너무 들뜨지도 않게요.”
“알았어.”
* * *
방무혁은 많은 소식을 가지고 뉴욕에서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세븐즈>의 빌보드 뮤직 어워드 데뷔 무대부터 토크쇼 출연까지.
아마 이 소식을 듣는 <세븐즈> 멤버들은 놀랄 것이다. 그리고 두렵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할 것이다.
데니얼과 나는 주말 동안 뉴욕에 머무르기로 했다.
방무혁의 말처럼 나에게도 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25년 동안 단 하루도 허투루 쉰 날이 없었다.
아기 때부터 카메라 앞에 나가서 돈을 벌었고, 돈을 번 다음에는 성공하기 위해서 공부를 했다.
그리고 마크와 함께 ‘페이스 노트’를 창업한 뒤로는 주말도 없이 일만 했다.
“데니얼, 근처에 맛있는 레스토랑 예약 좀 해주세요. 오랜만에 쉬는 주말이니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
“네, 대표님.”
데니얼은 금방 대답했지만, 생각해보니 데니얼에게는 나와 식사를 하는 일조차 업무의 연장일 수 있었다.
“데니얼.”
“네, 대표님.”
“지금부터 데니얼도 퇴근하세요.”
“그,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데니얼은 조금 당황한 듯 보였다.
“주말이잖아요. 직장 상사인 저랑 밥 먹는 것도 일의 연장이잖아요. 본사로 돌아가기 전까지 혼자 편히 쉬라고요.”
“대표님, 그럼… 주말 동안 저 혼자 보내란 말씀이세요, 뉴욕에서요?”
“네. 뉴욕에서 할 일 많잖아요. 뮤지컬도 보고, 미술관도 가고요….”
“대표님은 뭐 하시게요?”
“아직 생각한 건 없어요. 그냥 쉬다가 저도 마음 내키는 대로 할 거니까, 너무 걱정 마세요.”
“알겠습니다. 그래도 심심하시거나, 하실 일 있으면 언제든 연락주세요.”
데니얼은 석연치 않은 얼굴로 인사를 했다.
나는 호텔 방으로 돌아와서 우선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3시였다.
[뒹굴뒹굴하다가 밥이나 먹으러 갈까….]나는 정말 아무런 계획도 없이 침대에 누웠다. 잠은 오지는 않았다. 평소에는 특별히 아픈 날 빼고는 낮잠 자는 날도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쉬어야겠단 생각에 몇 번이고 뒤척이면서 침대에 누워 있으려고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잠도 오지 않았고, 쉬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무래도 미술관이라도 가봐야 할 것 같았다.
* * *
미술관을 갔다가 나오니, 밤이 깊었다.
배가 고파서 레스토랑을 찾아갔지만, 금요일 저녁이라 만석이거나 웨이팅이 길었다.
이때, 눈앞에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보였다. 밖에서 봐도 조금 한산해 보였다.
나는 얼른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매니저가 얼른 인사를 하며 나를 빤히 쳐다봤다.
“한 명입니다.”
내가 재빨리 말하자, 매니저가 대답도 없이 고갯짓으로 구석진 자리를 가리켰다.
“저기 앉으라고요?”
말했지만, 매니저는 그저 고개만 끄덕했다.
[불친절해서 사람이 없는 거군.]하지만 배가 고파서 나는 우선 매니저가 가리킨 자리에 앉았다.
매니저는 한참이 지나서야 메뉴판을 가지고 왔다.
나는 얼른 파스타와 샐러드 그리고 맥주를 주문했다.
매니저는 이번에도 고개만 까딱하고는 사라졌다.
계속 불쾌한 기분이 들었지만, 이런 것으로 뭐라고 할 수는 없었다.
곧이어 레스토랑의 문이 열리더니, 조금 익숙한 얼굴의 여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내가 고개를 갸웃하고 여자를 보자, 여자는 머쓱한 듯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곧 불친절한 매니저는 여자를 내 옆자리로 안내했다.
여자는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더니, 나를 힐끔 쳐다봤다.
[나를 알아본 건가….]내가 어깨를 으쓱하는 사이에, 여자가 나를 보더니 조용히 물었다. 그것도 한국말로.
“저, 혹시… 사인해드려요?”
[사인? 지금 나보고 사인해달라는 걸 내가 잘못 들은 건가?]나는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다.
“죄송한데, 사인해달라는 말씀이세요? 아니면 사인해주겠다는 말이세요?”
“역시… 한국 사람 맞으시네요.”
여자는 환하게 미소를 짓더니, 뭔가 이상하단 얼굴로 나를 빤히 봤다.
“근데, 제가 왜 그쪽 사인을 받겠어요.”
“죄송한데, 저도 그쪽 사인받을 일은 없는 것 같은데요.”
“그럼… 왜 저를 쳐다보셨어요? 그것도 레스토랑에 들어올 때부터 빤히요.”
“그건… 어디서 본 얼굴이라서요. 혹시 저 아세요?”
내 말에 여자는 황당하단 얼굴이었다.
“한국분 맞으시죠?”
“네.”
“근데, 저를 모르세요?”
[모르니까 묻지….]내가 빤히 쳐다보자, 여자는 살짝 당황하더니 이내 대답했다.
“저… 수진이에요. 배수진이요.”
“죄송한데, 그쪽 이름을 말하면 제가 알아야 하나요?”
이때, 매니저가 오더니 기분 나쁜 투로 주의를 줬다.
“여기 다른 분들도 식사하고 계십니다. 조용히 하세요.”
배수진은 영어를 잘 못 알아듣는 듯 고개만 갸웃했다.
하지만 나는 매니저의 억양에서 인종차별을 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레스토랑에서 조용히 하라니?
우리는 크게 떠들지도 않았고, 목소리를 최대한 낮춘 채 대화를 했다. 거기다 다른 테이블의 몇몇 사람은 우리보다 더 큰 목소리로 떠들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야 나와 배수진만 레스토랑 깊숙이 앉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도 화장실 가는 통로에.
텅텅 비다시피한 레스토랑의 창가 자리 몇 개는 백인들만 앉아 있었다.
나는 매니저를 차갑게 쳐다봤다.
“저희는 크게 떠들지도 않았고, 다른 테이블은 저희보다 더 시끄럽게 떠드는데 주의를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듣기에는 이쪽이 더 시끄러웠어요.”
“그럼, 이쪽 자리가 목소리가 울리나 보네요. 저랑 이 여자분의 자리를 창가 자리로 바꿔주시죠.”
내 말에 매니저는 어이없단 듯이 우리를 쳐다봤다.
배수진이 내게 속삭였다.
“지금 무슨 상황인가요?”
“매니저가 인종차별을 하는 것 같아요. 저희가 크게 떠들었다고 조용히 하라고 하고, 심지어 창가 자리가 비었는데도 백인들만 앉혀 놨잖아요. 저희는 화장실 바로 앞에 자리를 주고요.”
배수진도 그제야 자리를 보더니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재차 요구했다.
“자리를 바꿔주시죠.”
“저긴 다 예약석입니다.”
“예약석이라는 표시가 없는데요.”
“제가 머리로 다 기억해요.”
매니저는 아무래도 오늘 누군가와 싸우고 싶은 것 같았다.
“이 바쁜 저녁 시간에도 텅텅 빈 자리가 다 예약되어 있는 거군요. 알겠습니다. 대신 저희는 크게 떠든 적이 없으니, 사과하시죠.”
“내가 왜요?”
매니저는 뻔뻔한 얼굴로 나를 내려다봤다.
배수진이 다시 내게 물었다.
“저 사람 진짜 기분 나쁘게 쳐다보네요. 저희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요.”
“제가 사과하라고 했는데, 자기는 잘못한 게 없다고 하네요.”
나는 얼른 배수진이란 여자에게 속삭였다.
“그냥 일어나시죠. 다른 식당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래야겠어요.”
나와 배수진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매니저가 내 팔을 잡았다.
“음식 시켜놓고 도망가려고?”
“안 먹었지만, 안 먹어도 여기 레스토랑 맛이 형편없다는 건 알 것 같아서 나가려고요. 그래도 주문했으니, 계산은 할 겁니다.”
그제야 매니저는 내 팔을 놨다.
“기다려. 계산서 가지고 올 테니.”
배수진은 조금 겁먹은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저기요, 괜찮은 거겠죠?”
“걱정 마세요. 전 돈은 낼 생각이에요. 이런 가게에서 만든 음식은 먹고 싶지 않아서요.”
“나가서 제가 맛있는 걸로 살게요. 사실은 혼자 여행 왔는데, 웨이팅이 다 너무 많아서 그냥 아무 데나 들어온 거였거든요.”
“저도 그랬어요.”
“그리고… 교포세요?”
“교포는 아니고요. 미국에서 오래 살았습니다.”
“그래서 저를 모르시는구나.”
배수진은 내가 자신을 못 알아본 것을 이해하는 것 같았다.
나는 의아한 얼굴로 배수진을 쳐다봤다.
“근데, 진짜 누구세요? 제가 알아봐야 하나요?”
“아… 제가 한국에서 배우 하거든요. <건축학수업>이라고 영화 모르세요?”
“아….”
배수진?!
나는 왜 이 여자의 얼굴이 그토록 익숙했는지 뒤늦게 깨달았다.
배수진은 <건축학수업>이라는 영화로 단숨에 국민 첫사랑으로 떠오른 아이돌 출신의 배우였다.
“근데… 혹시 유명한 분이세요? 그쪽도 저한테 사인해주시겠다고 했잖아요.”
“그게….”
내가 막 대답하려는 찰나에 매니저가 계산서를 가지고 왔다. 그런데 뻔뻔하게 서비스 팁을 30% 붙인 계산서였다.
나는 어이없는 얼굴로 매니저를 쳐다봤다.
“나는 당신한테 받은 서비스가 없는데요.”
“뻔뻔하긴, 이런 동양 놈 같으니라고.”
그러곤 나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쏟아부었다.
나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였다.
“제가 인종차별을 당했는데도, 당신한테 서비스 팁까지 줘야 합니까? 이 레스토랑은 이렇게 장사하는 겁니까?”
인종차별이라는 말에 창가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매니저를 쳐다봤다.
그러자 매니저는 당황한 얼굴로 조용히 말했다.
“어서 계산이나 하고 꺼져.”
나는 화를 참고, 카드를 내밀었다.
내 카드를 본 매니저의 얼굴이 굳는 게 보였다.
나는 일부러 미국에서도 상위 1%에게만 발급해주는 카드를 내밀었다. 레스토랑의 매니저라면 모를 수 없는 카드였다.
매니저는 그제야 굳은 얼굴을 슬쩍 펴더니 다시 물었다.
“식사가 거의 다 만들어졌다고 하는데요. 손님, 식사하시고 가시는 게 어떨까요?”
“식사할 생각도 없고 당신에게 팁을 줄 생각도 없으니 음식값만 계산해주세요.”
나는 단호하게 말했고, 매니저는 어쩔 수 없단 듯이 계산을 했다.
* * *
레스토랑을 나온 나와 배수진은 근처를 조금 배회하다가 편안한 분위기의 버거집에 들어갔다.
배수진은 배가 고팠는지 허겁지겁 버거를 먹으면서 말했다.
“그 레스토랑 생각할수록 기분 나빠요. 전 다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자리도 그렇고. 저희한테만 뭐라고 하고. 인종차별 당한 거잖아요.”
“걱정 마세요. 제가 그 매니저가 하는 말 다 녹음해서 제 ‘페이스 노트’에 올렸어요.”
“‘페이스 노트’는 저도 하는데요. 저도 올릴게요. 한국에서 여행 온 분들이 왔다가 저희처럼 기분 나쁜 대접 받으면 안 되잖아요.”
“아마, 미국 사람들도 더는 안 갈 거예요. 제 ‘페이스 노트’에 올렸으니 기사가 나갈 거거든요.”
배수진이 나를 빤히 쳐다봤다.
“참, 아까 여쭤보려고 한 거요. 근데, 누구세요? 유명한 분이세요?”
나는 감자튀김을 먹으면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전성국이라고 합니다. ‘페이스 노트’ 대표예요.”
동시에 배수진의 토끼 같은 눈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