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576)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576화(576/576)
제576화
오랫동안 간직했던 진심을 털어놓은 나는 머쓱했고, 김미소는 당황한 눈치였다.
전 세계 모든 여성들의 워너비인 내가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으니, 놀랄 만도 한 일이었다.
나는 최대한 표 안 나게 어깨를 으쓱했다.
김미소는 믿을 수 없단 얼굴로 나를 보더니, 어느새 빙긋 미소를 지었다.
“대표님….”
“놀란 거 다 알아요. 내 고백이 뜬금없어 보일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오랫동안 김미소 씨를 지켜보고 있었어요.”
한번 마음을 열자, 말도 술술 나왔다.
“김미소 씨 마음도 중요하니까…. 편하게 말하세요.”
“대표님, 저… 사실은요.”
[설마 집 안에 남자친구 있는 거 아니지, 김미소?]나는 김미소의 어깨 너머로 집 안을 훑었다. 집 안은 고요했다.
“사실은 뭐요?”
[나, 성격 급한 거 김미소도 잘 알잖아. 어서 말해!]“알고 있었어요.”
“뭘요?”
뭘 알고 있었다는 말이지?
갑자기 피가 혈관을 타고 돌면서 얼굴이 후끈거렸다.
“대표님이 저 좋아하는 거요.”
“뭐요?!”
내가 당황하자 김미소가 웃음을 꾹 참는 게 보였다.
“김미소 씨, 그걸 어떻게 알아요? 난 절대 티를 내지 않았단 말이에요!”
“그리고….”
[그리고, 뭐? 김미소, 어서 말하라고!]“저도 대표님 좋아해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어떤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멍하니 서 있자, 김미소가 내 손에 들린 죽 봉투를 들었다.
“이거 저 주시려고 가져오신 거 아니에요?”
“아, 네…. 그럼….”
내가 바보처럼 죽만 주고 돌아서려는 순간, 김미소가 나를 불러 세웠다.
“대표님, 커피 한잔하고 가실래요? 집이 좀 엉망이긴 하지만….”
“괜찮아요. 아니, 괜찮다는 게 그냥 간다는 게 아니라. 집이 많이 엉망이어도 괜찮다는 말이에요. 그럼, 저… 들어가도 돼요?”
“들어오세요.”
나는 그렇게 홀린 듯이 김미소의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현관문이 스르륵 닫혔다.
* * *
마크와 애덤은 오늘따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성국이 회사를 나간 지 벌써 반나절이 지났다. 그런데도 연락조차 없었다.
“애덤, 아무래도 성국이 사고당한 거 아닐까요?”
“김미소 씨랑 잘되고 있다는 사인 아니에요, 마크?”
“아니면 거절당하고 혼자 울부짖고 있던지요.”
“흠… 그럴 가능성도 있긴 하네요.”
“김미소 씨도 좋아하는 거 같았는데.”
마크는 머리를 긁적였다.
“두 분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하세요?”
이때, 마케팅팀의 제니가 들어왔다.
제니는 ‘페이스 노트’ 초창기부터 같이 한 직원이었다.
“제니, 김미소 씨는 좀 괜찮데요?”
“안 그래도 걱정돼서 메시지 보냈는데, 많이 좋아졌대요. 오늘만 쉬고 내일부터 나올 거래요.”
“다행이네요.”
제니는 커피를 가지고 오더니, 조용히 마크와 애덤 앞에 앉았다.
제니는 큰 키에 윤기 나는 까만 피부를 가지고 있었고, 아직 싱글이었다. 제니가 다가오자 모쏠인 애덤은 몸을 잔뜩 웅크렸다.
제니는 궁금한 얼굴로 마크를 쳐다봤다.
“마크, 이건 개인적인 궁금증인데요.”
“흠… 뭔데요?”
“성국이랑 김미소 씨랑 사귀는 거 맞죠?”
“네에?!”
애덤이 옆에서 놀라서 되물었다.
“왜 그렇게 놀라요, 애덤?”
“아니… 두 사람이 이미 사귀는 거예요?”
“아, 그건 아니고요. 제가 일전에 김미소 씨한테 물어본 적 있거든요. 혹시 둘이 무슨 사이냐고요. 왜냐면 김미소 씨가 성국을 엄청 챙기기도 하고, 성국도 마케팅팀에 괜히 와서 김미소 씨랑 별 시답잖은 이야기만 하고 갈 때도 많았거든요.”
“아하….”
애덤은 그제야 이해한 듯 안심했다.
“왜 그런 거 있잖아요. 두 사람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돌고,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것을 숨기는 것 같은데. 주변 사람들은 다 알겠는….”
제니의 촉은 예사롭지 않았다.
그런데 제니의 말을 들을수록 마크와 애덤의 어깨가 처졌다.
“제니, 우선 둘은 확실히 사귀는 건 아니에요.”
“그럼, 조만간 사귀겠네요.”
“우리도 성국이가 제발 솔로 생활을 청산했으면 해요, 제니. 근데, 성국이가 김미소 씨 좋아한다는 것은 제니만 그렇게 생각하는 거죠?”
“설마요…. 저도 눈치 없는 편인데, 알겠던데요….”
제니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더니 애덤을 휙 쳐다봤다.
“애덤, 요즘도 회사에서 먹고 자고 해요?”
“뭐, 그렇죠. 저야….”
“혹시 이번 주말에도 회사에 있을 계획이에요?”
“별일 없으면요.”
“금요일 저녁에 저랑 <우주 전쟁> 재상영하는데, 보러 갈래요?”
“어… 그게….”
애덤의 눈이 커졌다.
지금 제니는 누가 봐도 애덤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고 있었다.
“애덤, 일이 많아서 회사에 남아 있는 거 아니잖아요. 그리고 <우주 전쟁> 좋아하죠?”
“그, 그걸 어떻게….”
“어떻게 알긴요. 애덤만큼이나 저도 이 회사에 오래 있었다고요. 애덤 책상이 온통 한국 걸 그룹 아니면 <우주 전쟁> 피규어 세상인데, 누가 그걸 모르겠어요. 암튼 금요일에 시간 비워둬요. 알겠죠?”
“아, 네….”
애덤은 얼떨결에 대답하고 말았다.
제니는 눈을 찡긋하더니 다시 마케팅팀으로 돌아갔다.
놀란 애덤이 숨을 고르며 진정할 사이에 마크가 빙긋 미소를 지었다.
“애덤, 이건 정말 좋은 신호에요. 제니는 마케팅팀에서 오래 일한 직원이고, 매력적이잖아요.”
“그런데… 그런 제니가 왜 저한테 영화 보자고 한 걸까요? 제니는 저 말고 다른 남자도 충분히 만날 수 있을 텐데요.”
“애덤, 우리 회사 여직원들이 좀 특이한 것 같아요. 미미도 나를 선택했잖아요.”
“아하…”
그제야 애덤은 고개를 끄덕였고, 마크는 왠지 약간 기분이 묘했다.
* * *
김미소의 집을 나와서 회사로 오는 내내 기분이 묘했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좋은데, 좋은 티를 낼 수가 없어서 미칠 것 같았다.
세상 사람들에게 김미소랑 연애한다고 알리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어서 더욱 그랬다.
회사에 가면 여느 날처럼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김미소 씨와는 일 적인 관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으로 대하기로 약속도 했다.
나는 평소보다 근엄한 얼굴을 하고 회사로 들어갔다.
일을 하던 마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손을 흔들었다.
“성국아, 죽은 먹고 온 거야? 감기는 괜찮아?”
“어… 괜찮은 거 같아. 마크, 너도 감기 조심해. 우리는 감기 걸리면 안 되는 거 알지? ‘페이스 노트’ 일이 마비되잖아.”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마크와 대화를 나눴다.
“성국아, 이번 주말에 뭐 해?”
“글쎄….”
사실은 김미소와 이번 주말에 근교로 데이트를 나가기로 한 상태였다. 물론 아직까지는 마크에게도 이 사실은 다 비밀이었다.
“미미가 한국 요리 좀 한다고 집에 와서 밥 먹으래. 구진성 씨랑 이건주 씨도 올 거야.”
“생각해 볼게. 주말마다 일 때문에 여기저기 다녀서인지, 좀 피곤해서.”
“그러던가….”
그런데 왜 마크가 웃음을 참는 거 같지?
마크의 입꼬리가 분명 실룩거렸다.
나는 사무실로 향하는 내내 애덤과 샘 그리고 구진성과 이건주를 만났다. 모두 나를 보면서 입꼬리를 실룩거렸다.
이건 내 느낌인 거겠지?
나는 책상에 앉아서 얼른 노트북을 열고 일을 시작했다.
오늘따라 일이 참 재미있었다.
[연애란 좋은 것이군….]* * *
탕비실에 다시 내기 멤버들이 모두 모였다. 이번에는 제니까지 합세했다.
제일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의외로 애덤이었다.
“제 생각에는 대표님 분명히 오늘부터 1일입니다.”
“애덤이 어떻게 알아요?”
제니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제가 대표님을 거의 십 년 가까이 보는데, 저렇게 평화로운 얼굴을 본 적이 없어요. 차였다면 아마 이번 주 살인적인 스케줄을 잡았을 거거든요.”
“아, 맞네요. 사실 오늘 마케팅팀 오후 회의도 취소가 됐어요. 사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매번 회의는 열리는데요.”
제니가 맞장구를 쳤다.
“그리고 결정적인 단서가 하나 있죠.”
마크가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다.
모두의 시선이 마크에게 집중됐다.
“성국이가 아침에 죽 사러 나간다고 할 때는 분명히 후드티 안에 흰 티를 입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돌아올 때 보니 흰 티가 없어요.”
“대에박!!!”
마크의 예리한 지적에 모두 환호했다.
“자, 확인 사살 들어갑니다. 평소라면 성국이는 오늘 야근을 할 거고요. 오늘 애덤, 샘과 함께 한국 치킨을 먹자고 하면 마다하지 않겠죠?”
마크는 흥분한 얼굴로 성국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 성국, 오늘 저녁에 야근하면서 한국 치킨 어때? 샘과 애덤이 산대.
* * *
띠링.
메시지가 도착했다.
김미소인가?
나는 득달같이 핸드폰을 확인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메시지는 마크가 보낸 거였다.
“야근하면서 치킨 먹자고?”
사실 오늘 일 마치자마자 김미소를 보러 갈 생각이었다.
아직 감기도 다 안 나아서 근처 한국 식당에서 삼계탕을 사갈 예정이었다.
– 마크, 미안. 나 몸이 안 좋아서 집에 일찍 갈 것 같아.
이렇게 답을 보내고 난 뒤로 계속해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이번에는 구진성이었다.
– 대표님, 몸 많이 안 좋으세요? 건주 씨가 삼계탕 해서 저녁에 간다고 하네요. 괜찮으세요? 요즘 무리하시더니 몸이 안 좋으신 모양입니다.
나는 당연히 거절의 메시지를 보냈다.
– 혼자 있고 싶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데니얼이 메시지를 보냈다.
– 대표님, 배수진 씨랑 진짜 무슨 사이냐고 각종 언론사에서 연락 오는데. 어떻게 대처할까요?
– 절대 아니라고 하세요.
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잠시 후, 이번에는 재택근무 중인 리미미에게 메시지가 왔다.
– 사장님, 축하드려요.
– 무슨 축하요?
– 김미소 씨랑 연애하신다면서요. 마크가 좀 전에 전화 와서 다 말했어요. 저도 김미소 씨랑 사귀시는 거 적극 환영입니다. 사장님도 드디어 제대로 된 짝을 만나셨네요. 축하드려요!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내가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나를 보며 입꼬리를 올리던 마크, 샘 그리고 애덤. 거기다 데니얼과 구진성, 이건주 모두 사실은 내가 김미소를 만나고 온 것을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를 떠보기 위해 말을 걸고, 메시지도 보낸 것이다!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이걸 어쩌지?
나는 황급히 1층 탕비실로 향했다.
탕비실 안에서는 알 수 없는 요란한 소리들이 연이어 들렸다.
나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한 채 탕비실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들어서자 오늘 나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던 모든 이들이 갑자기 대화를 멈췄다.
“다들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재미있게 해요? 탕비실 밖까지 웃음소리가 들리던데요.”
“그냥 회사 이야기지. 성국, 진짜 오늘 치킨 안 먹을 거야?”
“어… 컨디션이 별로라서.”
“어쩔 수 없지, 뭐.”
마크는 시치미를 떼고 있었다.
“대표님, 커피 드려요?”
“제가 내려 먹을게요. 데니얼, 다음 달 일정이 아직 파일로 안 왔던데요.”
“죄송합니다. 빨리 정리해서 올리겠습니다.”
나는 데니얼을 조금 닦달했다.
그리고 의외의 인물인 제니를 봤다.
“제니, 수다 떨라고 오늘 마케팅팀 회의가 취소된 건 아닐 텐데요.”
“저도 커피 마시러 왔어요. 성국, 마케팅팀에서 유럽 지사 파견 사원 한 명 보내면 어떨까요?”
지금 모두 나를 테스트하고 있었다.
나는 차분하게 제니를 쳐다봤다.
“김미소 씨 어때요? 유럽 파견 사원이요.”
내 말에 분위기는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마크의 얼굴도 굳었다.
“김미소 씨가 일도 잘하고, 한국과 미국 지사 모두 경험이 있어서 유럽에서도 적응 빠를 거예요.”
마크가 얼떨떨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성국, 진짜 괜찮아? 김미소 씨 유럽에 보내도.”
모두 나를 떠보는 중이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커피잔을 들고는 탕비실을 나서다 뒤를 돌아봤다. 그러곤 모두들 훑었다.
“애덤, 샘, 데니얼 그리고 구진성, 이건주 씨. 거기다 제니. 마지막으로 마크. 내가 할 말이 있는데…. 김미소 씨가 가면 나도 유럽 따라갈 거예요. 그럼, 미국 본사 직원들이 유럽 시차까지 생각해서 일해야 할 테니, 지금보다 더 피곤해질 것 같은데요. 그러니까 김미소 씨 보내면 안 되겠죠?”
내가 말을 마치자마자 모두 비명을 질러댔다.
나는 사무실로 돌아와서 나의 ‘페이스 노트’ 계정을 연애 중으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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