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eturn My New Brother RAW novel - Chapter (139)
새 가문과 약혼자를 맞이하겠습니다 (139)화(139/140)
“이, 이게 뭐야!”
울컥울컥 흘러나오는 검은 피에 살갗이 치이익, 소리를 내며 타들어갔다.
이 세상의 모든 극독을 섞어 만든 듯한, 불길하고도 새까만 피를 알아본 데세아르가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아아아아아악!!”
분노가 깃든 베노마인의 피.
어째서인지 그 피가 데세아르의 몸을 좀먹고 있었다.
“화, 황자님!”
뼈까지 녹아내리는 듯한 고통에 데세아르는 눈을 까뒤집고 격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게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잔해에 깔려 평생 회복하지 못할 부상을 입은 왼쪽 반신은 전혀 움직일 수 없었으니까.
“이, 이게 대체, 히익!”
데세아르의 오른쪽 팔을 감싼 붕대 사이로 검은 피가 울컥울컥 흘러 시트를 적시자 수하는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한편 인생에서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끔찍한 고통에 눈을 뒤집던 데세아르가 숨이 넘어갈 듯 꺽꺽거리며 경련을 일으켰다.
“커흑, 컥……!”
그때, 데세아르의 귓가에 우레와도 같은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감히 누가 내 아이를 해하려 하는가!!’
목소리만으로 신전을 뒤흔드는 그 위용에 데세아르는 일순 공포에 휩싸였었다.
신도 그 무엇도 자신을 막을 수 없으며 이 세상 모든 것을 자신의 무릎 아래에 꿇릴 수 있다고 믿었던 그가.
그 공포스러운 목소리가 다시 자신의 귓가에 울려 퍼지자, 데세아르는 일순 숨을 멈추었다.
“황자님!”
그는 결국 정신을 잃었다.
신이 남긴 분노의 표식이 명백하게 새겨진, 검게 썩어들어간 팔에서는 새까만 피가 뚝뚝 흘러내렸다.
* * *
“우와, 저기 좀 봐!”
나와 에드먼드가 복도에 들어선 순간 레이나의 들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녀는 일부러 과장된 몸짓을 취하고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우리 둘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외쳤다.
“무려 200년 만에 나왔다는 고귀한 9대 서쪽 지방 수호자님들이 우리 집 복도를 지나고 계시잖아?”
그녀의 장난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앗, 저것 좀 봐. 200년 만에 임명된 것으로 모자라 2황자와 성녀를 깔아뭉갠 위대하신 9대 서쪽 지방 수호자님께서 엄청 귀엽게 웃고 계셔!”
멈추지 않는 레이나의 주접에 얼굴이 화악 달아올랐다.
“레이나도 참. 계속 그렇게 장난치면 부끄러워.”
“에이, 언니. 이 정도로도 부족하죠. 아직 한참 남았다고요.”
레이나가 허리에 양손을 척 얹고서 이야기했다.
“이보다도 더 추켜세워도 모자랄 판인데. 오빠도 그렇게 생각하지?”
“그럼, 부족하지.”
에드먼드가 부드럽게 웃으며 내 어깨를 감쌌다.
“우리 아이린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걸.”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걸 보는 듯한 그의 눈빛에 나는 버티지 못하고 슬쩍 시선을 돌렸다.
‘우리, 라니.’
그 단어가 유달리 귀에 꽂히는 건 착각이 아닌 걸까.
단어 하나에 이렇게나 마음이 포근해질 수 있다니.
“그럼, 우리 아이린 언니는 엄청 대단하지!”
레이나가 까르르 소리 내어 웃으며 내게 폭 안겼다.
“그리고 상냥하고, 늘 다른 사람의 말에 진심으로 귀 기울여주고! 난 그래서 아이린 언니가 좋아요!”
“……어?”
당황하는 내게 이를 드러내며 히, 웃어 보이던 레이나가 덧붙였다.
“진심이에요, 언니.”
그 말간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던 내 입술 사이로 푸스스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응. 나도 레이나 많이 좋아해.”
“와, 정말요? 언니, 나도 진짜 좋아해요!”
레이나는 꺅꺅 소리를 지르며 내게 얼굴을 부비기 시작했다.
그러자 등 뒤에서 서늘한 살기가 느껴졌고, 내 몸이 공중으로 훅 들렸다.
“어, 잠깐, 에드먼드!”
레이나의 품에서 나를 뺏어 든 에드먼드는 양팔로 나를 보호하듯 단단히 끌어안고서 레이나를 노려보았다.
“레이나 볼프강, 아이린 귀찮게 하지 말랬지.”
“뭐래, 방금 못 봤어? 언니도 내가 좋다고 했다고. 쌍방 합의하에 애정 표현을 한 거잖아.”
“네가 하도 귀찮게 구니까 아이린이 들어준 거지. 그렇지, 아이린?”
“오빠야말로 치사하게 그런 질문 던져서 언니 곤란하게 하지 말라니-”
“자, 그만.”
에드먼드를 밀어내고 그의 품에서 빠져나와 으르렁대는 남매 사이를 가로막았다.
“둘이 계속 싸우면 오늘 둘 다 안아주지 않을 거야.”
그러자 두 사람 다 귀신같이 얌전해졌다.
눈으로는 아직도 서로 싸우고 있는 듯했지만.
그때, 복도 저편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다들 왜 이렇게 안 오나 해서 와 봤더니.”
로제트가 팔짱을 끼고서 미간을 좁힌 채 걸어왔다.
서로를 노려보고 있는 남매와 그 사이를 가로막은 나를 본 그녀는 상황을 대충 파악했는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너희 둘, 또 싸웠구나. 아이린이 매일 너희를 말리느라 지치겠어.”
정곡을 찔린 남매는 로제트의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안 되겠다. 특단의 조치를 내리는 수밖에.”
고개를 가로저은 로제트가 남매의 사이에서 나를 빼냈다.
“어머님?”
“아가.”
당황한 내게 로제트가 씨익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오늘은 저 둘은 놔두고 나랑 오붓하게 단둘이서 아침을 먹자꾸나.”
“예?”
로제트의 말이 끝나자마자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로 반문한 건 내가 아니라 에드먼드와 레이나였다.
“어머니, 단둘이라는 말씀은…….”
“그래. 너희는 옆방에서 단둘이 식사하렴. 너희가 한방에서 우애를 쌓는 동안 아이린과 나는 식당에서 단란한 아침 식사를 즐길 테니.”
“자, 잠깐만요, 어머니.”
“둘이 싸우지 않고 사이 좋게 함께 식사했다는 걸 증명하기 전까지는 아이린이랑 만나지 못할 줄 알렴.”
레이나가 현실을 부정하며 손을 들었으나 로제트는 결정을 바꿀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마침 잘 됐어. 이 어미도 아가와 단둘이 대화를 나눈 지 너무 오래되어서 말이지. 가끔은 너희도 내게 양보해야 하지 않겠니?”
“그, 그건…….”
에드먼드가 할 말을 고르는 사이 로제트는 여유롭게 웃으며 나를 식당 쪽으로 은근슬쩍 이끌었다.
“아가도 괜찮지? 어떻게 생각하니?”
“전 좋아요, 어머님.”
장난스레 웃으며 답하자 에드먼드와 레이나는 나라 잃은 표정을 지었다.
“오빠랑 단둘이 밥을 먹는다고……? 어머니도 아이린 언니도 없는 곳에서 단둘이……?”
그렇게 중얼거리던 레이나는 속이 메스꺼운 사람처럼 코를 찡그리며 입을 틀어막았다.
한편 에드먼드는 얼굴을 잔뜩 굳히고 전장에 나가기 직전의 사람처럼 무척 비장하게 이야기하였다.
“어머니, 쟤랑 한방에서 단둘이 식사를 하느니 저는 차라리 식사를 거르겠습니다.”
“안 돼, 에드먼드.”
나는 그의 손을 양손으로 꼭 감싸 쥐며 말렸다.
“식사는 해야지. 네가 아침을 거른다면 나는 네가 무척 걱정될 거야.”
“아이린…….”
“아침 식사 잘하고, 레이나랑 더 안 싸우면 오늘 하루 종일 너랑 같이 있을게.”
그 말에 방금 전까지 절망에 빠져 죽어 있던 에드먼드의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아침은 꼭 먹어야 해, 알았지?”
“응, 그럴게. 걱정 마, 아이린.”
레이나와 단둘이 아침을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와는 분위기가 180도 달라진 에드먼드가 아이처럼 환하게 웃으며 이야기했다.
레이나는 그런 에드먼드를 보며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어머니랑 식사 잘하고 와.”
“응, 에드먼드도.”
그렇게 두 사람은 식당 옆에 마련된 방으로 이동했고, 나는 로제트와 함께 식당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머님, 저 두 사람 괜찮을까요?”
“아마 들어가서 서로 한마디도 나누지 않겠지.”
로제트가 쿡쿡 웃으며 나이프로 우아하게 음식을 잘랐다.
“아니면 평소처럼 싸우다가 나와서는 아닌 척 연기를 하거나.”
“역시 그럴까요…….”
“그래도 한번 저렇게 특단의 조치를 취하고 나면 며칠은 잠잠해질 거란다.”
로제트가 자연스레 자신의 앞에 있던 요리를 내게 내밀며 미소를 지었다.
“덕분에 아가랑 오붓하게 식사하는구나. 나도 너랑 대화하고 싶어도 저 둘이 매번 너를 차지하고 있어서 도무지 말을 걸 수가 있어야지.”
그런 그녀의 말에 나는 포크를 내려놓고 답했다.
“앗, 아무 때나 그냥 부르셔도 되는데…….”
그러자 로제트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되었다. 안 그래도 할 일이 많을 텐데 방해하고 싶지는 않구나. 그리고 에드먼드가 질투가 심하잖니. 잠깐이라도 너를 데려가면 하루 종일 우울해 있겠지. 너는 그걸 달래주느라 피곤할 거고.”
“아, 하하…….”
“어쩜 그런 건 제 아빠를 쏙 빼닮았는지.”
그때, 누군가가 식당의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게.”
로제트의 말에 집사장이 편지가 놓여 있는 은쟁반을 들고 들어왔다.
“아이린 님.”
그가 내민 편지에는 카르네 황자의 표식이 찍혀 있었다.
“1황자님으로부터의 전언입니다.”
* * *
그 시각.
잔뜩 어질러진 자신의 방에서 숨을 몰아쉬던 성녀가 절망하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어, 어째서 낫지 않는 거야?”
베노마인가의 수호신 때문에 잔해에 깔려 생긴 상처가 도무지 낫질 않았다.
“어, 어째서, 으윽, 아아아악!”
다시 검은 피를 토해내며 검게 썩어들어가는 오른팔을 내려다보던 성녀가 몸을 뒤틀며 금색 빛이 담긴 호리병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금색 빛이 그녀의 전신으로 흘러들었다.
일순 썩어들어가던 팔이 재생되고 검게 물든 살갗이 희게 돌아왔다.
하지만 단델리온은 알았다.
머지않아 다시 지옥과도 같은 고통이 찾아오고, 제 팔이 끔찍한 검은색으로 물들 것임을.
“안 돼, 나는 성녀야. 이 제국에서 유일하게 치유력을 지닌-”
그러나 그런 그녀의 눈앞에 아이린 베노마인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흔들리지 않는 곧은 눈빛으로 ‘진짜’ 치유력을 사용하던 그녀의 모습이.
“안 돼…….”
호리병을 움켜쥔 그녀가 고개를 미친 듯이 내저었다.
이 병만큼은 지켜내야 했다.
데세아르 몰래 빼돌린 이 병을 들키지 않고 지키기 위해, 그녀는 당장 와서 자신을 치유해 달라는 오라비의 연락도 전부 무시했다.
부상이 오래될수록 치유력으로 상처를 치료하는 게 불가능해지고, 데세아르의 심각한 부상이 평생 갈 거라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게다가 데세아르는 단델리온의 도움 없이는 끊임없이 팔이 녹아내리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흑마법을 통해 빼앗은 타인의 생명력을 이용해 잠깐이라도 스스로를 치유해 팔이 맹독의 피에 잠식되는 고통을 잠시라도 잊을 수 있는 단델리온과는 다르게.
‘어차피 오라버니는 마력이 잘 안 드는 몸이었으니, 줘 봤자 소용이 없어.’
이것마저 떨어지면 그녀는 제 상처는 물론이고 끔찍한 오른팔을 사람들에게 들키게 될 것이다.
흑마법을 많이 사용한 자가 건드린 물건은 검게 물든다.
나아가 흑마법의 사용이 계속되면, 그들 자신의 살도 검게 물든다.
그러니 단델리온은 검게 썩어들어간 오른팔을 보였다가는 모두의 앞에서 성력이 없음을 들키게 되는 건 물론이고, 최악의 상황에는 흑마법을 사용했다는 의심을 받게 될 터였다.
“아냐. 내가, 이 내가, 유일한 성녀란 말이야!!”
발악하던 그녀의 외침이 울려 퍼진 그 순간, 방문이 벌컥 열리고 신관들이 들어왔다.
그들이 들어오자마자 호리병을 숨기고 몸을 일으킨 단델리온은 얼굴을 구겼다.
“무슨 일이지? 감히 네놈들이 내 방에 허락도 없이 발을-”
“에르델베른 황후 폐하의 명입니다.”
신관의 입에서 나온 제 어머니의 이름에 단델리온은 움찔했다.
“황후께서-”
신관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황후의 전언을 전달했다.
“……뭐라고?”
그리고 그의 말을 들은 단델리온은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