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Save the World and Retire RAW novel - Chapter (164)
외장형 인간성(3)
~!%*#(은 남은 동력을 계산했다.
계산했던 것보다 손실이 크다. 이대로라면 오래 버티지 못한다. 아니, 버티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당장 내일이라도 무너질 수 있다.
역시 손상된 핵을 회복시키는 건 무리였나. 몇 번이고 핵을 들여다봤지만 그런다고 부서진 부분이 돌아오진 않았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지침이야 동력 부족으로 문이 닫히기 전 문 자체를 날려 버리는 거라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지능이 없는 짐승들의 마지막 쓰임새였다. 그런 걸 하고 싶진 않았다.
물론 오래된 종들처럼 가만히 종말을 기다려도 되기는 하다. 사실 지침이 싫다면 그 수밖에 없기도 했다. 불행히 이곳은 선지자마저 없는 아담한 요람이다 보니 더욱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
마력이 흔들린다.
*(~(&!은 늘어져 있던 몸을 억지로 일으켰다.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멀리서 소음이 들려온다. 생명이다. 활기찬 생명들이 요람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아, 그냥 놔두어도 알아서 없어질 텐데. 굳이, 정말 굳이 여기까지 찾아와 들쑤시다니. 여기 생명들은 너무 귀찮다.
그리고 자존심이 있지, 아무리 죽어 가는 요람이라고 해도 저런 하등 생명체의 손에 죽어 줄 순 없다.
그래도 심심하던 차에 시간을 때울 만한 일이 생겼다. 이대로 동력이 바닥날 때까지 데리고 있어 볼까. 어차피 저들은 요람이 무너지더라도 집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은가.
이쪽은 이미 모두 사라지고 없는데. 그 정도 분풀이는 괜찮잖아.
어차피 저들의 목적은 핵을 부수는 거겠지. 이 요람에 들어온 걸 보아선 나름대로 강자로 분류되는 이들일 거다. 죽이는 쪽이 더 보탬이 되려나? 하지만 어차피 자신도 죽는 마당에 보탬이 되고 말고가 무슨 소용인가.
죽든 말든 몸을 날리고 보는 열성적인 놈들도 있겠지만 %!%@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득 되는 일은 하나도 없는데, 내가 왜?
몸을 뒤척였다. 그냥 적당히 상대하고 내보낼까. 오늘내일하는 핵이라고는 하나 부수게 놔둘 수는 없고, 아니면 짐승들을 보내서….
‘……!’
~!()#$은 몸을 벌떡 일으켰다. 생명이다!
아니, 저 치들의 늙고 지친 생명 말고. 갓 태어난, 이제 막 첫 숨을 틀락 말락 하는 작고 연약한!
생명!
조심스럽게 귀를 기울였다. 낡은 생명들의 속삭임이 전해진다.
‘여기 던전은 조용한데.’
‘원래 얌전해 보일수록 위험한 거야. 이쥔을 봐.’
‘거기서 왜 내가 나와?’
‘겉보기엔 어디 부잣집 아가씨처럼 생겨서는….’
‘생겨서는?’
‘조용. 던전 안에서 장난치는 거 아니다.’
‘넵.’
‘죄송합니다.’
그러고는 잠잠해졌다.
그러나 )~!&(@!는 슬며시 침입자들에게 다가갔다.
열댓 개의 생명들. 하나하나 지긋이 살폈다. 찾는 것은 금방 발견했다. 움직이는 데에 긴 머리가 방해되지 않도록 땋아서 단단히 고정한 여성체. 주변에 있는 다른 생명에 비하면 체구가 작았지만 중요한 건 그 여성체가 아니다. 그 여성체가 품고 있는 것이었다.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여성체의 아랫배에서 희미하게 반짝거리는 작은 생명의 싹을.
선지자는 없었지만 &_%()에게는 그 빛이 일종의 계시처럼 보였다.
제아무리 모체가 튼튼하다고 해도, 저 연약한 숨이 요람의 문을 무사히 지나온 일은 감히 기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문만 통과한다고 되는 일인가?
이 요람이 작긴 하지만, 작은 만큼 마력이 꽉꽉 압축되어 있다.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는 생명이라 하더라도 까닥 잘못하다가는 마력 중독으로 죽을 것이다. 당장 저 작고 여린 생명도 꺼질 것처럼 깜빡거리지 않는가.
기껏해야 태어난 지 이틀쯤 되었을까. 생명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_~$!!%가 아니었다면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문을 지나 여기까지 오는 동안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이대로 둔다면 요람 안의 마력에 휩쓸려 금방이라도 꺼져 버릴 거다. 여성체는 자신의 몸 안에 생명이 잠깐 싹틔웠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살아갈 것이다.
그래도 된다. 상관없는 일이다. 아니, 상관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요람의 동력이 위험한 수준으로 떨어지지만 않았더라면.
언제 닫힐지 모르는 요람 속에 앉아 있는 ~!^*에게 저 여린 생명은 탈출구로 보였다.
가만히 앉아서 종말을 기다리는 것은 싫다. 지침대로 문을 터뜨려 밖으로 나가 보았자 얼마 가지 못해 죽는다.
하지만 오래된 인자를 발동해서 저 생명에 깃들 수 있다면.
재차 작은 생명을 살폈다.
팔다리는커녕 주요 장기도 구성되지 않은, 생명이라기보다는 모체의 체세포에 가까운 상태다. 금방이라도 사라질 연약한 생명은 ^~!%=가 들어가도 버티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도 사라진다.
그래도.
슬그머니 비실거리며 웃음이 새어 나온다.
그래도 확정된 종말보다는 혹시 모를 확률에 몸을 맡기는 편이 훨씬 즐겁지 않은가?
운이 좋다면 무사히 나갈 수 있을 테고.
!%*@는 즐겁게 웃으며 모체를 향해 손을 뻗었다. 창백할 정도로 새하얀 손이 빛과 함께 사라지기 시작했다.
결론을 말하면 도박은 성공했다.
Q_%&!는 작은 세포가 되었다. 자아를 가졌다기보다는 일종의 개념으로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시간의 흐름도 잊히고, 요람과 !(%~^=의 존재도 흐려진다.
하지만 느리게 어둠을 감싸는…
둥… 둥… 둥…
평화로운 소리.
물을 떠다니는 감각.
오래전에 잊었다고 생각한 평온. 영원히 일어나고 싶지 않은 안락함. 그 속에서 ^!(*^%의 정신은 천천히 깨어났다.
자신을 감싸는 조용한 울림이 모체의 심장 소리라는 것은 훨씬 나중에 알았다.
‘샨샨, 나의 작은 별.’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면 이름이 생긴 뒤였다.
사라졌던 존재가 다시 분명해진다. *@()!@으로서가 아닌, 연약한 생명으로서 재구성되고 있다.
‘샨샨, 엄마는 널 볼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
팔과 다리를 움직일 수 있게 되었고, 자신에게 말을 거는 소리도 구분할 수 있었다.
다른 모든 것이 불분명한 시간 속에서 부드럽게 속삭이는 목소리만큼은 언제나 선명하게 들렸다.
‘엄마가 책 읽어 줄까? 샨샨은 어떤 이야기가 좋았어?’
‘샨샨은 엄마보다는 아빠가 읽어 주는 걸 더 좋아할 텐데. 내가 읽어 줄 때마다 알은척했잖아.’
모체의 목소리만 있지는 않았다. 남성체도 말을 걸어왔다.
‘당신 목소리가 싫어서 발로 걷어찬 게 아니라?’
목소리를 쫓아 손을 쭉 뻗었다.
‘어머, 이거 봐. 샨샨도 엄마 말이 맞는다잖아.’
‘아빠를 알아본 거지!’
투덕거리던 목소리는 항상 같은 말로 끝났다.
‘사랑해, 우리 샨샨.’
‘아빠도 샨샨을 얼른 만나고 싶어.’
무언가 간질거림이 느껴졌다. 뭔가 대단한 느낌은 아니었지만 싫지 않았다. 기왕이면 더 많이, 더 오래 느끼고 싶었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는 명확한 답을 얻지 못한 채 모체의 배에서 나왔다. 여린 육체에 남은 본능대로 울음을 터뜨리면서도 여전히 답을 찾고 있었다.
온몸은 저리고, 눈은 따갑고, 춥고, 우는 목은 아프지… 답 없는 고민은 계속되지.
그리고 또 다른 근본적인 질문이 생겼다.
‘요람에서 나왔는데 어떻게 해야 해?’
간질거림을 놓치지 않고 싶다는 생각에 정신이 팔려 정작 그걸 잊고 있었다.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는 자신을 꽉 껴안는 부드러운 손길을 느꼈다. 조심스럽게 볼을 간지럽히고, 윙윙거리는 청각에 익숙한 웃음이 들렸다.
‘샨샨, 태어난 걸 축하해. 앞으로 엄마랑 잘 지내자.’
‘흡… 흑, 아, 아빠도, 잘 부탁해.’
모든 것이 잊혀진다.
둥… 둥… 둥…
익숙한 심장 소리를 들으며 샨샨은 잠들었다.
이 어린 생명은 자라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러니까 나중에 생각해도 충분할 거다. 나중에. 나중에….
“자, 그래서 이 이야기의 교훈은 ‘어머니의 사랑은 위대하다’가 되겠습니다!”
“…왜 이야기가 그렇게 되는 거지?”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요정은 집을 빼앗는다는 귀찮은 일에서 빠지고 싶어졌거든!”
알렉스 호프는 경쾌하게 말을 마치며 큰소리로 웃었다.
* * *
체인질링.
요정이 자신의 아기와 인간 아기를 바꿔치기해서 키우게 한다는, 뭐 그런… 괴상망측한 이야기다.
주로 유럽 민담에서 들을 수 있는 전설.
그러나 알렉스 호프의 이야기는 체인질링보다는 뻐꾸기의 생태에 더 흡사하지 않나 싶었다. 다른 종족에 기생하여 자라는 것이.
“…….”
나는 조심스럽게 홍석영을 보았다. 잊을 만하면 미래에서 왔다는 요정을 상대해야만 했다던 남자는 읽기 어려운 표정으로 알렉스 호프를 보고 있었다.
“다른 놈들도 네놈처럼 나올 수 있나?”
“응? 아니. 못 해.”
“확실해?”
“그랬으면 노아가 지금쯤 인간은 다 불태웠을걸.”
호프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시종일관 낄낄거리며 웃었다.
“먼저 던전 안에 임신한 인간이 들어가야 하는데 거기서부터가 힘들잖아.”
“…….”
“나처럼 능력 있는… 요정도 거의 없다고? 뭣보다 노아가 나한테 매달리고 있는 게 내가 유일하다는 증거지.”
호프는 어깨를 으쓱였다.
“어쨌든 우리가 너희에게 말하고 싶은 건… 뭐라고 했었지, 산드라?”
-…여기서부터는 나랑 이야기해요.
호프는 갬블을 보았고 갬블은 어쩐지 맥이 빠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도 갬블은 우리 머릿속에 떠다니는 의문을 이해하고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알렉스는 부모님과 저를 지키기 위해서 미셀에게 양보했어요. 미셀이 시키는 걸 하는 대신, 문을 여는 걸 미뤄 달라고. 알렉스의 부모님과 제가 살아 있는 동안은 열지 말라고요.
“…문?”
-던전 게이트요.
손목에서 느껴질 리 없는 진동이 느껴졌다. 저도 모르게 시계를 차고 있는 왼쪽 손목을 매만졌다.
모든 던전이 터졌던 그날.
-미셀이 언제까지 참아 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유예 기간이 생겼으니….
산드라 갬블은 테러에 휘말려 죽는다. 갬블을 노린 것이었는지 그냥 운이 없었던 것인지는 마지막까지 판명 나지 않았다.
-그 미친년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었어요.
“홍석영 헌터처럼?”
-…알렉스가 설마하니 연구소 애들 데려오는 걸 들킬 줄은 몰랐지만!
“내 잘못 아냐!”
-그럼 왜 CCTV에 잡힌 건데!! 충분히 피할 수 있었잖아! 난 더 조심스럽게 접근할 계획이었단 말야! 사이코패스처럼이 아니라!
“…….”
호프는 갬블의 언성을 피해 테이블 아래로 숨었다.
“노아가 시켰는데.”
-아악! 내 말을 들어야지, 왜 그년 말을 듣고 있어!!
“그치만… 안 들으면 의심할 테니까?”
-그래! 그렇겠지!! 그건 잘했어!!
갬블는 급격히 피로해진 얼굴이 되어 우리를 보았다.
-어쨌든 그래서 미셀을 막아…
“아냐.”
-샨샨… 내가 이야기한다고 했잖아.
“응. 근데 내가 너희한테 부탁하고 싶은 건 노아를 죽이라는 게 아니거든.”
호프의 말이 갬블과 합의되지 않은 행동이라는 건 갬블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호프는 비척비척 일어나 화면에 가득한 갬블을 등졌다. 카메라를 완전히 빠져나와 갬블에게는 호프의 뒤통수도 보이지 않았다. 호프의 목소리만 들을 수 있을 뿐.
“만약 내가 죽으면 산드라를 지켜 줬으면 좋겠어.”
그 결연한 대사를 들으며 나는 태연하게 다른 생각에 빠졌다.
…이만한 이야기가 나왔으면 홍석영이 내가 그 단어를 내뱉은 걸 잊지 않았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제발 그래 주었으면 좋겠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