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Save the World and Retire RAW novel - Chapter (271)
선지자(2)
여기 평화를 사랑하여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들을 가져야 하는 @*@*%라는 종이 있다.
-어? 평화를 사랑하는 거랑 말이 안 맞다고?
원래 지능이 있는 것들은 다 그 모양이다.
-저렇게 약한 놈들은 우리가 지켜 줘야지! 라고 하더라고. 나는 관심 없었지만. 나 같은 애들도 많았어. 우리 말을 들어주진 않았지만.
주변의 약한 친구들을 돌보며 살아가던 평화를 사랑하는 종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그들의 세계에 암운이 드리운 것이다.
정체불명의 종족에게 공격받기 시작했던 것이다.
-솔직히 쟤네도 약한 우리를 지켜 주려는 거면 우리도 할 말이 없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긴 했는데, 그렇게 말했다간 내가 우리 종족한테 찢겨 죽을 것 같아서 가만히 있었지. 나도 내 목숨 귀한 줄은 안다고.
평화를 사랑하는 그들은 열심히 저항했다.
그러나 성공하진 못했다.
멸망이 코앞으로 다가왔을 때, 그들은 최후의 방법을 선택했다.
-이 부분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나도 잘 몰라. 내가 생명을 얻었을 때는 이미 멸망이 결정되고 선지자가 생긴 뒤라서.
무언가 대가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이끄는 자는 아랫것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모든 것은 비밀리에 시행되었고 모두가 깨달았을 무렵 대가는 이미 치러졌다.
피비린내 나는 대가가 끝난 뒤, 멸망이 예견된 세계에는 미래에서 온 선지자가 나타났다.
그들을 좀 더 나은 선택으로 이끌기 위한.
-선지자라는 용어에는 다소 논란이 있긴 했어. 하지만 더 괜찮은 말도 없으니까 그대로 썼다고 했던가? 뭐. 이건 아무래도 좋은 거고. 뭐라고 부르는지는 중요하지 않잖아. 선지자라고 부르든, 예언자라고 부르든….
중요한 건 선지자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였다.
선지자의 역할은 단순했다.
잘못된 선택을 했던 시점으로 돌아가 더 나은 미래로 종을 인도한다.
그것이 성공적이었는가?
-최소한 처음에는?
선지자를 정하는 조건은 엄격했다. 미래에서 과거로 보내는 일이다. 잘못된 선택이 최악을 부를 수 있다. 인격적으로도, 능력적으로도 검증된 이만이 선지자가 되어 과거로 보내졌다.
그렇게 선별된 초기 선지자들은 누구나 납득할 수 있을 만큼 ‘현재’의 시간에서도 유망한 이가 많았다. 선지자의 지도 아래서 종족은 하나로 뭉쳤고, 침략을 저지하는 데에도 희망이 생겼다.
-하지만 침략자들이 그걸 가만히 놔둘 리가 없잖아.
침략자가 선지자의 존재를 깨닫고 선지자 사냥을 시작하면서 종은 빠르게 멸망했다.
-그래서 결국 선지자 조건도 점점 낮아졌지. 한번 돌아온 이는 두 번은 돌아올 수 없거든. 그러다 보니 후보가 얼마나 남겠어? 있는 애들이 있어야 거기서 인성을 보든 능력을 보든 뭘 고를 수 있을 거 아냐.
결국 그때쯤 멸망하는 세계를 구하려던 목표도 바뀌었다.
어차피 무슨 짓을 해도 더 이상 세계를 구할 수 없다.
그렇다면.
-새로운 땅으로 떠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지자는 계속해서 나타났다.
-여기 사람들의 시간으로 바꿔서 말하면….
길게는 50년 뒤의 미래에서 돌아오던 선지자는 점점 더 가까운 미래에서 오기 시작했다.
15년. 10년. 8년….
…….
1년.
11개월.
7개월.
일주일.
-마지막에는 불과 하루 뒤에서 돌아오기도 했다니까?
그런 걸 선지자로 부를 수 있을 리가 없다. 상황은 그만큼 절망적이었다.
-…응? 무슨 대가를 치렀길래 그렇게 많은 수가 과거로 돌아갈 수 있었냐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그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있었다.
-아, 그러니까 몰래 진행했던 거지! 그때 선지자 만들겠다고 대가를 안 치렀다면 오히려 승산이 있었을지도?
그러나 돌아온 자 중 그 누구도 그 일을 하지 말자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까지 과거로 돌아갈 수 있었던 이가 없었거나… 돌아갔어도 그 말을 들어주지 않았거나. 그건 몰라.
선지자의 조언에는 강제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말 그때로 돌아간 이가 있는지 없는지는 남은 이들에게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은 가능성 없는 세계를 버리고 도망쳤다. 조금이라도 더 살고 싶었기 때문에.
종을 배신한 이도 그 부분은 비난하지 않았다.
-누구나 오래 살고 싶어 하잖아.
그들은 고향을 등지고 떠났다.
그 과정에는 여전히 선지자가 포함되었다.
고향을 떠나 새로운 세계로 향하기로 하였을 때도. 그 세계의 원주민을 죽이고 그 땅을 빼앗기로 결정했을 때도.
-하지만 문제가 생겼어.
새로운 세계를 찾은 것까진 좋았지만, 그 세계의 환경이 그들에게 독이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탈출 포트, 던전 간의 통신이 불가능했던 것도 이끄는 자의 예상 밖이었다. 새로운 세계에 자리를 잡은 후 얼마나 많은 선지자들이 더 탄생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선지자들이 생겨 봤자 던전 밖으로 나올 수는 없었고, 제한이 완화되었던 터라 그것을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이들도 얼마든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종의 부흥을 걱정한 이도 있긴 했어. 노아도 그런 애들과 접촉했겠지. 나도 만난 적 있어. 유럽에서… 아. 그건 그쪽이 이미 닫았어. 걱정 안 해도 돼.
수많은 어중이떠중이 선지자 사이에서 진정 종의 미래를 위해 노력하던 이들이 읊어 대던 인간의 이름 중에는 중복되는 존재가 하나 있었다.
-누구 말하는지 알겠지? 그래서 노아가 그쪽을 그렇게 의식하고 있는 거야.
던전 사이의 통신은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노아 미셀이라는 협력자가 있는 이상 정보를 얻을 구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얼마나 많은 선지자들이 더 탄생했는지는 그 노아 미셀이라고 해도 알 방법은 없다. 던전 밖의 가혹한 환경이 방해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제아무리 많은 선지자가 있어 봤자… 밖으로 나올 수 없으니 누군가 찾아오길 기다려야 하는 신세다.
-괜찮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선지자와 접촉했을 때가 문제지. 여기 던전을 신경 써야 한다, 어떻게 생긴 인간이 방해된다. 그러면 어쩌겠어?
물론 선지자가 주는 정보는 만능이 아니다. 제각기 다른 시점의 미래에서 왔으니 중복된 정보도 있고, 당연히 잘못된 정보도 있다.
중첩되는 선지자로 인하여 사라지거나 쓸모없게 된 정보 또한 있다.
-봐, 제임스가 먼저 과거로 돌아와서 열심히 일했어. 그다음에 존이 과거로 돌아와. 그렇다고 제임스가 선지자였던 사실이 사라지는 건 아냐. 존이 돌아온 과거에서도 선지자 제임스가 있어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존이 일하다가 제임스가 한 일을 망칠 수도 있고, 제임스를 일찍 죽여 버릴 수도 있지. 존 다음에 선지자가 된 에이미도 마찬가지야.
정보의 정확도는 나중에 만들어진 선지자의 것이 우선된다.
-그러니 노아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할 순 없지만…. 그래도 무슨 뜻인지 알겠지? 노아가 알고 있는 정보도 꽤 될 거야.
하지만 동시에 쓸모없는 정보도 많다.
선지자가 만능이었다면 애초에 그렇게 살아남기 위해 발악하지도 않았을 테니까.
-뭐, 보통 선지자는 미래의 누군가니까… 나도 미래의 나를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 적은 있어. 아니면 선지자가 미래의 지식으로 날 던전에서 꺼내 준다거나?
찾아온 선지자는 없었다. 대신.
-어느 날, 엄마가 왔고… 그 뒤는 전에도 말했었지?
알렉스 호프가 태어났다.
-좋아. 그럼 궁금한 점?
“미래에서 온 이들이 그렇게 많다면 문제가 되지 않나?”
-아. 산드라도 그거 물어보더라. 여기 사람들한테는 그게 유행한다면서. 타임… 뭐라고?
“타임 패러독스.”
-그래, 그거. 근데, 음.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 요즘 지구 온난화니 뭐니 하면서 시끄럽잖아? 근데 솔직히 지구가 뜨거워져 봤자 우리 인간만 망하는 거지… 지구가 망하겠어? 걘 그냥… 내 몸이 좀 뜨겁네, 하고 말 거라고. 옛날에 공룡이 멸종했을 때처럼.
“…….”
-얼음이 녹고, 사막이 되어도 지구의 환경은 그냥… 바뀌는 거야. 인간이 살기 힘들어질 뿐이지 지구한테는 상관없는 문제라고. 수천 년, 수만 년이 흐르면 지구도 그때 그랬었나? 하고 갸웃거릴걸?
“미래에서 온 이들도 지구에게 그렇다는 말인가?”
-지구보다는… 시간이지. 이건 시간의 문제야.
시간의 정의는 흐르는 데에 있다. 중간에 꼬이든 역행하든, 흐르기만 하면 된다.
-똑같은 사람이 엄청나게 많아진다거나 미래에서 온 이들이 활개 치고 다니면 문제가 될지도 모르지만… 제한 있다고 했잖아? 기껏해야 두 명이야. 시간은 신경 쓰지도 않아. 이해돼?
“…잘 모르겠지만 대충 알겠네.”
-이해했다는 거야 못 했다는 거야…. 아! 던전도 도움이 되긴 했어. 미래에서 돌아온 놈들이 죄다 안에 박혀서 갇혀 있는데. 뭘 어쩌겠어? 그러니까 그냥 시간도 흐르는 거야. 꼬이거나 역행하는 일 없이.
“네가 준 던전 목록. 거기에 그럼 선지자라는 놈들이 있는 건가?”
-나도 몰라. 말했잖아, 연구소에서 이것저것 작업하던 곳이라고. 하지만 지네는 확실히 있어. 노아가 따로 체크했던 곳이니 확실해.
“……날 죽이려고 했던 놈들은 자네 같은 요정만 있지 않았는데. 그것도 같은 종인가?”
-난 이제 요정 아니라니까!
“그래. 어쨌든.”
-대가는 우리 종이 치렀다고 하지만, 선지자 조건이 완화되면서 종족 제한은 없어졌어. 나중에 수가 엄청 줄기도 했고, 멸망을 앞둔 종이 우리만 있던 건 아니니까.
“그 너무 약해서 지켜 줘야 한다고 한?”
-그런 거지.
“음. 알겠네. 그리고 또 한 가지….”
-근데 나라고 다 아는 건 아냐! 나도 아는 건 다 말해 주고 있는데, 모르는 건 어쩔 수 없어.
“알겠네. 그럼 선지자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아나?”
-이야기만 들었는데. 나도 직접 본 적은 없어서.
“자넨 선지자가 아닌가?”
-그랬으면 진작 노아를 죽였지!
“그건 아쉽군. 그래서 선지자는 어떻게 된다고?”
-직전의 선지자가 죽으면 아티팩트가 나와.
“…아티팩트?”
-던전 아이템. 모양은 제각각 다르지만… 시간과 관련된 무언가의 형상을 가지게 된다고 하더라고. 조건이 완화되긴 했어도 최저한의 선은 걸러 내야 하니까… 그 선을 통과한다면 과거로 짠!
“어느 시점으로 돌아가지?”
-자기가 원하는 시점으로?
“제한은 없나?”
-제한?
“과거라면 아무 때나 가도 되냐고.”
-그건 아니고…. 자기가 있어야지. 자기가 겪었던 과거로 돌아가. 보통은 언제로 돌아가고 싶다고 지정하는데. 아! 그래서 선지자가 계속 만들어졌나? 대가를 치렀을 때 생겼던 게 다 죽어서?
“…….”
-자, 또 궁금한 점?
“만약. 만약 날짜를 지정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지?”
-그건 나도 모르겠는데…. 알아서 산출해서 적당한 과거로 돌려보내 줄지도? 이건 나도 몰라! 다음 질문!
“…….”
-없어? 산드라! 얼굴 풀어. 이런 걸 계속 숨기고 있다가 정말 중요할 때 대응을 못 하면 어떻게 해?
“내가 걱정하는 건….”
-괜찮아, 괜찮아. 나도 다 생각을 하고 하는 거야.
“네가 생각해서 괜찮았던 적이 한 번도 없으니까 이러는 거지!”
-무슨 소리야! 난 항상 생각해서 행동한다고!
“그러니까 이 모양이지!”
-…궁금한 거 또 없어?
“말 돌리지 마, 알렉스 호프!”
-……으응, 그래도 의외이긴 했어.
“…무엇이?”
-이렇게 세상이 들쑤셔지는데, 인간 중에서도 과거로 넘어올 만한 놈이 생기지 않았나 싶어서.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