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Save the World and Retire RAW novel - Chapter (294)
요술 램프(3)
“그럼 그… 몬스터. 요술 램프? 별 희한한 별명도 다 붙인다니까요. 어떻게 했어요?”
“네?”
“쓸모가 있다면 공략 안 하고 그냥 놔뒀겠지만… 그런 던전은 많잖아요. 아니, 그 전에 그게 얼마나 돼요? 많아요?”
“어….”
“그 던전에는 다른 몬스터가 없었습니까?”
“대부분 다른 몬스터가 있기는 했….”
“다른 몬스터? 어떤 몬스터요? 그것도 처음 보는 종류?”
“아뇨, 그렇지는….”
“그런데 그동안 밖으로 나온 놈은 없어요? 던전 브레이크는 없었습니까?”
“아니, 없진 않지만….”
“놈들이 사람을 공격하는 경우는 없었습니까? 보스턴처럼?”
“그게 그러니까.”
한태경은 이어지는 나와 김채민의 질문에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대답했다.
원래도 공략 보고서를 기한을 한참 넘긴 뒤에야 겨우 주는 사람이다. 나중에 민간인들과의 사건 사고로 밥 먹듯 고소장이 오가던 시절이라면 모를까, 아직은 이런 식으로 취조받듯 털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한태경은 얼마 지나지 않아 눈에 띄게 기운이 없어졌다. 한여름 뙤약볕의 시들시들한 잡초 같은 몰골이 된 한태경은 김채민의 마법 덕분에 도망도 가지 못한 채 꾸역꾸역 대답해 주었다.
“대답할 시간 좀 주세요! 그러니까, 던전 내부에 몬스터가 없었던 것도 아니고,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났던 적도 있긴 합니다.”
“인간을 공격했나요?”
“다른 몬스터는요. 하지만 그 깃털 달린 애는 나와도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다고 합니다.”
“잡았어요?”
김채민이 득달같이 물었다.
“공격을 안 하니까 공격하기도 뭐해서 경계만 하고 놔둬 봤답니다. 이틀인가? 있다가 알아서 죽었대요.”
“흐음.”
“사체는? 어떻게 처리했습니까?”
“어….”
“지금 운동장에 있는 건 썩을 기미도 안 보이고 죽은 그 상태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데.”
이게 날씨 때문인지 놈의 특성인지 알 수가 없어서 부패 룬을 가지고 실험도 해 보았다.
꼬박 24시간이 지난 이후에도 살점은 썩지 않았다.
그 외에도 일반적인 불에는 그을리는 시늉도 하지 않는다. 김채민이 잘 맞지도 않는 마법을 억지로 써 가며 불을 붙인 다음에야 재가 되었다. 단순히 운동장에서 저것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내가 누나의 검을 사용하면 되기야 하겠지만….
“거, 거기까지는 저도 잘.”
“한 선생님이 안다던 카타르 헌터는 살아 있습니까?”
“…네?”
“아직 연락하냐고요.”
“어… 네. 가끔 안부 정도는 묻습니다.”
나는 김채민에게 손짓했다. 김채민은 어깨를 으쓱이곤 마법을 풀었다.
“아이고, 저 여기 멍든 것 같은데. 이거 보험 처리 됩니까?”
“그건 알아서 하고요.”
나는 한태경의 어깨를 꽉 붙잡았다.
안타깝게도 산드라 갬블은 저놈에 대해서 아는 게 없었다. 뭔가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호프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선배님?”
지구 한구석에 요술 램프라고 불리는 몬스터가 있다는 걸 알았다면 홍석영이 절대 가만히 있었을 리 없다. 아니, 관리청의 우희재에게는 숨겼을지라도 지금의 나에게는 말해 줬을 거다.
하지만 홍석영도 커다란 눈알을 보았을 때 처음 보는 놈이라며 투덜거렸다. 몬스터가 다 그렇긴 하지만 저놈은 그중에서도 독보적으로 소름 끼치게 생겼다면서.
나는 인상을 잔뜩 쓰며 한태경에게 말했다.
“그… 요술 램프든 뭐든, 저 몬스터에 대한 정보를 할 수 있는 대로 싹싹 긁어서 보고하세요.”
“…네?”
“아는 카타르 헌터한테든 누구한테든 알아보라고요.”
“그게 기밀이라서.”
“기밀인데 한 선생님은 알고 있잖습니까?”
한태경은 멍청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알겠습니까?”
“그, 알아보기는 하겠지만….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잘 들으세요, 한 선생님.”
나는 안타까운 눈으로 한태경에게 말했다.
“여기서는 알아보겠다고 대답해야 하는 겁니다.”
“…예?”
“무슨 일이 있어도 알아내야 하는 겁니다.”
“…….”
“최대한 빨리요.”
“아니, 그래도 이게.”
김채민이 안쓰럽게 한태경을 보고 있는 동안.
나는 한태경을 달래 줄 마법의 단어를 입에 올렸다.
“홍석영이 알고 싶어 한다고 하세요.”
“…교장 선생님은 지금 안 계시잖아요?”
“그러니까요.”
“…….”
홍석영이 이 자리에 있었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 한태경은 입을 벌렸다가 다물었다.
어차피 홍석영이라면 정말 자기 이름 팔아서라도 알아보라고 했을 거다. 한태경이 그 사실을 깨달았는지는 모르겠다마는.
옆에서 김채민도 한몫 거들었다.
“홍 선생님으로 안 되면 제 이름 팔아도 돼요.”
“아니….”
대마법사의 지원이라니. 아주 든든하군.
반대로 한태경의 얼굴은 질려 가고 있었지만… 알 바인가? 한태경인데.
* * *
‘그런데 어쨌든 한 선생님은 홍 선생님 밑에 계속 있었잖아요?’
한태경을 돌려보낸 다음, 김채민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을 표했다.
‘한 선생님이 정말 방주에 대해서 하나도 몰랐을까요?’
‘그건….’
나는 눈을 찌푸렸다.
‘모릅니다. 제가 알기로는 한 선생님은 관련이 있을 만한 구석이 없지만… 실제로는 알았을 수도 있죠. 지금으로써는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하지만 우 선생님은 한 선생님을 믿잖아요?’
‘…음.’
‘과거… 미래의 홍 선생님도 한 선생님을 믿었고요?’
‘네.’
‘그럼 역시 한 선생님도 알고 있었지 않을까요? 한 선생님도 양성고 선생님이었다면서요. 그럼 모르기가 더 어려울 텐데. 저희 사실 아이들한테면 모를까 그렇게 꼼꼼히 숨기고 있는 것도 아니고?’
김채민은 멋쩍게 웃었다.
‘애들도 솔직히 반쯤 눈치채고 있을걸요. 태우야 그렇다 쳐도 혜은이만 해도.’
김채민의 말을 듣다 보니 원래의 시간대와 지금이 어디서 크게 달라졌는지 알 수 있었다.
명동 던전 건을 말하는 게 아니라….
원래 이맘때쯤 아버지는 바빴다. 원체 바쁜 양반이긴 했지만, 더 바빴다. 연구소 추적에, 관리청 설립에, 아카데미 일까지.
1기 학생들까지는 손수 챙겨 주긴 했지만… 글쎄. 지금처럼 학교에 꼬박꼬박 얼굴을 내밀진 못했을 것이다.
따라서 아카데미의 1기 졸업생들. 박서현과 오현욱은 방주, 혹은 홍석영이 추적하고 있다는 범죄 조직에 대해서 알지 못했을 것이다. 홍석영이 학교를 맡겨 놓았을 한태경 또한.
‘한 선생님한테 학교를 맡겨 놓았다고요?’
‘…아카데미는 양성고와 전혀 다른 분위기였을 거거든요.’
‘아니, 그래도.’
‘한 선생님 같은 사람이 당시 아카데미한테는 필요했을지도 모릅니다. 특히.’
당시의 박서현과 오현욱에게는.
그 한태경이 일 년간 돌보았는데도 박서현은 음울하기 짝이 없는 마녀가 되었고, 오현욱은 알코올 중독 돼지가 되었다. 그게 그나마 나아진 거라면?
박서현과 오현욱이 관리청에 올 때면 그래도 한태경과 한 번씩 얘기했던 걸 봐서는 그리 나쁜 사이도 아니었던 것 같고.
이제는 오지 않을 박서현과 오현욱의 우울한 미래에 대해서 깊게 얘기하고 싶지 않아 말끝을 흐리자 김채민도 모른 척 넘어가 주었다. 명동 사태에 대해서는 진작 말해 주었으니 어땠는지 짐작 가기는 할 것이다.
한태경이야 어쨌든 김채민의 말대로 아이들도 이곳이 어떠한… 무언가의 작전 본부 따위라고 생각하긴 할 거다. 아니, 보건실부터 식당의 요리사까지 모두 다선의 직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게 이상하지.
펜션의 습격 사건도 있었고, 운동장에서 뚝 떨어진 보스턴 던전 브레이크의 몬스터에, 지금 보건실 한구석에는 정체불명의 환자도 있다. 나 같아도 이상하게 여길 거다.
그런 고로, 바로 지금이었다.
“만들어 달라고 한 게 이거 맞죠?”
산드라 갬블이 모처럼 연구실을 나와 내가 있는 교무실까지 찾아왔다.
갬블은 내 앞에 가져온 상자를 내려놓았다. 나는 갬블을 보았다.
잠이 부족한 퀭한 얼굴은 여전하다.
“빨리 만들었네요?”
“하나만 만들면 나머지 복제하는 건 쉬우니까요. 기능 자체는 시중에 있는 거 참고하기도 했고, 중요한 마력 패턴 인식 부분은 누가 자료를 주기도 했고요.”
“그게 제대로 된 거긴 하군요?”
“그것도 모르고 저한테 준 거예요?”
“전 공학자가 아니라서 봐도 모릅니다.”
갬블은 한숨을 푹 내쉬고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 나는 상자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확실히 시계 모양이면 편할 것 같아서 그건 그대로 했어요. 진짜 시계로도 사용할 수 있어요.”
“고생했네요.”
“뭐… 재밌었어요. 다른 거 생각 안 해도 되고.”
상자 안에 들어있는 것은 투박한 생김새의 손목시계다. 그것도 내 손목에 차고 있는 것과 비슷한 디자인의.
갬블은 그중 하나를 손에 쥐고 기능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게이트 안에서 작동하는 건 그쪽이 테스트해 봐야 해요. 설계도대로 만들려다가 그럼 너무 손이 많이 가서 간소화했거든요.”
“…설계도를 수정했다고요?”
“왜요? 안 돼요?”
“아니, 안 되는 건 아닌데…. 그 짧은 시간에 거기까지 한 게 놀라워서요.”
갬블은 피곤한 얼굴로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애들한테 주기 전에 한번 테스트는 해 보세요. 이론대로라면 게이트 통과할 때마다 동기화시켜 줘야 해요. 게이트의 마력 영향으로 패턴이 엉망이 될 거거든요.”
“음.”
“마력 패턴도 재등록하고…. 그러면 애들 생체 신호에 문제가 생기면 알림이 갈 거예요. 뭔가 통신 기능 같은 걸 넣으면 좋겠는데 거기까지 하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릴 것 같고… 솔직히 지금 기술로는 무리 같더라고요.”
“네… 뭐.”
“던전 공략할 때 문제가 생기거나, 던전 밖에서도 뭔가 일이 생기면 비상 신호 보내는 데에는 문제가 없어요. 그건 제가 테스트했어요.”
“그거면 됩니다. 박사님도 알겠지만 여기가 방주에게 습격당한 적이 있거든요.”
“기억하고 있어요.”
그 습격 사건으로 산드라 갬블과 처음 이야기를 나누었으니 모를 수가 없긴 하다.
갬블은 그만 말하라는 듯 손사래를 쳤다.
“감사합니다. 휴대폰도 있긴 하지만 비상시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
“…마력을 아예 차단하는 게 아닌 이상 괜찮을 거예요.”
“여길 또 습격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지만.”
“대비해서 나쁠 건 없잖아요. 그리고 던전 내에서도 되니까 아이들한테는 딱 맞죠.”
나는 시계 겸 비상 신호기를 보았다.
굳이 이런 디자인으로 해 달라고 했던 건 다른 이유가 있긴 했다. 갬블에게는 평범한 생김새여야지 비상시 의심을 받지 않는다고 둘러댔지만.
“…나중에 박사님 이름으로 발표하면 되겠습니까?”
“됐어요. 나 혼자 만들어 보라고 했으면 못 했을 텐데. 우 선생님이 준 설계도 참고했으니까 꼭 발표해야겠다면 길드 이름으로 하세요.”
내가 갬블에게 주었던 건 관리청에서 사용하던 초기 비상 신호기의 설계도였다. 공략대가 던전 내에서 분리되었을 경우, 마력 패턴을 인식하여 부상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서 사용되던 것이다.
구체적인 부상까진 아니더라도 죽거나 그에 준하는 부상을 입었을 경우 다른 이들이 알 수 있다면 참고가 될 테니까.
“아. 그리고요.”
갬블이 굳이 나를 부르지 않고 직접 찾아온 데엔 이유가 있었다.
갬블은 피곤한 듯 손등으로 눈을 비비면서 말했다.
“저 휴가 좀 받을 수 있을까요?”
“휴가요?”
“호주에 가려고요.”
호주라고 하면.
“장례식에 가야 하거든요.”
“…장례식이요?”
“네. 알렉스의 장례식이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