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Save the World and Retire RAW novel - Chapter (334)
밀수 신고는 125(2)
어떤 국가에서든 어떠한 범죄에 각성자가 연루되었다는 판단이 들면 수사에 헌터가 끼어든다.
이건 전 세계 어딜 가든 같다. 다른 것은 그 수사를 진행하는 곳이 어디인가 정도일 거다. 한국은 아무래도 경찰에서 관리하고 있다. 이 시기의 각성자 범죄 수사실은 이후 규모가 더 커지긴 하지만, 경찰청의 하위 부서라는 점만은 변하지 않는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경찰에서 처리하는 나라도 있고, 내가 원하는 것처럼 독립된 수사기관을 가진 곳도 있다. 군대에서 모든 걸 관할하는 곳도 있고…. 미국이나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는 한국처럼 기존의 수사기관에 새로운 부서를 추가하긴 했다. 물론 한국처럼 하위 부서인 게 아니라, 오히려 수사의 우선권을 가져간다마는.
“그런데.”
“음?”
홍석영은 그대로 이미선에게 연락했다. 홍석영이 몇 마디 하지도 않았는데 이미선은 익숙하게 알겠다고 대답하더니 통화를 종료했다.
그 일련의 행동들이 자연스러운 만큼 이질감이 물씬 든다.
이만큼 자연스러워질 때까지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을까?
그리고 잊으면 안 된다. 우리가 이미 이미선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긴 하다마는, 이미선은 어디까지나 외부인이다. 내가 미래에서 온 걸 모른다는 뭐,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이미선은 이능 협회의 사람이다.
아무리 이능 협회가 이윤을 남기려는 사기업이 아니라 국제기구라고 해도 대한민국의 정부는 아니다.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끼어드는 것이… 정말 맞는 일인가?
엄밀히 말하면 홍석영이 이미선에게 부탁, 혹은 명령한 것은 익명 신고이다. 이것만 들으면 문제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나를 돌아보는 홍석영과, 한 치의 망설임도 없던 이미선의 대답이.
미묘한 삐걱거림을 자아냈다.
“왜? 뭐 궁금한 게 있나?”
“…….”
“훌륭한 선생님이 있을 때 얼른 물어봐.”
각성자 범죄에 있어서 독립된 수사기관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은 했어도 실제로 내가 무언갈 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었다. 오히려 홍석영의 아들이라는 점에서 뭘 하든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이 아버지와 엮일 테니까.
아버지는 그런 거에 연연하지 말라고 매번 말했지만 진짜 그럴 수 있겠는가. 최대한 정치적으로 보일 만한 움직임은 배제하고 일만 하며 선량하게 살았다.
그리고 그땐… 사실 그 부분을 지금처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지도 않았다. 내가 생뚱맞게 과거로 오게 될 줄 알았더라면 준비를 더 철저히 했었겠지. 아버지에게 배울 수 있는 건 모두 배우고.
“아뇨, 딱히….”
“그럼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어?”
“…….”
과연 이십 년 뒤의 이미선이 그런 각성자 범죄 수사에 손을 뻗지 않았을까 궁금해졌다.
아버지는 원래 독립된 수사기관을, 그게 어렵다면 규모라도 키우고 싶어 했다. 아예 관리청 부속기관으로 만들든지.
하지만 그건 실패했다.
방주에 대한 추적을 계속하고 있었던 건 사실이니까, 그렇다면 역시 이미선도…. 이미선 성격상 정부 측 사람이 되진 않았을 거고, 여전히 협회 소속으로 일하면서.
젠장.
확인도 못 하는 일 가지고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안 좋은 버릇이다.
지금이 중요하지, 지금이.
이십 년 뒤의 이미선이 그러면 뭐 어떤가. 현재부터는 못 하게 하면 되지. 수사기관의 부족함을 느끼긴 하지만 그래도 외부 인사의 간섭은 곤란하다고. 특히 알리지도 않고 비밀리에는 더욱. 영화를 봐도 그렇잖아, 특수요원의 행적은 항상 외교 문제로 번진다.
나는 쓸데없는 생각을 치워 버렸다.
미적지근하게 대답하긴 했지만 궁금한 게 없었던 건 아니다.
나는 반대편 도로를 보았다. 공장과 창고가 모여 있는 단지. 이 새벽에 일하고 있는 곳은 없었다.
우리가 지켜보고 있는 단 한 곳만 빼고.
낡아 빠진 외관에 아틀라스와 관련된 어떠한 단서도 없다. 레만이 뇌가 있다면 그런 걸 남겨 두진 않았겠지.
하지만 우리의 유능한 아메리카인들은 열심히 찾아서 자료를 넘겨주었다. 파리한 형광등이 창문을 통해 반짝거린다.
나는 내게서 마력펜을 가져가 종이에 룬을 그리기 시작하는 홍석영을 보았다. 그림자 룬. 저건 또 왜?
일단 제일 궁금한 것부터 물었다.
“정말 아무런 대비를 안 해 놨을까요?”
홍석영은 완성한 룬을 모자 안쪽에 붙이고서 몸을 일으켰다. 모자를 쓰자 흐릿해진다. 나는 홍석영을 보기 위해 인상을 썼다.
홍석영은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아직도 긴가민가해?”
“아니, 그렇잖습니까.”
홍석영이 말한, 붙잡는 쪽에서 최대한 조용히 해결하고 싶어 하는 건 이해했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교해서 각성자 범죄 자체가 적은 편이다. 보통 각성자들이 저지르는 범죄는 던전 불법 침입이나 던전 자원을 가져가 암시장에 내다 팔고, 혹은 공략대를 습격하여 아이템을 훔치는 종류이다.
그런 이들에게 나라가 크지 않아 던전에 몰래 들어가는 것도 힘들고, 암시장도 없는 한국이라는 시장은 메리트가 없다.
그래서 심각성을 체감하지 못하는 건 그럴 수 있다고 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한국에서의 일이지, 다른 나라는 사정이 다르다.
이래나저래나 비각성자들이 각성자를 상대하는 건 힘든 일이니까.
전투 훈련을 받은 적 없는 갬블도 비각성자에 비해 튼튼한 몸과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갬블이 매번 잠을 자지 않고도 멀쩡히 살아 있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각성자이기 때문이다. 그런 갬블도 비각성자 경찰이 제압하려면 꽤 힘이 들 것이다.
그렇다면 던전을 드나드는 불법 각성자는 어떻겠는가?
한 손으로 자동차를 찢어 버릴 수 있는 인간을 정말 다른 인간과 똑같이 취급할 수 있겠는가?
잊으면 안 된다. 헌터는 10m짜리 괴물과 싸우는 인간이다.
총을 쏴도 흠집 하나 안 나는 몸을 어떻게 제압하라는 말인가. 당연히 같은 각성자, 심지어 그보다 더 강한 이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니 홍석영의 말대로 폭력적인 사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놈들이라고 해서 가만히 당하고 있지는 않을 테니까.
각성자와 각성자의 전투는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면 끔찍할 정도로 폭력적이다. 상대가 인류를 위협하는 몬스터가 아니라 인간인 만큼 헌터의 기준으로도 폭력적이다.
몬스터를 상대로 키운 전투 능력을 인간을 상대로 뽐내는 격이다. 제대로 된 인간이라면 아무도 그걸 자랑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하지만 알다시피, 제대로 된 인간이라면 범죄를 저지르지도 않는다.
오히려 마구 소동을 일으켜서 자신에게 유리한 논조를 만들려고 하지 않을까?
“안 그렇습니까?”
“미국이라면 그럴 거야. 거긴 고소가 성행하는 나라니까.”
“그것도 일종의 편견입니다.”
“비교적. 비교적 말이야.”
아직 한태경이 얌전한 상태라 다행이다. 오 년 뒤에는 홍석영도 똑같이 말하진 못할 것이다.
“여기에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좀 이상하지만, 결국 범죄는 사람이 저지르는 짓이야.”
“…당연하죠?”
“범죄자나 경찰 말고도, 목격자의 편견도 강하게 들어가기 마련이야.”
“그것도 그렇죠?”
“그러니 여러 가지 상황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지.”
“…그러니까 그게 또 이거랑 무슨 상관인데요?”
“이걸 말로 설명하려니 힘드네.”
나는 눈을 찌푸렸다.
“아무리 학교에서 수업을 적게 한다고 해도 댁도 교사입니다. 애들한테 언제까지 감으로 다 할 수 있다고 말하려고요? 똑바로 설명하세요.”
“자네가 있는데 내가 수업은 왜… 아니, 미안하네. 그냥 농담이야. 해 본 소리야. 그렇게 노려보지 말고!”
홍석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급히 말했다.
“뭐… 설명할 건 많긴 하지만, 지금 자네가 배워야 하는 건 하나야.”
“…어떤?”
“한국 사람들은 각성자를 경계하지 않아.”
“…….”
“각성자 범죄가 적어서? 그럴 리가. 그냥 얼마나 많은 범죄가 일어나는지 모르기 때문이지.”
홍석영은 무심한 눈으로 도로를 보았다. 멀리서 경찰차가 오고 있다.
“얼마나 심각한지도 모르고.”
“…….”
“고통받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도 모르니까.”
경찰차는 창고 앞에서 멈췄다. 앞좌석에서 경찰들이 내려 어슬렁어슬렁 창고로 다가갔다.
“그래서 아무 생각이 없어.”
똑똑!
“경찰입니다!”
“그걸 놈들이 모를까? 원래 범죄자들은 빠져나갈 구멍은 기가 막히게 찾아.”
똑똑똑!
“신고가 들어와서 잠시 확인 좀 해야겠습니다!”
덜컹.
“적어도 한국에서만큼은 얌전히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거지.”
“그게 일반 경찰들을 경계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잖습니까….”
“그럼.”
홍석영은 경쾌하게 느껴질 정도로 빠르게 대답했다.
“이건 내 나쁜 점이야. 자넨 절대 배우지 말도록 해.”
“네?”
“안 좋은 거라서 일부러 보여 주는 거니까.”
안 배웠으면 해서.
홍석영이 낮게 속삭였다. 이 아저씨가 이렇게 말하는 건 처음 듣는다. 놀라움과 당혹스러움에 홍석영을 바라보았다. 그러잖아도 룬 때문에 보이지 않는데, 모자의 챙까지 얼굴을 가리고 있다.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때, 반대편 창고 안에서 인기척이 들리며 직원 하나가 나와서 경찰을 상대했다.
“어이구, 무슨 일이십니까? 저희 일이 지금 바빠 가지고…. 밤에 일하는 게 잘못은 아니잖아요?”
“그렇긴 한데, 근방에서 탄내가 계속 난다고 신고가 있어서요. 지금 일하는 곳이 여기뿐이라 확인 좀 하겠습니다.”
“확인이요?”
“문제가 없는지만 보면 됩니다.”
“어, 잠시만요…. 팀장님! 경찰분들이 오셔서 확인 좀 해야겠다는데요!”
홍석영은 그림자 속에서 미세하게 움직였다. 마치 위치를 찾는 것처럼. 그러다가 발치에 굴러다니는 작은 돌멩이를 몇 개 주웠다.
“……?”
홍석영이 공을 던지는 것처럼 어깨를 뒤로 젖힌다. 뭘, 하려는 거지?
묻기 위해 입을 열려는 순간, 홍석영은 그 손톱만 한 돌멩이를 던졌다.
대한민국 최강의 헌터라는 남자가 던진 돌멩이는 순식간에 도로를 가로질렀다. 그 돌멩이는 경찰을 지나 창고 안으로 쏜살같이 들어갔다.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경찰이 고개를 돌렸을 때는 이미 늦었다.
쿠당탕!!
“으악!”
“무슨 일입니까!”
창고 안에서 일어난 소동에 경찰들이 안으로 들어가려고 몸을 움직였다. 먼저 나온 직원이 경찰을 막았다.
“일하는 사람들이 물건을 좀 떨어뜨렸나 봅니다. 신경 쓰실 거 없습니다. 탄내, 탄내가 난다고 하셨죠? 저흰 못 맡았는데….”
능청스럽게 경찰을 상대하는 직원의 시선이 경찰의 어깨 너머로, 정확히 홍석영이 서 있는 곳으로 향한다. 돌멩이가 날아온 방향을 봤다는 거다.
그 말은.
홍석영은 즉시 돌멩이 하나를 더 던졌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속도가 더 빠르다. 노리는 곳도 창고 안쪽이 아니다.
“에이, 씨팔!”
직원은 자신의 미간을 정확히 노린 돌멩이를 쳐 내며 욕설을 내뱉었다.
남자는 경찰들을 밀치려다가 생각을 바꿨는지 그중 한 명을 향해 손을 뻗었다. 붙잡으려고 하는 의도가 명확했다.
“무, 뭐야!”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경찰이 허둥거린다.
그리고 홍석영이 움직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