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Save This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49)
아빠를 살려보겠습니다 49화(49/105)
아빠의 검과 부딪친 들개 수인이 힘겨루기를 버티지 못하고 뒤로 밀려났다.
아빠는 그대로 들개 수인을 계속 밀어붙여 우리가 있는 장소와 거리를 벌렸다.
매서운 바람이 불고 들개족이 울부짖었다.
그 소리에 달려온 다른 들개족들이 아빠의 뒤를 노렸다.
쉬익-!
찰나였다. 나는 눈으로 쫓아가지도 못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도 몰랐다. 들개족 네 마리가 순식간에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뭐,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스승님께서 뒤로 한 번. 그리고 옆으로 한 번. ……마지막 두 번은 나도 못 봤어.”
테온이 아빠의 공격을 설명했다. 제프리가 주먹을 꽉 쥐고 아빠를 응원했다.
“대단해! 레이탄 님!”
“……대단해.”
나는 중얼거렸다.
아빠가 누군가에게 지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니, 내가 대단하다고 말하는 쪽은 들개 수인이었다.
아까 우리랑 대화하던 들개 수인.
굶주린 상태에서도 아빠를 상대로 저렇게까지 버티다니. 한 번에 나가떨어진 다른 들개족들과는 달리, 혼자서 몇 번이나 아빠의 공격을 막아 내고 있었다.
‘우두머리인가?’
그게 아니더라도 들개족 중에서는 가장 강한 개체일 터였다.
“살기를 내뿜다니!!”
분명 고기로 회유를 할 때만 하더라도, 저 들개 수인은 우리를 공격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아빠는 있었을 것이다. 들개 수인과 우리가 함께 있는 모습을 봤으니까.
“미안해. 나 때문에 다들 다칠 뻔했어.”
안일했어. 시무룩하게 사과하자, 두 사람이 대수롭지 않다는 말투로 말했다.
“나는 사실 스승님께서 근처에 오신 걸 알고 있었어.”
“나도.”
“어떻게?! 언제부터?”
깜짝 놀라 둘을 번갈아 바라봤다.
“들개족이 달려들기 전에.”
“베리 누나는 둔하구나? 나 완전히 겁먹었잖아. 여기 달려올 때 레이탄 님 엄청나게 화났었어.”
제프리의 말에 나는 식은땀이 났다.
어쩌면 이번에는 반성문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내 소중한 만 코나 용돈이 멀어져 가는 소리가 들렸다.
콰악! 퍽!
그러는 동안에도 전투는 이어졌다. 아빠에게 밀리던 들개족이 포효하더니, 두 발로 일어섰다. 몸집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아까의 두 배는 되는 듯했다.
아빠의 바람이 바리케이드처럼 우리 앞에 쳐졌다. 그 안쪽으로는 흙바람이 일고 있어, 우리는 안쪽의 상황을 볼 수 없게 되었다. 우리가 있는 쪽에서는 선선한 바람 정도만 느껴졌다.
“여기에 있으면 안 돼. 스승님의 발목을 잡을 거야.”
전투의 흐름이 심상치 않게 변한 것을 깨달은 테온이 자리를 옮기자고 했다.
“응.”
“가자!”
테온의 말이 맞았다.
우리는 왔던 방향으로 몸을 틀어, 이 장소와 멀리 떨어지려고 했다.
하지만 금세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오잉.”
붕붕. 짧은 꼬리 다섯 개가 땅과 가까운 곳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
아빠의 바람에 의해 날아간 가방 세 개. 그 속에서 터져 나온 고기들. 그리고 그 바닥에 작은 고개를 처박고 있는 낯선 강아지 다섯 마리.
“찹찹찹찹.”
“쩝쩝쩝.”
허겁지겁 고기를 먹는 커다란 눈망울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저건 너무 맛있는 걸 먹을 때 흘리는 눈물이었다.
“쟤들은 누구야?”
“강아지? 어디서 온 거지?”
제프리랑 나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강아지들을 바라봤다. 고기를 정신없이 씹고, 삼키고, 또 씹고 삼켰다. 마치 천상의 요리라도 먹는 것처럼, 가까이 가는 것도 미안할 정도로 먹는 데에 열중해 있었다.
“배가 고팠나 봐.”
테온이 중얼거렸다. 그중 한 마리가 제프리를 발견하고 꼬리를 바짝 세우며 으르릉거렸다. 벌벌 떨면서도 입에 문 고기 조각을 놓지 못했다.
나는 제프리의 팔을 잡고 말했다.
“제프리, 늑대 냄새가 무서운가 봐. 우리 뒤로 와.”
“에이. 겁쟁이들.”
제프리가 투덜거리며 테온과 내 뒤로 왔다. 제프리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강아지는 다시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휘이이잉-.
아빠의 바람은 여전히 우리 뒤에서 불고 있었다. 어쩌지? 그 순간, 나랑 눈이 마주친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입을 열었다.
“맛있다! 이 고기, 너희가 가져온 거지?”
“헉.”
인간의 언어잖아.
“너희 혹시, 들개족이야?”
“맞아! 나는 코코야!”
코코는 입가에 묻은 살점을 핥고는 침을 꿀꺽 삼켰다. 코코의 말에 옆에 있던 들개 수인들도 귀를 쫑긋 세우고는 제 소개를 했다.
“나는 토토! 얘는 엑스!”
“우리는 키키랑 티티야!”
어린 개체라 그런지 인간에 대한 경계심이 없는 듯했다. 꿍꿍이 없이 살갑게 인사해 주는 건 언제든 좋았다. 나도 방긋 웃으며 우리 소개를 했다.
“나는 베리! 얘는 테온이고, 얘는 제프리.”
“안녕.”
“겁쟁이들 안녕~”
테온이 손을 흔들고 제프리도 우리 뒤에서 빼꼼 얼굴을 내밀었다. 들개족이 다시 벌벌 떨자, 테온이 제프리의 얼굴을 제 뒤로 집어넣었다. 제프리가 흥 소리를 내며 얌전히 섰다.
나는 들개족에게 말을 걸었다.
“그런데 너희들은 언제부터-.”
휘이이이익!
퍼억!
콰가가각!
그때였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허공으로 날아오른 들개 수인이 땅으로 곤두박질치고, 땅이 갈리는 소리가 났다. 테온이 내 머리를 감쌌고, 나는 깜짝 놀라 몸을 움츠렸다.
바람이 그치고 흙먼지가 가라앉자,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땅에 새롭게 난 몇 미터의 길. 그 끝에는 쓰러진 들개 수인이 있었다.
아빠의 승리였다.
“아, 아빠!”
아빠?
내 입에서 나온 소리가 아니었다. 강아지 수인들이 내 앞을 지나쳐 들개 수인에게로 달려갔다. 쓰러진 들개 수인을 제 몸으로 막고, 다가가는 우리 아빠를 악당처럼 보며 컹컹 짖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끝났나?”
아빠가 들개 수인을 향해 말했다. 전투 도중에 오갔던 말들이 있던 모양이었다.
“그럴 리가! 우리의 원통함을 너희들은 모른다!”
목소리는 분노에 찼지만, 들개 수인은 미동도 하지 못했다. 움직일 힘을 모두 소진한 모양이었다.
“왜 인간을 공격하냐고? 그렇다면 인간은 왜 우리를 공격하느냐! 우리는 그저 선조의 땅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한데 잔혹한 연금술사들의 약이 우리의 땅을 마르게 하고 있지 않느냐!”
크엉! 분노에 찬 울음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졌다. 마지막 단말마처럼 절규한 들개족이 체념한 듯 눈을 감았다. 울고 있었다.
“자식들은 보내 줘라. 인간.”
“내가 어째서 그래야 하지?”
“어린아이들은 죄가 없다! 개발을 막지 못한 인간들을 죽이겠다고 말한 것도 우리야!”
“너도 내 아이들을 공격하려고 하지 않았나.”
“……그건 내가 사과한다. 우리의 땅을 망친 인간들이 미워서 잠시 이성을 잃었다.”
“그래?”
아빠가 윈디스를 잡은 손을 움직였다. 하얀 검의 궤적이 마치 밤하늘에 하얀 물감으로 곡선을 그리듯 빠르고 우아했다.
“사과했으니, 아이들은 살려 주지.”
“고, 고맙다. 인간.”
“그러면 너네는 죽여도 되는 거겠지?”
“……!”
아빠의 말에 들개족의 입이 꽉 다물렸다.
헉.
나는 놀란 마음에 테온의 팔을 잡았다. 테온이 나를 봤지만, 나는 아빠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괜찮아. 아빠는 자식 있는 부모는 안 죽여.’
귀여운 자식들이 있는 들개 수인이었다. 어린애들한테는 사정을 봐주는 아빠니까, 들개족을 죽이지 않을 거다. 아빠를 방해하면 안 돼.
“죽여라. 인간. 너희에게 동정받느니-.”
낙담한 들개족이 신음하며 말한 때였다.
“살려 줄게.”
역시 우리 아빠야!
아빠가 윈디스를 검집에 집어넣었다. 몇 분간 정적이 흐르고, 들개 수인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정말이냐?”
들개 수인의 목소리가 떨렸다. 울음을 참으며 목소리를 토해 내듯 말했다.
“어째서지? 나는, 인간들을 죽이려고…….”
나는 뿌듯한 마음으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테온과 눈이 마주쳐 방긋 웃는 순간이었다.
“그 전에.”
어?
아빠의 마지막 말과 함께, 머릿속에 또 기억이 하나 떠올랐다.
아빠를 생전에 다정한 사람이었다 회상하는 내게, 테온 황태자가 황당한 얼굴로 말하는 기억이었다.
– 자네 아버님을 밖에서 뭐라고 했는지 아나?
– 친절한 미남? 다정한 그랜드 마스터? 뭐죠?
– 트라벨의 망나니.
아빠는 훌쩍이는 들개 수인을 향해 사악하게 웃었다.
“기어 봐.”
“뭐라고……?”
“살려 줄 테니까. 여기까지 기어 와 보라고.”
‘으앗?!’
아빠! 그건 좀! 귀여운 자식들이 똘망똘망한 눈으로 보고 있는데!!
입을 떡 벌린 내게, 제프리가 속삭였다.
“내가 말했지, 베리 누나.”
“어?”
“레이탄 님 완전 화났다니까.”
***
협상은 물 건너갔다.
대신에 아빠는 들개족의 새로운 대장이 될 판국에 놓였다.
“안 해.”
아빠의 검을 맞고 기절했던 들개족 네 명이 아빠의 앞에 쪼르르 무릎을 꿇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관습입니다.”
“나는 인간인데? 인간을 대장으로 섬길 수 있겠어?”
“그으건……. 전 족장이신 지칼 님께서 허락하셨으니 괜찮습니다…….”
“가라. 가서 고기나 먹어. 귀찮으니까.”
아빠가 한숨을 쉬고는 손을 내저었다.
“네! 그러겠습니다!”
“새로운 대장님께서 그러라 하셨으니!”
들개족이 아빠한테 계속 붙어 있는 덕분에 나는 아직 꾸중을 듣지 않았다.
나는 어린 들개족과 테온과 제프리와 함께 놀다가, 잠깐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핑계로 자리를 떴다. 코코가 함께 가기로 했기에, 숲으로 들어가는 나를 따라오는 사람은 달리 더 없었다.
“코코! 볼일은 저 안쪽에서 혼자 보고 올게!”
“응? 그래!”
…히죽.
나는 코코와 함께 온 장소에서 더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다친 몸으로 나무에 기대앉아 쉬고 있는 들개 수인이 있었다. 평소 모습은 이족 보행을 하는 형태라고 했다.
“저기요, 코코 아버님.”
내 말에 들개족의 전 족장, 지칼이 화들짝 놀랐다. 그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가, 손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나 말이냐? …존댓말을 하는군.”
“코코랑 친구가 됐거든요! 아, 전 베리예요! 그런데 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뭐지?”
“땅이 메말랐다는 게 무슨 소리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