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Save This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69)
아빠를 살려보겠습니다 69화(69/105)
다음 날. 우리는 블루 상회로 다시 모였다.
최상품 회복약은 그랜드 마스터가 직접 대신전으로 찾으러 가야 했다.
수사국의 전보를 빌려 대신전과 연락했는데, 데미안 아저씨가 답신을 들고 온 것이었다.
아빠에게 방문 예정 소식을 들은 대신전은 흔쾌히 방문을 허가했다.
다만-.
“보증인을 한 분 두고 가시죠. 레이탄 님께서 돌아오시지 않으면 제가 곤란하니까요.”
상단주의 요청에 따라 나나 테온이 블루 상회에 남아야 했다.
“제가 남을게요.”
“테온이? 열 살은 보호자 없이 혼자 있으면 안 돼!”
“보호자는 내가 돼 주마. 17지부에 좀 더 머물러도 되니까.”
“오오.”
공권력을 가진 보호자는 든든하지.
그런 이유로, 테온은 데미안 아저씨랑 골드포트에 남기로 했다.
블루 상회에서 손님용으로 제공한 방은 무척 쾌적했다. 돌멩이 하우스의 방보다도 넓고 호화로웠다.
나는 방 구경을 하며 테온에게 말했다.
“여기서 푹 쉬면 되겠다~ 훈련은 돌멩이 하우스 가서 하고!”
“…….”
테온은 나한테 거짓말을 못 했다. 그래서 대답도 없었다. 얼굴에 곤란한 기색이 한가득.
“테온, 테온.”
“응.”
“이거 선물이야.”
나는 블루 상회의 지배인에게 부탁해서 받은 회복약을 테온에게 건넸다.
“아빠가 사 주는 거래! 중하품이지만 손에 바르면 상처가 빨리 아물걸.”
“…….”
테온은 트라벨 백작가의 주치의한테서 연고를 처방받아 바르고 있지만, 그 정도 효능으로는 상처가 생기는 속도를 따라갈 수 없었다.
회복약 정도는 써야지.
“이건 너무 비싸.”
“응! 그러니까 굳은살이 자리 잡을 때까지만 써! 아빠도 상처가 생겼을 때 빨리 아물어야 손바닥이 더 단단해질 거래.”
그렇지만 테온은 안 쓰겠지? 회복약은 자기가 쓰기 아깝다고 생각할 테니까.
나는 내 손에 있는 약통을 열어서 테온의 손에 발라 줬다.
과연. 일반 연고보다는 효과가 확실히 좋았다. 벌써 붉은 속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상처가 아물고 있었으니까.
“중하품이라 바로 상처가 없어지지는 않네? 그래도 오늘 밤이면 다 아물겠다!”
“……고마워.”
손바닥을 빤히 내려 보던 테온은, 제 짐 꾸러미로 가서 무언가를 가지고 돌아왔다.
낯익은 종이봉투였다. 어제 테온이 골드포트 상점가의 가판대에서 산 거.
“이건 내 선물.”
“헉. 진짜? 나 주는 거야?”
“응. 별건 아니야.”
테온이 나한테 선물을 주다니!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종이봉투를 열어 봤다. 머리를 묶을 때 사용하는 리본이었다. 내 눈이랑 어울리는 연녹색.
“와! 오늘 테온 넥타이랑 세트다!”
“내 넥타이?”
“테온 넥타이도 녹색이잖아. 이거보다 좀 짙긴 하지만.”
테온이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전혀 몰랐다고 말했지만, 내 귀에 들리지 않았다. 나는 테온에게 리본을 내밀었다.
“묶어 줘.”
“내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어.”
“그래두우. 이런 건 선물하는 사람이 해 주는 거랬어.”
테온은 어설픈 손동작으로 내 머리를 잡고 한참을 꼼지락거렸다. 리본을 돌리고 묶고 풀고를 반복하다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생각했는지 손을 뗐다.
나는 빨리 거울 앞에 섰다.
“오.”
거울 속 내 머리는 양 갈래였다. 테온은 짝짝이가 된 리본 끝을 보고 소심하게 말했다.
“그냥 풀고 다른 사람한테-.”
“아니, 난 이게 마음에 드는데?!”
“엉망이야.”
나는 테온의 손을 피해서 도망쳤다. 테온이 선물해 준 리본, 테온이 직접 묶어 준 머리.
“풀기 싫어~”
그러다 내 몸이 누구랑 부딪혔다. 방으로 들어온 아빠였다.
“으악.”
“베리, 앞을 보고 뛰어야지. 봐봐. 괜찮아?”
“응. 아빠, 이것 봐! 테온이 묶어 줬어!”
“테온이?”
“그, 그게-!”
머리 자랑을 하는 나를 테온이 필사적으로 말리려고 했다.
오호. 저런 격한 반응이라니. 평소 테온에게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아빠랑 나는 순간적으로 시선을 교환했다.
놀리고 싶다. 매우.
“아빠, 여기 근처에 사진관 있대! 우리 테온이랑 셋이 사진 찍을까?”
“좋은 생각이네. 가자. 테온, 베리.”
“스, 스승님-!”
“왜?”
“이대로 가실 거예요……? 베리 머리가…….”
“베리 머리? 예쁜데?”
“맞아! 예쁜데!”
“설마 테온, 내 딸 머리가 이상하다고 하는 건 아니겠지?”
테온은 아빠의 말에 엉성하게 묶인 내 머리를 보더니,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아빠와 나는 얼굴이 붉어진 테온을 가운데에 두고 사진을 원 없이 찍었다.
***
골드포트에서 대신전까지는 마차로 이틀. 그동안 나는 아빠랑 단둘이었다.
“그래서, 베리.”
“넵.”
“세르베르가 말한 블루 상회 주식 이야기는 뭐지?”
이때가 기어코 오고야 말았나. 나는 일단 아빠가 블루 상회에 투자하려고 조사하면서 알게 된 사실을 꺼냈다.
“헤반트 큰아버지한테 상단주님이 찾아갔잖아? 투자해 달라고.”
“그랬지.”
“그래서 세르베르 집사장 아저씨가 그때 대화를 엿들었나 봐. 내가 과제를 제출하러 갔을 때, 아빠한테 블루 상회 주식에 투자해도 될지 말지 물어봐 주면 안 되냐고 했걸랑.”
“……그걸 왜 나한테 묻지?”
“그야 세르베르 아저씨는 아빠를 투자왕으로 알고 있으니까! 잉크사 주식이 망하는 걸 아빠가 준 정보라고 생각하더라구.”
아빠는 내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
“잉크사? ……아, 그거.”
그러고는 짚이는 게 있는지 중얼거렸다.
블루 상회 주식 건은 이미 끝난 일이나 다름없지만.
세르베르 아저씨가 아빠에게 호의를 갖고 있다는 걸 아빠가 알고 있는 건 중요했다.
‘그래야 아빠도 필요할 때 이 정보를 써먹지.’
큰아버지의 블루 상회에, 할아버지와의 독대권에.
열여섯 살까지 돌멩이 하우스라는 작은 세계에서만 살던 다른 나와는 달랐다. 아빠와 나는 점점 트라벨 백작 가문에 관여하고 있었다.
‘언제 친척들이랑 부딪칠지 모르니, 쓸 수 있는 수단은 많을수록 좋아.’
휴. 내 병만 아니었어도 이런 걱정은 없을 텐데.
[아팠다고? 트라벨 백작가의 땅에서는 괜찮고?]“응. 아마 줄리아 할머니도 같은 병이었던 거 같아. 그래서 아빠가 여기를 못 떠나나 봐.”
[쿼츠한테 그런 병이 있었나? 당장 짚이는 건 없는데, 원인이 될 만한 걸 생각해 볼게!]아큠도 정확한 원인을 알지 못했다.
하여튼 아빠한테 혼날 각오를 하고 집사장 아저씨와의 일을 말한 거였는데, 의외로 아빠는 다음에 그런 일이 있으면 바로 말하라는 주의만 줬다.
긴장이 풀린 나는 아빠의 옆자리에서 조잘거렸다.
“데미안 삼촌 멋지더라? 아빠 말고 그랜드 마스터는 처음 봐! 그러면 빛의 성검이랑 불의 성검에게 선택받은 그랜드 마스터들도 있는 거지? 그 어른들도 아빠랑 친해?”
“베리, 왜 데미안이 삼촌이야?”
“브라운 삼촌 친구니까! 그렇게 부르랬어!”
“……베리.”
“응?”
“그런 걸 뭐라고 하는지 알려 줄까.”
고개를 위로 들자, 기막혀하는 아빠의 얼굴이 보였다.
“허튼 수작.”
“오…….”
아빠는 눈을 끔뻑이는 내게 단단히 일렀다.
“데미안 아저씨라고 불러.”
***
“허허, 생각보다 빨리 뵙는군요.”
그리고 아빠의 말대로라면 허튼 수작을 부리는 어른이 또 한 명.
아빠랑 내가 대신전 앞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은 대교주님이 사제님들과 함께 마중을 나왔다.
“갑작스럽게 죄송합니다.”
“레이탄 님의 소유이니, 내드리는 건 큰일이 아니지요. 베리도 잘 있었니?”
“네! 대교주-.”
“대교주한테 할아버지, 소리 하지 마라.”
순간 할아버지의 경고가 스쳐 지나갔다.
“할아버지. 아우바우트 신께서는 잘 계세요?”
그렇지만 지금은 할아버지가 안 계시는걸-.
아우바우트 교단은 헤이셜 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신도들이 있는 세계 3대 종교 중 하나였다.
그곳의 대장님을 할아버지라 부를 수 있는 건 아무것도 모르는 일곱 살 어린이의 특권이지!
대교주님이 인자하게 봐줄 때 친한 척을 마구 해 놔야 한다, 이거야.
내 인사를 들은 대교주님의 입에서 웃음이 흘러나오던 때였다.
[으악. 살벌해.]아큠이 내 주머니에서 진저리를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