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Save This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92)
아빠를 살려보겠습니다 92화(92/105)
발타르 족장님의 답신이 온 건, 2주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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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먼 남작님의 의견은 잘 알았소.
구체적인 임금 협의부터 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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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잭이 가져다준 편지에 나는 절로 웃음이 나왔다.
족장님이 크레스트 광산의 관리자 제안을 승낙한 것이었다!
“모든 대장장이들의 꿈!”
그렇게 외치실 정도였으니, 아다만타이트를 직접 가공하고 싶으실 게 분명했다.
그래서 일부러 희귀 광물은 드워프족에게만 제공한다는 조건을 건 건데-.
‘그게 잘 먹혔나 봐! 아다만타이트의 제작품은 얼마나 하려나?’
발타르 족장님이 환상의 광물이라 한 것처럼, 다른 나조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광물이었다. 시세를 몰라 반으로 제시한 건데, 계약을 하자고 하셨으니.
‘적당한 수익 분배겠지~’
할아버지가 넘겨주신 크레스트 광산의 재무제표로 앞으로의 이익을 추산해 본 바, 발타르 족장님께 드릴 임금 지급에도 문제가 없었다.
처음 가진 광산에 실력 좋고 믿음직한 책임자를 얻은 것이다.
‘만세!’
대박 냄새가 났다. 히히 웃고 있자니, 잭잭이 내게 물었다.
“결과가 마음에 드나?”
“네, 잭잭이랑 제나 씨가 유능한 덕분이에요.”
“흠. 또 마음에 드는 소리를 하는군. 할 일을 했을 뿐이다.”
나는 편지를 두 번 접어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사색의 방에 가져다 놔야지.
그러고는 창밖으로 나갈 잭잭을 배웅할 생각이었는데, 예상과 달리 잭잭이 가만히 나를 보고 있었다.
용건이 남은 모양이었다.
“제나에게서도 루시안 알렉시스를 아는지에 관한 답을 받아 왔다.”
“오오.”
“1왕녀랑 친한 사이라 왕녀의 궁에 자주 출입했었다고 하더군.”
“그리고……?”
“그리고?”
잭잭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원하는 건 루시안 알렉시스가 어떤 사람인지, 아빠랑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관한 정보였다.
1왕녀랑 친한 사이였다는 건, 물론 귀중한 정보긴 한데-.
“그리고는 없다. 전달 사항은 그게 다다.”
“넵.”
잭잭은 단호히 몸을 돌렸다. 나는 창밖으로 잭잭이 날아가는 모습을 보다가, 사색의 방으로 들어갔다.
책상 서랍에 발타르 족장님의 편지를 넣어 놓고, 속에 있는 노트를 꺼내 들었다.
“흐응. 역시 적어 두는 게 좋겠어.”
트라벨 백작가에 온 지 몇 달 만에 새하얬던 노트가 여러 내용들로 가득 찼다.
아빠의 죽음에 대한 수사 노트 같은 거였다.
“용의자 리스트가 어디에 있더라~”
복수 대상 리스트 다음 장에 용의자 리스트가 있었다.
트라벨의 직계 중 한 명이었던 범인과, 그 공범일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의 이름을 적은 것이었다.
“벌써 20번이네?”
현재로서 루시안 알렉시스를 용의자 목록에 올릴 만한 근거는 두 가지였다.
1. 아빠와 사이가 좋지 않음.
2. 아빠를 죽일 수단으로 전쟁을 이용할 만큼 권력이 큼.
“…….”
거기까지 생각한 순간, 몸이 부르르 떨렸다. 공범이라 생각한 사람을 용의자 리스트에 올릴 때마다 드는 감정이었다. 공범의 검이 내 등을 찔렀으니까.
“으으.”
마지막을 생각하는 건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었다. 서둘러 알렉시스 외교관의 이름을 적으려던 때였다.
제나 씨가 말해 줬다는 정보가 찝찝하게 머릿속에 남았다.
“1왕녀랑 친하면, 알렉시스 외교관은 그쪽 파벌이라는 거잖아.”
만약 외교관이 공범이라면, 타국 그랜드 마스터의 죽음에 혼자 관여했을까?
“윗선의 명령을 받았을 수도.”
에덴시아 왕국의 1왕녀도 유명한 사람이었다.
정치 싸움으로 유명한 왕국에서 자신의 파벌을 세워 자리를 확고히 잡았으며, 상냥한 외모와 달리 냉정하고 칼 같은 성격이었다. 외교 상황에서도 그 성격이 자주 드러나 다른 나도 그 왕녀에 대해 알고 있었다.
현재 다음 대 여왕으로 가장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는 왕녀.
다만 그 평가는 다른 내가 사망할 때까지도 계속됐다. 에덴시아 현왕께서 그때까지 건재하셨으니까.
“음…….”
고민하던 나는 펜을 들어 루시안 알렉시스의 이름 밑에 1왕녀의 이름을 써 내려갔다.
21. 벨레사 발렌하르트 (용의자 보류)
그러고는 조금 울적해졌다.
나는 내 분홍색 머리카락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하필 두 사람 다 머리카락 색이 나랑 똑같잖아.”
***
18. 용의자 리스트 20번
레이탄은 요즘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2주 전쯤, 아우바우트 교단의 대연회에서 루시안 알렉시스가 저를 찾아온 일 때문이었다.
“반갑습니다. 레이탄 쿼츠 트라벨 님. 벨레사 왕녀님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웃는 낯으로 제게 하는 소리가 제법 가증스러웠다.
타국의 왕녀인 벨레사 발렌하르트가, 접점도 없는 헤이셜 제국의 그랜드 마스터에 대해 무얼 안다고. 친척 동생에게까지 ‘많은’ 말씀을 한단 말인가.
“글쎄, 저는 에덴시아 왕국의 왕족과 연이 없어서. 왕녀님께서 저에 대해 하실 말씀이 없을 것 같긴 하나,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다시 또 뵐지는 모르겠지만.”
“조만간 다시 뵐 수 있을 것 같기는 합니다. 당분간 헤이셜 제국에 머물 계획이거든요.”
루시안 알렉시스는 그렇게 레이탄의 속을 긁더니, 2주째 잠잠했다. 들려오는 소식 중 에덴시아 왕국의 외교관이 헤이셜 제국에 머문다는 이야기도 없었다.
‘무슨 꿍꿍이지.’
더욱이 대연회의 장소에서 일어난 인위적인 강풍.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백 년 된 나무들이 뽑힐 정도로 큰 소란이었다.
사건을 조사한 데미안의 말로는, 레이탄을 노린 범죄일 거라고 했다.
“나를 노렸다?”
“정확히는 레이탄 쿼츠 트라벨의 평판. 네가 연회장을 빨리 나왔기에 망정이었지. 그렇지 않았으면 용의선상에 오를 뻔했어.”
“근거는?”
“연회에 참석한 사람 상당수가 자네를 범행 용의자로 지목했거든. 그만한 바람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은 윈디스의 주인인 자네밖에 없으니까. 물론, 네 결백은 못 박아 놨어.”
레이탄은 실소했다.
대연회는 각국의 귀빈들이 모이는 중요한 행사였다. 그곳에서 인위적인 자연재해가 일어났다는 것은, 테러 행위라고도 볼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었다.
‘그 여자가 잘하는 짓이지.’
여론전.
함정을 파 놓고 상대가 그 함정에 빠지면, 그녀가 생각한 대로 상황이 흘러가도록 만드는 정치 수단이었다.
의아한 점은, 루시안 알렉시스가 최초 목격자로 그곳에 있었다는 것. 자칫하다가는 루시안이 범인으로 몰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벨레사 왕녀가 지시한 건 아니라는 건데……. 그 여자는 발목 잡힐 일을 하지 않으니까.’
혹은 발목을 잡혀도, 그걸 망설임 없이 버리는 인간이었다.
“꺅.”
여성의 비명이 들렸다. 레이탄은 고개를 들었다.
트랑 의상실에서 아동 의상의 샘플이 나왔다며 베리와 테온에게 착용을 부탁해, 아이들을 데리고 의상실에 온 참이었다.
“어쩜, 어쩜……! 이 디자인이 이렇게 잘 어울리시는 분은 베리 아가씨가 처음이세요! 이걸 어떻게 하죠? 제 눈이 또 높아지고 있어요…….”
트랑 의상실의 수석 디자이너가 옷을 갈아입고 나온 베리를 보며 감격하고 있었다. 레이탄은 무릎이 풀려 주저앉는 수석 디자이너를 보며 생각했다.
이제는 제 딸의 귀여움에 익숙해질 때도 됐을 텐데. 저리 호들갑을 떨 것까지야.
“히히. 정말요?”
레이탄은 방긋방긋 웃는 베리를 바라봤다.
하얀 레이스 단이 풍성하게 들어간 분홍색 멜빵 치마, 퍼프 소매가 귀여운 하얀색 셔츠, 앙증맞은 리본 모양의 타이, 높게 묶은 양 갈래머리, 가볍고 편한 둥근 코 구두, …….
뭐 하나 빼놓을 부분 없이 귀여웠다.
그러다 베리와 눈이 마주쳤다.
“잘 어울리네, 베리.”
“그으래?”
“완벽해.”
레이탄이 두 손을 올려 박수로 찬사를 보냈다. 베리는 그런 레이탄을 보며 씩 웃었다. 곧 테온이 나올 차례였다. 레이탄과 베리는 서로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두 사람의 꿍꿍이를, 주변에 있는 트랑 의상실 사람들도 알아차렸다. 비슷한 상황을 몇 번 목격한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잠시 뒤, 옷을 갈아입은 테온이 단으로 올라갔다가, 제게 쏟아지는 박수갈채에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하고 탈의실로 도망쳤다.
***
“베리 아가씨.”
교육관 수업이 끝났을 때였다.
세르베르 집사장 아저씨가 나를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