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start doing business in Jungwon from today RAW novel - Chapter (210)
오늘부터 중원에서 사업하겠습니다-210화(210/212)
< 외전 6. >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목숨을 잃는다는, 경고와 다름없는 말에 모용휘는 번개처럼 검을 뽑았다.
그런 그의 모습에 강상영은 피식 웃었다.
“여전히 말귀를 못 알아들으시는군요. 내가 맹주와 칼부림이라도 할 것이라 기대했습니까?”
“뭐라?”
“말씀드렸는데,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강상영이 여전히 수수께끼 같은 말은 하는 동안 그의 손에 들렸던 검이 둥실 떠올랐다.
“지금부터 이 검은 저 뒤의 전각을 향해 천천히 날아갈 것입니다. 아마도 조사전(祖師殿)으로 보이는데, 맞습니까?”
무당의 도사들은 조사전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당혹감에 안색이 변했다. 장문인의 목숨을 내줄지언정 조사전만은 더럽히면 안 된다.
“이제 이 검이 저 조사전으로 날아갈 것입니다. 아마도 칼날에 닿자마자 조사전은 무너져 내릴 것이 분명합니다.”
대장로 강상영의 얼굴엔 스산한 웃음이 걸렸다.
“비무로 끝내려 했는데 맹주께서 끝을 보겠다고 나서니 어쩌겠습니까? 맹주께서 끝을 보셔야지요. 이 검이 저 조사전에 닿지 않도록 막아보시지요. 막아내기만 한다면 본교의 패배를 인정하고 돌아가지요.”
누구보다도 모용휘의 안색이 가장 하얗게 질렸다.
“우리가 돌아간다는 것은 여기서 끝낸다는 뜻이니 맹주께서는 중원 무림을 어깨에 짊어진 겁니다.”
강상영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검은 천천히 조사전으로 향했다.
“네 이놈! 마침내 마인의 본성이 드러나는구나. 어디 감히 조사전을 흠내려 하느냐!”
무당 장문인의 도포 자락이 부풀어 오르며 펄럭거렸다.
“잠시나마 마인을 정대한 무인이라 착각한 내가 어리석었다.”
장문인이 내공을 끌어올리자 모든 무당인들도 출수를 준비했다.
모용휘는 이미 검을 막으려 몸을 날렸고 노혜광을 비롯한 화산의 제자들 역시 무당을 위해 희생을 감수하려는 듯 엄청난 기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승상. 몸을 피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아무래도 한바탕 큰 소란이 일어날 것 같습니다.”
장청운은 예기치 못한 돌발 사태에 마음이 급했다. 이미 정예의 황실경비대들은 조광윤을 겹겹이 에워쌌다.
염신의 눈짓에 창룡문의 무인들도 길을 터기 위해 검을 뽑아 들었다.
하지만 지금 이 무당산에서 가장 침착한 이는 바로 조광윤이었다.
“괜찮아. 별일 없을 거다. 전부 머리가 나빠서 저런 소란인 거야.”
“네?”
장청운이 뜻을 몰라 눈을 껌뻑이자 조광윤은 혀를 찼다.
“쯧쯧. 폐하를 지켜야 할 경비대장이 이렇게 사태 파악이 늦어서야, 아우님.”
“네. 승상.”
“이 싸움은 누구의 싸움인가?”
“그야 무당과 마교···.”
조광윤은 머리를 흔들었다.
“더 간결히. 핵심만 봐.”
“아···. 대장로라는 작자와 맹주의 싸움입니다.”
“그렇지? 맹주가 날아가는 저 검을 막지 못하겠다면 지금에라도 패배를 시인하면 끝이야. 저 대장로라는 자가 바보가 아니지? 승부가 났는데 뭣 하러 분란을 일으켜? 내가 보기엔 마교인들은 피를 보지 않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중이야. 그것도 모르고 정파인들만 저 난리를 치다니, 원···.”
“그렇군요. 대장로와 맹주가 칼을 섞으면···.”
장청운은 부끄러운 듯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명색이 중원제일검인 검성이다. 대장로가 아무리 무공이 강하다 한들, 맹주 몸에 상처 하나 없이 제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거야. 만약 맹주의 팔 하나라도 날아가 봐. 사태는 더 험악해지는 건 당연한 이치. 그래서 저런 묘수를 짜낸 거야. 우리 맹주 영감님이 나이 먹더니 판단력이 많이 흐려졌어. 흐흐.”
조광윤은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웃으며 장내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곁에서 지켜보던 염신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승상. 사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맹주께 전음이라도 날리시지요.”
“아니. 좀 더 구경합시다. 난 저 대장로라는 자의 무공이 어느 정도인지 보고 싶어졌어요. 염 대협은 궁금하지 않습니까?”
“그렇긴 합니다만, 무당과 화산의 협공이면 피 흘리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내 생각은 다릅니다.
염신의 걱정에도 조광윤은 웃음을 지우지 않았다.
“마교는 오늘 이 자리에서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완벽하게 중원 무림인들을 제압해야 합니다. 만약 이 자리에서 피를 본다면 중원 무림 전체가 마교와 일전을 불사할 겁니다. 무혈입성은 물 건너 가는 거죠.”
“무당과 화산을 상대로 가능한 일이겠습니까?”
조광윤은 손을 들어 마교의 무인을 가리켰다.
“보십시오. 겨우 열셋만 왔습니다. 자신 없다면 수천을 끌고 왔겠죠.”
조광윤이 말하는 동안에도 검은 조사전을 향해 천천히 날아가고 있었다. 모용휘는 조사전 앞에서 그 검을 세우느라 모든 신경을 집중하여 내공을 쏟아부었다.
문제는 무당의 제자들이 열셋의 마도인을 조여가는 것이었다. 모두 검을 뽑아 든 채로.
그 뒤를 화산이 받쳐주니 그 수는 어마어마했다.
마도인들은 해검지에 검을 내려놓고 왔기 때문에 모두 빈손이다. 하지만 그들은 엄청난 숫자의 무인들이 자신들을 조여왔지만, 그 누구도 당황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무당의 제자들이 지척으로 다가왔을 때 전효명의 일갈이 터졌다.
“멈춰라! 그렇지 않으면 큰 화를 입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미 칼까지 뽑아 든 그들이 멈출 리가 없었다.
전효명은 강상영을 바라보며 지시를 기다렸다. 강상영은 지금 맹주 모용휘와 검 한 자루로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자칫 집중이 흐트러지기라도 한다면 큰 내상을 피할 수 없다.
강상영이 머리를 조금 끄덕이자 전효명을 비롯한 열두 명의 마도인들은 폭발적인 기세를 보이며 내공을 끌어올렸다.
그 순간부터 뿜어져 나오는 마기는 모든 무당 제자를 휘감았고 그 뒤를 받쳐주던 화산의 제자까지 영향을 미쳤다.
기가 약한 제자들은 이미 피를 뿜으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고 버틸 수 있는 이들은 운기조식부터 시작했다.
강상영을 노리던 유규성과 노혜광은 절망을 느꼈다.
단 열셋의 마도인이 중원 제일을 자랑하는 두 문파의 발을 묶었다. 단순히 내공 약한 제자들이 쓰러졌기 때문이 아니다.
저들의 마기는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겨우겨우 버티는 제자들도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고, 일부는 머리를 바닥에 박고 공포를 피하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두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한껏 기를 끌어올려 침투하는 마기를 막아내려 했지만 불안, 초조를 넘어선 공포를 느끼기 시작했다.
중원 무림을 겨우 열셋의 인원으로 완벽하게 굴복시키는 순간이었다.
* * *
장청운은 이를 악물고 장창을 힘껏 쥐었지만, 손끝부터 떨리는 몸을 진정할 수가 없어 결국 무릎이 꺾이고 말았다.
“이···. 이럴 수가······.”
압도적인 힘 앞에서 무릎을 꺾게 될 날이 올 줄이야.
게다가 수치스러웠다.
무인으로 살아오면서 목숨을 잃는 순간이 올지라도 당당함을 잃지 않을 것이라 스스로 믿었는데 두려움에 떨다니!
염신도 마찬가지였다.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지만, 언제 쓰러져도 이상할 게 없을 만큼 식은땀을 흘리며 몸을 떨고 있었다.
두 사람을 번갈아 보던 조광윤은 지금 벌어지는 이 광경을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마도인들이 거센 기를 뿜어내며 무당을 장악하려 한다는 것쯤은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무당도, 화산도 내로라하는 고수들 아닌가?
자신도 큰 무리 없이 버티는데···. 아니, 버티고 말고 할 것도 없다. 단지 느낄 뿐이다.
이런 기 싸움에 두 거대 문파의 고수들이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건 도무지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유규성이나 노혜광 그리고 무당과 화산의 장문인까지 꼼짝도 못 하고 바닥에 주저앉아 운기조식까지 하는 걸 보니 저 마도인들이 무슨 기이한 수작을 부렸는지가 궁금할 정도였다.
눈을 돌려 맹주 모용휘를 관찰했다.
그는 강상영과의 싸움에서 힘겨워하다 마기에 완전히 노출된 듯 입가에 선혈이 흐르고 있었다.
조광윤은 지금 이 무당산에서 멀쩡한 사람은 자신이 유일하다는 것을 알자 긴장하기 시작했다.
마도인 중 하나라도 자신을 공격하면 막을 수도, 피하기도 어렵다.
결국, 조광윤은 마도인들에게 노출되어 버렸다.
모두가 무릎 꿇거나, 엎드리거나, 주저앉았다.
멀쩡히 서 있는 사람은 자신이 유일하다.
그리고 그런 조광윤의 모습을 강상영이 발견했다.
바로 그 순간 강상영은 도저히 믿기 어려운 모습에 집중력을 잃어버렸다.
쿨럭-!
단 한 번의 기침이 그의 기혈을 흔들었고 그의 입가에 선혈이 흘렀다.
조사전으로 날아가던 검은 땅바닥에 떨어졌고 그 덕분에 모용휘는 힘겨운 싸움을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마도인들은 멈추지 않았기에 멀쩡한 사람은 여전히 조광윤 혼자였다.
강상영은 입가의 선혈을 소매로 쓱 닦고 몸을 날렸다.
조광윤 앞에 내려선 강상영은 눈을 번뜩이며 물었다.
“누구냐? 넌?”
조광윤은 그의 날카로운 눈빛을 담담히 받으며 근엄하게 말했다.
“내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면 이 나라의 백성이고, 그렇지 않다면 오랑캐의 간자다.”
강상영은 백발의 기마대 장군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존엄하신 분!
놀란 강상영을 향해 몸을 일으키지 못한 장청운이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무··· 물러서라···. 그··· 그분은···. 이 나라의 승상이시다···. 네··· 네놈이 함부로 바라볼 분이 아니다.”
“승상?”
“이··· 이놈! 어서 무릎 꿇지 못하겠느냐?”
강상영은 눈 앞의 사내가 이 나라 최고의 권력자인 승상이라는 것보다는 그거 왜 멀쩡한지가 더한 충격이었다.
“넌 어찌하여 멀쩡한 것이지? 우리의 기를 이겨낼 만큼 무공이 강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강상영은 대답을 재촉했지만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했다.
“네놈도 내공이 약해 저기 쓰러져 있는 자들과 다름없구나! 정신 똑바로 차리지 못해? 지금 네놈이 저지르는 이 불경이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 모르는 것이냐?!”
강상영이 기병대 장군의 경고를 떠올리기도 전, 조광윤이 다시 한 번 소리쳤다.
“네놈이 이끄는 무리의 수가 십만이라 들었다. 그 수에 맞춰 십만의 기병대를 출정시킬 것이다. 부족하다면 백만의 군사라도 더할 것이다. 그 말발굽 아래, 그 창날 아래, 단 하나의 생명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철저하게 짓밟아 이 불경의 죄를 물을 것이다! 어서 몸을 낮추지 못하겠느냐!”
한 국가의 힘은 물리력을 행사할 때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고작 십만의 교인들이 십만의 기병대, 백만의 군사 앞에 갈가리 찢겨나가는 모습을 상상하자 지금 눈앞의 사내가, 승상이라는 위치가, 존엄이라는 단어가 피부로 느껴졌다.
강상영은 한 발 뒤로 물러나 머리를 조금 숙였다.
만약 이 자리에 무당과 화산의 무인이 없었다면 무릎이라도 꿇겠지만 차마 그들 앞에 천명교가 무릎 꿇는 모습은 보일 수 없었다.
“무지한 백성이라, 존엄을 볼라 뵀습니다. 용서하십시오.”
“용서는 네놈들이 뿜어내는 저 마기를 거둔 뒤 생각해 보겠다.”
강상영은 고개를 들어 절박한 표정을 보였다. 지금 마기를 거둬내면 무당과 화산의 칼이 춤출 것이고 이곳은 피바다로 변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표정에서 뜻을 읽은 조광윤이 내공을 실어 크게 소리쳤다.
“정파와 마도의 비무는 이것으로 끝이다! 지금부터 검을 휘두르는 자, 무공을 쓰는 자, 그 누구라도 용서치 않을 것이다. 멸문의 길을 걷고 싶은 자만 내 명을 거역해도 좋다!”
조광윤의 경고가 끝나자마자 강상영은 함께 온 마인들에게 전음을 날렸다.
바로 그 순간 무당산에 가득했던 마기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 * *
< 외전 6.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