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start doing business in Jungwon from today RAW novel - Chapter (211)
오늘부터 중원에서 사업하겠습니다-211화(211/212)
< 외전 7. >
무당의 장내는 어수선하기 짝이 없었다.
모용휘마저 심한 내상을 치유하느라 한동안 꼼짝도 못 할 지경이니 다른 이들의 부상은 말할 것도 없었다.
마도인들도 심한 내공의 소모로 모두 운기조식을 하느라 꼼짝도 못 했다.
가장 멀쩡한 조광윤은 강상영 두 사람은 이들을 남겨두고 무당의 한적한 정자에 자리 잡았다.
“승상. 이제 여쭈었던 물음에 답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나도 모르네.”
조광윤이 웃으며 말하자 강상영은 눈만 껌뻑거렸다.
“이유는 모르지만 난 무인들이 쏟아내는 기세를 느끼지 못해. 아마도 그 이유가 자네의 젊은 아우인 저 친구와 비슷한 몸이라 생각하는데···.”
조광윤은 손을 들어 전효명을 가리켰다.
“저 친구, 상단전을 뚫었지?”
“그럼 승상께서도?”
조광윤이 고개를 끄덕인 순간 그의 허리춤에서 비도가 날아올랐다.
“이런 식으로 상단전을 쓰면서 하단전의 내공을 실을 수도 있더구먼. 내공을 쌓는 것도 상단전을 통하면 굉장히 수월하고.”
“하지만 승상, 상단전과 위협하는 기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별개입니다.”
“그런가? 그럼 대장로는 그 연유를 아는가?”
“강력한 마기가 주는 공포, 두려움은 우리 마도인도 느낍니다. 더 강한 고수를 상대했을 때 말입니다. 하지만 그 공포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경우는 단 하나뿐입니다.”
“어떤 경우지?”
강상영은 조심스레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송구하오나 승상의 옥체에 평범한 이들은 없는 특이한 것이 있습니까?”
조광윤은 대수롭지 않게 상체의 옷깃을 풀었다.
“이런 것이 있네만···. 어떤가?”
선명하게 보이는 문양.
강상영은 조광윤의 가슴에 박힌 문양을 보자마자 눈썹은 파르르 떨렸고 입을 떡 벌린 채 아무 말 못했다.
강상영의 충격은 쉽게 가시지 못했다. 한참을 굳은 채 문양을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천천히 몸을 일으켜 정자를 떠나 다른 장로들에게로 가버렸다.
몸을 추스른 장청운과 염신 그리고 노혜광은 조광윤이 홀로 정자에 있는 것을 발견하자 곁으로 다가왔다.
“괜찮으십니까? 승상?”
장청운이 묻자 조광윤은 빙긋 웃었다.
“누가 누구를 걱정해야 하는지, 원···. 떨고 있는 그 몸이나 어떻게 해봐. 보기 흉하다. 황실경비대장이라는 놈이···.”
“소, 송구하옵니다. 승상.”
정청운이 얼굴을 붉힌 채 조용히 물러나자 노혜광이 물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눈 게야?”
“제 몸의 이 문양이 마교와 연관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것을 보더니 꽤 충격을 받더군요.”
조광윤은 바로 이것 때문에 사부가 이리로 보낸 것이라는 걸 알았다.
“그것이 뭣이길래?”
조광윤은 다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열세 명의 마도인을 가리키며 말했다.
“글쎄요. 이제 이것에 대해서는 저들이 설명해야겠죠.”
다시 돌아온 강상영은 머리를 조금 숙이자 나머지 열둘도 허리를 숙였다.
“승상을 뵈옵니다.”
조광윤은 손을 내저었다.
“예의가 서투른 자들의 인사보다는 내가 듣고 싶은 말부터 해 줘야겠다. 내 가슴의 이 문양이 도대체 무엇이냐?”
“승상. 그보다 먼저, 그 문양이 언제부터 새겨져 있었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강상영이 다시 조심스레 묻자 조광윤은 눈을 부라렸다.
“너희는 내게 질문을 던질만한 자격이 없다. 내가 묻는 말에 거짓 없이 대답하는 것이 바로 너희의 위치다. 어서 대답하라!”
조광윤의 호통에도 모두 입을 열지 못했다. 망설이는 그들을 향해 조광윤은 다시 한 번 소리쳤다.
“이 나라의 승상인 내가 네놈들과 입씨름하고 눈치 싸움할 시간이 있을 것 같으냐? 네놈들이 숨기는 것이 있다 해도 크게 알고 싶지도 않다. 네놈들을 지금 즉시 국경 밖으로 추방한다. 두 번 다시 중원 땅을 밟는 일은 없을 것이다.”
조광윤은 추방령을 끝으로 몸을 일으켰다.
속이 타며 조급한 이는 자신이 아니다. 가슴의 문양에 얽힌 비밀이 궁금했지만, 그것을 안다고 해도 더 나아질 것도 없다.
이미 거대한 땅덩이의 국가를 품에 넣었다.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을 가진다 해도 지금의 모습이 크게 변할 것도 없다.
조광윤이 정자에서 내려오려 할 때 강상영이 다급하게 말했다.
“승상. 주변을 물려 주십시오. 말씀 올리겠습니다.”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게로구만. 이젠 질문을 넘어 하명이라도 할 참인가? 그냥 말해!”
자리를 비켜주려던 노혜광과 염신은 발걸음을 멈췄다.
강상영은 두 사람을 흘깃 쳐다보고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천천히,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 문양은···. 우리 천명교의 지존이 될 수 있는 자격의 증빙입니다.”
노혜광과 염신은 충격으로 아무 말 못했지만 조광윤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놈들이···! 말장난이나 하려고 내 발길을 잡았느냐? 뭐? 지존 자격의 증빙? 그래서? 내가 너희 천명교의 지존이 될 수도, 안될 수도 있다는 뜻이냐? 어디서 감히 눈치를 살펴?”
조광윤이 다시 소리치자 강상영는 무릎을 꿇었다.
“진실이옵니다. 이제 우리 열셋의 천명교 장로가 자격이 되시는 승상께 천명교의 진정한 힘을 일깨워야 합니다. 그 뒤, 진정한 교주가 되시는 것입니다.”
“내 잠재력을 깨운다는 뜻인가?”
“그렇습니다.”
“어떻게?”
“장로들의 기를 전부 흡수하시는 것이옵니다.”
이제야 조광윤은 그날의 기억이 선명해졌다. 그리고 그들이 왜 그런 몰골로 시체가 되었는지도 알았다.
자격 있는 자에게 장로들이 기를 전달할 때, 바로 자신이 중요한 순간을 방해해 버린 것이다.
조광윤의 자신의 추측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지금 교주는 부재한 상태인가?”
“그렇습니다.”
“얼마나?”
“백 년이 넘었습니다.”
“그 백 년간, 자격 있는 자가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는가?”
“아니옵니다. 수십 년 전 새로운 교주가 탄생할 기회가 있었으나 하늘이 방해하여 실패했습니다.”
그 하늘의 방해가 바로 눈앞에 있다는 것을 알면 어떤 표정이 될까?
“그럼 이번에도 실패할 수가 있겠구만. 하늘의 방해로 말이야. 실패하면 어떻게 되나?”
강상영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그들의 부친 모두가 죽어버리지 않았는가?
머뭇거리는 강상영을 향해 조광윤이 머리를 흔들었다.
“실패는 떼죽음이다, 맞나?”
“송구하옵게도 그렇습니다.”
조광윤은 어이가 없어 웃음이 새어 나왔다.
“넌 지금 이 나라의 국정을 책임지는 내게 목숨을 걸고 겨우 변방의 종교집단에 불과한 천명교의 교주가 되어 주십사 부탁하는 것이냐? 그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강상영은 황급히 말했다.
“아니옵니다. 우리 천명교의 역사상 실패는 단 한 번이었습니다. 게다가 그 일은 분명 물리적인 어떤 충격 때문에 일어난 일이 분명합니다. 아시겠지만, 무인이 운기조식하거나 내공을 운용할 때 자그마한 충격에도 위험해 집니다. 그와 다를 바가 없사옵니다.”
“그럼 그런 방해만 없다면 안전하다는 뜻인가?”
“그렇사옵니다.”
조광윤은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내가 교주가 되었다고 치자. 하지만 그 어떤 이득도 없어 보이는데, 왜 교주가 되어야 할까?”
강상영을 비롯한 천명교의 장로들은 할 말을 잃었다.
지존의 자리를 논하는데 이득이라니?
“승상. 천명교의 교주는 하늘이 내린···.”
“시끄럽다.”
조광윤은 손을 들어 입을 연 장로의 말을 막았다.
“기껏해야 십만 교도의 충성을 받는 자리 아니냐? 난 지금 중원 만백성의 충성을 받는다.”
다급해진 장로 하나가 연이어 입을 열었다.
“우리 장로들의 내공을 흡수한 교주는 그야말로 천산을 무너뜨릴 만큼 고강한 무공을 가집니다. 천하제일이라는···.”
“그만. 그깟 무공 따위는 없어도 난 강호 전체를 쥐락펴락한다. 무공 따위가 뭐 대수라고···.”
이때 강상영은 조광윤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을 꺼냈다.
“승상. 우리 천명교 교인들은 단 한 번도 교주의 죽음을 본 적이 없습니다.”
“뭐라?”
“제 부친께서 마지막으로 모셨던 교주님은 무려 이백오십 년간 천명교의 교주 자리를 지키시고 조용히 사라지셨습니다. 우리는 그분께서 우화등선하셨다고 믿습니다.”
“방금 이백오십 년이라 했느냐?”
“그렇습니다. 가장 짧게 교주 자리를 지키신 분도 백 년이 넘습니다. 역대 천명교의 교주들은 득도하시어 교주의 직을 내려놓았을 뿐, 단 한 번도 죽음을 직접 본 사람은 없습니다.”
그야말로 솔깃한 소리다.
불로장생을 꿈꾸던 진시황제도 겨우 오십 년을 살았다.
인간이 아무리 오래 산다고 해도 백 년은 꿈도 꾸지 못할 세월이다.
권력을 한 손에 쥐고 부귀영화를 누리며 사는 이들은 당연하게 장수하기를 꿈꾼다. 조광윤도 다르지 않았다. 그도 이런 권력과 부귀영화를 오래도록 누리고 싶었다.
그런 그에게 백 년이 넘는 수명 연장의 꿈은 천금보다 더한 유혹이었다.
“그럼 그···. 반노환동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냐?”
오래만 살면 뭐하나?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지. 다시 젊어진다는 것은 장수보다 더한 유혹이다.
“그것은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승상께서는 아직 건장하십니다. 반노환동의 경지는 아닐 것입니다.”
강상영은 실망하는 조광윤을 보며 황급히 말을 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을 아주 오랫동안 지키실 것이옵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 흰머리가 희끗희끗할 때, 무공의 경지에 따라 어쩌면 반노환동의 경지에 이를지도 모르는 일이옵니다.”
“그렇다는 말이지···.”
조광윤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어쩌면 진시황이 못다 이룬 꿈을 자신이 이룰지도 모른다.
이 나라의 최고 권력자로 백 년···. 운 좋게도 이백 년을 산다면?
그것도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며 말이다.
이보다 더한 달콤한 유혹은 없었다.
한참을 생각하던 조광윤은 미간을 찡그렸다.
조금 전 이들이 말했던 것 중 아주 중요한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너희가 내게 내공을 전수한다고 했던가? 내가 너희의 내공을 흡수한다고?”
“그렇습니다.”
강상영이 나지막이 말했다.
“그럼 너희는? 모든 내공을 잃느냐?”
“아마도 그럴 것이옵니다. 어쩌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살아 있다고 해서 산목숨이겠는가? 무인이, 강호인이 힘의 원천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이번에는 조광윤이 깜짝 놀랐다.
“그렇게까지 해서 교주를 만들어야 하느냐? 목숨까지 바쳐 가며?”
“그것이 우리 장로들의 숙명입니다. 이유를 따지고 실리를 따질 일이 아닙니다.”
이득을 따지는 조광윤에게 실리를 따지지 않은 순순함을 말한다. 비꼬는 것이 아니었다. 그만큼 절박한 모습이었다.
“좋다. 내 기꺼이 너희들의 교주가 되어주마.”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이번엔 이백 년이라는 수명을 판돈으로 목숨이라는 칩을 걸었다.
조광윤이 어렵게 승낙했지만, 마도인들은 기뻐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어쩌면 끝까지 거절했으면 하는 것이 그들의 본심이었을지도 몰랐다.
이제 그들은 운 좋으면 내공 없는 평범한 인간, 운이 나쁘면 시체가 되기 때문이다.
“야! 너 제정신이야?”
조광윤의 승낙이 떨어지자마자 소리치는 사람도 있었다.
“넌 화산의 제자다. 화산의 그 귀한 영단을 낼름 집어삼킨 놈이 마교의 교주가 되겠다고?”
노혜광은 자신의 사문인 화산이 마교와 깊은 연결 고리가 생기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노혜광과 다른 이유로 소리치는 사람도 있었다. 바로 장청운과 염신이었다.
“승상! 불가하옵니다. 어찌 이런 위험을 스스로 자처하시나이까?”
“다시 한 번 생각해 주십시오. 이들의 운명이 안타깝기는 하나 승상께서 책임져야 할 일은 아닙니다!”
조광윤은 그들 앞에서 옷섶을 풀어헤쳤다.
“이것이 내 운명이오. 하늘의 뜻이 그러할진대···. 내가 지금 당장은 하늘의 뜻을 거절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엔 운명대로 흘러가는 겁니다.”
차마 오래 살고 싶다는 말은 꺼내지 못했다.
< 외전 7.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