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start doing business in Jungwon from today RAW novel - Chapter (212)
오늘부터 중원에서 사업하겠습니다-212화(212/212)
< 외전 8. (끝) >
조광윤은 걸음을 옮겨 무당의 장문인 앞으로 갔다.
내상을 어느 정도 회복했는지 장문인은 제자를 돌보는 데 여념 없었다.
“무당의 도움이 좀 필요합니다. 장문인.”
“서슴지 말고 말씀하시지요.”
“제게 주어진 천명을 지금 이행하려 합니다”
조광윤은 자신이 바로 마교 교주가 될 운명이라는 것을 천천히 설명했다.
“지··· 지금···. 이 무당에서 마교의 교주가 되겠다고 말씀하신 겁니까?”
무당 장문인은 믿어지지 않았다.
신성한 무당산에서 교주가 탄생했다는 것을 세상에서는 뭐라고 할까? 무당의 이름을 마교의 곁에 두는 죄를 어떻게 감당하라는 말인가?
“외람된 부탁이지만, 이것이 중원 무림을 지키는 일입니다. 그럼 무당은 패배를 시인하고 앞으로 봉문하실 생각이십니까?”
“차라리 봉문을 택하면 택했지 무당이 마교 교주의 탄생 장소가 될 수는 없소이다.”
“무당의 희생으로 정파가 안전해진다 해도 말씀입니까? 저들이 지금 무당을 내려가면 다음 장소는 소림이고, 화산입니다. 구파 전체가 아니, 중원 무림 전체가 저들의 발아래 숨을 죽이며 살게 될 것입니다. 괜찮습니까?”
명분 중에 가장 큰 명분은 바로 희생 아닌가? 스스로 몸을 던져 다른 이를 구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명분은 없다.
무당이 희생하면 중원 무림 전체가 산다.
장문인은 더는 거절한 명분이 없음을 알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게다가 지금 장소를 빌려달라는 요청을 하는 이는 바로 이 나라의 절대권력 아닌가?
분명한 명분과 권력의 압박에 맞서기에는 무당은 너무 미약한 존재다.
“진산(眞山) 봉우리에 조용하고 은밀한 장소가 있소이다. 거기가 적당할 것이오.”
“감사하오이다, 장문인.”
조광윤은 즉시 사람들을 불렀다.
“장 장군.”
장군이라는 호칭은 지금부터 내리는 명은 바로 승상의 명이라는 의미다.
“네. 승상.”
“경비대원 하나를 보내 대기 중인 오천의 기마대에 내 명을 하달하라.”
“분부 기다리옵니다.”
“내가 이 산에서 내려가기 전 개미 새끼 하나라도 무당산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철통같이 지켜야 한다.”
“존명.”
“또한 장 장군과 나머지 경비대는 염 대협과 함께 진산 초입을 지키도록. 내가 올라간 뒤, 진입하려는 자가 있으면 국명으로 목을 베어도 좋다.”
“분부 거행하겠나이다!”
지시를 끝낸 조광윤은 열셋의 장로들을 향해 말했다.
“올라가지.”
장로들은 죽을지도 모르는 길을 나서는데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런 그들을 보자 철저한 무신론자인 조광윤은 종교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또 한 번 느꼈다. 이번에는 그 무서운 힘을 자신을 위해 쓰니 일말의 고마움 마저 느끼며 천천히 산으로 올라갔다.
* * *
무당산 전체가 마인의 소굴로 보여도 이상할 게 없었다.
산 전체가 음산한 마기에 휩싸였고 그 마기는 산짐승과 풀벌레마저 숨죽이게 만들었다.
거대한 마기와 깊은 침묵만이 무당산을 감쌌고 그런 날들이 이틀이나 계속되었다.
이틀을 조금 넘기자 조광윤은 다 끝났다는 걸 알았다.
더는 몸속의 기가 요동치지 않았으며 머리도 더없이 맑았다.
그리고 결정적인 것이 하나 있었다.
지금껏 자신이 경이롭게 바라봤던 모용휘, 노혜광, 유규성 그리고 사부인 권중원의 무공이 얼마나 하찮았는지,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던 마교의 인물들이 펼쳤던 무공이 얼마나 조악스러웠는지, 너무나 쉽게 알아 버렸다.
조광윤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모습은 조금의 변화도 없었다, 차이라면 눈동자가 조금 더 깊은 어둠을 띄었다는 정도와 가슴에 새겨졌던 문양이 씻은 듯 사라진 게 전부였다.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피니 핏기 하나 없는 열셋의 장로들은 옅은 숨을 몰아쉬며 혼절한 것처럼 보였다.
목숨을 바쳐 교주를 탄생시켰으면서 자신들은 그 업적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아야 하는 운명이다.
조광윤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들을 내려다보며 두 손을 조금 들었다.
그의 손에서 검은 먹구름 같은 기운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하다 열셋으로 갈라져 쓰러진 장로들의 콧구멍 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마치 받은 걸 돌려주는 모습이었고 그 모습은 무려 한시진이나 계속되었다. 그들의 얼굴에 붉은 기운이 돌자 조광윤은 몸을 돌려 홀로 산봉우리에서 내려왔다.
“승상!”
가장 먼저 달려온 이는 장청운과 염신이었다.
“괜찮으십니까?”
“더없이 좋다.”
두 사람도 무인이기에 그 말의 뜻을 정확히 알아들었다.
“성취를 감축드리옵니다!”
조광윤은 웃으며 걸음을 옮겼고 무당에 도착하지 많은 이들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깨끗하게 정리된 무당처럼 모두가 멀쩡한 모습이었다.
그의 곁으로 가장 먼저 달려온 모용휘는 전신을 쓱 훑더니 긴 숨을 내쉬었다.
“마기가 충만해 엄청난 마인이 탄생할줄 알았는데 다행이로다. 마기가 널 삼키지 않았구나.”
“천성이 악날해서 그런지 별반 차이 안나더군요. 하하.”
조광윤의 웃음에 모용휘가 이마를 탁 쳤다.
“그렇지. 내가 그 사실을 깜빡했구나. 허허.”
무당의 대 연무장에는 기대반, 호기심반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무당과 화산의 검수들이 가득했다.
조광윤은 그들을 향해 두 손을 모으고 허리를 숙였다.
“여러분의 큰 아량으로 무림은 평화를 되찾았습니다. 이제 마도인은 그들의 길을 갈 것이니 경계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이 말은 바로 사신이 마교의 지도자가 되었다는 선포나 다름없었다.
평화가 왔음을 말해도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도 꽤 있었다.
그들은 마교 무공의 정수인 교주가 펼치는 무공이 어느정도인지 꼭 확인하고 싶은 두 문파의 고수들이었다.
그들의 기대에 찬 분빛보다 더 강력한 눈빛을 뿜는 모용휘가 입을 열었다.
“안계를 한번 넓혀주겠는가?”
조광윤은 피식 웃었다.
“진정한 하늘 밖의 하늘을 보고 싶으십니까? 모두 절망에 빠질 텐데요?”
참으로 방자한 말이었으나 아무도 역정을 내지 못했다. 이미 장로들의 무공만으로도 절망에 빠질 정도가 아니었던가? 그런 장로들의 모든 것을 한 몸에 지녔으니 천외천(天外天)이라 해도 건방진 소리가 아니다.
“그런 절망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게 무인이지. 어서!”
모용휘의 재촉에 조광윤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해야 이들이 천외천임을 받아들일까?
그 모습을 꼭 보여줘야 한다. 소문은 금방 퍼질 것이니 앞으로 그 누구도 딴생각을 못할 것이다.
“그럼 각 문파에서 열여섯씩 준비하십시오.”
모두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각 열여섯이면 무려 서른 두 명이 아닌가?
“아, 혜광 형님과 유규성 대협을 포함해서입니다.”
두 문파를 대표하는 절정고수 둘까지?
모용휘는 자신의 무공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이처럼 손쉽게 말하는 조광윤을 향해 물었다.
“어찌해서 서른둘이냐?”
“아, 특별한 이유는 아니고. 제가 가진 비수가 서른두 개뿐이거든요.”
황당한 이유였지만 이미 두 문파의 검수들은 앞다퉈 나서겠다고 싸울 지경이었다.
* * *
“이게 가능한 겐가? 어떻게?”
눈앞에 보면서도 믿기질 않았다. 이런 무공은 처음이다.
조광윤은 모용휘와 나란히 뒷짐을 지고 서서 여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중임에도, 서른두 개의 비수는 서른두 명의 검수가 전신이 땀에 푹 젖을 만큼 강한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천외천이라 말하지 않았습니까? 비수가 더 있었다면 모든 검수들을 상대할 수도 있습니다.”
조광윤은 연무장을 향해 소리쳤다.
“자, 몸 풀렸으면 준비하도록. 지금부터가 진짜다.”
조광윤의 말이 끝나자마자 검수들을 노리는 비수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수의 잔상만 보였고, 일각의 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하나둘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노혜광과 유규성이 손에 쥔 검을 떨어트리자 모든 비수가 단번에 허리춤으로 돌아왔다.
조광윤은 헐떡거리는 그들을 보며 장청운과 염신을 불렀다.
“이제 황도로 돌아간다. 장 장군은 나와 함께 할 것이고, 염 대협.”
“네. 승상.”
“마교 장로들이 정신을 차리면 내려올 것이오. 며칠이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그들이 내려오면 모두 데리고 청와대로 오시오.”
“명을 받드옵니다.”
조광윤은 경비대원들과 하산하기 전, 무당과 화산의 제자들에게 한마디를 남겼다.
“모두 정진 수련하시어 조금은 더 강한 무인이 되시길 바랍니다.”
* * *
며칠이 지나자 기다렸던 인물들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들어왔다.
그들은 조광윤을 보자마자 넙죽 업드렸다.
“교주님을 뵈옵니다. 천세, 천천세!”
조광윤은 절하는 그들을 웃으며 맞았다.
“그래, 몸은 좀 어떠신가?”
“교주님의 은혜로 예전보다 더 좋아졌습니다.”
강상영은 다시 한 번 머리 숙였다.
그들의 상태를 확인하자 빈말이 아니었다. 그들이 은은하게 내뿜는 기는 더욱 형형했고 무거웠다.
“자, 그럼 이제 천명교의 앞날을 논의하도록 하지.”
“교주님의 말씀에 따를 뿐이옵니다.”
조광윤은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그러니까 천명교의 율법은 바로 교주의 말이라는 건가?”
“말씀이 쌓여 율법을 이룹니다. 교주님은 곧 천명교 그 자체입니다.”
“그럼 내가 묻는 말에 거짓없이 말하도록.”
“어느 안전이라고 거짓을 아뢰겠습니까?”
“중원으로 들어오려는 이유가 척박한 땅에서 버티기 힘들어서 그런 것 같은데 맞나?”
강상영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십 년 넘게 가뭄입니다. 십만의 교인들은 모두 아사 직전이라 더는 버틸 수 없습니다.”
“그럼 이것을 한 번 보도록.”
조광윤은 준비했던 지도를 전달했다.
그들이 지도를 펼치자 신강성의 한 부분에 큼지막한 표시가 보였다.
“모두 그곳으로 이주하여 정착하도록. 비록 산세가 험하나 물이 풍부하여 개간만 하면 굶주리는 일은 없을 거야.”
강상영은 당혹한 쵸정을 숨기지 못했다.
“교주님. 지금 이 시각에도 어린 애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습니다. 개간은···.”
조광윤은 손을 들어 그의 입을 막았다.
“개간하고 곡식을 소출할 때까지 필요한 모든 물자는 내가 전할 것이다. 그곳에 터를 잡는데 조금도 어려움이 없을 것이니 내 말대로 해.”
“교주님. 무려 십만입니다. 어찌 십만의···.”
“천명교가 교주의 말을 믿지도 않을 만큼 충심이 약했던가? 난 내입에서 나오는 말을 지키지 않은 적이 없다. 앞으로 천명교의 교인이 굶어죽는 일은 없을 것이다.”
“용서하십시오. 소인이 교주님의 큰 힘을 몰라뵈었습니다.”
강상영은 머리를 바닥에 찧었다.
“그리고 교주의 선택 말인데…”
조광윤은 장로들의 눈치를 슬쩍 보며 말했다.
“난 하늘이 정해준 대로 산다는게 마음에 들지 않아. 우리 인간은 인간의 의지로 살아야 한다.”
“아둔한 소인들을 일깨워 주십시오. 뜻을 헤아리지 못하겠습니다.”
“난 이 나라의 승상이다. 만백성을 돌봐야 하는 게 우선이지 천명교의 십만 교인만 돌볼 수는 없어. 그래서 교주는 하늘이 아닌 인간이 선출할 것이다. 이 시간 이후 천명교 교주의 직은 바로 강상영 대장로가 맡도록!”
“거두어 주십시오. 감당키 어렵습니다.”
강상영은 다시 바닥에 머리를 찧었다.
“교주의 말이 곧 율법이라 하지 않았던가?”
모두 입을 열지 못했다. 이런 일은 처음이니 어찌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대답하라! 교주의 말이 곧 율법이 아닌가?”
강상영은 벌떡 일어나 다시 큰절을 올렸다.
“교주님의 말씀을 따르겠나이다.”
조광윤은 강상영을 향해 물었다.
“그렇다면 신임 교주께 전임 교주가 한번 묻겠소.”
갑자기 존칭이 나오자 강상영은 더욱 머리를 숙였다.
“앞으로 어떤 기준이 교주의 자격이 되어야겠소? 내 앞에서 하늘 운운하면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하고 대답하시오. 인간의 규칙은 인간이 정해야 한다는 걸 명심해야 하오.”
강상영은 한동안 생각하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십만이나 되는 교인을 지키기 위해서 꼭 필요한 자격이 하나 있습니다.”
“그게 무엇이오?”
“바로 강(强)입니다.”
조광윤은 강상영의 대답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이자는 강하면서 현명하다.
“참으로 기대 이상이요. 그럼 앞으로 천명교의 율법 중 으뜸은 바로 강자지존(强者之尊)으로 하겠소.”
조광윤은 천명을 내린 후, 그들과 한동안 천명교의 십만 교인들의 이주를 논의한 후 돌려보냈다.
그들이 돌아가고 조광윤은 다시 관복으로 갈아입었다.
“자, 출근해 볼까?”
조광윤은 천천히 황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