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02)
제102화
102화 – 본래 전쟁은 작은 이유에서 시작된다
#1
세계사에선 크나큰 전쟁이 많이 일어나곤 한다.
1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 백년전쟁, 한국전쟁 등등.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전쟁이고, 전쟁의 원인은 정말 다양하게 서술되어 있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그 전쟁의 시발점은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한 것이 상당히 많다는 거.
역사에 조금만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알 것이다.
큰 사건으로 번지기 전, 사람들의 심리는 이미 변질되어 있다는 걸.
지금, 이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케일을 두고, 평민과 귀족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
평민은 이 땅을 지켜 주는 귀족들에게 존경심을 품지 않았고, 귀족은 근간이 되는 평민을 천박하게 여겼다.
“저기-.”
“우리가 서명해 줄 테니까, 그런 재능으로 평민이랑 놀지 마.”
“그래. 그거 알아? 여덟 왕국이랑 제국 모두, 평민이 귀족이 될 수 있는 길이 충분히 열려 있는 거?”
귀족들은 평민 학생들을 고깝게 본다.
그건, 노력하지 않고 이미 가진 자들을 끌어내리려 하기 때문.
출세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
그것이 제국, 더불어 이 대륙이 살아남은 방식이었다.
세상이 안정되고, 평민이 스스로 안주하길 수 세기.
노력해서 얻으려 하지 않고, 그들은 위에서 내려오는 것들을 받아먹으며 몸집을 키웠다.
“그게 제대로 이뤄지나? 평민 출신 귀족이라고 제대로 대우도 안 해 주는 게 얼마나 많은 줄 알아?”
“넌 신입생을 선배처럼 대하니?”
설전이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케일의 인상이 점점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누가 보낸 건지 모르겠지만, 잘못된 선택이다.
케일은 이런 개판 오 분 전인 상태를 바란 것이 아니었다.
왜 일이 계속 꼬이는 건지, 답답하기만 했다.
언성이 점점 높아졌고, 급기야 하지 못할 말까지 쏟아 내는 이들.
“엄마 아빠 잘 만나서 떵떵거리는 주제에-.”
“그러는 너희는, 부모 잘못 만나서 그렇게 천박하게 태어났니?”
“그만해.”
케일이 나직이 말했다.
분명 작은 목소리로 웅얼거리듯 말했지만, 모두의 귀에 똑똑히 들렸다.
시끄러웠던 곳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어느새, 그들은 케일이 내뿜는 마나에 압도당하고 있었다.
“평민이든, 귀족이든, 상관없어. 서명할 사람만 하고 돌아가 줄래?”
“……그래. 우리가 못 볼 꼴을 보였네.”
“하……. 그래. 여기서 이러고 있을 사안이 아니지.”
“잘 선택해야 할 거야. 케일.”
케일이 뱉은 말에, 모두가 동조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는 케일에게 경고하고 떠나가기도 했다.
아카데미에 있는 이상,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었지.
복도에서 모두의 이목을 끌며 설전을 벌이는 건, 모두에게 마이너스가 되는 행동이었다.
가뜩이나 교수와 이사장, 실질적으로 아카데미를 운용하고 있는 이들은 귀족과 평민의 대립을 좋지 않게 보고 있었으니.
이렇게 파벌을 나눠서 싸우고 있으면, 어떤 방식으로든 불이익이 올 수밖에 없었다.
케일이 중재하지 않았다면 그들은 누군가에게 미운털이 박혔겠지.
“여기, 열 명 다 채운 거 축하해. 이제 공부 열심히 해야겠네.”
“……고마워.”
결국, 그들은 귀족과 평민이 두 명씩 서명을 해 주고 떠나갔다.
한차례 폭풍이 지나간 것 같았다.
독수리반 학생들은 떠나갈 때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말한 거, 잘 생각해 봐.”
“휴…… 쟤들, 자기들끼리 북 치고 장구 치고 하는 이들이지?”
“응? 아마…… 그럴 거라 생각해.”
푸른 머리칼의 남자가 말했다.
플로이스 가문과는 예전부터 친분이 있었던, 그래서 그녀의 친우를 도와주기로 했던 사슴반의 남자였다.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반가워. 케일이라고 했던가? 난 드라인이라고 해. 같은 평민이지만…… 나도 위로 올라가고 싶거든.”
“잘 부탁해.”
마지막으로 서명을 진행한 그가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문득 궁금해졌다.
플로이스 가문은 귀족일 텐데, 드라인과는 어떻게 아는 사이일까?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
케일은 신청서를 챙겨, 걸음을 옮겼다.
드라인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작게 뇌까렸다.
“영애. 영애가 말씀하신 친구는…….”
그는 뒷말을 삼키고 몸을 돌렸다.
레벨리-말리토라고 했던가.
조만간 그쪽에서도 움직일 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교수들의 눈을 피해 움직이는 건, 예전부터 있던 일이었으니-.
어쩌면 교수들 사이에서도 알 수 없는 알력이 존재하는지도.
어떻게 해야 할까-.
드라인은 눈을 빛내며 아카데미 내부를 둘러봤다.
오늘도 평화로운 곳.
허나, 그 평화를 유지하는 댐에 거대한 못이 박혔다.
드라인은 다시 케일을 돌아봤다.
‘저 친구가 급류에 휩쓸리지 않길 바라야겠지.’
작은 충돌은 언젠가 큰 싸움으로 번진다.
인간관계.
서열.
상대방을 찍어 누르고 싶은 지배심.
가학심.
이 밖에 부정적인 감정들이 소용돌이쳐, 추악한 결과를 만들 것이다.
“누가 되든, 내 목적은 하나뿐이니.”
그가 걸음을 옮길 때,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어? 그럼 나도 가도 되나?”
“음?”
뒤를 돌아봤지만,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드라인은 주변에 있는 친구들이 한 말을 잘못 들었나? 하며 걸음을 옮겼다.
#2
“고생했다. 그래도 잘 받아 왔네.”
“감사합니다.”
“아, 네 친구.”
“네?”
조교는 이걸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
한쪽만 사정을 말해 주는 건, 조금 그러니까…….
인생은 공평해야지.
“걱정 많이 하는 것 같더라.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렇군요.”
케일이 작게 웃었다.
하지만, 아직 그녀에게 다가갈 순 없었다.
이야기를 듣는 건 아나이스에게서다.
그래, 아나이스가 진심으로 자신을 싫어할 리가 없잖아.
케일은 조금, 아주 조금 기분이 나아짐을 느꼈다.
귀족이니 평민이니 했던 대화들의 불쾌함이 씻겨 내려갔다.
“건투를 비마. 네가 학생회장이 되면, 아마 오랜만일 거야.”
평민 출신 학생이 학생회장이 된다.
아카데미 내부에서도 몇 안 되는 케이스였으며, 그들 모두 예외 없이 귀족의 성을 받았다.
차별 어쩌구 하는 이야기도 여기서부터 출발하는 것들.
하지만, 그들은 뛰어난 오성과 재능을 바탕으로 점차 가문의 위세를 키워 갔다.
힘이 빠진 가문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새로운 가문이 그 자리를 채운다.
그런데, 요샌 그런 이들이 많이 없어졌다.
“나도 그냥 책으로밖에 보지 못해서 잘 모르지만, 힘내.”
“감사합니다.”
케일은 꾸벅, 고개를 숙이고 방을 나섰다.
그녀는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다른 이들이 자신의 정체를 알면, 무어라 말할까?
누구는 좋아할 테고, 누구는 배신감을 느끼겠지.
어쩌면, 지금까지 쌓아 왔던 관계가 모두 뒤틀려 버릴지도 몰랐다.
문득, 누군가가 보고 싶어졌다.
그녀는 홀린 듯이 연무장으로 향했다.
#3
땀방울이 흘렀다.
마누스는 요 며칠, 아나이스를 봐주며 생각했다.
자신은 마투학에서, 어떤 형태의 무기를 쓸 것인가.
제니퍼는 무형의 기운을 날린다고 했고, 멜라니는 정령의 힘을 빌려 쓴다고 했다.
그렇다면 자신은?
마누스는 간단하게 생각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매체 속에서 자랐다.
로망을 실현할 모습들은 머릿속에 한가득 쌓여 있다는 말이다.
“아직도 결정하지 못한 게냐?”
“……방금 생각났습니다.”
심플한 것이 가장 좋지 않겠는가.
상상하기 편하고, 다루기 편한 것.
그러면서도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는 것.
마누스는 가볍게 주먹을 내질렀다.
파앙-!
공기가 터져 나갔다.
쉬익-!
손을 펴, 날을 만들어 휘두르자 바람을 가르는 칼날이 생성되었다.
“좋은 발상이군. 막는 건 어떻게 할 거지?”
“그건 조금 더 연구해 봐야겠군요.”
재밌었다.
제니퍼 역시 순수하게 감탄했다.
마투학에 재능이 있는 이들을 가르쳐 보면, 하나같이 공통점이 있었다.
자신이 특별하다는 것에 빠져, 무언가 특별한 것을 자꾸만 만들려고 한다는 것.
제니퍼가 가장 우려한 부분이었으며, 그걸 뜯어고치는 데 시간이 가장 많이 들기도 했다.
익숙하면서도 강력하고, 또 인간이 다루기에 합리적으로 설계되어 있는 것.
그건 바로 인간의 신체, 그 자체였다.
“잘 생각했다. 인간의 신체는 잘 다루면 훌륭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물론, 마나를 충분히 다루고 마투학을 완숙하게 다룰 수 있다는 전제하에.”
“……예.”
“전사, 수호자들이 익히는 격투는 호신용으로 가치가 높지. 실제로 마나가 담긴 주먹은 갑옷도 우그러뜨릴 정도이니. 하지만, 격투는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거고.”
주 무장으로 싸우다 변수를 만들기 위해, 혹은 주, 부무장까지 모두 사용 불능이 되었을 때나 격투술을 이용하는 전사와 수호자.
반면, 마투사는 주 무장도, 부무장도 없이 맨몸으로 적을 상대해야 했다.
그들은 신체 능력을 극한으로 갈고닦았고, 결국 그 신체를 100% 활용하기 위해 끝없는 연구를 거쳤다.
날붙이와 마법을 상대해야 하는 맨몸 격투가들.
“주입식 교육이 필요할까 싶었는데, 그러지 않아도 되겠군. 내일부터는 나와 투닥거리면 된다.”
“알겠습니다.”
“숙제는 알지? 공격은 해결했으니, 방어를 고민해야 할 게다.”
아니면 꽤 아플 거야.
제니퍼는 흐흐, 이상한 웃음을 흘리고 연무장을 나섰다.
멜라니는 마투학에 속성 마법을 더한, 본인만의 무기를 완성시키는 중이었다.
원작에서보다 강해지는 속도가 월등히 빨랐다.
콰르륵-!
마치 해적 만화의 불 주먹을 보는 것 같은 정권이 연무장을 가로질렀다.
이미 그녀가 수련하는 모습은 아카데미 내에서도 명물이 되어 가는 중이었다.
정령의 힘을 이용해 마투술을 펼치는 마법사.
“늬들-! 지금 당장 안 꺼지면 강제로 내 수업 듣게 한다!”
“죄송합니다아-!”
몰래 숨어서 지켜보고 있던 이들이 제니퍼에게 걸렸다.
학생의 집중을 헤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 그녀는 웬만하면 구경하는 걸 불허했다.
이따금 연무장 근처까지 와서 몰래 보는 이들은 저런 식으로 쫓아내곤 했다.
얼마나 지옥 같은 수업이면 저런 반응을 보일까.
제니퍼 역시 씁쓸했는지 피식 웃고는 천천히 사라졌다.
오늘도 뿌듯한 수련이 끝났다.
멜라니는 땀을 훔치며 다가와, 꾸벅 고개를 숙였다.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슬슬 몸에 익는 것 같군.”
“네. 탑에서 시험해 보고 싶어요.”
“그것도 좋은 방법이지.”
조금 낮은 층부터 시작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리라.
몸으로 하는 건, 역시 반복 숙달이 최고였다.
마누스 역시 오늘 탑에 올라갈 예정이었다.
파수꾼을 상대로 마투학이 얼마나 먹히는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슬슬 장비도 맞춰야 하니.’
두 번째 데모니움부턴, 난도가 급격하게 올라가니까.
가문의 일도 있고 하니, 슬슬 장비를 맞출 때가 되었다.
파수꾼은 확정으로 드롭하는 장비 몇 개가 있었지 아마?
“재밌겠네.”
오늘의 파티원은 아나이스, 알비온, 그리고 아덴이었다.
목욕이라도 할까.
잡다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저 멀리서 종종걸음으로 다가오는 여인이 보였다.
“……오늘도 상담인가.”
그의 중얼거림은 그저 허공에 헛되이 흩날릴 뿐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