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04)
제104화
104화 – 한계를 정하는 건, 자신뿐이다
#1
탑 77층.
파죽지세로 올라온 일행은 드디어 파수꾼이 지키고 있는 곳에 당도했다.
본래 하루면 재생되는 탑이지만, 파수꾼은 재생되지 않는 것이 특징.
저 앞에 강렬한 마나 반응이 감지되었다.
즉, 케일과 다른 이들이 아직 이곳까지 올라오지 않았다는 얘기였다.
77층.
보스는 연인 아르카나의 3번.
고정 보상을 가지고 있는 녀석이었다.
“패턴 설명을 하지.”
“-네.”
“약점 속성은 불. 하지만 모든 마법에 대한 저항력을 달고 있는 녀석이다.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할 거야.”
아나이스는 꿀꺽, 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거대한 뱀처럼 생긴 데몬이 언뜻 보였다.
그 괴물은 단단한 비늘과 한 번 맞으면 그대로 다진 고기가 될 것 같은 두께의 꼬리를 지녔다.
“꼬리를 이용한 공격을 주로 할 거다. 공격은 대부분 내가 막을 테지만, 파편을 처리하는 건 네가 직접 해야 한다.”
“후우우…… 할 수 있겠죠?”
“그래야 할 거다. 안 그럼 죽을 테니까.”
아나이스는 꿀꺽, 침을 삼켰다.
마누스는 그녀에게 목숨을 맡겼다.
부담스러울 거다.
하기 싫을 수도 있다.
허나, 포기하진 않겠지.
마누스를, 아덴을, 알비온을 진짜 동료로 생각한다면, 포기하지 않을 거다.
그 책임감이 한계를 부술지 없을지는 이번에 판가름 나겠지.
걱정과는 달리, 아나이스는 마음을 그 어느 때보다 굳게 먹은 상태였다.
마누스가 실제로 죽는지 아닌지는 관심 없었다.
자신을 믿고 저런 발언을 해 준다는 것.
그 믿음에 보답하는 것이 자신이 해내야 할 과제였다.
“꼭 해낼 거예요. 제 마법의 위력이 통한다는 걸 입증하겠어요.”
“-그래.”
[강력한 간섭을 시작합니다.]마누스는 미소 지었다.
자신감 있는 모습을 조금이나마 되찾은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사실 극단적인 처방이 아니었다고 해도 아나이스의 재능은 피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방향이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기껏 피운 재능의 꽃이 곤충을 잡아먹는 식인식물이라면, 재능을 피운 의미가 없지 않은가.
마누스는 그녀의 재능이 열등감이라는 감정 위에 핀 라플레시아가 되지 않길 바랐다.
그러기 위해선 방향을 잘 잡아 줘야 할 인도자가 필요했다.
“가지.”
빠직-.
전신에 마나를 두르고 버프 마법을 활성화했다.
졸졸 따라오던 하얀 드래곤, 알비온의 눈이 빛났다.
[에리고]신체를 단단하게 해 주는 마법과-.
[콘솔리다티오]강력한 일격을 위한 버프 마법.
[신수의 숨결]사역마 전용 스킬이 아나이스와 마누스의 몸을 휘감았다.
‘신수의 숨결’.
적의 약점을 공략할 시, 공격력 보정이 들어가는 버프였다.
화염 마법을 주로 사용하는 아나이스에겐 상성이 좋은 스킬.
활력이 깃들었다.
몸은 더없이 가벼웠고, 앞서 치렀던 전투로 몸도 잘 풀렸다.
마누스는 제니퍼의 말을 떠올렸다.
‘방어에 쓸 형상을 연구하라고.’
이미 생각해 둔 바는 있다.
완전한 무에서의 창조는 신만 가능한 것이라 배웠다.
인간은 학습과 경험을 통해 발전되고 변형된 것을 창조할 뿐.
마누스는 영화가 떠올랐다.
‘간단하군.’
언젠가 기예르모의 기술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하고 결정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왜 무장에는 방패가 빠지질 않을까.
답은 간단했다.
그만큼 압도적인 효율을 자랑하는 무장이었으니까.
[크르르륵-!]뱀의 시선이 세 존재를 향했다.
숨이 턱 막힐 것 같은 압박감.
거대한 꼬리는 한 대만 직격당해도 상체와 하체가 분리될 것 같았다.
아나이스는 숨을 고르고 마나를 이끌었다.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마나가 그녀의 의지를 따랐다.
공부했던 것들을 상기하고 적을 눈에 담았다.
파수꾼.
무기력하게 당해야만 했던, 지난날이 스쳐 지나갔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적의 방어를 뚫을 수 있는 것이 필요했다.
강인한 마법 저항력이라도 뚫고 들어가, 적의 심장을 꿰뚫을 마법.
화르르르-!
그녀의 의지에 반응해, 불꽃이 피어났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붉은색 화염.
언제든지 적의 살갗을 태우기 위해 장전되었다.
전투의 시작은 순식간이었고, 뱀의 꼬리가 공기를 찢어발기며 쇄도했다.
“흐읍!”
마누스는 마나를 끌어 올려, 왼팔을 들었다.
두 발을 넓게 벌려 단단히 고정하고, 땅을 마나로 움켜잡았다.
방패 형상으로 넓어지고 단단해지는 마나.
진짜 방패에 마나를 두르는 것보단 효율이 떨어지겠지.
허나 그는 효율 따위를 씹어 먹을 수 있는 양의 마나를 보유했다.
연비는 최악이나 다른 슈퍼카에 비해 연료통이 월등히 크다면?
콰아아아아아-!
“크으읍-!”
마누스의 입에서 억눌린 신음이 흘러나왔다.
역시 파수꾼.
피지컬이며 담겨 있는 마나 하며, 마누스라도 벅찼다.
주르륵 밀려났지만, 유효한 타격은 없다는 것이 다행일 정도.
마나가 뭉텅뭉텅 갈려 나갔지만, 버틸 수는 있었다.
이런 날을 위해 조금씩 쌓아 올렸던 내실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스킬들이 서로 맞물려 최상의 시너지를 내, 파수꾼의 일격을 버텼다.
[이그니오] [알투스]아나이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던지기로 했다.
콰르르륵-!
그녀가 흩뿌린 화염이 사냥꾼의 화살처럼 뱀의 머리에 꽂혔다.
[크으으으으으-!]고통받고 있는 모습, 그러나 움직임은 변함없었다.
아니, 오히려 분노에 차서 날뛰는 모습이었다.
뱀의 얼굴에 쓰인 가면 안쪽에서 붉은 안광이 몰아쳤다.
“눈 감아!”
지잉-.
설명했던 패턴 중, 마주 보고 있던 대상에게 혼란과 매혹을 거는 스킬.
게임에선 가장 마지막에 공격했던 대상을 향해 스킬이 시전되는 패턴이었다.
아나이스는 질끈 눈을 감았다.
닫힌 눈꺼풀 위로, 붉은 광선이 스쳐 지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마누스는 혹시 몰라 [플람마]를 준비해 뒀지만, 아나이스는 또렷한 눈동자로 파수꾼을 응시했다.
이제 다시 꼬리 치기 패턴.
마누스는 어그로를 확실히 잡기 위해 일부러 버프 마법을 사용했다.
버프를 쓰거나 포션을 먹거나 회복 마법을 사용하는 캐릭터에게 어그로가 끌린다는 건, 모든 플레이어가 아는 사실.
[크으으으으-!]마누스의 마나에 반응한 파수꾼이 다시 그를 쳐다보며 새로운 패턴을 선보였다.
적중하면 확정으로 다운 및 스턴이 걸리는 박치기 패턴.
그 무시무시한 질량이 마누스를 향해 그대로 돌진했다.
쿠르르르-!
방 안을 기어 다니며 방향을 예측하기 힘들게 하는 움직임.
모니터 안에서의 연출이었지만, 실제로 보니 압박감이 장난 아니었다.
까딱 잘못하면 전신이 으스러질 것이다.
‘피하면 안 된다.’
카이사르의 냉철한 판단력이 그리 말하고 있었다.
이건 게임이 아니니까.
크고 단단한, 그리고 땅에 박아 넣을 수 있는 방패를 상상했다.
타워 실드.
공성전에서나 쓰일 법한 거대한 방패가 즉각 떠오르며 마나가 반응했다.
무형의 기운이 단단하게 앞을 막았다.
시험 삼아 하는 실전치곤 너무 빡셌지만, 원래 죽기 직전까지 가는 실전이야말로 실력 상승의 밑거름 아니던가.
콰아아아앙-!
거친 소음이 공간을 때렸다.
“크헉-!”
“선배! 괜찮죠!”
마누스는 말하지 않고 아나이스를 돌아봤다.
그의 푸른 눈빛이 흉흉하게 빛나는 중이었다.
꿀꺽, 아나이스가 저도 모르게 한 발자국 물러났다.
급습하는 공포심.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감.
그것들이, 거대한 장막을 만들어 그녀를 나아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마치, 내가 죽기 전에 어서 적을 쓰러뜨리라는 협박을 받는 것 같았다.
질끈 눈을 감고, 깊은숨을 내쉬었다.
‘내가 못하면…… 다른 사람들이 다치거나 죽어.’
친구들이, 선배가, 피어슨이 피를 흩뿌리며 죽는 건, 절대 보기 싫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선, 앞길을 막고 있는 것들을 모조리 파괴해야 한다.
절박한 눈동자를 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가로막는 것들을 태울 강력한 불꽃이 필요했다.
[이그니오]3클래스 마법.
4클래스를 사용하기엔, 부담이 너무 컸다.
그래서 아나이스는 자신이 잘하는 것으로 화력을 올리기로 했다.
[알투스]한 번, 불꽃의 크기를 키우고-.
[알투스]두 번, 불꽃의 온도를 올리며-.
[알투스]세 번, 불꽃의 색을 바꿨다.
태양처럼 찬란하게 타오르지 않아도 된다.
광범위하게 적들을 쓸어버리지 않아도 된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단단한 것을 태울 초고열의 힘.
가로막는 것만을 불태우는, 집요한 겁화였다.
콰르르르륵-!
그녀의 집요한 생각이, 갈망이 새로운 길에 발을 들이게 해 주었다.
“……검은 불꽃이라니.”
아덴이 나직이 감탄했다.
알비온 역시 힘차게 날갯짓하며 그녀에게 버프를 걸어 주었다.
한 단계 진화한 회복 마법이 두 사람에게 닿았고, 아나이스는 제 컨디션의 120% 이상을 뿜어냈다.
[아나이스 전용기 : 디솔루트]검은 불꽃은 환한 빛을 뿌리지 않았다.
요란하지도 않았고, 굉음을 내지도 않았다.
칙칙한 검은 불꽃은 거대한 뱀처럼 달라붙어, 끈질기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크으으으! 크으으으-!]파수꾼이 고통스러워했다.
콰앙-!
마투학으로 단련된 주먹이 뱀의 뺨을 후려쳤다.
마누스는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마무리 지어라.”
“-네!”
아나이스는 보았다.
온몸을 뒤틀며 서서히 죽어 가는 파수꾼.
무기력하게 고통에 허덕이며 녹아내리는 장애물.
짜릿한 쾌감이 전신을 지배했다.
이게 내가 가야 할 길이구나.
이게, 내가 연마해야 할 진짜 마법이구나.
아나이스의 가슴에 벅찬 감정이 치솟았다.
쿠오오오-!
거센 마나가 일어났다.
케일은 예전에 이 현상을 겪었지.
조금 늦었지만,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을 거야.
“할 수 있다아아아-!”
자신감을 얻은 그녀의 마나가 요동쳤다.
마누스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녀가 드디어, 열등감이라는 껍질을 부수고 세상으로 나왔다는 걸.
콰르르르르-!
벽을 부수고 도달한 곳은 아득히 높은 경지였다.
태양.
아직 그만큼의 열기와 압도적인 화력을 갖추진 못했지만, 적어도 파수꾼에겐 태양처럼 느껴질 것이다.
“가라아-!”
그녀아 카랑카랑한 외침이 동공을 울렸다.
지금까지 이론으로만 숙달했던 마법.
케일이 먼저 오른 경지.
아나이스도 그녀와 같은 곳에 올라, 함께 걸을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불꽃의 소용돌이가 파수꾼의 몸을 덮쳤다.
전용기가 아닌, 순수한 클래스 마법.
가장 화려하게 타오르고, 확실하게 적을 분쇄하는 화염계 4클래스.
[이그니스] [크으으으으으-!]뱀의 거체가 고통에 몸부림쳤다.
아나이스의 전용기는 적을 서서히 태워 버리는 도트딜 형식의 마법.
거기에 화염 속성의 저항력을 깎아 내리는 효과까지 겸했다.
마른 장작이나 다름없는 곳에 기름을 끼얹고 불을 지핀 것과 마찬가지.
급격하게 꺼져 가는 생명 속에, 파수꾼이 마지막 발악을 시도했다.
캬아악!
거대한 입을 벌리고, 불길에 휩싸인 채로 마누스를 찍어 내린 것.
“선배-!”
사고는 찰나였다.
콰아아아앙-!
아나이스는 보았다.
그녀가 존경하는 선배가 거대한 입에 삼켜지는 장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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