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06)
제106화
106화 – 돌을 던지다가 끌려간다
#1
방과 후 동아리실.
아나이스를 제외한 모두가 모여 있었다.
달칵, 문이 열리고 수업을 마친 니아와 마누스가 들어오는 것으로 집합이 끝났다.
붉은 머리칼이 없는 동아리실은 왠지 모르게 허전함이 느껴졌다.
“다 모였네? 이렇게 모인 거 꽤 오랜만이잖아?”
“무슨 일로 부르셨나요?”
에머슨은 소집의 주동자인 마누스를 바라보며 물었다.
마누스는 아공간 주머니를 펼쳐, 그 안에 있던 아티팩트들을 모조리 쏟아 냈다.
쿠당탕탕-!
와르르르-!
하나에 몇 골드나 할 법한 마법 도구들이 거대한 테이블로 무참히 쏟아졌다.
“이, 이게…….”
“언제 이런 걸 다 모아 둔 거야? 이거, 탑에서 나온 거 맞지?”
“그렇습니다.”
장비 분배의 시간이 왔다.
에머슨의 얼굴이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이, 이걸 다 하라고요?”
“그래. 불가능한가?”
마누스가 피식 웃으며 에머슨을 바라봤다.
마치, ‘이것도 못하나?’라고 도발하는 것 같았다.
에머슨의 성격을 아주 잘 이용하는 중이었다.
실제로, 그녀는 울컥한 표정을 짓더니 아티팩트 하나를 집어 들었다.
에머슨의 감정 능력은 한 번에 하나씩 감정하는 것.
실제로 감정을 의뢰하는 것 자체가 아주 대차게 욕먹었던 시스템이었다.
[어? 무슨 일이야?>-감정을 요구한다.-
[감정? 응, 해 줄게. 어떤 아티팩트를 감정해 줄까?>-아이템 선택-
[맡겨 둬!>-감정 후 옵션 설명-
감정 자체를 하나의 이벤트로 만들어 두었던 터라, 한 번에 수십 개의 아티팩트를 감정하려면 똑같은 대사를 수십 번 봐야 했던 것.
나중에 편의성 패치를 한다고는 했는데…….
‘그게 이게 될 줄은 몰랐지.’
마누스는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실제로 에머슨은 하나하나, 천천히 감정을 진행하는 중이었다.
마누스는 실시간으로 옵션의 텍스트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아직 마음에 드는 옵션은 나오지 않았다.
열 개가 넘어가니, 슬슬 에머슨의 집중력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를 악물고 모든 아이템을 감정해 냈다.
서른두 개.
그녀는 땀을 훔치고 숨을 몰아쉬었다.
“흐아아…… 끄, 끝났어요!”
“제법이군. 앞으론 개수를 좀 더 늘려도 되겠어.”
“진짜, 너무 악질 아니에요? 저 죽어요!”
에머슨은 빼엑 소리를 질렀다.
마누스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농담이다.”
“으휴……. 어째 더 능글맞아지시는 것 같네요.”
에머슨은 용돈만 아니었다면 당장 때려치웠을 거라고 중얼거렸다.
분위기가 조금 풀어졌다.
그녀는 감정뿐만 아니라 아티팩트의 효과별로 착착 분류까지 마쳤다.
70층에서 77층 사이에서 나오는 아이템은 주로 액세서리류.
반지, 팔찌, 목걸이, 초커 등등-.
세련되었으면서 별로 티가 나지 않는 아티팩트가 주를 이뤘다.
마누스는 그중, 『마법 위력 증폭』과 『마나 소모 감소』 옵션이 붙어 있는 장신구를 각 두 개씩 챙겼다.
“에머슨, 분배를 해 줘라.”
“네. 일단-.”
다재다능한 케일에겐 마나 소모를 감소시켜 주는 옵션이 부여된 팔찌를 건넸다.
중복된 옵션이 많아, 가장 효과가 좋은 놈으로 골라 준 것.
피어슨은 『버프 마법 효과 증폭』이 붙은 반지를, 멜라니와 기예르모에겐 『물리, 마법 방어력 상승』 효과가 붙은 목걸이를 건넸다.
“나는 특정 마법만 잘 쓰면 되는데, 맞는 게 있을까?”
니아가 나른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녀는 흘끔, 마누스를 바라보고는 다시 아티팩트 쪽으로 시선을 건넸다.
다른 이들은 모두 알고 있는 것 같은데, 기예르모와 자신만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모양.
솔직히, 많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더 빨리 알았더라면-.
‘나 혼자 독식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그녀는 쩝, 입맛을 다시며 아티팩트를 하나 받아 들었다.
에머슨의 설명이 이어졌다.
“그건 마법을 한 번 저장해서 위력을 증폭시킬 수 있는 아티팩트 같아요.”
“흐응, 그렇구나.”
마법을 아티팩트에 저장, 그 후 다시 같은 마법을 쓰면 위력이 증폭되어 나타나는 아티팩트였다.
이런 마도구는 몇 골드, 아니 수십 골드를 호가하는 물건이었다.
요즘이야 아티팩트를 가공하는 기술이 발달되어 비교적 대중화되었다지만…….
“역시 탑이 좋아. 이런 것도 받고, 그치? 약간~ 우리만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느낌?”
그녀가 아티팩트를 착용하며 말했다.
마누스는 니아를 잠시 바라보다 몸을 돌렸다.
착용하고 남은 것은 이사장에게 건네주면 될 터다.
알라노 역시 마음에 드는 아티팩트 하나를 고른 뒤, 마누스를 바라봤다.
이제 또 수련하러 가겠지?
요새 통 바빠, 접점이 없었다.
“마누스.”
“음?”
“오늘 같이 탑에 오르지 않을래?”
마누스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요새 진득하게 탑을 오르지 않았었지.
장비 파밍도 할 겸, 알라노의 레벨도 올려놓을 겸, 제법 괜찮은 선택이었다.
그녀의 말에, 니아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나도! 나도 갈래!”
마누스는 이번에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동아리실을 나섰다.
“알아서 모아 와라.”
그가 사라진 뒤, 니아가 포옥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주변의 분위기를 살며시 살핀 뒤, 투덜거리듯 말했다.
“2학년인데 완전 제멋대로네. 마치 자기가 리더처럼- 으응? 다들 왜 그래?”
니아는 싸늘한 시선에 주변을 둘러봤다.
1학년들의 기세, 거기다 알라노까지.
모두의 시선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마누스를 따라 수련하러 가야 하는 멜라니가 자리를 털고 일어서며 입을 열었다.
“서, 선배. 이건 무례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여기 모두가 마누스 선배의 도움을 받았어요.”
“…….”
“맞아요. 마누스 선배의 성격이 부드럽지 않다는 건,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고요. 그렇지만 덕분에 이만큼 성장하고 있는걸요?”
피어슨 역시 멜라니의 말에 거들고 나섰다.
니아는 자신이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는 걸 깨달았다.
아, 이들은 이미 단단하게 묶여 있구나.
마누스라는 사람은, 생각보다 더 교묘하고 정치적인 인물이었구나.
그녀가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아하하, 미안-. 그래도 난 내기를 통해서 온 거잖아? 잘 몰랐지.”
“알게 모르게 신경 많이 쓰고 있어요. 마누스는.”
알라노까지 거들며 니아를 압박하니, 입장이 정말 난처해졌다.
결국, 일단 한 발자국 물러나기로 했다.
대신 그녀는 자그마한 돌을 던지고 나가길 원했다.
호수에 이는 잔잔한 물결은 바람을 받아 격렬한 파도로 변할 것이다.
니아는 누군가에게 끌려다니는 삶은 살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그 다짐은 마누스에 대한 의심과 독립심으로 변해 있었다.
“그래, 하지만 난 아직 모르겠어. 너희 말대로 난…… 외부인이잖아.”
“선배, 그게 아니라-.”
니아는 순진한 이들에게 작은 돌멩이를 던져 주곤 밖으로 나왔다.
이것도 꽤 재밌잖아?
생각보다 더 단단하게 묶인 이들이라니, 제대로 조사할 가치가 있었다.
카이사르.
그 위대한 가문에서 이런 사실을 몰랐을 리가 없잖은가.
아니면 아카데미가 잔혹하고 무서운 사실을 숨겨 놓고 있는 건가.
이사장까지 완전히 한패이니, 쉽지 않은 조사가 될 거다.
‘그렇지만, 잘만 이용하면-.’
자신이 올라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죽도록 노력해서 남들을 제치는 것.
다른 하나는-.
#2
여러 날이 지났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니아는 마누스와 제법 잘 지내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아나이스와 케일 역시 학생회장 선발을 준비하며 자신만의 시간을 보냈다.
케일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과목인 면담을 준비했다.
알라노에게 조언을 많이 받았는데, 그녀는 친절하게 공략 방법을 알려 주었다.
[교수들의 성격을 파악할 것.> [네가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어필할 것.>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되, 얼마든지 조언을 받아들일 태도를 보여 줄 것.>케일은 선배의 말을 명심하며 면접을 준비했다.
아나이스는 무력에 중점을 두며 수련을 계속했다.
케일을 이기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압도적인 무력이 필요했으니까.
두 사람이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다른 이들도 충실한 시간을 보냈다.
특히 마누스는 동료들의 장비를 얼추 맞춰 주기 위해 뺑뺑이를 돌렸다.
알라노는 물론이고 니아와 기예르모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불만이 가장 심한 사람?
당연히-.
“선배에-! 전 감정 자판기가 아니라구요!”
“……미안하군.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으아아아-!”
에머슨이었다.
그녀는 게임에서처럼 굴려지고 있었다.
탑을 같이 오르는 것이라면 말도 안 한다.
매일!
방과 후에 동아리실에서 마누스에게 착취당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마누스는 미안하다고 말은 했지만, 전혀 미안한 표정이 아니었다.
문제는 에머슨에게 들어오는 돈이 쏠쏠해진다는 것과 하면 할수록 감정 실력이 늘어 간다는 것.
그 때문에 에머슨은 툴툴거리면서도 감정을 빼먹지 않고 해 나갔다.
“계속하다 보면 실력이 늘 거다.”
“알겠어요. 맡겨 두세요.”
“앞으로는 네 몫의 마석도 챙겨 오지.”
“정말요?”
마누스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감정을 하기 위해선 마나가 필요하고, 한 번에 많은 작업량을 소화하기 위해선 마석의 흡수는 필수적이었으니.
그 정도의 투자야, 충분히 해 줄 수 있었다.
노가다를 조금 더 많이 하면 될 테니까.
시간은 공평하게 지나갔고, 대망의 면담 날짜가 바로 내일로 다가왔다.
오늘은 모두가 탑에 올라가지 않았고, 평화로운 밤을 보냈다.
아나이스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사색에 잠겼다.
‘그나저나, 탑의 이면은 언제 끝나는 걸까?’
어느새 잊고 있었다.
본래 그녀가 살던 일상에, 탑은 없었다는 걸.
아카데미는 교양과 지식을 쌓는 곳이었으며 사회에 나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곳일 뿐이었다.
거쳐 지나가는 곳에서, 이렇게 중요한 일에 휘말리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버지, 어머니도 아카데미에서 만나셨다는데.
그들은 탑의 존재를 알고 계실까?
“모르겠다-.”
시간은 감정을 무디게 만들어 준다고 한다.
아나이스 역시, 처음에 울컥했던 것들이 많이 사라진 상황이었다.
그녀는 케일을 뛰어넘고 싶었다.
자신의 한계 역시 정확하게 알고 싶었다.
아직, 케일은 자신을 친구라고 생각할까?
걱정이 너무 많아져, 머리가 지끈거렸다.
“커어-.”
“……쟤는 참 세상 편하게 자네.”
배를 까고 이불을 발로 차며 자고 있는 룸메이트를 보니, 자신이 진짜 비일상 속에 살아가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녀는 생각했다.
만약 케일을 뛰어넘어, 학생회장이 된다면-.
자신은 어떤 1학년을 만들고 싶은지.
앞으로 4년 동안,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그녀는 별빛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보며 한참을 생각했다.
깊은 생각이 쏟아지는 밤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