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08)
제108화
108화 – 보이지 않는 저주
#1
케일은 가만히 앉아, 어젯밤 있었던 일을 생각했다.
갑자기 찾아온 알라노와 니아.
같은 기숙사 건물을 사용하고 있었기에 밤에 찾아오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기숙사 사감이라고 할 수 있는 아덴이 자신들의 후원자였으니-.
밤에 돌아다니는 건, 아주 쉬운 일이었다.
[넌 어떤 회장이 되고 싶니?>두 학생회장이 물어 온 질문에, 케일은 말문이 턱 막혔다.
나는, 어떤 회장이 되고 싶은 걸까?
케일이 쉽사리 대답하지 못하자, 질문을 바꿔서 물어봤다.
[그럼, 넌 누구를 닮고 싶어? 예를 들면 부모님이라든가-.>그 말에는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었다.
항상 동경하며 따랐던 남자.
그녀가 보아 왔던 마법사 중에서 가장 치열하고, 또 열정적으로 사는 사람.
항상 아버지처럼 뒤에서 챙겨 주고, 지지해 주는 사람.
‘선배.’
[그래, 마누스처럼 되고 싶다면 그와 조금은 닮아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걸?> [지금의 넌, 너무 맹해.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인다고.>적나라한 말이었지만 틀린 말은 또 아니었다.
그래서 밤새 생각했다.
마누스를 닮아 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어떤 태도로 사람들을 대하고, 어떻게 세상을 바라볼 것인지.
아나이스에게 강한 무력이 과제였다면, 케일에겐 무력을 휘두를 동기와 삶의 방향성이 중요했다.
깜빡 잠이 들고 일어났을 때, 케일은 이대론 안 된다고 생각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아침, 평소와 다를 것 없는 기분.
[머리, 자르러 왔어요.>게임 내에서도 ‘헤어스타일’은 제법 중요한 커스터마이징 요소였다.
마누스라면, 거슬리는 것들은 가차 없이 쳐 냈을 거다.
앞길을 막는 건 모두 배제하는 사람이었으니까.
지금, 케일의 앞길을 막고 있는 건 치렁한 머리와 꿉꿉한 기분.
항상 맹하게 보이는 이미지였다.
그래서 확 질러 버렸다.
단발로 자르고, 머리를 예쁘게 말고, 화장을 하고-.
‘마누스 선배는 언제나 단정하고 깔끔하지.’
알라노나 마누스.
둘의 공통점이 있다면, 절대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
그렇다면 케일도 지금부터 맹한 모습을 버려야 할 거다.
언젠가 두 사람을 넘어서기 위해.
다른 동료들로부터 질타받지 않기 위해.
친구와 다투는 건, 으레 있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녀에게 있어 친구와 다투는 건…….
“케일 학생, 들어오세요.”
“-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서, 당당히 포부를 밝히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아갔던 자신은 없다.
이 학생회장 선발전이, 그녀의 행보를 당당하게 알리는 효시가 되리라.
#2
‘둘……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군.’
마누스는 오전 수업을 마치고 한가롭게 창가를 바라보는 중이었다.
학생회장 선발.
직후 또 월말 평가.
5월에는 무려 중간고사가 있다.
한시도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일정이었지만, 마누스는 그사이에 붕 뜬 느낌을 받았다.
사건은 주인공과 그 일행을 기준으로 돌아가니까.
2학년인 마누스는 그들의 이야기에 살짝 발을 걸친 정도이니.
‘나만의 이야기를 찾아야 하나……. 당장은 수련 때문에 바쁘긴 하지만.’
마투학은 제법 그럴싸하게 구사하게 되었다.
카이사르의 재능인지, 아니면 버클리의 재능인지 알 수 없는 능력으로.
그가 추측건대, ‘모든 마법’엔 몸을 쓰는 마법도 포함이 되어 있으리라.
그건 그렇고, 학생회장을 뽑는 기간에 자신은 무얼 해 둘까.
마석으로 마나를 축적하는 것도 슬슬 이 구간에선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게임에서 일정 레벨에 다다르면 더 높은 레벨의 사냥터를 찾아야 하는 것처럼, 마누스가 흡수하는 마석의 효율이 급감한 것.
‘가문의 일을 조금 물어볼까.’
지금 당장 눈을 돌릴 곳은 디레 교단의 움직임이었다.
그 끈질긴 작자들이라면, 대륙 어디서든 암암리에 세력을 키우고 있을 테니.
카이사르 공국은 절대 불가침의 영역이라고 인식했을지라도, 다른 곳은 아닐 테지.
마누스는 걸음을 옮겼다.
오후 수업까지는 수 시간이 남은 상황.
여유롭게 식사하고 도서관에 가서 한 권의 서적을 읽고, 짬 내서 운동까지 해도 될 정도의 시간이었다.
“호잇-! 호이잇-!”
“…….”
저건 또 뭐야.
웬 1학년 명찰을 달고 있는 이가 지나가는 사람 앞에서 뛰어다니는 중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건, 그 앞에 있는 이들이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는 것.
이상한 현상이었다.
“안 보여?! 나 안 보여?!”
그가 열심히 말을 했지만-.
“오늘도 카페나 갈까?”
“그럴까? 가서 책이나 좀 읽자.”
깔끔하게 무시하고 지나가는 이들.
마누스는 신기한 현상에, 조용히 그 아이를 관찰했다.
작은 체구.
등허리에 걸려 있는 두 자루의 검.
숏 소드 계열의 단검으로, 망토에는 독수리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뭐 하는……. 왜 애들이 쟤를 무시하는 거지?’
폴짝폴짝 뛰어다니던 이는 이내 풀썩 주저앉아, 한숨을 쉬었다.
앳된 얼굴로 세상 다 산 얼굴을 하고 있는 꼬마.
마누스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저런 캐릭터가 원작에 있었던가?
비상해진 머리를 뒤져 기억을 찾아봐도 저런 친구는 없었다.
마누스는 딱히 눈에 걸리지 않는 이를 보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원작에 방해되지 않는다면, 굳이 간섭하지 않는 것이 좋으리라.
‘이제 생각했던 것들이 완성되고 있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오! 이 사람이 그 폭군인가! 엄청 잘생겼다! 와…… 나도 이렇게 주목받고 싶은데…….”
마누스는 흘끔, 그를 쳐다보고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는 지치지도 않는지, 옆에서 그를 요리조리 살펴보며 연신 떠들었다.
시끄러운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마누스의 표정이 점점 딱딱하게 굳어 갔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피어슨에 버금가는 속도로 말을 쏟아 내는 아이.
말만 하는 피어슨과 달리, 얘는 주변에서 얼쩡거리기까지 하니 더 불쾌했다.
“와, 때깔 고운 거 봐-. 나도 이런 피부를 가지고 싶은데, 어디 한번…….”
“적당히 하지.”
“-어?”
손을 뻗어, 마누스의 피부를 살짝 만지려던 소년이 흠칫 굳었다.
그 싸늘하고도 무시무시한 눈빛이 전신을 꿰뚫는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부모님 외엔 누구도 인지하지 못했던 자신이었다.
그런데 지금, 대해 같은 푸른 눈동자가 자신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소년은 저도 모르게 한 발자국 뒷걸음질 쳤다.
마누스는 그르렁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 주변을 얼쩡거리며 품평한 것도 모자라, 감히 멋대로 손을 대려 하다니-.”
“아, 저, 그, 그게-.”
소년이 한 발자국, 더 뒤로 물러섰다.
마누스는 폭군이라는 이명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 주었다.
“제대로 사과하고 꺼져라.”
“아 그…… 죄, 죄송합니다! 제가 보이는 줄 몰랐어요!”
학생은 고개를 연신 숙이며 사과하기 바빴다.
폭군 마누스.
그 자비 없는 선배에 관한 이야기는 익히 들었다.
오죽하면 신입생들에게도 그 사실이 퍼져 있을까.
하지만-.
“다들 눈깔이 삐었나 보군. 사람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니.”
그가 말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상식이었다.
소년은 보았다.
똑바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눈동자에, 정상적인 사람을 바라보고 있는 감정이 깃들어 있다는 걸.
누군가와 대화하는 게, 이렇게 설레는 일이었나?
소년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선배, 혹시 저를 도와주실 수 있나요?”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아…… 아닙니다. 오늘 죄송했습니다.”
꾸벅, 소년은 고개를 숙이고 몸을 돌려 종종걸음으로 사라졌다.
마누스는 멀어져 가는 소년을 보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한 발자국 걸으려 하다, 문득 생각이 닿아 소년을 바라봤다.
아무도 볼 수 없었다면, 어떻게 학교엔 들어온 걸까?
입학은 어떻게 했고, 정복은 어디서 얻을 수 있었지?
머릿속에 의문점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알아볼까.’
마침 할 일도 없겠다, 여흥거리로는 괜찮지 않을까?
막말로 저 소년이 나쁜 마음을 먹고 사람을 마구잡이로 해코지하고 다닌다면?
마누스는 어느 정도 대비책은 필요하겠다 싶어 걸음을 옮겼다.
1학년 조교 중에 명단을 관리하는 사람이 있을 테지.
보기만 하는 거라면, 딱히 상관없을 터다.
이름과 반 정도야 기밀 사항도 아니었으니까.
“원작에서도 저러고 다녔던 건가? 아니면…….”
게임은 한정적인 시야를 보여 주지만, 현실은 게임에서 보여 주지 않았던 것까지 보여 준다는 걸 상기했다.
대체 원작에서, 저 아이는 어떤 존재로 지냈을까.
지독한 외로움과 홀로 싸우며, 쓸쓸히 살아갔겠지.
그 괴로움과 외로움을 이기지 못했다면, 현실에서 조용히 퇴장했겠고.
괜히 이상한 애와 엮여서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것보다야, 조용히 예방하는 것이 나으리라.
저 아이가 변수가 되어도 의연히 대응할 수 있게끔.
#3
니아는 수업이 끝난 후, 조용히 누군가를 관찰하는 중이었다.
항상 무슨 계획이 있는 것처럼 쉴 새 없이 움직이는 후배.
압도적인 마법 실력은, 왜 위대한 가문인지 알 수 있는 후배지만-.
‘조금은 못마땅하단 말이야.’
이면 세계와 탑.
그 사실을 알았을 땐, 솔직히 배신감마저 들었다.
누군 평범한 삶을 살아가며 일상 속에서 노력하고 있는데-.
저들은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인 것도 모자라 그곳에서 몰래 힘을 키우고 있었다.
누구 말로는 탑에서 계속 데몬들이 내려온다던데…….
자신들만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었지.
하지만 선택받은 자가 아니라던 자신도 이면 세계에 잘 적응하고 있는걸?
‘아무래도 수상해. 수상하단 말이야.’
저렇게 애들을 키워서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지?
혹시 카이사르 가문에서 특별한 지령이 내려온 건가?
사람들을 꼬셔, 비밀 전력으로 만든다든가.
아니면 각 가문으로 퍼뜨려서 스파이로?
‘이렇게 생각하면 심각한 일이긴 하네. 설마 나도…… 그런 건 아니겠지?’
그녀는 헛된 망상임에도 묘하게 현실성 있다고 타협했다.
한참을 멈춰 서 있던 마누스가 다시 걸음을 옮겼다.
니아 역시 자연스럽게 따라가려다, 문득 급격한 허무함이 밀려왔다.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드래곤의 피를 진하게 이어받았다던 니아 본인이었다.
한 번의 패배 이후, 그녀 역시 무언가에 사로잡힌 것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무언가 불합리함을 찾아, 남을 끌어내리려는 묘한 감정.
“……이게 뭐 하는 짓이냐. 과제나 하러 가자.”
3학년부터는 쏟아지는 과제의 양이 실로 어마어마했다.
마누스를 쫓아다닐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
니아는 머리를 한 번 긁적이고는 도서관으로 어기적어기적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이번에 내준 과제가 뭐였더라?
보통 까먹지 않는데, 오늘따라 기억력이 영 흐릿했다.
그녀는 지나가는 동기를 붙잡고 물어보고 싶었다.
도서관으로 가는 내내, 니아는 단 한 명의 동기도 마주칠 수 없었다.
그걸 이상하다고 느낀 건, 조금 더 나중 일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