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10)
제110화
110화 – 평범해 보이는 나날
#1
다음 날.
학교 로비에 커다란 대자보가 붙었다.
아카데미의 큰 행사 중 하나인 1학년 학생회장 선발.
후보자 모집이 끝났고, 면담을 통해 인원을 추려 낸 것.
각 반별로 세 명씩.
총 아홉 명의 명단이 큰 대자보에 걸렸다.
마누스는 명단을 확인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별 이상 없는 엔트리로군.’
요주 인물은 독수리반의 ‘카스트로’와 ‘드아린.’
그리고 뱀반의 ‘아나이스’와 ‘케일’이었다.
드아린.
아나이스와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던 아이였지.
그의 검술 실력은 또래에 비해 월등한 수준.
2학년, 잘하면 3학년까지 노려 볼 수 있는 수준이지?
‘그러고 보니-.’
곧 소식이 들려올 터다.
에레시스 역시 보름달이 뜨는 밤을 준비하고 있을 테니까.
마침 다음 주엔 외부 평가가 있는 날이었다.
일주일 동안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날이 또 찾아왔다.
기회와 시간은 자연스럽게 마련되었다.
주어진 것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온전히 자신에게 달렸지.
“저기.”
“네, 부르셨나요 공자님.”
로비에 서 있던 하녀 한 명을 불렀다.
종종걸음으로 다가온 그녀에게 종이와 펜을 부탁하자, 치마 앞주머니에서 꺼내 바로 준비해 주는 하녀.
마누스는 펜을 휘갈겨 대충 내용을 전했다.
인비데아라면 서신의 뜻을 잘 알고 있을 터.
거기다 자신의 어머니 역시 사교계에서 끗발 좀 날리는 것 같았다.
그걸 잘만 이용한다면, 생각보다 피해를 줄일 수 있을 터다.
“카이사르 가문에 전해 다오.”
“알겠습니다. 공자님.”
하녀가 명을 받들고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카이사르라는 이름이 걸려 있으니, 제대로 전달은 되겠지.
마누스는 다시 대자보를 올려다보았다.
오늘 조교와의 결투가 있고, 일주일의 끝자락에는 학생회장을 결정하는 대결이 남았다.
아나이스와 케일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다른 등장인물들은 얼마나 강한지 가늠해 볼 기회였다.
특히 케일의 숙적이 되는 인물.
‘미리 싹을 잘라 둬도 좋겠지만-.’
숙적의 존재는 주인공의 각성을 이끌어 내는 클리셰다.
마누스는 그런 중요한 키 캐릭터를 함부로 건들 생각이 전혀 없었다.
학살을 자행한다거나 무고한 사람들을 많이 죽인다거나 하는 인물이라면 가차 없이 죽였겠지.
하지만 케일의 숙적은 나름 선한 영향력도 가지고 있는 녀석이었다.
굳이 건들지 않아도 순리대로 흘러가리라.
[크릉-!]옆에서 알비온이 꼬리로 그를 툭툭 건드렸다.
새하얀 드래곤의 모습으로 변하고 나서는 처음 하는 외출.
신기한 것이 많은지, 연신 두리번거리기도 하고 학생들의 시선을 즐기기도 하며 바깥세상의 공기를 즐겼다.
그런 알비온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누군가를 향했다.
포니테일이 제법 인상적인 남자.
다 큰 성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으며, 동그란 안경을 끼고 있는 자였다.
“아, 안녕하세요. 이곳 학생인가요?”
“그렇습니다만.”
약간 어리바리한 것이, 믿음직스럽지 못한 인상이었다.
그가 하하 웃으며 마누스에게 질문을 건네 왔다.
“다행이군요. 오늘 새로 부임하게 된 역사 교수, 트레버라고 합니다. 혹시 이사장실이 어딘지 알 수 있을까요?”
“55층으로 올라가면 됩니다,”
“오, 그렇군요. 고맙습니다. 앞으로 수업에서 뵐 수 있겠군요. 잘 부탁해요.”
그는 슥, 손을 내밀었다.
마누스는 물끄러미 트레버의 손을 바라보다 살짝 맞잡았다.
“그럼, 전 이만-.”
그는 종종걸음으로 사라졌다.
미아 교수가 탑 안에서 사망했으니 새로운 역사 교수를 부임시켜야겠지.
수소문 끝에 적절한 인물을 찾은 모양.
미리 죽여서 그런 걸까, 아니면 단순한 변덕인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세계선의 변화 때문에 뒤틀려 버린 걸까?
원작에서도 전혀 볼 수 없었던 얼굴이었다.
‘이상한 일도 아니지. 대륙에 역사를 가르칠 사람이 한두 명도 아니고-.’
마누스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오늘도 수업을 위해 걸음을 옮겼다.
마침 오전 수업에 역사학이 있었으니, 실력을 볼 수 있겠군.
벌써 장내는 떠들썩했다.
한껏 들뜬 분위기가 생생하게 느껴졌다.
조잘조잘 떠드는 학생들의 얼굴이 유난히 밝아 보였다.
마누스는 그들의 얼굴을 살피며 나름대로의 분위기를 즐겼다.
“와…… 부럽다. 나도 구경해야지.”
예의 소년이 보였다.
허리에 찬 쌍검이 인상적인 소년.
여전히 그를 알아보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설마, 유령인가?
마누스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궁금증을 넣어 두었다.
원작에서는 전혀 발견할 수 없었던 소년.
저 소년이 변수가 되는 일은 되도록 없어야 할 테니까.
‘그래도…… 지켜보긴 할까.’
“선배! 안녕하세요!”
생각을 끊어 내는 발랄한 소리가 뒤쪽에서 들렸다.
오랜만에 다 같이 뭉친 1학년이 우르르 다가오고 있었다.
마누스는 옅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아나이스가 새하얀 드래곤을 발견하곤 꺄악-! 소리쳤다.
알비온.
그녀와 합을 맞춰 사흘간 고생했던 파트너.
그녀가 알비온을 생각하는 마음은 이미 절친한 친우를 대하는 것만 같았다.
“알비온! 드디어 나왔구나! 오구, 잘 있었어?”
[크릉-!]알비온 역시 그녀를 발견하곤 머리를 부볐다.
절친한 모습에, 나머지 1학년들이 벙 찐 표정이 되었다.
아니, 그 마누스의 사역마와 이렇게 친밀감이 생겼었나?
놀란 피어슨이 황급히 알비온의 곁으로 다가오며 물었다.
그는 예전, 솜사탕 시절에도 알비온에게 깨물릴 뻔한 적이 있었기에.
아직도 그 일은 피어슨에게 짙은 트라우마로 남아 있었다.
“뭐, 뭐야. 너 뭔데 알비온이랑 그렇게 친해? 언제 그렇게 친밀감을 쌓아 둔 거야?!”
“우리가 얼마나 고생했는데. 그치, 알비온?”
[킁!]알비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 친밀함을 과시하는 모습을 보니, 케일은 괜히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 사흘간 탑에 올라갔구나-.’
친구가 야속하기도 했지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 나름대로 살 방안을 모색한 거겠지.
그래서 더욱 궁금했다.
과연 아나이스는 얼마나 강해졌는지.
자신을 뛰어넘었는지.
여전히 투덜거리는 피어슨, 입을 살짝 늘어뜨린 케일, 반가움에 몸서리치는 아나이스.
그걸 물끄러미 바라보며 미소 짓는 멜라니.
이제야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온 것 같아, 제법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세상은 한 가지의 사건이 끝나면 다른 한 가지의 사건이 찾아오는 법.
“얘들아, 안녕?”
“아, 니아 선배.”
니아가 로비로 들어서며 손을 흔들었다.
1학년 후배들은 그녀를 알아보며 꾸벅, 인사를 건넸다.
모두가 3학년 선배를 자연스럽게 대했다.
하지만 마누스는 묘하게 그녀를 감싼 공기가 달라졌음을 느꼈다.
정확히 알 수 없는 위화감이었지만, 무언가 달라졌음엔 틀림없었다.
마누스는 그녀를 잠시간 바라봤지만, 달라지는 건 전혀 없었다.
그녀를 맞이하는 이들은 평소와 같았고, 니아 역시 아무렇지도 않게 그들을 대하고 있었으니까.
“오늘 학생회장 선발전이지? 힘내 둘 다.”
“네. 감사합니다.”
“누굴 응원해야 할지 모르겠네-. 난 미움받기 싫으니까, 둘 다 응원할게. 알았지?”
헤헤 웃는 두 사람을 본 니아는 마누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여전히 경계심 많은 고양이처럼 눈을 빛내는 니아.
그녀의 눈빛은 아직 마누스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믿지 못하는 자에겐 어떤 말을 해도 들어가지 않는 법.
좋은 말을 전해 주어도 머릿속에서 왜곡되어 버리는 것이 사람의 감정이라는 거다.
마누스는 구태여 이런저런 말을 하지 않았다.
언젠가, 자신의 행동들이 정당하게 납득될 때가 있을 터다.
“어떤 결과가 있더라도 서로 원망 마라.”
“네. 이미 그러기로 했는걸요.”
케일이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단발로 깔끔하게 정돈한 그녀의 머리를 발견했다.
마누스는 잠시 그녀의 면모를 살펴보더니 몸을 돌렸다.
“-잘 어울리는군.”
그의 별것 아닌 한마디에, 케일의 웃음이 더욱 환해졌다.
“-야! 나는 깔끔하게 무시하는 거니?! 진짜 너무하네!”
물론, 관심과 의심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자도 있었다.
#2
요새 마누스는 원소학 수업에 푹 빠져 있었다.
마투학, 소환학 교수가 자신을 노렸지만, 마법사의 근본이자 근원은 바로 원소를 이용한 마법 아니겠는가.
벽을 뚫겠다는 일념하에서 안 하던 필기까지 해 가며 이론을 욱여넣는 마누스.
원소학은 상상 이상으로 많은 이론을 내포하고 있었다.
제아무리 카이사르라 해도 고작 몇 달의 시간만으론 수 세기 동안 쌓아 온 이론을 완벽하게 쌓을 수 없었다.
방대한 지식이 있다 한들, 그걸 사용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면, 그저 켜켜이 쌓인 지식일 뿐이니.
‘단순한 게임이라고만 생각할 게 아니긴 하지.’
복잡하게 얽인 술식, 그 안에 마나를 집어넣는 이론.
의지의 발현, 원소의 이해와 접촉.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거대한 이론은 여전히 많았다.
5클래스.
더 이상 인간의 영역이 아니라고들 하는 경지.
물론, 대륙 곳곳을 구석구석 찾아본다면 5클래스 정도야 사용하는 사람이 많이 있었다.
그들 모두 고수로 취급되고 있었으며, 대륙 어딜 가도 한자리를 꿰찰 수 있는 이들이었다.
‘게임 안에 있는 이들이 비정상적으로 강한 거지.’
마누스는 지금, 그 벽을 뛰어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중이었다.
인비데아는 스무 살에 5클래스를 사용할 수 있다고 했지.
티란니스 역시 스물한 살 초입에 5클래스를 완숙하게 사용했다고 한다.
그들은 시스템도 없었고, 스킬의 보정도 받지 않았겠지.
혜택을 받는 만큼, 적어도 그들보단 빨라야겠지.
개인적으로 3학년에 들어가기 전까지 5클래스를 완숙하게 다루는 것이 목표.
지금도 억지로 펼치라면 펼칠 수는 있겠지.
‘탑에서 자유자재로 쓸 수 있을 때까진 완벽하게 사용하는 것이 아니지.’
죽음의 문턱에서 능숙하게 마법을 다루는 것.
마누스가 생각한 마법사의 제1순위 소양이었다.
트레일 교수는 열정적으로 지식을 쏟아 냈고, 마누스는 모든 것을 흡수했다.
“자-!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짤막한 과제를 하나 내주도록 하지요.”
학생들의 눈이 똘망똘망하게 변했다.
트레일 교수가 내주는 과제는 언제나 생각을 요구한다.
멍하니 수업을 듣고 있던 니아가 헛, 하고 놀라며 얼른 필기를 시작했다.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우연이라고 생각하지만, 만약의 사태는 대비하는 것이 좋았으니, 그녀의 펜이 빠르게 움직였다.
이번 과제는 두 가지의 원소가 왜 합성되지 않는지에 대한 이유를 서술하는 것.
“때로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것들이 생각을 뒤틀어 버릴 수도 있지요. 여러분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길 바랍니다.”
그가 뒷말을 이었다.
마법사는 창조하는 존재라는 것.
기존 법칙을 뒤틀어, 새로운 마법을 창조해야 한다는 것.
마누스는 왠지, 그 말이 가슴 깊이 와닿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