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11)
제111화
111화 – 조교를 이겨라
#1
오늘은 오전 수업만 있는 날이었다.
전 학년이 모여, 1학년 학생회장 선발전을 구경할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
이제부터 아카데미를 이끌어 나갈 수장을 뽑는 일이었다.
하루의 수업 정도는 빼먹을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행사.
거듭 말해도 계속해서 중요한 행사가 바로 오늘 치러진다.
마누스는 알라노, 니아, 기예르모와 함께 수업을 행사장으로 향했다.
“케일이랑 아나이스, 그리고 또 누구 있지?”
“카스트로라는 애도 만만치 않아 보이던데요.”
“응, 맞아. 저번에 얼핏 봤는데, 잘 싸우더라.”
니아는 대화를 이끌며 후보에 대해 떠들었다.
카스트로.
케일과 아나이스가 유의해야 할 이는 그뿐이었다.
독수리반에서 가장 강한 소년.
물려받은 능력이 없는 평민이라고 하기엔 그 육체와 마나를 받아들이는 재능이 범상치 않았다.
전사는 흔히 마법사의 천적이라고 한다.
왜 그런지는 원작에서도 카스트로가 잘 보여 주었었지.
“그것도 저들이 넘어서야 할 과제겠지요.”
기예르모가 흘끔, 마누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 괴물이 그랬던 것처럼, 케일과 아나이스도 해결책을 찾아낼 것이다.
마법사가 영원히 풀어 나가야 할 과제 같은 현상이었으니.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졌다.
함께 걸어가는 이들을 바라본 이들이 숨을 삼켰다.
구성원을 보라.
학생회장만 둘에, 학년 톱이 둘.
“와…… 무서워.”
“진짜 멋있지 않냐.”
“화보네 화보. 저건 반칙이지.”
수군거리는 목소리에, 니아의 입꼬리가 슬슬 올라갔다.
역시, 그녀는 관심이 필요한 사람이었다.
자신을 보며 수군거리는 이들의 모습이 그토록 사랑스러워 보일 수 있을까.
그래, 자신을 더 칭찬해라.
더 관심 갖고 열광해라.
짜릿한 쾌감이 말초신경 끝까지 자극하는 기분이었다.
그 기분을 즐기며, 그녀는 일행들을 이끌고 결투 준비가 한창인 곳에 도착했다.
사실, 뭇 사람들의 시선이 전혀 다른 곳을 향해 있는지도 모른 채.
#2
“후우우우우-.”
“떨려?”
“응, 조교랑 붙는 건 처음이잖아. 마누스 선배보다 강할까?”
“아마…… 그렇지 않을까?”
케일과 아나이스는 조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특히 붉은 머리의 소녀는 긴장감에 연거푸 한숨을 쉬어 댔다.
숱한 실전을 겪었음에도 사람을 상대하는 건 여전히 어려웠다.
몬스터나 데몬을 상대로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왜 같은 사람이랑 싸울 때는 이렇게 적응이 힘든지 모를 일이었다.
그래도, 이것 역시 극복할 수 있겠지.
탑에서 한계를 뛰어넘은 것처럼.
“그래도 괜찮아. 우린 나름대로 경험이 많잖아.”
“맞아. 잘할 수 있을 거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낯선 인기척이 다가오는 걸 느꼈다.
고개를 돌려 보니, 등을 반이나 가리는 대검을 멘 남자가 성큼성큼 걸어왔다.
카스트로.
현재 1학년 남자 중 가장 강한 자라고 평가받는 이였다.
“안녕?”
“넌?”
“카스트로라고 한다. 독수리 A반 1번이지.”
그는 케일에게 성큼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사심 없는 손짓에, 케일은 그의 손을 마주 잡았다.
단단한, 굳은살이 가득 박여 있는 손.
순수한 노력의 흔적이며, 그를 A반 1번으로 올라가게끔 해 준 증거였다.
카스트로는 시원시원하게 생긴 미남이었는데, 그 웃음이 묘하게 누군가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는 케일와 아나이스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네가 케일이고 저쪽이 아나이슨가? 우리 애들이 실례를 저질렀다고 알고 있다. 사과하지.”
“-딱히, 너에게 사과받고 싶은 마음은 없어.”
아나이스가 가볍게 말했다.
케일 역시 그에 동조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과는 당사자가 와서 해야 하는 거다.
누군가의 말을 빌려서 하는 사과는 진정한 사과가 아니지.
더 큰 권한을 가졌더라도 방패 뒤에 숨는 행위로 느껴질 수 있었으니까.
카스트로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런가? 그럼 직접 와서 사과하라고 하지. 안면 정도는 익혀 두고 싶어서 왔다. 학생회에 들이고 싶은 인재들이니까. 특히 너.”
“나?”
카스트로는 히죽, 입꼬리를 늘여 웃었다.
그 웃음이 너무도 불쾌해, 케일은 순간적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자만심에 먹혀 버린 괴물.
재능을 믿고 타인을 깔보는 자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아나이스 역시 그의 발언을 듣고 긴장감이 싹 씻겨 내려가는 걸 느꼈다.
지금 뭐라는 걸까?
그러거나 말거나, 카스트로는 거만한 표정으로 자신이 할 말을 내뱉을 뿐이었다.
“그래. 어차피 내가 학생회장이 되는 일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니까. 너희 같은 인재를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잖아?”
“웃겨, 누가 네 밑으로 들어간대?”
“그걸 정하는 건 나다. 난 1학년을 최고의 기수로 만들 거야. 미적지근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르게.”
자신만만한 표정.
마치 당연히 그렇게 될 것이라는 그 표정이, 두 사람의 심기를 거슬리게 했다.
누가 본다면 마누스와 비슷하다고 할 것이다.
오만하며 다른 이들을 깔보는 시선 역시 비슷하다고 하겠지.
두 사람이 다른 점은 신뢰, 그리고 증명.
탄생 배경 역시 확연히 다른 두 사람.
당연히 한쪽의 평가가 압도적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너보다 더 능력 있는 선배들이 이끌어 온 기수를 무시하는 발언이네.”
케일이 딱딱하게 말했다.
카스트로는 자랑스럽게 두 팔을 벌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부푼 꿈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은 특별하다 믿으며, 위대한 업적을 이룰 수 있을 거란 꿈.
애석하게도 그의 부푼 꿈은 누구에게도 공감받지 못했다.
카스트로도 알고 있었다.
사람의 첫걸음은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다.
“모두가 불가능할 것이란 말들을 하지. 그 불가능해 보이는 것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면, 점점 인식이 바뀌는 법이야.”
“아아, 그래서 우릴 이용하겠다고?”
“정확히는 결선에서 꺾는다는 거지. 학생회 입단을 거절해도 상관없어. 결국, 너희들은 내 밑으로 들어올 테니까.”
그는 영웅이 내뱉을 만한 대사를 날린 뒤, 유유히 사라졌다.
아나이스와 케일은 카스트로가 있던 자리를 바라보다 서로의 눈을 마주쳤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아나이스였다.
“보통 저렇게 말하고 다니는 애치고 실속 있는 애가 없던데.”
“응, 동감이야. 나라면, 저런 시간에 조교의 전력이나 분석했을걸.”
“그래도 강해 보이긴 했어. 아마 둘 중 한 명은 쟤랑 만나게 되겠지.”
케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사가 전사를 만났을 때 어떻게 살아 나가야 하는가.
피할 수 없는 상황일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단순히 학생회장 자리를 놓고 싸우려는 것이 아니다.
이는 마법사로서 반드시 넘어서야 할 장애물.
케일은 전투를 치르기 전,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지금부터 후보생들과 조교의 대련이 있겠습니다.] [호명하는 이는 경기장으로 올라오시기 바랍니다.]드디어, 한 걸음 위로 올라설 수 있는 장이 열렸다.
조교들은 강하다.
4년 동안 아카데미를 다니고도 모자라, 추가적인 교육을 더 받아야지만 조교에 신청할 자격이 주어지니까.
신청해서 선발되면 고등부 교육을 모두 이수해야 하고, 교수 밑에서 그들의 지식 모두를 이어받는 존재였다.
그 이름과 지위에 혹해 멋모르고 지원했다가 고통의 나락으로 빠져든 이가 한두 명이 아니었다.
“조교들이 벼르고 있다는 소리가 있어. 조심해.”
“하핫, 설마 우릴 상대로 화풀이라도 하려고?”
[황금 뱀 A반, 플로이스 아나이스 학생. 경기장 위로 올라와 주세요.]“첫 번째는 내 차롄가 봐. 다녀올게.”
“응, 힘내.”
케일이 손을 흔들며 아나이스를 배웅했다.
아나이스는 치렁하게 늘어뜨린 붉은 머리를 질끈 묶었다.
전투에 나가는 마법사에게 늘어뜨린 머리는 사치였다.
오늘 그녀는 정복도 잘 여미고 왔다.
그야말로 전투를 위해서 충분히 준비하고 나온 것.
그녀는 마나를 일으키며 경기장 안으로 들어섰다.
‘얼마나 강해졌을까.’
케일은 두근거리는 마음을 숨기지 않고 경기장을 바라봤다.
오연하게 서 있는 아나이스와 그녀를 상대할 조교가 보였다.
모든 이의 시선이 두 사람을 향해 쏟아졌다.
아나이스는 경기 시작 전, 고개를 돌려 익숙한 얼굴을 찾았다.
무심하게 바라보는 눈동자가 아나이스를 꿰뚫는 것 같았다.
그는 묻고 있었다.
[네가 성장했다는 걸, 어떻게 보여 줄 거지?>아나이스는 싱긋 웃으며 주먹을 쥐었다.
아름다운 그녀의 눈웃음을 받은 이가 누구인가.
자연스럽게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다.
팔짱을 끼고, 무심히 지켜보고 있는 2학년의 폭군.
카이사르라는 이름 앞에, 그들은 아나이스의 시선을 당연하게 여겼다.
그가 몇몇 1학년을 귀히 여긴다는 건 이미 알 사람은 전부 알았으니.
“네가 카아사르의 총애를 받는다는 학생 중 한 명이구나?”
“잘 부탁해요.”
“귀동냥으로 저 괴물의 지식을 받았으면 너도 좀 하겠지?”
아나이스는 조교의 말에 그저 웃었다.
참관 및 감독을 위해 경기장 바로 옆에 자리를 마련한 교수들이 손을 들었다.
경기를 시작해도 좋다는 신호.
스멀스멀 피어나는 마나가 두 사람 사이를 묘하게 갈라놓았다.
조교는 여유롭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사들은 마법으로 맞서야 할 터다.
‘이따금 변칙적인 공격을 날려 주라고 했- 어라?’
콰르르르륵-!
시뻘건 화염이 혀를 날름거리며 조교를 덮쳤다.
언뜻 느껴지는 마나는 4클래스급 이상.
도저히 1학년 수준으로 보이지 않는 위력이었다.
[이그니오] [알투스]알투스 마법은 2학년이 되어서야 매끄럽게 쓸 수 있는 수준일 텐데.
조교는 실소를 머금고는 마나를 이끌었다.
화염 마법을 상대할 때, 하수는 방어 마법을 펼친다.
중수는 다른 속성의 마법으로 상쇄하고, 고수는-.
[벤투스]3클래스의 바람 속성.
불은 공기의 흐름에 따라 움직인다.
속성을 잘 이해하면, 적은 마나로도 적의 마법을 집어삼킬 수 있었다.
물론, 상대방보다 마나 컨트롤이 뛰어나다는 가정을 달고 있어야 하겠지만.
다행히 조교는 아나이스보다 월등한 실력을 가진 자였다.
마나도, 그걸 다루는 실력 역시도.
비록 3클래스에 멈춰 있다곤 하나, 클래스가 낮다고 강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화르르르르-.
불꽃이 바람을 타고 춤을 추었다.
“고수는 화염 마법을 이렇게 갖고 놀지. 약점이 많은 마법이야.”
“그럴까요?”
빠지직-!
바람 사이를 가르는 전격의 화살.
여력을 남겨 둔 마법사는 이토록 무섭다.
한 번에 전력을 쏟아 낼 것처럼 연기하고 상대방의 목덜미를 물어뜯는다.
마법사를 황금색, 고귀한 뱀에 비유한 이유가 이곳에 있었다.
심리전의 귀재, 언뜻 보면 사특한 존재라고도 착각할 수 있는 전략의 달인들.
마법의 수는 정해져 있지만, 그걸 다루는 방법은 수천, 수만 가지일지니.
“으읏-!”
황급히 불꽃을 공중으로 날려 버리고 방어 마법을 펼쳤다.
상쇄된 전기 위로, 다시 뱀처럼 구불거리며 등장한 화염 마법.
1학년이라는 걸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고, 딱딱 맞물리는 캐스팅 속도였다.
그뿐이랴, 아나이스는 한정된 마법을 자유자재로 가지고 놀 줄 알았다.
그녀가 손짓하면 마법은 다양한 생명으로 모습을 바꾸었다.
마치 마법을 가지고 묘기라도 부리는 것 같은 모습.
“호오-.”
“저런 재능을 숨기고 있었다니, 이거 볼만하군요. 흘흘-.”
“그러게 말입니다. 이번 기수는 확실히…….”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교수들의 눈이 반짝였다.
극한에 이른 마나 컨트롤.
아나이스가 선택한 특색이, 지금 모습을 드러냈다.
“아나이스…….”
케일은 너울너울 춤추며 상대방을 공격하는 화염을 보며 작게 입을 벌렸다.
그녀가 선택한 길이 보였다.
무식하게 마법을 쏘아 맞히는 것이 아닌, 자신의 수족처럼 가지고 놀며 상대방을 말려 죽이는 방법.
마누스가 만들어 놓은 걸작, 도트 대미지 최강 딜러의 탄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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