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14)
제114화
114화 – 잠깐 모인 이들
#1
오늘의 행사가 끝났다.
합격자 발표는 일주일 중 중간인 수요일.
다음 일정은 꼭 일주일 뒤인 다음 주 초반이었다.
아나이스와 케일은 훌륭한 성적으로 조교와의 결투를 마쳤으니, 썩 기대되었다.
후보는 총 넷.
그들은 다시 결투를 펼쳐, 최고의 무력으로 학생회장 자리를 증명해야 한다.
물론 학생회장보다 뛰어난 이가 있을 수 있다.
허나, 그들은 권력을 선택하지 않은 자들.
용기가 있는 자들만이 세상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고생했어. 그거 엄청나던데, 우리 아버지 보는 줄 알았어.”
“아직 멀었지. 아나이스, 너도 굉장하던데.”
케일은 솔직히 놀랐다.
아나이스의 재능은 미칠 듯한 화력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저렇게 섬세하게 마법을 다룰 수 있을 줄이야.
그녀는 문득, 궁금해졌다.
“마누스 선배랑 열심히 훈련한 거겠지? 부럽다-.”
“……넌 아직 거기서 내가 어땠는지 모르는구나. 진짜 죽을 뻔했어.”
“그래? 그래도…… 선배가 가르쳐 주는 것들은 소중하니까.”
“응, 목숨을 걸고 배우니까 쏙쏙 들어오더라. 나도 나한테 이런 재능이 있는지 몰랐어.”
케일은 쓰게 웃었다.
왜일까, 이런 감정이 자꾸만 울컥울컥 치밀어 오르는 건.
그녀는 생소한 감정에, 가슴을 톡톡 두들겼다.
아나이스가 케일의 상태를 몰라보지 못하는 것도 이상할 때까지.
“정 뭐하면, 선배 보러 가면 되잖아. 하핫, 이거 얼마 전이랑 정반대네.”
“그래야겠다.”
케일은 아나이스의 말에 방향을 다잡았다.
그래, 보고 싶으면 보면 되겠지.
요구할 것이 있으면 해 보면 된다.
끙끙 앓고 있는 것보다, 뭐라도 해야겠지.
그렇게 두 사람은 마누스를 찾아가기로 했다.
스르륵-.
때마침 그녀들의 앞에 아덴이 모습을 드러냈다.
“두 분,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마누스 공자께서 가능하신 분들은 모두 동아리실로 모여 달라는 전언이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
“네, 케일 님의 경기를 못 봐서 무척 아쉬워하셨답니다. 급하게 이사장님을 뵈어야 해서 자리를 비우셨죠.”
“아…….”
케일의 입가가 씰룩였다.
애써 웃음을 참는 모습이 귀여워, 아덴이 작게 미소를 흘렸다.
마누스는 저 어린 소녀의 마음을 알고 있을까?
아마 그 무심한 사람은 알면서도 모른 척하겠지.
그녀는 상념을 접고 고개를 살며시 숙였다.
과하지 않은, 그러나 상대방에게 충분한 친절함이 전달되는 몸짓.
자연스럽게 그녀의 몸짓에 빨려 든 두 사람의 시선이 긍정의 빛을 머금었다.
“지금 가면 되나요?”
“예. 두 분이 마지막이랍니다.”
“그럼 같이 가요.”
“후후, 학생분들과 사사로이 엮이는 걸 보이면 안 되는 사람이라……. 이해해 주시길.”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하녀장이라는 직책은 어디까지나 그림자처럼 보좌하는 존재.
학생들과 어울려 다니는 모습은 좋지 못한 이미지를 남길 수 있었다.
다시 그림자 안쪽으로 사라지는 아덴과 방향을 돌려 본관으로 향하는 두 사람.
마누스가 어떤 일로 부르는 걸까.
아덴의 표정은 제법 진중한 빛을 띠고 있었으니, 실로 중한 이야기일 터다.
“빨리 가 보자.”
“응.”
두 사람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2
“그래서, 왜 불렀대?”
“글쎄요. 아직 잘 모르겠네요. 어딜 간 건지-.”
동아리실.
아덴의 전언을 받고 모인 동아리원들.
아직 당사자인 마누스는 등장하지 않았던 터라, 그들끼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확정되지 않은 사실을 가지고 이리저리 떠드는 건, 무척 재미있는 일이었다.
특히 니아는 이런저런 추측을 입 밖으로 모조리 꺼냈다.
중얼거리는 그녀의 단어들이 알라노와 기예르모, 그 밖의 1학년들에게 속속 박혔다.
“설마……. 아니야, 근데 얘가 이상한 짓을 벌써 할 리가……. 아직 들은 건 없는데-.”
“……저거 말려야 하냐?”
“글쎄……. 그냥 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피어슨과 멜라니가 속닥였다.
알라노는 쓴웃음을 짓고 있었고, 기예르모는 그저 무표정하게 방패를 닦는 중이었다.
에머슨은 오늘 가문의 일 때문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쯤 기다렸을까.
달칵 소리와 함께 오늘의 주역인 아나이스와 케일이 등장했다.
모두의 시선이 쏠렸고, 곧 엄청난 동아리실이 시끌벅적해졌다.
“케일! 아나이스! 내 친구들! 이야- 오늘 고생했다! 아나이스 엄청 멋있었어? 언제 그런 마법을 익힌 거야? 그리고 케일도 무슨 대포 쏘는 줄 알았어. 이거, 나만 맨날 뒤처지는 거 아닌가 몰라.”
“고, 고생했어, 둘 다.”
“둘 다 수고했어. 긴장했을 텐데, 잘하던걸?”
피어슨, 멜라니, 알라노가 차례대로 격려를 쏟아 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만든다고 했다.
동료들의 말은 두 사람의 얼굴에 미소를 매달게 해 주었다.
기예르모 역시 짤막하게 한마디를 던졌다.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긴장해야겠더군.”
“감사해요. 선배.”
아나이스가 눈웃음을 지으며 꾸벅, 고개를 숙였다.
피어슨이 아나이스의 머리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오, 근데 묶은 머리도 잘 어울리는데? 얼굴이 확 사네!”
“그, 그래? 거추장스러워서 묶었는데……. 나도 케일처럼 스타일 좀 변신해 볼까?”
아나이스가 머리칼을 매만지고 있을 때, 멜라니가 불쑥 껴들었다.
“아나이스, 그, 근데-, 이제 탑…… 같이 올라가는 거야?”
“어? 다, 당연하지! 내가 그땐 너무 열등감 덩어리였나 봐. 다들 미안해.”
아나이스가 고개를 숙였다.
훌훌 털어 버린, 진짜 자신을 마주한 이가 할 수 있는 깔끔한 사과.
모두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났다.
케일 역시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나도, 미안해. 잘 대처할 수 있었는데, 같이 분위기를 망쳐 버려서.”
“에이- 잘 끝났으면 됐다! 우린 둘 다 응원하고 있으니까, 이젠 서로 싸우지 말라고. 응?”
“물론이지.”
아나이스는 예와 같은 얼굴을 하며 활기참을 더했다.
분위기가 풀린 그때, 드디어 마누스가 등장했다.
그리고 그의 뒤엔, 아무도 모르는 자가 한 명 더 있었다.
마누스를 반겨 주는 이들의 인사를 받고, 그가 입을 열었다.
“며칠, 아카데미를 떠나 있을 것 같다.”
“네?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질문이 쏟아졌다.
마누스는 그들에게 경각심을 심어 주기 위해 분위기를 잡았다.
잠시 뜸을 들이며 한 명씩 눈을 마주치는 동안, 무언가 일어날 것 같다는 분위기가 쫙 깔렸다.
“이제 한달 후면 보름달이 뜬다. 다들 알고 있겠지.”
“-네.”
“보름달이 뜨는 날은, 침식과도 강한 연관이 있는 날이다. 이는 예로부터 구전으로 전해서 알고 있겠지.”
“분명…… 「두 개의 달이 완전해지는 날은 죽음의 신이 모든 만물을 지켜보는 날이다.」였던 걸로 기억해.”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익히 알고 있는 사실.
민간신앙처럼 퍼져 있는 이야기는, 실제로 사람들을 집에 틀어박히게 만들었다.
그런데, 그게 미신이 아니었다고?
모두의 얼굴에 놀라움이 퍼졌다.
그게 진실이라면 앞으로 세상은 어떻게 되는 것이며, 또 자신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새로운 주제, 새로운 벽 앞에 이들은 고민과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그날, 에레시스가 움직일 거다. 난 가문으로부터 정보를 받아 조사하러 나가는 거고.”
“-혼자서요?”
“그래.”
“너무 위험해요.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케일이 그를 만류하고 나섰다.
겨우 한 발자국 다가선 것 같았는데, 다시 그가 훌쩍 떠나 버린다니…….
왠지 자신만 마누스와 교묘하게 어긋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 물론 아무런 사이도 아니고 마누스 선배가 자신을 향해 사적인 감정이 없는 것도 알지만-.
그래도 서운한 마음은 감출 수 없었다.
단순히 이성적인 감정이 아닌, 그냥 후배로서도.
“괜찮다. 가문에서 내 누이가 도와줄 테니까.”
“누이라면……?”
“카이사르 인비데아. 들어는 봤겠지.”
“아-.”
천재 마법사.
카이사르의 샛별.
마법사계의 여왕이 될 자.
그녀를 수식하는 단어는 많았다.
불과 몇 년 전, 미토스 아카데미를 다니기도 했고.
가만히 듣고 있던 니아가 손뼉을 쳤다.
“인비데아 선배! 기억난다. 진짜 엄청난 선배였는데.”
“아, 니아 선배는 학년이 겹치는군요.”
“응, 내가 1학년 때 4학년이었을걸? 전설이었지이-. 한때 선배가 목표이기도 했으니까.”
마치 학원 전설처럼 인비데아에 관한 사실을 읊는 니아.
그녀의 황금빛 동공이 황홀감으로 물들었다.
마누스는 그녀의 증언에 힘입어, 자신 홀로 나간다는 발언을 한 번 더 해 주었다.
“이사장님이 허락하신 건 나 혼자다. 케일, 아나이스, 너희는 학생회장 선발에 힘쓰고.”
“-네에.”
두 사람은 못내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언제 이렇게 정이 들었나.
마누스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새삼 이들과 부쩍 가까워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발자국, 앞으로 걸어 두 사람의 어깨에 가볍게 손을 얹었다.
불쾌함이 남지 않는, 정말 정중하고 가벼운 터치.
그의 손에서 퍼지는 따스함에, 두 학생의 표정이 조금이나마 풀렸다.
마누스는 기다리는 동안, 자그마한 목표를 심어 주기로 했다.
기다리는 시간이 부쩍 빠르게 지나갈 수 있도록.
“너희가 날 생각하는 마음은 잘 알고 있다. 돌아오면 한 번씩 마법을 봐주지. 그때까지 질문할 거리들을 잘 생각해 둬라.”
“엇- 우리는- 읍읍!”
눈치가 없는 건지, 아니면 일부러 분위기를 흐리려고 작정한 건지 날뛰는 피어슨을 멜라니가 제압했다.
한창 좋은 분위기를 망칠 수 없지.
눈치 백 단인 멜라니가 눈짓으로 계속하라는 신호를 보내 주었다.
“내가 없어도 잘해 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너흴 도와준 것이니. 그리고…….”
마누스는 끝말을 흐렸다.
붉고 푸른 눈동자가 그를 바라봤다.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마치 신이 아끼는 조형물처럼 생긴 얼굴.
그 사실을 인지하자, 두 학생의 얼굴에 홍조가 어렸다.
마누스는 그 모습을 보고서 살짝 미소 지었다.
무표정을 무너뜨린 그의 얼굴은 그 누구보다도 아름다웠다.
“……걱정해 줘서 고맙다. 오늘 하루 고생했고.”
그 말을 끝으로 다시, 그는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순식간에 들어온 순풍은 머리칼만 간질이고는 다시 매서운 바람으로 돌아갔다.
스쳐 지나간 따스함이 그래서 소중한가 보다.
“탑은 꾸준히 올라가라. 곧 적들이 몰려올 테니.”
“-네.”
케일과 알라노.
두 팀으로 나누어 탐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팀워크도 맞춰질 거다.
100층.
마누스의 첫 번째 목표가 있는 곳.
보름달이 뜨기 전, 그믐이 될 때 그곳을 공략해야 한다.
중요한 게 있거든.
지금 이들이라면, 충분하다.
마누스 본인이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이제 약 두 달.
나비보다 훨씬 큰 존재의 날갯짓은 시작되었다.
변화를 일으키는 건, 세상뿐만이 아니었으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