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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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117화 – 형제는 싸우는 것이 기본이다
#1
마누스는 곧바로 병영으로 걸음을 옮겼다.
티란니스가 그쪽으로 향했다는 전언을 들었기 때문.
어찌 되었든, 같은 곳에 있어야 멋대로 폭주하는 걸 막을 수 있겠지.
의견을 넣기 위해선 보고 들어야 한다.
발품을 팔아 두 눈으로, 두 귀로 보고 듣는 것이야말로 사무의 기초.
하물며 아주 중요한 군사적 작전을 시행하는데, 책상 앞에만 앉아 있으면 되겠는가.
‘기억난다. 하지만 원작에선 중요한 곳이 아니었지.’
광활한 열대우림 지역.
제국의 남쪽은 후덥지근한 기후와 악랄한 몬스터가 서식하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원작에서는 언급만 있었을 뿐, 주인공은 그곳에 발을 들일 이유가 전혀 없었다.
애초에 완결도 나지 않은 이야기.
게임은 세계의 아주 일부만 담아내고 있을 뿐이었으니.
나머지는 그간 쌓아 온 알량한 지혜와 카이사르의 재능이 받쳐 주는 머리, 주변의 도움을 받아 해결해 나가야 했다.
“어서 오십시오, 공자님.”
“형님은?”
“먼저 올라가 계십니다. 소집을 명하셔, 중대장들이 모두 올라가 있습니다.”
마누스는 고개를 끄덕이고 병영 위로 걸음을 옮겼다.
기사단.
검을 차고 오러를 휘두르는 자들.
수호단.
방패를 들어, 모든 이를 지키는 이들.
마법사단.
마법을 부려 후방에서 강력한 화력을 뽐내는 이들.
카이사르가 부리는 막강한 전력 중 일부가 옹기종기 모여, 티란니스의 선택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2층으로 올라가자 거대한 회의실이 나왔고, 갑옷에서 나는 은은한 쇠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어수선함 속에 분위기를 짓누르는 중압감이 애써 적막을 만들어 내는 것 같았다.
“저희 소대 중 지원자가 있습니다.”
“그래? 어디 들어 보지.”
은은한 말소리가 회의실 안쪽에서 들려왔다.
마누스는 양쪽으로 열어젖히는 문의 손잡이를 잡고 가볍게 문을 열었다.
모두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아직 성장의 가능성이 있는, 성인에 비하면 작은 체구의 소년.
그럼에도 느껴지는 분위기는 압도적이었다.
대단한 마법사로 성장하는 마법사마저 순간적으로 주도권을 빼앗길 정도의 존재감.
“용케 이곳으로 올 생각을 했구나. 왜, 너도 지휘권자라 이건가?”
“이들이 중대장입니까?”
“그래.”
마누스는 그들을 죽 둘러보더니 다시 티란니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혹시 그가 서류라도 가지고 있는가 하여, 테이블도 둘러봤다.
이렇다 할 것들은 보이지 않았다.
중대장들이 슬슬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요즘 들리는 소문으로는 재능을 개화하고 엄청난 마법사로 성장 중이라던데-.
그것과 별개로 망나니 같은 성격은 여전히 공포의 대상이었다.
실력과 인성은 완전히 다른 문제였으니.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공자님?”
“소대장, 소대원들의 신상을 가진 서류는?”
“그게…….”
“없나?”
중대장들이 서로 눈치를 보다 눈을 내리깔았다.
마누스는 가만히 한숨을 쉬고 문을 가리켰다.
“다시 가져오든가, 소대장들과 소대원들이나 불러와라.”
“지금 뭐 하는 거지?”
“형님이야말로, 중요한 순간에 일을 대충 하시려는 겁니까?”
“-다음 할 말을 잘 골라야 할 거다.”
서로 으르렁거리는 통에, 중간에 낀 이들이 울상을 지었다.
소대원들과 소대장 앞에선 왕처럼 굴었지만, 이들도 결국 두 사람 앞에선 플랑크톤 같은 존재일 뿐.
거대한 포식자 앞에선 그들 역시 언제 먹힐지 모르는 피식자였다.
“개인의 역량은 직접 봐야 합니다. 이들 말만 믿고 데려갈 이들을 선발한다는 건, 그냥 목숨을 버리겠다는 거죠.”
“이들은 소대를 관리하는 우두머리다. 그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위신이 살지?”
팽팽한 대립이었다.
티란니스의 말도, 마누스의 말도 맞았다.
중대장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멀뚱히 서 있었다.
반면, 공작가의 장남은 속으로 꽤나 놀라는 중이었다.
아무것도 모를 줄 알았던 동생이 제법 그럴싸한 이야기를 펼쳐 내고 있었으니까.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이번 작전은 목숨이 달린 작전. 허나-.’
아직 꺾이지 않은 자존심.
손윗사람으로서의 권위가 한 발자국 물러나는 걸 거부했다.
주도권이 한번 넘어가기 시작하면 계속 말릴 것이다.
그것만은 용납할 수 없는 사안이었다.
작전의 전권까진 아니더라도 주도권은 자신이 쥐고 있어야 할 테니.
그래야-, 지난번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테니.
“그렇다면 그들의 신상 정보와 특기를 바탕으로 뽑아야 할 겁니다. 그건 괜찮겠지요.”
“……그래. 네 말도 어느 정도 맞다. 가서 소대원들과 소대장의 기록이 담긴 서류를 가져오라.”
“-예!”
중대장들은 꽁무니에 불붙은 것처럼 우르르 몰려 나갔다.
마누스는 티란니스를 가만히 바라봤다.
그는 과연, 이성적으로 자신을 대할 것인가.
과거.
그가 기억하지 못하는 사건을 마주해야 함을 느꼈다.
제아무리 강한 자라도 트라우마 앞에선 이상한 사람이 되어 버리니까.
마누스가 지구에 있을 때 그랬던 것처럼.
“요즘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뜬금없이 무슨 소리냐.”
“제가 무슨 폐를 끼쳤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괴상하게 변한 형제의 표정.
당장 폭발할 듯 들끓는 마나가 얼마나 큰 수치심으로 남아 있는지 알려 주었다.
티란니스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니, 그런 감정을 넘어 분노와 살의가 치밀었다.
어떻게, 어떻게 뻔뻔하고 태연한 얼굴로 그 일을 들춘단 말인가.
“정녕…… 네가 저지른 짓을 모르겠다고? 그날을-! 정녕 기억하지 못한다고?!”
콰아아아-!
분노가 사방으로 날뛰었다.
원목으로 만든 테이블에 쩌적, 금이 갔다.
고급스러운 원단으로 짜인 커튼이 세차게 휘날려, 바닥에 떨어질 듯 위태로웠다.
티란니스는 수년이 지난 지금도 자다가 문득문득 꿈을 꾸곤 했다.
피.
비명과 고함.
붉게 상기된 얼굴과 비웃음으로 점철된 적들의 얼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과정들이 생생히 떠올랐다.
“그러니 알려 주십쇼. 제가 어떤 행동을 취하면 되는지. 바로잡을 방법이 있는지.”
“머리가 어떻게 된 것이냐, 아니면 나를 놀리려고 작정한 것이냐. 아예 이 작전을 날로 먹으려고 수작을 부리는 거냐?”
“……뜻이야 어떻게 해석하든 상관없습니다. 전 그저 듣고 싶을 뿐이니.”
마누스의 눈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렇게 심약하던 아이였다.
불만과 비아냥, 비관적인 태도, 눈을 피하던 겁쟁이, 잘못을 마주할 줄 모르던 철부지에 얼간이.
티란니스가 경멸했던 동생이 지닌 눈빛이 아니었다.
아버지와 같은, 카이사르 특유의 차분하고도 깊은 눈빛.
모든 것을 감내할 각오가 된 자가 가질 수 있는 눈빛이 마누스에게서 빛났다.
“지금은 내 감정이 그걸 허락하지 않는다. 말을 하다가 네게 마법을 날릴 것 같으니, 조금 더 지켜보고 얘기해 주지.”
“좋습니다.”
“잘해야 할 거다. 모든 것을.”
“그럴 생각입니다.”
티란니스는 고개를 돌려, 말을 끊어 버렸다.
묘하게 동생의 페이스에 말려드는 것 같아, 은근히 껄끄러웠다.
때마침 시끄러운 발소리가 들렸고, 나갔을 때보다 배는 불어난 인원이 회의실 안으로 들이닥쳤다.
중대장들이 두 사람에게 서류 뭉치를 내밀었다.
판타지 세계라도 서류로 기록을 남겨 두는 것은 필수인 모양.
마누스는 마나로 새긴 몽타주와 인물들을 번갈아 보며 서류를 이리저리 들춰 보았다.
“전사와 수호자를 뽑는 건 형님이 하시죠. 전 마법사단을 뽑겠습니다.”
“좋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꾸벅, 마누스는 슬쩍 고개를 숙이고 회의실을 나섰다.
티란니스는 부쩍 변해 버린 동생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곤 서류로 눈길을 돌렸다.
할 말이 많지만 하지 않았다.
아직 동생은 들을 자격이 없다 느꼈으니.
[간섭이 시작되었습니다.] [DLC 스토리가 시작되었습니다.] [자신만의 운명을 개척하세요.] [S5 – 푸르른 지옥] [보상 : ???]병영을 나서, 마탑으로 향하는 마누스도 말하지 못할 비밀을 삼켰다.
#2
[크르릉-.]“많이 컸군요. 허허.”
“……원래 사역마가 이렇게 빨리 자랐던가?”
웨이의 손에 이끌려 방으로 갔던 알비온이 어떻게 안 건지, 마누스에게로 찾아왔다.
마탑에서 이 자그마한 드래곤의 존재는 그야말로 인기 대폭발.
모든 관심을 한눈에 받기 시작했다.
마누스가 사역마와 계약했다는 사실은 이전 방문을 통해 모두 알고 있던 사실.
보통 성장이 굉장히 느린 사역마였지만, 어째 그의 사역마는 모습까지 변해 있었던 것.
신비한 현상에 사족을 못 쓰는 마법사들이 몰려드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소식은 들었겠지.”
“네. 마침 공문이 내려온 상태입니다. 마법사들에게도 전달을 끝내 두었습니다.”
마탑의 실세 중 한 명인 에이번이 친절하게 응대했다.
말을 하면서도 흘끔흘끔, 알비온에게로 시선을 던지는 에이번.
나이를 제법 먹었고 숱한 경험을 했던 베테랑 마법사여도 이토록 신비한 일은 처음이었다.
마치 인과율을 벗어난 듯한 시간 가속.
이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는 사역마라면, 머잖아 웬만한 마법사보다 뛰어난 활약을 보일 터다.
문득, 에이번은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이한 일들이 둘째 도련님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구나. 참으로 기이하고도 부럽도다.’
“소대장들을 모아 와라. 소대원들 역시.”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에이번이 떠나가고, 마누스는 기다리는 동안 알비온과 가벼운 장난을 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도중, 회의실의 문이 열리며 익숙한 인영이 들어섰다.
어딘가 모르게 퀭한 눈빛의 누이, 인비데아였다.
어딘가 모르게 피곤해 보이는 누이.
그녀는 휘적휘적 다가와, 마누스 앞에 섰다.
“오라버니와 한바탕 했다면서? 아주 열정적으로 날뛰던데.”
“뒤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을 줄이야. 생각보다 속이 좁군.”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마누스는 피식, 웃음을 흘리고 사람들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인비데아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귀여운 사역마를 보며 손을 내밀었다.
킁킁, 마치 강아지가 냄새를 맡는 것처럼 인비데아를 탐색해 보는 알비온.
이내 툭툭, 자신의 머리를 그녀의 손에 부비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친화력이 좋은 건지, 아니면 가족을 알아보는 건지.
알비온은 인비데아를 경계하지 않았다.
“전에 봤던 그 솜뭉치지? 벌써 이만큼 컸다니…….”
“성장이 좀 빠른 편이지. 그나저나 아쉽겠어.”
“나는 나대로 할 일이 있으니까 괜찮아. 요즘…… 좀 피곤하기도 했고.”
확실히, 그녀의 안색은 좋지 않았다.
아무리 초인에 가까운 마법사라 해도 과도한 업무는 건강을 조금씩 갉아먹는 걸까?
마누스는 누이에게 무리하지 말라는 뜻으로 회복 마법을 걸어 주었다.
하지만 마법이 듣지 않는 것인지, 그녀의 안색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인비데아가 하품을 늘어지게 하며 손을 휘적휘적 저었다.
“이상하지? 정신적 피로가 쌓인 건지 회복 마법도 안 듣더라고. 푹 자면 나아지겠지.”
“가주님께 말씀드려서 휴가라도 내지.”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어. 디레 교단 놈들, 제법 수사망을 잘 피해 가더라고.”
그녀가 머리를 긁적였다.
골치 아픈 일은 항상 사람을 좀먹는 법.
디레 교단.
전혀 중요하지 않아 보였던 적이 이렇게 가문의 인사를 골치 아프게 할 줄이야.
아니, 그가 보지 못했던 곳에서 치열하게 산 이들이 많기에 세상이 돌아갔던 걸지도 모르지.
마누스가 고개를 돌려 바삐 들어오는 이들을 바라봤다.
이제, 죽음에 한 발자국 가까워질 용기가 있는 이들을 뽑아야 할 차례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