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18)
제118화
118화 – 푸른 지옥으로
#1
다음 날 아침.
마누스는 도열해 있는 인원들의 장비를 점검했다.
군대에 있을 때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었던 것처럼, 필요한 물품은 빠뜨리지 않았는지 다시 점검하는 중이었다.
마법사, 그리고 전사와 수호자들은 반신반의했다.
어린 도련님이 군장에 대해서 알긴 알까?
항상 누군가 들어주기만 했고, 누군가 대신 고생하기만 했다.
‘근데 무슨 군장 검사야.’
‘제대로 알긴 알까?’
속내는 꾹꾹 눌러 담은 채, 불안감을 감춘 병사들이 눈을 굴려 군장을 슥 보고 있는 마누스를 바라봤다.
카이사르의 재능, 카이사르의 지식, 카이사르의 마음은 정말 편했다.
마법적 이론은 가지를 뻗쳐, 그걸 사용하기 위한 도구까지도 활용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슥 살펴보는 것만으로 도구에 새겨진 마법을 알아낼 수 있었다.
그 밖에 다른 것들은 이미 가지고 있는 지식으로도 충분히 알아보았다.
‘어차피 한국 사람 머리에서 나온 상상력이니…… 비슷하군.’
“이름.”
“네? 소, 솔라리입니다.”
“솔라리. 양피지는 왜 이렇게 많이 들고 다니지?”
“그게-.”
“기록용인가?”
“아, 아닙니다.”
한 놈 걸렸다.
솔라리.
양피지로 주문을 그려 사용하는 마법사.
그녀 자신은 그걸 결점이라고 여겨, 사람들에게 밝히지 않는 편이었다.
하물며 평소 망나니로 소문난 둘째 공자에겐?
일개 마법사인 그녀의 얼굴은 어느새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마누스는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양피지와 솔라리라고 불린 여인의 마나를 살폈다.
답은 금방 나왔다.
“특수 가공한 양피지인가. 응용하면 빠르게 마법을 전개할 수 있겠군. 결계나 보조 마법을 사용하기에 좋겠어.”
“어…… 그, 그렇습니다.”
“다만, 이것들은 빼라. 옷가지는 현지 조달, 혹은 마법으로 빨아서 쓴다. 너무 많으면 도중에 버려야 할 거다.”
“아, 알겠습니다. 공자님.”
정확한 지적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그건 그렇고 솔라리가 양피지를 이용한 ‘페이퍼 위저드’라는 사실은 어떻게 알았지?
설마, 저 양피지만 보고 유추한 건가?
데굴데굴, 이리저리 굴러가는 눈동자들에 경악이 담겼다.
다만, 기사들은 이미 그의 기행을 보았기에 동요하지 않았다.
가장 놀란 것은 솔라리 본인.
그리고 마누스의 기행을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수호자들이었다.
‘망나니라며?’
‘재능이 없다며?’
“다들 짐 챙기고 출발한다. 우린 어쩌면 지옥으로 들어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카이사르의 이름으로 헤쳐 나가길 바란다.”
티란니스의 간단한 연설을 끝으로, 일행이 행군을 시작했다.
“알비온은 제가 잘 돌보고 있겠습니다.”
“-부탁하지.”
마누스 역시 웨이의 배웅을 받으며 몸을 돌렸다.
그녀의 옆엔 측은한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알비온이 보였다.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사역마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마누스.
그 모습을 보며, 웨이는 마음 한편이 사르르 녹는 것을 느꼈다.
‘그 공자님이 저런 표정도 지으실 줄 알았나.’
단기간에 참 많은 변화를 가져온 것이, 정말로 신기했다.
알비온의 울음소리를 뒤로한 마누스가 일정을 재차 확인했다.
기한은 단 일주일.
거대한 숲을 모두 둘러볼 수는 없었지만, 자그마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된다.
거대한 어둠과 마주하기엔, 이들의 전력은 매우 약했으니.
둘러볼 마을은 총 다섯 곳.
그곳에서 흔적과 증거들을 수집해, 베니니타스의 탐색 범위를 넓히는 데 일조하는 것이 임무였다.
순간 이동 마법진으로 도착한 곳은 제국의 가장 아래 지방.
후덥지근하고 끈적이는 공기가 폐부를 타고 흘렀다.
항상 쾌적한 공기만 맡았던 마누스에겐 제법 신선한 변화였다.
“곧 안내인이 도착할 겁니다. 지난주부터 준비를 끝내 두었다고 하는군요.”
“우리의 행차는 공적인 것인가?”
마누스가 물었다.
휘하의 군사들을 통솔하는 자이자, 이전 마누스와도 같은 임무를 행했던 소대장, 레게브.
그는 어느새 공을 인정받아 소대장까지 올라온 상태였다.
레게브는 고개를 끄덕였다.
공적으로 협조를 받았으니, 이는 공적인 일이다.
마누스는 뒤따라오는 이들의 행색을 둘러보았다.
‘그래도…… 구색은 갖춰야겠지.’
우웅-.
그가 손을 뻗자 마법진이 허공에 모습을 드러냈다.
1클래스, 공통 마법이자 지저분한 것들을 지워 주는 마법.
[딜루오]급하게 준비하느라, 훈련을 하느라, 그 밖의 이유로 더러워진 의복.
카이사르의 빛이 바래지 않도록, 마누스는 그들의 의복을 깨끗하게 하고 광을 내어 주었다.
빳빳하면서도 부드러운 천.
뽀득뽀득, 소리가 날 것만 같은 가죽.
파리가 앉아도 미끄러질 정도의 금속.
“어깨를 당당히 펴라. 오와 열을 맞추고 카이사르의 이름을 떨어뜨리지 마라.”
마누스는 이곳에 모인 이들 중 가장 몸집이 작았지만, 그 누구보다 커 보였다.
아카데미의 학생은 곧, 대륙 최고의 인재 중 한 명이라는 것.
그 제복과 엠블럼이야말로 대대로 내려오는 권력의 상징이었다.
둘째 공자님의 이토록 당당한 모습을 보니, 묘한 감정이 함께 온 이들에게 모였다.
그것은 카이사르의 마음가짐.
그 어디에서도 굽히지 않고 손위에 군림하는 것.
그것이 바로 카이사르였다.
“-가자.”
쿵-.
마누스가 한 걸음 내딛자, 모든 이가 동시에 발을 뻗어 걸었다.
단 1콤마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는 행진이 시작되었다.
낯선 땅에, 카이사르의 발걸음이 퍼져 갔다.
이동 장치를 관리하는 곳을 벗어나니, 영지를 다스리는 자가 마중 나와 있었다.
수호자, 기사, 마법사.
그리고 두 명의 공자.
너무도 완벽한 그림이었으며, 마치 이곳을 정복하려는 자들의 움직임처럼 보였다.
“호, 혹시-.”
“카이사르가 가야 할 곳은 어디인가.”
티란니스가 한 발자국 앞서 말했다.
그 기세에 눌린 자는 고개를 조아리며 정중하게 안내했다.
“드릴 것이 있사옵니다. 일단 백작님을 만나고 가시지요.”
“안내하라.”
에이커 백작령의 라이치 성.
제국 최고의 곡창지대 중 한 곳인 이곳은 일 년에 무려 세 번이나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 때문인지, 사람들의 얼굴이 모두 밝았다.
뿐만 아니라 이따금 보이는 경비병들의 장비 역시 제법 질이 좋아 보였다.
부유한 가문이라 그런 것인지, 병사들의 복지에 신경 쓰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이곳을 다스리는 자가 군비를 허투루 쓰는 자가 아님은 확신했다.
“어쩐지,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군.”
마누스가 조용히 뇌까렸다.
그들은 지옥으로 들어가기 전, 꽤 괜찮은 풍경에서 정비할 기회를 얻었다.
#2
에이커 백작.
젊은 남자로, 은색 갑옷을 항상 차고 다니는 미남자였다.
그는 시원한 미소를 지으며 일행들을 맞이했다.
성대한 환영은 없었지만, 나름대로 구색은 갖췄다.
도열해 있는 병사들.
긴 검으로 길을 만들어 준, 나름대로의 환영식이었다.
에이커 가문은 검의 가문이었다.
아직 후계자가 다 자라지 않아 아카데미엔 보내지 않았지만, 곧 독수리반에 대단한 자가 나타나겠지.
“기다리고 있었소. 카이사르, 위대한 가문의 자제들이여.”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빌타이트 주민들은 에이커 영지의 중요한 정보원이었소. 자세한 이야기는 들어가서 하지요. 나머지 인원은 든든하게 배라도 채우고 있으면 되겠지.”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출발했다.
앞으로 정글 속으로 들어가야 하니, 배를 든든하게 채워 넣는 것은 필수였다.
안내인이 병사들을 이끌었고 마누스와 티란니스는 에이커 백작을 따라 그의 집무실로 향했다.
에이커 가문을 상징하는 푸른 사자.
멋들어지게 조각한 돌덩이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푸른 사자……. 게임에선 나오지 않았던 가문이라 정보가 없군.’
마누스는 에이커 가문에 대한 정보를 떠올렸으나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몸으로 부딪치며 알아내는 수밖에.
그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세 사람의 발걸음은 집무실에 닿아 있었다.
“그대들에게 전해 줄 정보는 이게 전부요. 크게 도움이 안 되어서 미안하군.”
“지도이군요.”
“길잡이가 필요 없을 정도로 자세한 안내도이오만…… 혹 병력이 필요하면 도움을 드리겠소.”
“병력은 충분할 겁니다.”
마누스가 필요로 하는 것은 길을 안내해 줄 인원뿐이었다.
에이커 백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외부에서 들어온 자들이 전력을 빼 가는 건 내키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곳은 변경백의 영지.
언제, 어디서 위험이 닥칠지 모르는 곳이었다.
징병제가 아닌 모병제로 돌아가는 사회다.
병사 한 명 한 명, 허투루 쓸 수 없는 처지였다.
마누스도 티란니스도 에이커 백작의 도움은 받을 생각조차 없었다.
어느새 카이사르에 완벽하게 동화된 것인지, 마누스도 다른 가문과 협력할 생각 자체가 들지 않았다.
“그럼 도움은 필요 없소? 그곳은 위험한 곳인데-.”
“괜찮습니다. 돌아갈 때 잠시 씻을 곳만 제공해 주십시오.”
“허허! 좋습니다. 내 성대한 만찬을 준비하겠소.”
에이커 백작은 은빛 플레이트 갑옷처럼 빛나는 웃음을 지었다.
두 사람은 동선을 간단히 짠 후, 숲으로 출발하기 위해 영주의 집무실을 나섰다.
카이사르의 뒷모습을 보는 에이커 백작의 웃음이 짙어졌다.
‘참으로 굉장한 인재들이로군.’
그의 뇌까림이 집무실을 맴돌았다.
#3
“안녕하십니까. 길잡이 한스라고 합니다.”
“출발하지.”
“바로 안내하겠습니다.”
인력 사무소에서 최고로 비싼 몸값의 길잡이를 고용했다.
카이사르의 엄청난 압박감 때문인지,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긴장하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법.
티란니스는 그를 바라보며 자신 나름대로 긴장을 풀어 주기 위해 입을 열었다.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겠지.”
“……예. 물론이죠.”
“네 능력에 우리 모두의 목숨이 달렸다고 생각하라.”
한스는 얼굴이 새하얗게 변해서는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
위대한 가문의 병사들.
한낱 용병이자 길잡이인 자신과는 그 무게가 다른 이들의 목숨을 자신이 책임진다니.
긴장을 풀어 주는 건지, 강제로 각성시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멘트들.
그러나 마누스는 그런 형의 행태를 막지 않았다.
어떤 방식이든 이번 임무의 위험성을 알려 두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었으니.
“-정신 똑바로 차려라. 알겠나.”
“물론입죠. 제 모든 능력을 발휘해서 안내하겠습니다.”
“출발하지.”
영지를 나서, 길을 걸었다.
이들은 체력을 비축하면서도 마나를 돌려, 몸을 풀었다.
숲 앞에 도착했을 때, 마누스는 기이한 느낌을 받았다.
거대한 숲.
제국 영토의 끝에서 펼쳐진 나무의 바다.
그 푸르른 숲 안에서 무언가, 자신을 향해 거대한 아가리를 벌리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들어가 보면 알겠지.’
“그럼, 지금부터는 절 잘 따라오셔야 할 겁니다. 숲 안에선 몬스터와 원주민, 빌타이트들이 언제든지 습격할 수 있습니다.”
길잡이는 잔뜩 분위기를 잡고 카이사르 병력들에게 경고했다.
그러나 카이사르 병력들은 그저 덤덤하게 앞을 바라봤다.
두려워하는 기색도, 움츠러드는 기색도 없었다.
그저 임무를 완수하기 위한 눈빛을 가지고 지옥으로 들어갈 준비를 끝마칠 뿐.
감정이란 걸 잠시 창고에 보관한 듯, 카이사르는 동네 마실이라도 나가는 듯 걸음을 옮겼다.
푸른 지옥.
마누스는 계속해서 그 단어를 곱씹으며 수해로 들어섰다.
짙은 어둠이 그의 머리 위로 내려앉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