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2)
제12화
12화 – 히든 보스
#1
인간은 거대한 무언가를 보면, 압도당한다.
흔히 ‘기가 죽는다’라는 말을 쓰지.
감히 덤빌 엄두도 나지 않는 무언가가 자신을 보고 있을 때 느끼는 감정이란-.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근육질.
한 손엔 도끼를 들고 있었고, 거대한 두 뿔은 단단한 돌도 부숴 버릴 정도로 강고해 보였다.
아르카나 ‘악마’
온통 검은색인 얼굴에 숫자 ‘5’가 쓰여 있었다.
제법 강한 놈이란 거지.
[그르륵-.]소가 우는 것 같은 목소리엔, 진득한 마나가 배어 있었다.
이놈은 보상이 아주 좋은 놈이다.
본래 플레이어 레벨 20 전후로 잡을 수 있는 놈이지만…… 마누스는 지금도 무리 없이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단 두 개의 스킬만 가지고 있는 마누스.
사실 카이사르의 마음가짐 하나만으로도 충분했다.
그 사기적인 패시브가 있다는 것이, 그토록 자랑스러울 일인가.
“잘해 보라고-!”
“아주 재밌겠군요. 저자, 인간 중에서 최상급 재능을 지녔어요.”
“정말?”
블랙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부정한 것을 끌어안은 그의 눈은 상대방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그의 눈에, 저 인간은 인간 중에서도 유례없는 재능의 소유자였다.
어쩌면, 자신들보다도 더-.
“몇 년만 지나면 이 탑을 모조리 부숴 버릴 수도 있겠는데요?”
“……대개 그런 놈들은 일찍 죽지 않냐?”
“모를 일이죠.”
블랙이 어깨를 으쓱하는 것을 끝으로 대화는 끊겼다.
화이트는 노닥거리는 것보다 싸움을 관람하는 쪽을 택했다.
그거야 직접 보면 알 일이지.
그녀가 입맛을 다셨다.
“자알 키워서 나랑 한판 뜨면 좋겠는데.”
키득거리는 그녀를 뒤로하고, 블랙은 조용히 마누스를 바라봤다.
이곳에 갇힌 지 얼마나 되었더라?
어쩌면, 진정한 구원자가 나타났는지도 모르겠다.
아르카나 : 악마는 씩씩거리며 마누스를 노렸다.
그건 마치 검은 미노타우루스처럼 생긴 모습이었다.
마누스는 여유롭게 영창을 시작했다.
그가 기억하고 있는 패턴이 그대로 나온다면, 이번 적은 아주 쉬울 것이다.
문제는 마누스 본인의 육체 능력.
실제인 만큼, 한 대만 맞아도 치명상일 터.
그 공격을 잘 피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라피두스] [알투스]빠르기를 증가시키는 주문에, 알투스를 더했다.
몸이 가벼워지고, 흘러가는 모든 것이 살짝 느리게 보였다.
소비된 마나는 꽤 컸지만, 다시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르르륵-!]준비가 끝나자마자 근육 덩어리가 달려들었다.
마치 거대한 RV 차량이 풀 액셀을 밟으며 돌진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카이사르는 태연하게 반응했다.
살짝 뛰어, 옆으로 몸을 날렸다.
최소한의 힘만 가지고 공격을 피했다.
휘잉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 살벌했다.
그래도, 그는 침착하게 술식을 완성시켰다.
파지직-.
그의 손이 푸르게 빛나며 전격의 채찍을 완성시켰다.
[폴게]전격계 최하위 클래스 마법인 폴게.
푸르게 빛나는 채찍은 마치 거대한 황소를 조련하는 투우사를 연상케 했다.
땅을 후려치자, 푸른 전광이 번뜩였다.
마누스의 마법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희대의 사기 패시브, 카덴차의 위력을 제대로 확인할 순간이었다.
[록스]빛의 마법은 특별했다.
세계관 내에서, 신성 마법이라고 불리는 종류.
위력이 강하고 판정도 좋지만, 다른 마법보다 배로 들어가는 마나와 익히는 데 걸리는 시간이 매우 제한적인 마법.
신관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주로 사용하는 마법은, 일반 마법사가 익히기 아주 까다롭다고 정평이 나 있었다.
하지만- 위대한 혈통에게 그런 것은 그저 누군가가 정립해 놓은 이론일 뿐.
그에겐 그저 다 똑같은 속성 마법이었다.
[폴게] – [록스] [더블 스프레드]새로운 레시피가 완성되었다.
마누스는 채찍을 가볍게 휘둘렀다.
채찍의 궤도대로 쏘아지는 푸른빛 광선.
그 술식의 이름은-.
[아라디아티오] [그르르르륵-!]빠르고 뜨겁다.
거기에 전격 디버프까지 걸려 있는 마법이다.
주머니 괴물 게임처럼, 아르카나별로 약점과 강점이 존재하는 시스템.
악마는 말 그대로 빛, 전격이 약점이었으니, 아주 효과가 뛰어났다.
실제로 마누스가 게임에서 애용하던 마법 중 하나이기도 했었지.
그 마법을 두 손으로 펼치는 마법은 짜릿하고 스릴 있었다.
등짝이 모두 타들어 간 악마가 비명을 질렀다.
[그르르륵-!]분한 것인지, 못생긴 녀석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
돌진 패턴 다음은 도끼를 던져, 스턴을 먹이는 패턴.
마누스는 침착하게 패턴을 기다렸다.
이곳에선 맞고 때리는 선택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걸 시험해 보고 싶었다.
집중력을 높이자, 모든 것이 느리게 보였다.
거대한 악마는 양날 도끼를 두 손으로 잡고, 마누스의 머리를 향해 힘껏 내던졌다.
살벌한 소리가 귓가를 웅웅 울렸다.
시계가 느려지고, 도끼의 날이 그리는 궤적이 정확하게 보였다.
‘-잡아라.’
유연하게 팔을 휘두르자, 빛과 전기의 채찍이 뱀처럼 움직였다.
도끼의 손잡이를 정확히 감싼 채찍은 추처럼 움직였다.
빠지직-.
철에 통하는 전격이 그 위력을 더했다.
벌겋게 달아오른 도끼는 이제 악마의 무기가 아닌, 마누스의 무기가 되었다.
몸을 빙글 돌려, 그대로 팔을 강하게 휘둘렀다.
지지지직-!
전격 마법이 인기가 있었던 이유 중 하나.
멋들어진 효과음이 마법을 쓸 때의 즐거움을 더해 주었기 때문이다.
공기를 찢어발기는 통쾌한 소리가 울렸다.
뻐억-!
정확한 타격은 지켜보고 있던 두 존재가 감탄사를 자아내게 만들었다.
마누스는 다시 술식을 짜 올렸다.
녀석은 충격이 상당했는지,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로기에 걸린 것이겠지.
좋다.
마누스는 진한 미소와 함께 마법을 무참히 휘둘렀다.
‘다시 맞아라.’
마나가 쭉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채찍을 휘두를 때마다 뭉텅뭉텅 잘려 나가는 마나.
그래도 마누스는 멈추지 않았다.
콰직-!
[그르르르륵-!]채찍의 끝이 도끼를 때렸다.
머리통에 박혀 있던 도끼가 쑤욱 들어갔다.
검은 핏방울이 튀었다.
그 끔찍한 중상에도,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데몬이 괴성을 지르며 움직였다.
[그르륵-!]악마는 마지막 패턴을 선보였다.
땅을 찍어, 모든 파티원에게 대미지를 주는 광역 공격.
피격 시 스턴.
한 턴을 더 맞아야 하는, 악랄한 패턴이었다.
-하지만 이미 파훼법을 알고 있으면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
마나가 순식간에 32개의 선분으로 바뀌었다.
그가 원하는 모양으로 짜인 술식은 마누스를 철저하게 보호했다.
[엣지] [알투스]한 장의 꽃잎.
거기에 증폭 마법을 더해 크기와 내구도를 키웠다.
콰앙-!
마나의 충격파가 온 땅을 뒤덮었다.
하지만 거대한 충격도 얇은 꽃잎을 찢어 놓진 못했다.
날카로운 송곳이 아니라면, 제아무리 얇은 꽃잎이라도 찢을 수 없었으니-.
‘이제 마지막-.’
찌직찌직-.
마치 여러 마리의 새가 우는 것 같은 소리를 뿜어내며, 채찍이 휘둘러졌다.
약점을 계속 때리는 건, 이 게임 공략의 핵심이다.
현실이 된 상황에서도 별반 다를 건 없었다.
[그르르르르르-!]쩍 갈라진 두개골은 이제 생명력을 붙들고 있을 수 없었다.
퍽 싱거운 전투였다.
하긴, 스토리 초반에 이벤트로 거쳐 가는 곳이니 당연하겠지.
짝짝짝-!
뒤에서 박수 소리가 들렸다.
악마가 완벽하게 소멸하는 것을 확인한 마누스는 목걸이를 꺼내, 쪼개진 머리통에 가져다 댔다.
목걸이 체인 부분이 빛나며, 악마의 형상이 새겨졌다.
“하나 모았고.”
12개 남았다.
첫 번째 구역에서는 절대 나오지 않는 악마 아르카나.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얻기 까다로운 녀석이었다.
원래 목걸이의 주인도 악마, 탑의 아르카나는 얻기 힘들다고 했으니-.
“워후~ 짜식 잘하는데? 그런 마법은 처음 본다 야.”
“…….”
화이트는 환호성을 보냈고, 블랙은 팔짱을 끼고 심각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마누스는 투기장을 유유히 빠져나왔다.
이제 탑으로 올라갈 차례였다.
“잠깐-. 그 마법, 누구에게서 배운 겁니까?”
블랙이 그를 붙잡았다.
그가 보여 준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서로 다른 두 원소를 합치는 마법이라니.
마치 신이나 할 법한 마법 아닌가.
그의 눈은 모든 것을 볼 수 있으니, 그 원리를 대번에 알아챘다.
알고 있다고 해서 따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스승이 누군지 정말 궁금했다.
허나, 들려온 말은 더욱 충격적인 것이었다.
“누구에게도 배운 적 없습니다.”
“정말, 누구에게도 배운 적 없습니까?”
“그렇습니다.”
“허어-.”
블랙이 나직하게 탄식을 내뱉었다.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나?
이게…… 인간의 머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말도 안 된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내뱉었다.
“그대라면, 이 탑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겠군요.”
“-그럴 생각입니다.”
“좋아요. 화이트와 함께 미력하나마 도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마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두 NPC의 역할은 아주 간단했다.
금단의 마법이라고 하는, 흑마법을 배울 수 있는 장소.
그리고 뭐든지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진 블랙의 능력을 이용하는 곳.
아이템 분해, 합성을 위한 곳이기도 했다.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건 별거 없고, 그냥 마법 몇 개 알려 주는 거 정도?”
“저는 쓸모없는 물건을 분해하고 새로운 물건으로 조합할 수 있습니다.”
두 NPC는 게임 후반까지 요긴하게 쓰이는 중요 인물들.
미리 인연을 터 두는 건, 아주 바람직한 일이다.
그들을 통해 배울 수 있는 마법도 아주 많았다.
카덴차에 필요한 필수적인 레시피 재료 몇 개가 들어가기도 했다.
“-이따금 들르겠습니다.”
“나중에 커서, 우리랑 한판 붙자.”
화이트가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누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2
탑.
세 명의 마법사는 파죽지세로 올라가고 있었다.
이윽고, 그들은 5층에 도착했다.
“강력한 마나 반응이야. 앞에 강적이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할래요?”
“저기, 저 문으로 잠깐 들어가 보자.”
알라노가 가리킨 곳엔 멀쩡한 문이 있었다.
휴식처.
탑으로 올라가는 동안, 지친 몸을 쉴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는 아무리 오래 머물러도 순찰자의 감시를 피할 수 있는 곳이었다.
이것도 설명해 준 기억이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양호실의 모습이 등장했다.
“어…….”
“공간 전체에 회복 마법이 걸려 있네. 조금 쉬다가 가자.”
“네. 이런 곳도 있었다니…… 진짜 무슨 일이람.”
아나이스는 온몸으로 느껴지는 활력을 바탕으로 이리저리 쏘다니기 시작했다.
혹시 양호 선생님이 이곳에서 주무시고 계신다거나 하는 건 아닐까란 생각 때문에.
케일은 폭신한 소파에 앉아, 작게 한숨을 쉬었다.
‘힘들다.’
탑을 오르는 일은 무척이나 고되고 힘들었다.
말을 들어 보니, 마누스 선배는 이미 5층까지 혼자 다녀온 모양.
이 힘든 일을 혼자 했을 생각에, 괜히 가슴이 미어졌다.
양호실은 텅 비어 있었다.
말 그대로 회복만 할 수 있는 곳이 된 셈.
체력과 마나를 모두 회복한 그들은 다시 일어섰다.
“가자.”
“네.”
“할 수 있어! 힘내자-!”
아나이스의 말에 힘입어, 세 사람은 거대한 마나의 근원 앞에 섰다.
데모니움보단 아니지만, 제법 강력한 기운을 가졌다.
거기다, 녀석들은 특이하게도 개의 머리 위에 붉은 가면을 뒤집어 쓴 모양새였다.
마치, 개조를 받은 프랑켄슈타인처럼 기괴한 모습이었다.
[크르르르-]섬뜩한 울음소리가 울리며 세 마리의 개가 동시에 그들을 쳐다봤다.
몸집은 웬만한 늑대만했고, 전신에 불길한 마나가 가득했다.
마누스는 그래…… 이들을 이렇게 불렀지.
[5층에 도착하면 파수꾼이 있을 거다. 그들은 일반적인 데몬과 다르니 각별히 주의하도록.>이거-.
이길 수 있는 거 맞겠지?
[큼?] [큼!] [큼큼!]세 마리의 개가 그들을 바라보며 적의를 드러냈다.
전투가 시작되었다.
【전투 현황】
『전차 – 2 : 세베루스』
[아나이스, 케일, 알라노의 레벨이 올랐다.> [케일 : 5> [아나이스 : 4> [알라노 :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