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20)
제120화
120화 – 일을 벌일 땐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야 한다
#1
정글은 길었고, 또 위험했다.
독충 때문에 한바탕 난리가 났었고, 몬스터의 습격이 두 차례나 있었다.
하지만 카이사르는 그런 것 따위에 휘둘릴 만큼 나약하지 않았다.
두 공자가 나설 것도 없이 소대원들 선에서 정리가 끝났으니.
그 모습을 보며 길잡이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지는 것을, 두 공자는 놓치지 않았다.
해가 지고 한 치 앞도 알아볼 수 없는 어둠이 내려앉았다.
“가뜩이나 어두운데 해까지 지다니…… 여간 으스스한 것이 아니네요.”
“습격받기 딱 좋겠는걸.”
“조금만 더 가면 첫 번째 마을이 나옵니다. 다들 조금만 힘내시죠.”
발걸음이 들떴다.
소대원들은 이 끔찍한 숲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에 발걸음을 빠르게 했다.
절로 경계가 누그러졌다.
말이란 참으로 오묘하고도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나 보다.
고작 길잡이의 한마디에 이토록 해이해지는 걸 보면.
마누스는 생소한 지형을 통과하는 이들을 다잡기 위해 입을 열었다.
“끝까지 방심하지 말고, 속도를 줄여라. 경거망동하지 말아라.”
“-알겠습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히 울리는 목소리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티란니스는 부하를 제법 잘 통솔하는 동생을 보며, 두 손을 두어 번 쥐었다 폈다 해 보았다.
저 아이도 벌써 16세.
걸음마를 뗄 때부터 교육을 받아 왔으니, 제 몫은 해야겠지.
그렇지만 자꾸 과거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
좋은 모습을 보여 주고 있음에도 가슴 깊이 박힌 기억이란, 쉽게 떨쳐 낼 수 없었다.
티란니스는 작게 한숨을 쉬며 마나를 그러모았다.
‘그래도 가족은 가족인가.’
저기, 암살을 주업으로 삼고 있는 가문은 가족끼리 죽고 죽이는 경쟁을 시킨다지.
이해할 수 없는 풍습이었지만, 권력은 으레 그런 것이다.
정당함과 단합이란 가풍을 가지고 있는 가문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다들 서로 가진 것을 빼앗지 못해 안달인 표정이 참으로 추했지.
귀족 가문이라면 다들 풍족하게 살 수 있을 텐데 말이야.
실망감을 덮기 위해선 결정적인 무언가가 필요했다.
‘시시하면 재미없을 텐데.’
그는 열심히 걷고 있는 길잡이의 등을 바라봤다.
부디 자신에게 성장할 수 있는 시련이 되기를.
그래서,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응어리를 풀어 버릴 기회가 되기를.
“저기입니다! 다 왔습니다!”
숲이 끊겼다.
정확히는 거대한 공터가 나온 것 같았다.
별빛이 쏟아졌고, 두 개의 달이 어둠을 걷어 냈다.
본디 밝게 빛나야 할 마을엔, 온기가 떠나간 바람이 불었다.
[아니감 마을]빌타이트 수해 초입에 있는 마을이며, 제국과의 거래도 심심찮게 하는 곳이었다.
이곳, 대자연 안에서만 구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으니, 제국의 상단이 심심찮게 방문하는 곳이기도 했다.
본래라면 외지인을 환영했어야 할 곳이 쥐 죽은 듯 조용했다.
희미한 빛은 마을 안쪽을 정확히 가리키고 있었다.
사박-.
부쩍 짧아진 풀을 밟으며, 일행이 전진했다.
“조를 나눠 수색부터 진행한다. 생존자는 없는지, 위협은 없는지. 이상이 생기면 전투는 피하고 지원을 요청하도록.”
예-!
쩌렁쩌렁한 소리가 공기를 타고 퍼져 나갔다.
우르르 흩어지는 소대원들을 뒤로하고, 두 공자는 길잡이를 향해 걸어갔다.
경험 많은 길잡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다면, 지극히 정상처럼 보이는 행동들.
하지만, 의심을 넘어 확신을 두고 시선을 달리하자, 그의 모든 행동이 거슬렸다.
그는 은근히 노출된 곳으로 카이사르를 몰아넣으려 했으며,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마치, 누군가에게 보고라도 할 것처럼-.
“역시, 네 말이 맞았군.”
“습격하기엔 딱 좋은 장소지요.”
“그래서 일부러 강행군한 건가? 제법이야.”
티란니스는 어느새 그를 지켜보고 평가하는 포지션으로 바뀌었다.
훌륭하다.
다만, 변수가 있다면 적의 규모와 강함을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
지금 카이사르는 고립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대항하지 못하는 힘이 나온다면, 모두가 꼼짝없이 죽어야 할 판이었다.
숲.
그리고 주변이 꽉 막혀 있는 마을.
그야말로 가둬 놓고 죽이기엔 딱 좋은 조건이었다.
“적들의 전력을 파악하지 못한 건 감점이군.”
“청사자. 에이커 가문의 청소부들.”
마누스가 길잡이의 등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 들릴 것이다.
길잡이의 등이 흠칫 떨리는 것이 느껴졌으니.
마누스는 마나를 퍼뜨려 보았다.
아직 주변에 감지되는 인영은 없었다.
그들이 은신에 능하다고 해도 소용없는 짓일 터다.
뛰어난 무력을 가졌다 해도 카이사르를 넘어설 순 없으리라.
그렇다고 흑마법을 사용해서 정신 공격을 할 건가?
뭐든지 와 보라고 해라.
“그들을 부르기 위한 연락책으로 선정되었겠지. 카이사르니 최고의 길잡이를 고용하는 건 당연할 테니.”
“……당신들-.”
“왜, 우리가 아무것도 모르고 고분고분 따라오는 줄 알았나?”
그 비릿한 미소는, 길잡이의 심장을 쥐어짜겠다는 선고였다.
티란니스가 마나를 대충 모아 공중에 쏴 갈겼다.
마누스는 길잡이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속박 마법을 걸었다.
[넥토]콰드드득-.
마나의 사슬이 그를 칭칭 옭아맸다.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이라, 길잡이는 대처할 새도 없었다.
이 두 악마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거다.
디레 교단도, 에이커 가문의 비밀도, 그들이 결탁해 이들을 습격하려는 것도.
길잡이는 뚫려 있는 입으로 아무런 말이나 내뱉었다.
당장 그들이 이 잔인하고 극악무도한 짓을 그만두게 만들 내용이 필요했다.
“화, 황제! 황제가 사주한 일입니다! 우리의 뒤에는 황제가 있어요! 그러니까- 으아아악!”
얼음 결정이 살과 뼈를 파고드는 감각은 가히 좋지 못했다.
마누스는 손가락을 까딱이며 길잡이가 지니고 있던 배낭을 가져왔다.
사지가 결박된 것도 모자라, 정강이에 얼음 송곳이 박혔다.
어린것이라고 무시하면 안 되었다.
저 작은 공자.
제일 몸집이 작은 소년이 가장 큰 위협이었다니!
너무 차가워, 오히려 불에 지지는 듯한 감각이 그를 고통에 절여 버렸다.
“여기 있군.”
“부르셨습니까, 공자님!”
병력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마누스는 배낭에 있던 스크롤 하나를 꺼냈다.
길잡이는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들어라.”
티란니스의 입이 열렸고, 병력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일을 저질렀으면 책임을 져야지.
피유우우우우-!
거대한 섬광이 어둠을 걷어 냈다.
흐려져 가는 의식 속에, 길잡이는 두 눈을 의심하는 상황을 보았다.
습격이 있으면 굳은 얼굴로 대비해야 할 인간들이, 마치 들뜬 듯 웃고 있었으니까.
그는 아직, 카이사르라는 집단을 잘 몰랐다.
#2
밝아진 밤하늘을 바라보며 수풀에 있던 이들이 움직였다.
엠블럼을 가리고 특수 처리된 갑옷을 입은 자들이었다.
그들은 은밀히 수풀을 헤집고 신호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
그들은 아무런 말 없이 움직였다.
은은하게 새어 들어오는 달빛을 받아, 입고 있는 옷이 푸른 빛을 드러냈다.
청소부.
[로이마]라고 불리는 이들은 몬스터가 아닌 사람을 향해 검을 휘두르는 집단이었다.에이커 가문의 온갖 더러운 일을 맡아 처리한 그들은 베테랑 중에서도 엄청난 베테랑이었다.
사람을 상대로만 검을 휘둘렀기에 감정이 없었고 무자비했다.
“정지.”
입을 열 수 있는 건 오직 단원들을 이끄는 단장뿐.
그들은 수풀을 헤치고 나와, 아니감 마을 앞에 당도했다.
조용한 마을에 희미한 불빛이 드리웠다.
어쩌면 이미 알아차릴 수도 있었으니, 그들은 경계심을 바싹 끌어 올렸다.
오늘의 목적은 살인이 아닌, 적의 트라우마를 건드는 일이었다.
하지만, 불가피하다면 몇 놈 죽이는 것 정도야, 가능하겠지.
와하하하-!
저 멀리서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것만으로도 상황 파악은 충분.
그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편안한 밤을 보내고 있겠지.
“은밀히 움직여라.”
마을의 구조는 옛날 방식을 따랐다.
외곽엔 외부를 감시할 탑과 망루가 있었고,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주거 구역과 대장간, 시장 등이 나오는 구조.
가장 안쪽에는 마을의 중심부라고 할 수 있는 광장이 있었는데, 마을 사람들은 그곳에서 다 같이 모여 저녁을 먹곤 했다.
지금 들리는 소리도 그곳에서 나오는 것일 터.
그곳은 딱 포위 섬멸하기에 좋은 곳이었다.
한바탕 재앙이 휩쓸었을 때도 거들었던 전력이 있었다.
한 번 해 봤던 걸 되풀이하는 것 정도야 식은 죽 먹기.
“모두 작전은 알고 있겠지.”
단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멀리 희미한 불빛이 보였다.
모닥불을 피워 놓고 저마다 휴식을 취하고 있는 듯, 두런두런 말소리까지 들렸다.
지금 바로 적기.
청소부들은 맡은 바 임무를 다하기 위해 마나로 정련된 검을 꺼내 들었다.
오직 이들만을 위해 만든 소리도, 광택도 없는 살인 무기.
그들은 희미한 빛을 향해 비수처럼 날아가 꽂혔다.
허나, 그곳에 있는 건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
“살……려…….”
쌕쌕, 허파에 꽂힌 얼음이 마지막 단어를 겨우 몰아쉬게 했다.
새하얀 얼음으로 꼬챙이에 꿰인 채, 불 앞에 놓여 있는 이.
분명, 그들이 고용한 길잡이였다.
꽤 거금을 들여 계약을 맺었지.
마나를 머금어, 일반적인 불엔 녹지도 않는 얼음이 그의 생명력을 갉아먹는 중이었다.
길잡이의 모습이 너무도 끔찍해, 청소부들은 순간 멍하니 시간을 빼앗겼다.
그 몇 초의 시간이, 그들에게 빠져나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는 것도 모른 채.
“설마 제국의 가문이 이렇게 타락할 줄은-.”
딱딱한 목소리와 함께 어둠 속에서 무리가 등장했다.
청소부의 단장은 본능적으로 상황이 꼬였음을 직감했다.
어디서부터 알았을까.
왜, 이들은 이토록 갑작스러운 함정에도 이렇게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었을까.
“황제가 사주했다고 이야기할 생각은 접어 두어라.”
마누스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순간, 청소부 단원 중 하나가 그를 향해 튀어 나갔다.
가장 중요한 이가 사정거리 안에 들어왔다.
어차피 살아 나가지 못할 목숨, 적장의 숨통이라도 끊어 놓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몸을 움직이게 만든 것.
그의 속도는 너무도 빨랐고, 몸은 자연스럽게 풀 위를 미끄러져 나아갔다.
카이사르 병사들은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지, 그저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당연하겠지.
변방에서 숱하게 사람을 죽여 온 자신들이 공국에서 편하게 훈련만 해 온 이들에게 뒤처질 리가 없으니까!
‘죽어라.’
그는 검을 휘두를 때까지도 무표정을 유지했다.
공기 가르는 소리조차 나지 않는 일검.
달빛이 무심하게 땅을 비추고 있음에도 그의 칼날은 보이지 않았다.
쉬이이익-!
그의 검이 허공을 갈랐다.
‘-허공을 갈라?’
상대방을 반드시 죽일 것이라 믿었던 자신의 검이 허공을 갈랐다.
상황을 파악할 겨를 따위, 그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형편없군.”
1학년만도 못한 검이야.
빠른 검이었지만, 슬쩍 몸을 숙이니, 절로 피해졌다.
마치 몸이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어떻게 하면 공격을 피할지, 또 언제 공격해 들어가야 할지.
꾸욱-.
그의 주먹에 마나가 실렸다.
대륙 최강의 마투사였던 제니퍼의 말을 되새기며, 그녀의 가르침을 따라 움직였다.
어른보다 현저히 짧은 리치를 가진 마누스.
하지만, 그의 주먹은 닿지 않는 곳까지 뻗어 나갈 것이다.
[주먹을 뻗는 건, 단순히 어깨와 팔꿈치, 손목만 이용하는 게 아니다.> [전신을 사용해서 주먹을 뻗어라. 그 끝에 마나를 실으면, 맨손으로도 철퇴와 같은 파괴력을 지닐 것이다.>콰아아앙-!
새하얀 빛이 터져 나왔다.
멀리 날아가, 모닥불에 처박힌 청소부가 ‘흐아아아악!’ 하는 비명을 질렀다.
그건, 공포를 덧씌우는 음성이었으며 청소부가 자신들이 쓰레기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만드는 비명이었다.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를 치우라는 듯, 무심하고 차가운 목소리가 흘렀다.
“-치워라.”
카이사르가 움직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