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22)
제122화
122화 – 변화를 알기 위해 미지에 맞서라
#1
아침부터 티란니스는 걱정에 휩싸였다.
사람이 가장 공포를 느끼는 심리가 무엇일까.
그것은 미지에서 오는 공포였다.
사람들이 시커먼 심해를 무서워하는 이유는 뭐가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공허한 우주를 무서워하는 이유는, 뭐가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미지.
그것은 인간의 심리를 가장 위축되게 하는 원인이었다.
티란니스 역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미지의 공포감을 느꼈다.
물론, 다른 이들이 봤을 땐 공포보단 티끌만 한 걱정이라는 표현을 썼겠지만-.
“공자님. 준비 끝났습니다.”
“마누스의 상태는?”
“아주 좋아 보입니다.”
고개를 돌려 마누스를 바라보자, 눈을 감고 집중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진짜 그의 말이 맞는지, 아직도 의심이 들었다.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허튼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어쨌든, 임무는 계속될 것이다.
솔라리가 양피지를 소모해 표식을 남겨 두기로 했다.
최악의 경우라도 돌아가는 것까진 가능할 터다.
카이사르는 두려워하지 않는 정신을 가졌다.
“마누스의 준비가 끝나는 대로 출발한다.”
“-예.”
수많은 시선이 둘째 공자, 마누스에게 향했다.
이번 임무의 열쇠라고 할 수 있는 이.
당당히 선언했기에, 오히려 묘하게 믿음직스러운 느낌은 무얼까.
얼마 지나지 않아, 푸른 광망을 빛내는 마누스가 눈을 떴다.
“-출발하지.”
[둑스]햇살과 함께 길을 밝혀 주는 빛이 뽈뽈뽈 걸어갔다.
마치 물속을 유영하듯, 매끄럽게 나아가는 하얀 빛.
마누스는 슬쩍 뒤를 돌아봤다.
불신 반, 신뢰 반.
다양한 눈빛이 그를 응시했다.
그 눈빛들이 어깨에 겹겹이 쌓여, 짐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이젠 이런 짐들이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젠 잘해 낼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
무능하고 평범했던 옛날과 너무 대비되는 오늘날.
이 상황에 감사하며, 마누스는 앞으로 나섰다.
압도적인 무력을 막아설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될 뿐.
카이사르를 막아설 수 있는 건, 이 대수림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2
“어-.”
“진짜 왔잖아?”
“-어제보다 훨씬 빠르지 않아?”
오전 내내 행군하고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진 이들.
간단하게 점심을 해치우고 얼마 걷지 않아, 그들은 마을 앞에 섰다.
적막에 휩싸인 두 번째 마을.
어제보다 훨씬 빠른 여정에, 병사들이 혀를 내둘렀다.
“……진짜였군.”
티란니스 역시 놀란 눈으로 주변을 바라봤다.
솔직히, 최고의 길잡이보다도 나은 수준이었다.
어디 가서 신분을 숨기고 길잡이를 해도 대륙에서 손꼽힐 정도였다.
대체 뭐지?
이만한 재능을 한순간에 개화할 수 있는 건가?
아카데미에서는 누구 마음에 든 것인지, 마투학까지 엄청난 수준으로 사용했다.
순수하게 근접전으로 상대하면 초보 기사 정도는 손쉽게 요리할 수준.
이 정도면 슬슬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녀석도 카이사르였던 거겠지.’
위대한 가문의 핏줄.
제 아버지와 빼다 박은 외모.
설명하기 힘든 기이한 재능까지.
이젠 밀어내려 해도 본능이 거부했다.
저 녀석은 가문의 핏줄을 진하게 이어받은 귀재이며, 천재다.
엇나감은 그저 발판이었던가.
그렇다면…… 이제 편견을 접고 조금씩 공자에 걸맞은 대우를 해 주어야겠지.
‘다시 말하자면…….’
이 임무가 끝나는 대로, 마누스는 경쟁자가 될 것이다.
다음 세대의 카이사르를 이끌어 나가기 위한 경쟁의 장.
그 잔혹한 경기장에 마누스도 당당히 이름을 올리겠지.
이건 그의 의지와는 별개의 문제였다.
인식과 평판이, 아버지가, 가문이 그렇게 만들 테니까.
후우-.
한숨이 흘러나왔다.
“공자님. 조사해 봤지만, 역시 아무도 없었습니다.”
“습격의 흔적은?”
“전투의 흔적은 남아 있었습니다만……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스럽다고 해야 할까요.”
“안내하라.”
상념이 끊겼다.
지금은 자잘한 문제보다, 눈앞에 있는 것들을 확인해야겠지.
티란니스는 흔적을 발견한 곳으로 향했다.
그곳엔 이미 마누스가 도착해, 흔적들을 살펴보는 중이었다.
정확한 분석은 기대하지도 않았다.
지휘관의 모습만 보이면 될 터다.
‘확실히…… 원작에서 묘사된 것과 일치하는데.’
드문드문 끊긴 전투의 흔적.
부자연스러운 동선과 갑작스럽게 끊긴 발자국.
그 밖에 여러 요인이 정상적인 전투가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빌타이트.
이곳의 원주민들은 생명력이 강하고 강인한 육체를 가지고 있다.
웬만한 정규군도 쉽게 넘볼 수 없는 마을일진대, 전투 패턴은 단 한 가지였다.
그렇다는 건…….
“강자가 학살했군. 패턴이 하나로 귀결되고 있어.”
“확실히…….”
“그런데 어색한 부분이 너무 많네요.”
그럴 수밖에.
이 마을을 습격한 자는 침식 지대를 넘어 다닐 수 있는 자일 테니까.
게다가 거대한 형체가 건물을 무너뜨리려는 흔적도 보였다.
침식 지대에서 일어난 일이라지만, 현실에서도 영향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으니.
생각나는 인물은 하나.
일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특수한 능력을 지녔거나, 공간을 이동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오…… 그렇다면-.”
이 세상에 상식이란 지극히 일부분을 이야기하는 것일 뿐.
마나가 있음으로 인해, 상식은 얼마든지 부서질 가능성 중 하나로 전락했다.
초월적인 행위는 언제나 있었고, 덕분에 이토록 다양한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마누스의 촌철살인에, 흐린 눈으로 바라보던 이들이 눈동자를 반짝였다.
편견 속에서만 바라봤던 이들이 다양한 각도와 구도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전투 현장은 열띤 토론의 장으로 바뀌었다.
“그러니까 이건-.”
“흑마법 중에 그런 게 있었나? 내가 보기엔 소환수 같은데-.”
사건의 가닥이 잡히자, 진행 속도는 무섭게 빨라졌다.
뼈대에 살을 붙여 가며 조금씩 그림을 그려 가는 카이사르의 병력들.
애석하게도 진실과 가까운 이는 한 명도 없었지만, 마누스는 구태여 말하지 않았다.
이미 그의 머릿속에는 정답이 그려졌으니.
‘이만한 소환수를 다루는 적이라면, 한 명밖에 없지. 벌써 얻었나.’
역시, 그때 죽여야 했나.
마누스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다른 마을도 비슷한 상황이라면, 더 돌아볼 가치도 없었다.
그는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 티란니스에게 다가갔다.
첫째 공자는 팔짱을 끼고 묵묵히 부하들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완전한 결론이 나기 전까지, 말을 아끼고 있는 모습이었다.
“-여기서 어떻게 하실 겁니까?”
“더 들어가 보지. 네 능력이면 충분히 깊게 탐사할 수 있을 거다.”
“이미 유의미한 정보는 얻었습니다.”
“주어진 임무에는 확실한 결과를 들고 간다. 아직은 좀 부족해.”
마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문이 제대로 조사에 착수하기 위해선 자료가 더 필요했다.
디레 교단이 어떤 방식으로든 엮여 있겠지.
아직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했으니, 조사는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이 시나리오의 결정적인 플래그였음을 아직 알지 못했다.
언제나 후회는 늦는 법.
자신의 형이 상당한 플래그 덩어리였음을 아직 깨닫지 못한 자의 운명이었다.
#3
닷새째 되는 날.
정확히 하루에 한 마을씩 조사한 그들은 상당한 정보를 얻었다.
한 사람.
어떠한 괴인이 빌타이트 대수림 일대를 들쑤시고 다니며 학살을 자행한 것.
끔찍한 일이었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기도 했고.
평범한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딱 한 곳.
죽음을 신성시하는 녀석들이라면 이야기는 다르겠지.
[경고 : 보스 에어리어입니다.] [한번 진입하면 보스를 죽일 때까지 나올 수 없습니다.] [최종 정비 후에 신중하게 돌입하세요.]‘아…… 그냥 갈 걸 그랬나.’
마지막 마을을 앞둔 상황에서, 마누스의 눈앞에 인상을 찌푸리게 만드는 메시지가 떴다.
역시, 보스를 잡기 위해 하는 게임.
원작의 설정이 그대로 반영된, 아주 곤란한 상황이었다.
뒤를 돌아보니 지속한 행군과 거듭된 조사로 피로에 찌든 병력이 보였다.
닷새 동안 꽤 열심히 뛰어다녔다.
밤새 토론하며 조사를 계속한 결과, 무리한 일정 속에 움직이고 말았다.
“이곳이 마지막인가.”
“공자님, 앞쪽에…….”
“알고 있다.”
무언가 있다.
불길한 무언가가 그들의 감각을 괴롭혔다.
눈으로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위험이 그들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티란니스는 잠시 고민하는 듯,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앞엔 미지의 적.
부대의 전투력은 다소 떨어진 상황.
이대로 몸을 돌리기엔, 너무 멀리 왔다.
밤새 걸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적의 추격까지 받는다면?
“여기서 정비하고 돌입한다.”
“가지고 있는 물자를 모두 사용하라. 컨디션을 최상의 상태로 만들고 전투에 임한다.”
“-예!”
우렁찬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부산스러워진 부대.
마누스 역시 포션 몇 가지를 챙겼다.
불길한 기운은 시시각각 커졌다.
대체, 저 안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세계는 지금, 어떤 변화를 거치고 있는 걸까.
그걸 알아 가기 위해선 미지의 적에게 자신을 내보여야 할 테지.
두려움은 없다.
카이사르의 마음을 얻은 순간부터, 부정적인 감정은 마음 깊숙한 곳에 묻어 버리고 왔으니.
“준비되었나.”
“-모두 준비 끝났습니다.”
“꽤 강한 적이 기다리고 있을 거다. 다들 긴장 바짝 하도록.”
결연한 표정이 의지를 깃들게 해 주었다.
마누스의 눈에 비친 이들의 얼굴이 점차 자신을 닮아 가고 있었다.
그들 눈망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똑 닮은 눈빛이 되었으니까.
두려움은 없다.
카이사르의 앞엔 언제나 승리만 있을 뿐.
몸을 돌려, 당당히 맨 앞에 섰다.
“-돌입한다.”
그들을 호위하듯, 수호자들이 진을 형성했다.
언제든지 튀어 나갈 수 있도록 기사가 검을 뽑았다.
마나가 요동치며 강력한 마법을 준비하는 마법사들이 함께했다.
이들과 함께하는데 두려울 것이 뭐가 있으랴.
[보스 에어리어로 진입합니다.]아아아아아아아아-.
귀곡성이 울렸다.
공기가 달라지고 시야가 달라졌다.
처참히 파괴된 마을이 보였다.
모든 건물이 폭삭 주저앉아, 기이한 마나에 휩싸여 있었다.
마치 검은 재가 마을을 뒤덮은 것 같은 광경 속, 거대한 생명체가 불뚝불뚝 숨을 쉬고 있었다.
잔뜩 웅크린 생명체.
두 눈으로 본 정보가, 피부로 느끼는 분위기가, 육감으로 느끼는 무언가가 위험하다고 말했다.
대체, 저건 뭘까.
‘데몬은 아닌 것 같은데…… 마족인가?’
악마라고 하기엔 그 모양이 너무도 기괴했다.
킁킁, 규칙적으로 숨을 쉬고 있었던 괴생명체가 냄새를 맡았다.
살아 있는 자의 냄새.
꾸르륵-.
기괴한 소리와 함께 괴생명체가 일어섰다.
마누스의 정면으로 다가오는 생명체는, 끔찍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저거…….”
“너무해-.”
“……마을 사람들이 어디 있나 했더니.”
사람의 뼈, 가죽, 근육을 마구잡이로 구겨서 하나의 핵으로 뭉친 생명체.
흑마법사들 사이에선 ‘시체 골렘’이라고 부르는 녀석.
[어어어어어-.]그것은 살아 있는 자의 죽음을 바라지 않았다.
그것은, 자신의 구원을 바라는 망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