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23)
제123화
123화 – 그들을 위한 진혼곡
#1
어느 방식이든, 감정을 가진 생명체는 동족의 죽음을 애석하게 생각한다.
끔찍한 형태로 죽어 간 동족의 잔해를 바라볼 때의 마음은 깊은 상처를 남긴다.
하물며 그들이 끔찍한 형태로 재조립되어, 자신들을 노린다면 어떨까.
힘없는 자들은 감정을 품겠지.
허나, 여기 모인 이들은 그렇지 않았다.
마누스는 무감정한 눈으로 골렘을 바라봤다.
‘시체 골렘. 벌써 만날 존재는 아닌데-.’
후반, 서브 퀘스트의 끝에서 잡다한 몬스터로 등장하는 놈이자 레벨은 70대로 추정되는 녀석.
패턴은 단순하지만, 특유의 혐오감 때문에 많은 이들이 꺼려 하는 몬스터였지.
시체 골렘의 특성이라고 하면, 귀기 때문에 항마력이 높다는 것.
4클래스 이상의 마법으로만 타격을 줄 수 있는, 꽤 귀찮은 잡몹이었다.
게다가 도트 대미지를 주지 않으면 한 턴에 10%씩 체력 회복까지 하니, 귀찮음이 더욱 추가되었었지.
마누스는 마나를 끌어내며 브리핑을 시작했다.
“4클래스 이상의 마법만 사용하도록.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자는 보조로 빠져라.”
“-예.”
“수호자는 정면에서 맞서려 하지 마라.”
“알겠습니다.”
철퍽-.
골렘이 움직였다.
발을 뗄 때마다 물에 젖은 가죽 특유의 질감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질질 끌 필요 없이 최고의 마법으로 승부를 보리라.
‘카덴차는 여차하면 쓰고-.’
화르르르륵-.
화려한 불꽃이 타올랐다.
마누스는 아나이스의 마법을 떠올려 봤다.
어떤 형식으로 짜여 있었더라-.
그 정도의 지속적인 화력이라면, 시체 골렘도 체력 회복은 하지 못하겠지.
[알투스] 마법은 참 신비한 구조를 지녔다.아직도 마법사들이 정형화된 마법 몇 가지를 베이스로 수천, 수만 가지의 응용법을 가진 이유다.
[이그니스] [알투스] [알투스] [알투스]불길한 검은 화염이 마누스의 손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번 본 마법은 잊어버리지 않는다.
머릿속에 들어 있는 지식이 그대로 재현되었다.
그토록 구원을 바란다면, 빠르게 성불케 해 주리라.
아나이스의 전용기가 마누스의 손끝에서 펼쳐졌다.
[아나이스 전용기 : 디솔루트]고요했던 아나이스의 불꽃과 달리, 마누스의 불꽃은 그 모습을 감추지 않았다.
콰르르르르-!
푸르다 못해 검은 불꽃이 시체 골렘을 타고 올라갔다.
살 타는 냄새가 확 풍겼다.
오징어 익는 냄새가 솔솔 퍼지는 것이, 전투 감각을 증폭시켰다.
콰과과과-!
마법들이 쏟아졌다.
시체 골렘은 그저 묵묵하게 전진할 뿐, 별다른 패턴은 보이지 않았다.
사박-.
소음 속에서도 정확히 들리는 티란니스의 걸음걸이는 고고했다.
그 손에서 빛나는 찬란한 불꽃이 답답한 듯, 비뚜름한 음성을 내뱉게 했다.
“비켜라.”
[아르도르 – 쥬덱스]인비데아가 악마를 태워 버렸을 때와 똑같은 마법.
위력은 티란니스 쪽이 한 수 위였다.
5클래스.
단단한 암석도 순식간에 녹여 버릴 고열의 광선이 시체 골렘을 향해 나아갔다.
어어어어어-!
수많은 이들이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고통스러운 목소리는 오히려 환희처럼 들리기도 했다.
마누스도 다시 마법진을 짜 올렸다.
해방되고 싶다는 염원이 가득 찬 시체 골렘을 처리하는 덴, 역시 화염 마법만 한 것이 없지.
하지만 4클래스로는 조금 부족했다.
‘더블 캐스팅처럼 위장하면 되지 않을까.’
확실한 위력을 선보이기 위해선, 5클래스 이상의 위력이 필요했다.
카덴차.
극한의 효율을 뽑아낼 수 있는 스킬이 있음에도 쉽게 내보일 수가 없었다.
그 효용 가치를 아는 자들이 귀찮게 할 것을 알았으니.
언젠가, 티란니스가 이 불쌍한 생명체를 잠재울 것이라는 걸 안다.
그럼에도 뒤에 가만히 있는 건 성미에 맞지 않는다.
들린다, 그들의 고통이.
고통스럽게 죽어 갔던, 그래서 원혼이 된 죄 없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어쩌면 자신의 잘못일 수도 있기에, 마누스는 마음을 다잡았다.
티 안 나게 조작하는 것쯤은 할 수 있었다.
물론, 티란니스가 알아차리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마음먹었으면, 그대로 나아간다.’
후회는 하지 않는다.
이미 결정한 일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본인이 진다.
철퍽-!
녀석은 5클래스의 마법을 직격으로 맞았음에도 아직 살아 있었다.
“꽤 질긴 놈이로군. 수호자, 시간을 벌어라.”
“예-!”
시체 골렘은 사체에서 형성된 독을 가지고 있었다.
가까이 오는 것만으로도 지독한, 오히려 달콤하다고까지 여겨지는 향이 퍼졌다.
오래 노출되어 있는 건, 너 나 할 것 없이 좋지 않았다.
특히 한창 성장해야 할 마누스 자신의 몸에는 더욱.
화끈하게 한 방 먹여 주면, 어느 정도 저지할 수 있겠지.
그는 양손을 펼쳐, 마법을 조합하기 시작했다.
[더블 스프레드] [이그니스] – [이그니스] [살롭 – 칼도르]대폭 늘어난 마나 덕에 4클래스 카덴차를 손쉽게 펼칠 수 있었다.
화르르르르르-.
모두가 기이한 현상에 눈을 부릅떴다.
스멀스멀 기어 오던 독기가 화마를 만나 불살라 없어졌다.
불꽃에 불꽃을 더한, 극한의 화기가 완성되었다.
그 찬란한 불꽃을 보던 티란니스가 눈을 가늘게 떴다.
저 마법, 제법 마법에 정통하다고 자부하는 그 역시 모르는 마법이었으니까.
‘대체-.’
화염의 폭풍이 시체 골렘을 감싸 안았다.
마치 성불할 때의 영혼처럼 울부짖는 혼령의 울음이 울렁거렸다.
구원을 향한 열풍이 모든 것을 태워 버릴 듯, 넘실거렸다.
티란니스와 마누스의 콤비에, 시체 골렘이 걸음을 멈췄다.
허나, 아직 완전히 죽은 건 아니었다.
“결정타가 필요하겠군. 시간을 끌어라. 동생아.”
“-그러죠.”
화염 마법은 다루기 까다로웠지만, 일렁이는 화염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졌다.
직선으로 뻗어 나가려는 전격 마법, 한 번 날리면 통제가 힘든 바람 마법, 딱딱해서 형성하는 것 외엔 마땅히 활용할 방법이 없는 빙결 마법과는 종류가 달랐다.
원작에서도 원소 마법 중, 가장 활용성이 뛰어난 것이 화염 마법이라고 못 박아 둘 정도.
제작사에서도 그 설정을 밀어붙이기 위해서 화염 마법 이펙트에 힘을 준 느낌이 났다.
파생기도 많았고.
[이그니스 – 아제르]화르르륵-!
불꽃의 벽이 솟아났다.
땀이 날 정도로 후끈한 열기가 숲을 가득 채웠다.
마나를 조절하지 않았으면 대수림이 그대로 불바다가 되었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열기였다.
어떠한 이유인지, 열기가 마을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는 모양이지만.
골렘은 괴로워했다.
몸을 움츠리고 부들부들 떨며, 그저 구원을 기다렸다.
모두가 그 장면을 숙연히 바라봤다.
누가, 왜 이렇게 했을까.
의문이 가득한 눈초리들이었지만, 알아낼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이윽고, 티란니스의 마법이 완성되었다.
“다들 물러서라.”
고오오오오-.
공기 전체가 떨렸다.
꿀꺽, 누군가가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마누스 역시 멍하니 그 마법을 바라봤다.
티란니스가 펼친 마법진은, 손이 아닌 공중에 떠 있었다.
5클래스.
통상적으로 유명한 이들이 닿는, 마지막 경지다.
작은 왕국의 공작이 될 수 있으며, 제국에서도 귀히 여기는 재능이었다.
4클래스가 노력만으로 닿을 수 있는 경지라면, 5클래스는 하늘이 내려 준 이에게만 닿는 경지였다.
하지만, 마법은 5클래스에서 끝나는 공부가 아니었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대마도사가 있었고, 그들은 7클래스, 8클래스에 달하는 마법을 선보이기도 했다.
마법의 종주라는 드래곤 역시, 9클래스에 달하는 마법을 사용했다고 전해지는 세상.
“오오-.”
“저게…… 말로만 듣던-.”
“요샌 통 볼 일이 없었지.”
여기, 궁극의 마법이 도래했다.
인간, 그 너머에 있는 재능을 좇은 자들이 도달한 지고의 경지.
마법사가 아닌 마도사(魔道士)라는 칭호를 거머쥐기에, 충분한 실력의 마법.
6클래스.
마도사의 마법이 뿜어졌다.
[헬리오스 – 엑수르]콰아아아아아-!
화염의 구체가 떨어졌다.
태양처럼 빛나고, 그보다 더 뜨거운 열기가 몰아쳤다.
마법사들이 황급히 방벽을 세워, 여파를 줄였다.
마치 세상이 종말하는 것 같은 마법의 여파.
화염의 구체가 점점 내려올 때마다, 시체 골렘의 신체가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티란니스는 땀을 뻘뻘 흘리며 마나를 제어했다.
‘6클래스라니, 제어하기도 힘들어 보이는군.’
멍하니 마법을 보고 있던 마누스의 감상이었다.
마법진을 전개하는 데만 1분 이상 걸렸다.
티란니스 같은 사람이 그 정도 시간이라면, 일반적인 마법사는 언감생심일 터다.
콰르르르르르-!
작은 태양이 땅속으로 저물어 갔다.
그 사이에 낀 시체 골렘은 이미 증발한 지 오래.
압도적인 열기를 버티지 못하고 한 줌, 재가 되어 버렸다.
“이게…… 마도사.”
이게, 마누스가 도달해야 할 첫 번째 관문이었다.
[보스가 처치되었습니다.]#2
미토스 아카데미.
누군가가 무언가를 느꼈다.
주르륵 흐르는 눈물에, 소년은 의문을 표했다.
왜, 자신은 아무와도 관계없는 사람일진대 눈물이 흐르는 걸까.
이 사무칠 듯, 가슴이 미어지는 슬픔은 무엇일까.
연유를 알 수 없는 감정에, 소년은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다.
“왜지?”
공허한 물음이었기에 아무도 답해 주지 않았다.
여전히 주변엔 많은 이들이 지나갔다.
서로 떠들고 웃으며, 그렇게 감정을 교류했다.
하지만 소년의 인생엔, 교류 따윈 없었다.
문득 그 남자가 생각났다.
유일하게 자신을 볼 수 있었던 남자, 카이사르 마누스.
“그 사람에게 물어봐야겠어.”
소년은 그렇게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하루를 보냈다.
그런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소녀가 있었다.
마지막 경합을 준비하는 가운데 보이던 소년.
언제부턴가, 아무리 말을 걸어도 응답받지 못하는 이가 보였다.
처음에는 유령인 줄 알았지만, 물리적인 실체를 가진 이였다.
누구일까.
아무도 관심 가져 주지 않는 저 아이는, 누구일까.
‘궁금하긴 한데-.’
소녀, 케일은 울고 있는 소년에게 차마 다가갈 수 없었다.
그녀를 옥죄는 본능이 소년을 거부하고 있었기에 다가갈 수 없었다.
이윽고 고개를 돌려 울고 있는 소년을 묵묵히 지나쳤다.
소년의 눈동자가 케일을 좇았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소녀라고 생각하며, 그저 대답 없는 사람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때, 소년의 귀에 들어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들려서는 안 될 목소리였다.
“-왜 울고 있니?”
그건 소년에게 내려온 구원의 목소리였다.
소년이 멀리서부터 바라봤던, 천사를 닮았다고 생각해 왔던 여인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는 중이었다.
소년은 소녀를 보며 물었다.
“……제가 보이나요?”
은발의 여인.
자상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여인을 보며, 소년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때부터였는지도 모른다.
지긋지긋한 악연이 시작되었던 것이.
그들은 몰랐다.
이미 세상은 뒤틀려 가고 있음을.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변화들이 시작되고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