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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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127화 – 특별한 능력은 언제나……
#1
케일은 멀뚱히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은근한 압박감이 묻어나는 자리였다.
주변을 둘러봐도 삭막함, 딱딱함밖에 떠오르지 않는 방.
무엇이 그렇게 중요한지, 우두커니 앉혀 놓은 채 아무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두런두런, 문밖에서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웅얼거리는 목소리를 한 귀로 흘리며, 케일은 멍하니 생각을 정리했다.
‘역시, 카덴차를 쓰는 건 잘못된 거였을까?’
그녀도 알고 있었다.
자신이, 그리고 마누스가 쓰는 마법은 정말 특별하다는 걸.
그래서 탑에 올라갈 때만 사용했던 마법이었다.
한 달 반 동안 마누스 역시 사용하지 않았었고.
지난 1년 동안에도 사용했다는 이야기는 들어 보지 못했다.
역시, 너무 일렀던 걸까?
머리가 복잡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그래도…….”
그녀는 마누스의 눈빛을 떠올렸다.
부드러운 그의 표정은, 분명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네 마음대로 하라고.
하지만, 그 이면에는 ‘책임까지 함께 져야 할 거다.’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었을 테지.
으으-!
괜히 선배의 말만 믿고 지른 건 아니겠지?!
케일은 온갖 잡다한 생각에 휘말려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단정했던 단발이 점점 산발로 변해 갈 무렵, 문이 열렸다.
“아아,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군요. 샨들러 교수입니다. 알고 있지요?”
“아…… 네. 소환학의…….”
“맞습니다. 제가 다른 교수들의 질문을 취합해서 가져왔습니다. 한꺼번에 많은 교수들이 온다면, 케일 학생도 쉽게 대답하지 못하겠지요?”
“하하-.”
사실, 괜찮았는데.
케일은 황급히 머리를 정돈하고 자세를 바로 했다.
샨들러 교수는 마법으로 싸 온 다과를 정갈하게 펼쳐 놓았다.
꽤 정성 들여 가져온 것 같았으나, 섣불리 손을 움직이기가 힘들었다.
묘하게 압박감을 주는 제스처.
교수의 몸에서 올올이 뿜어지는 마나가 공기를 옭아매는 느낌이었다.
거기다, 샨들러의 어깨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작은 도마뱀의 시선이 매서웠다.
신수 바르바로스.
능히 마스터와 비견된다는 전설의 신수가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었으니.
“자, 그럼 사전 준비를 하겠습니다.”
“-네.”
샨들러 교수의 마나가 움직였다.
그 마나는 바르바로스에게 흘러 들어가, 그의 눈동자를 붉게 물들였다.
신수의 눈동자는 진실을 구분하고 대답하는 이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아카데미에서 누군가를 심문할 때 쓰는 방법 중 하나.
도의적인 차원을 넘지 않는 심문은 샨들러의 전문 분야였다.
이제부터 케일의 말 중, 거짓은 바르바로스를 통해 모두 걸러질 것이다.
공기의 변화를 알아챈 케일이 주변을 둘러봤다.
샨들러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났다.
“역시, 마나에 대한 자질이 뛰어나군요. 민감하다는 건, 아주 좋은 재능이랍니다.”
“역시, 제 마법 때문에 부른 거겠죠?”
“맞아요. 케일 학생의 마법은 아주 특별하고 강력한 마법입니다. 있어서는 안 될 마법이기도 하지요.”
“그렇다면…….”
샨들러는 어린 학생의 두 눈에서 떨림을 보았다.
무섭고 두렵겠지.
어쩌면, 나쁜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샨들러는 아직 1학년일 뿐인 이 학생의 두려움을 누르기 위해 자상하게 웃었다.
이 학생의 마법은 귀한 보물이었으니까.
“이런, 걱정하지 마세요. 아카데미는 최선을 다해 케일 학생을 지켜 줄 겁니다. 사실, 몇몇 교수들이 학생의 마법을 따라 해 봤답니다.”
“성공……하셨나요?”
샨들러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마법의 이론은 오랜 기간 정립해 온 것입니다. 그 법칙을 무시하는 건, 특별한 사람 말고는 불가능하답니다.”
“그렇다면, 제가 특이한 걸까요?”
“그렇지요. 평민이라고 했죠? 하지만…… 먼 조상 중에 분명, 특별한 능력을 지닌 분이 있었을 겁니다.”
특별한 사람이라.
케일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샨들러는 가장 중요한 것을 물었다.
가끔 그런 사람이 있다.
인과율을 비틀 수 있는 자.
그들의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역시 인외의 존재와 계약을 맺었다는 것.
그래서 특별한 힘을 얻었고, 곧 인류의 재앙이 되었다는 것.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혹시, 인외의 존재와 계약을 맺은 적이 있습니까?”
“-아니요. 없어요.”
바르바로스의 눈빛이 사납게 번들거렸다.
짧은, 그러나 오래인 것처럼 느껴지는 침묵이 지나갔다.
샨들러의 미소가 조금 더 짙어졌다.
케일은 조용히 답을 기다렸다.
불안한 그녀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샨들러는 어떤 대답을 내놓을까.
“-다행이군요. 인외의 존재와 계약하는 일은 없길 바랍니다. 그 끝이 좋지 못했거든요. 자아, 그럼 한 번만 보여 주실 수 있습니까?”
“네.”
케일은 1클래스 마법 두 개를 합쳐, 샨들러에게 보여 주었다.
그 모습을 본 교수는 깊이 감탄했다.
무척 신비한 현상이었다.
이것만 가지고 새로운 연구를 시작할 수 있을 정도로.
하지만, 그것은 꿈만 꾸어야 할 사안이었다.
평범한 마법사는 절대 행할 수 없는 행위였으니.
마법진에 마나를 불어 넣은 채 분리할 수 있는 것.
‘이건, 그야말로 축복받은 능력이군.’
이 세상에 또 누가 이런 기행을 펼칠 수 있을까.
샨들러 교수는 마법진을 골똘히 살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오직 이 학생만이 펼칠 수 있는 마법.
부러운 마음보단, 앞으로 이 학생이 찬란한 빛을 볼 수 있게 해 주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저 밖에는 이 재능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이들이 있겠지.
교수보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학생들의 질투가 더욱 끔찍할 것이다.
“주변에 좋은 친구들이 있는 것 같던데, 그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면 좋겠군요. 질투심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말이지요.”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다들 좋은 사람들이거든요.”
“오호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교수들의 질문은 끝났습니다. 앞으로 궁금한 것이 있다면 언제든지 물어보러 오세요.”
케일은 은은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든든한 친구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능력을 순수한 특별함으로 인정해 주었다.
함께 탑을 올라가는 상황에, 더 강한 이가 있으면 오히려 든든하다고 말했던 이들.
그들이 있기에, 케일은 안심하고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함께 고민하고 함께 공부하는 나날들이 쌓여, 돈독한 우정을 만들었다.
비록 한 달이지만, 그들과 함께했던 사건과 시간의 밀도는 한 달이라는 시간을 훌쩍 뛰어넘었으니까.
“이제 가 봐도 되나요?”
“그럼요. 어서 가서 친구를 축하해 줘야지요.”
케일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종종걸음으로 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은 당당했고 활기가 넘쳤다.
어서 친구를 보고 싶어 하는 눈빛은, 그녀가 아직 올바른 길로 나아가고 있다는 걸 방증했다.
샨들러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학생의 재능을 갈취하는 건, 교수로서 옳지 못하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당장 연구에 참여할 생각은 없는지 물어야 합니다.> [만약 그 피를 얻을 수 있다면…….> [저 방법을 상용화할 수 있다면, 확실히 마법은 한 단계 진화할 겁니다.>자신의 손을 잡으며 당부한다던 외부인들의 말.
그들의 말을 듣고 있자니, 속에서 열불이 치솟았다.
샨들러는 조용히 그들의 손을 떼어 내며 이렇게 말했다.
[아카데미의 일은 그 누구도 관여할 수 없고, 아카데미의 재능은 그 누구도 함부로 앗아 갈 수 없습니다. 다들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완곡한, 그러나 단호한 거절.
그들의 표정이 일순 굳었지만, 샨들러는 내색하지 않았다.
이곳은 황제가 와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곳이다.
대륙 전역에서 유일하게 평화가 깃든 곳이었으니.
‘앞으로의 일은 더욱 복잡해지겠군요.’
샨들러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상담실을 나섰다.
새로운 별이 떴다.
플로이스 가문은 역사도 깊고, 증명한 것도 많은 가문이었지.
새로이 떠오르는 가문들은 모두 이 미토스 아카데미에서 두각을 발휘했다.
플로이스 가문 역시 그 한 발자국을 내디딘 것이리라.
샨들러 교수는 케일에 관한 부정적인 생각을 지우고, 앞으로 있을 좋은 일을 생각했다.
“나쁜 생각아 물러나라, 훠이-.”
마치 아이처럼 내뱉은 말이, 적막한 복도를 타고 흘렀다.
#2
학생회장에 취임한다는 건, 무수히 많은 관심을 받는 일이었다.
그뿐인가.
온갖 가문들이 학생회장을 주목하기도 했다.
1학년 중에서는 가장 강하고 총명한 학생이라는 뜻이었으니.
더러는 아카데미의 일을 가문까지 확장해 해석하는 이들도 있었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 인재가 자라서 갈 곳이 바로 가문이었으니.
[축하의 박수 부탁드립니다.]와아아아아-.
환호가 퍼졌다.
정렬적인 붉은 머리가 환호가 만들어 낸 바람에 흩날리는 것 같았다.
아나이스는 뿌듯한 표정으로 손을 번쩍 들었다.
“허허, 영애가 아주 잘 자란 것 같소.”
“감사합니다. 후작. 내 딸아이지만 정말 종잡을 수가 없군요.”
관객석.
그중에서도 가장 위에 있는 자리에서 두런두런 이야기가 오갔다.
붉은 머리칼.
그것은 태양을 상징하는 가문의 증표였다.
그는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저렇게 밝은 웃음을 짓다니, 괜히 걱정했나 싶었다.
그것 말고도 걸리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저 마법은 대체……. 게다가 마나 역시 대폭 증가했군. 한 달 만에 성장할 수준이 아닌데.’
머릿속이 복잡했다.
자신의 딸, 플로이스 아나이스는 천재에 속했다.
하지만, 천재도 마나를 급격하게 늘릴 순 없었다.
그건 천재적인 재능이 아닌, 하늘이 내려 준 축복으로 결정되는 것이었으니.
그런데 보라.
그녀는 3클래스 마법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그야말로 격이 다른 재능.
그야말로 하늘이 내려 준 인재였다.
오히려 그 괴리감이, 아버지의 마음에 불안감을 심었다.
“평민이고 귀족이고 할 것 없이 재능들이 넘쳐 나는군요. 특히 저 푸른 머리 학생.”
“……대단한 아이였소. 3학년이나 되어야 저런 수준의 마법을 쓸 텐데.”
“3학년이요? 허허, 그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이들만 저렇게 하겠지요.”
플로이스의 가주, 아벤타토는 고개를 끄덕였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지금 이들은, 미래의 대마도사들을 보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중 하나는 바로 자신의 딸내미였고.
이걸 좋아해야 하나-.
혹여 딸이 잘못된 길로 빠진 것은 아닐까.
그가 까슬까슬한 턱수염을 매만지며 고민에 빠졌다.
“플로이스 후작. 그러지 마시고 딸을 보러 가시지요.”
“음. 그래, 그게 좋겠구려. 내 먼저 가리다.”
“그러시지요.”
종종걸음으로 사라지는 플로이스 가문의 가주를 바라보며, 이름 모를 후작이 빙긋 웃었다.
자신의 자녀도 저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시상대를 바라봤다.
그는 붉은 머리를 바라보지 않았다.
본관에서부터 여기까지 헐레벌떡 뛰어오는 푸른 머리칼의 소녀.
신기한 마법을 사용했던 소녀의 모습이 후작의 눈에 들어왔다.
눈을 돌려 보니, 푸른 머리의 소녀를 따라가는 눈이 많았다.
‘경쟁자가 많겠어.’
평민이라고 들었다.
저 아이가 앞에 어떤 성을 붙이게 될까.
경쟁이 벌어질 것 같았다.
그것도 꽤 치열한 경쟁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