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28)
제128화
128화 – 언제나 보상은 짜릿해
#1
왁자지껄한 단상을 뒤로하고, 마누스는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스르륵 다가온 그림자가 형체를 갖추는 모습을 보고, 그가 입을 열었다.
“니아는 어떻던가.”
“아직까지 별문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따금 존재감이 흐릿해질 때가 있었습니다.”
“-계속 지켜보도록.”
“알겠습니다. 가셨던 일은 잘 해결하셨나요?”
그림자, 아덴이 물었다.
마누스는 무심하게 고개를 한 번 끄덕여 주었다.
그렇지, 보상을 잔뜩 받았으니 확인해 봐야 하지 않을까.
혼자 있고 싶다는 걸 알았는지, 아덴이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는 종종걸음으로 사라졌다.
그녀가 사라진 것을 확인한 마누스가 보상 메시지를 불러왔다.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메시지가 주르륵 생성되는, 신기한 현상.
이따금 이 반투명한 메시지를 볼 때마다 이 세계가 현실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괴리감이 제법 심한데…….’
지끈거리는 머리를 한 번 꾹, 눌러 준 마누스가 보상을 확인했다.
[스킬 슬롯 강화권].그리고 흑마법과 신성 마법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이 한 장씩.
마석도 제법 많이 얻어, 마력의 상승을 꾀할 수 있을 터다.
지금 돌아가고 있는 스킬은 [정령의 속삭임], [망각의 구름], 그리고 다른 한 가지의 스킬이었다.
얼마 줄어들지도 않은 스킬들을 보고 있자니, 역시 퀘스트나 간섭을 통해 기간을 팍팍 줄이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는 걸 느꼈다.
‘강화권을 1번 슬롯에.’
[스킬 슬롯 강화권을 사용합니다.] [스킬 슬롯 강화권의 효과가 적용됩니다.] [해당 슬롯에서 습득한 스킬의 효과는 30% 증폭되어 적용됩니다.] [해당 슬롯의 스킬 습득 시간이 20% 단축됩니다.]“이건 제법…….”
이러면 선택과 집중을 잘해야 할 터다.
한번 습득한 스킬은 재습득할 수 없으니, 잘 선택해서 넣어야겠지.
당장 정령의 속삭임도 그렇다.
속성 마법 공격력을 기본 50% 올려 주고, 거기다 복리로 30%까지 계산되어서 뻥튀기되는 마법.
실질적인 공격력이 95%나 증폭되는 것이니, 거의 효과가 두 배나 올라가는 것.
마누스는 속으로 헛웃음을 삼켰다.
제법 수준이 아니라 엄청난 보상이었으니까.
‘1번은 마음가짐 위주로 돌려야겠어.’
조만간 마나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예정이다.
살아가려던 의지에서 어디까지 강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열망으로.
그 목적이 서서히 변해 가고 있음을 느꼈다.
마누스는 이전, 티란니스가 선보였던 인외의 마법을 보았다.
인간의 심정이란 참으로 간사해, 점차 더 나은 방향으로 욕망을 드러내기 마련.
마누스 역시 인간이었고, 그 속성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는, 강함을 갈구했다.
‘스킬 검색, 신성 마법.’
[검색 결과 : 288건] [상세 결과를 출력하십시오.]288개.
게임에서 배울 수 있는 신성 마법의 수였다.
거기서 범위를 더 좁혀 들어갔다.
50년, 그리고 네임드 NPC가 익혔던 신성 마법 중 하나를 익힐 생각이었다.
마누스는 한 가지 실험을 해 볼 생각이었다.
지금 그의 실력을 뛰어넘는 마법도 스킬로 배울 수 있겠는가.
마누스 자체는 레벨이 없었다.
시스템은, 그리고 이 세계는 그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50년 이내, 6클래스 신성 마법.’
[검색 결과 : 1건] [6클래스 : 디셉타토]‘해당 스킬을 익힌다.’
[6클래스 : 디셉타토는 현재 수준으로는 30%의 위력 감소, 20%의 마나 소모량 증가의 페널티가 있습니다.] [그래도 익히시겠습니까?]“-익힌다.”
소리 내어 말했다.
알아야 하는, 그리고 6클래스를 관통하는 지식이 마누스의 뇌리에 박히기 시작했다.
뇌세포 하나하나에 얇은 침으로 새기듯 들어오는 지식.
마누스는 눈을 감고 고통을 삼키며 지식을 음미했다.
달콤하고 황홀했다.
새로운 경지로 나아가려는 트리거는 정말이지, 마약을 들이켠 것처럼 중독성 있었다.
이따금, 연구와 지식 습득에만 미친 마법사가 존재한다는 설정이 가슴 깊이 와닿는 기분.
입술 사이로 탄성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겨우 악물었다.
“후우우우-.”
6클래스.
그 끝자락을 붙잡았다.
#2
아나이스는 행사가 끝난 뒤, 간단한 뒤풀이를 즐기는 중이었다.
축하의 시선.
부러움, 질투, 혹은 선망의 눈초리.
그 모든 것을 감내하고 당당히 걸어갔다.
그녀의 시선 끝에는 자신과 같은 붉은 머리의 아저씨가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서글한 주름이 잡히는 눈웃음이 짙어졌다.
풍채가 좋은 아저씨.
자신의 아버지이자, 플로이스 가문의 가주.
“아빠! 오시느라 고생하셨어요!”
“어허, 여기서는 가주님이라고 불러야지.”
“에이, 뭐 어때요. 안 하던 짓 하면 병 걸린다고 그랬어요.”
“-누가 그러디?”
중후한 음성이었다.
단어 하나에서 마나의 향이 풍기는 것은, 그가 완숙한 마도사의 자리에 있다는 걸 증명했다.
가주, 아벤타토는 고개를 휘휘 돌려 누군가를 찾았다.
자신의 아이가 있는 곳엔, 언제나 따라오는 사내아이가 있지 않은가.
아니나 다를까, 저 멀리서 연갈색 머리칼을 휘날리며 다가오는 소년이 보였다.
영혼의 단짝이자 사고뭉치 콤비.
언제나 밝은 에너지를 발산하는 피어슨이었다.
“안녕하심미카! 피터손 피어슨! 인사드립니다! 정말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간 무탈하셨습니까?!”
“그래. 여전히 듣기 좋은 인사로구나. 하하! 그래서, 너냐?”
“-네?”
영문도 모르고 생명의 위협을 느낀 피어슨이 뒷걸음질 쳤다.
아나이스가 자신의 아버지의 우람한 팔뚝을 퍽 소리가 나게 쳤다.
자신의 친구가 누굴 보고 배웠나 했더니-.
“아빠, 장난 그만 치고-.”
“그래그래, 알았다. 그나저나…….”
아벤타토의 눈빛이 일순 매섭게 빛났다.
본분을 잊으면 안 되겠지.
그는 궁금한 점을 캐내기 위해 딸에게 물었다.
가주가 후계자에게 하는 말은 공기의 흐름을 비틀며 나아가, 주변으로 퍼지지 않았다.
“그래, 딸아. 네 말도 안 되는 성장은 어디서 온 거냐?”
“그냥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배웠어요. 마법도 팍팍 쓰면서.”
“흐음…….”
아니, 그가 원하는 대답이 아니었다.
거짓말을 구분하는 마법을 써야 할까?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딸에게는…….
아벤타토의 머릿속이 복잡해져만 갔다.
아나이스 역시 꼴깍, 남몰래 마른침을 삼켰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아카데미, 침식과 틈새에 대해서 말해야 하는가.
‘아니, 아직이야.’
비밀은 지켜져야 그 가치가 있는 법.
굳이 아버지가 신경 써야 할 거리를 더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나저나 확실히 비정상적인 성장처럼 보이겠지?
하지만, 그런 의문을 잠재울 방법은 분명 있었다.
“흐음, 그건 일단 방학 때 자세히 이야기하자꾸나. 이 아비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아야 할 거다.”
“저기 오네요. 우릴 강하게 만들어 준 사람들.”
“음?”
아벤타토는 딸의 손가락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순수하게 감탄했다.
어린 소년, 소녀들이 이쪽으로 걸어오는 중이었다.
그 소년, 소녀들에게서 아벤타토는 마법사의 미래를 보았다.
아주 찬란하고도 무서운.
자칫 엇나간다면 큰 혼란을 몰고 올 위험한 별들이 빛나는 것 같았다.
당당히 걸어오는 이들은 뭇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2학년, 3학년의 학생회장이 함께 걸어오고 있었으니까.
“허어…….”
“보세요. 전 아무것도 아니라니까요?”
아나이스는 자신을 낮춰 말했지만, 은근한 자부심이 묻어났다.
플로이스 후작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끼리끼리 논다는 말이 있듯, 아나이스는 저들 중에선 굉장히 평범한 축에 속했다.
우아하게 다가와,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는 일행.
단연코 오늘의 주인공은 플로이스 가문이었다.
제일 먼저 찾아옴이 마땅했으니, 아무도 그들을 제지하지 않았다.
오히려 흐뭇한 얼굴로 그 광경을 눈여겨보기까지 했다.
“플로이스 후작님을 뵙습니다. 해리슨 가문의 알라노라고 합니다.”
“아브렐 가문의 니아라고 합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해, 해리 가문의 멜라니입니다-.”
각자 특색 있는 모습으로 인사를 건네는 이들을 향해, 후작은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평소 털털하고 괄괄한 성격으로 유명한 플로이스 가문이었다.
묻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일단 접어 두기로 했다.
지금은 축하하는 자리이지 심문하는 자리가 아니었으니.
후작은 인자한 목소리로 그들의 인사를 받아 주었다.
“다들 만나 보게 되어 기쁘군. 쟁쟁한 가문들의 자제라니. 내 말을 좀 편히 하지. 괜찮겠지?”
“물론이에요.”
알라노가 정복 치마를 붙잡고 살짝 몸을 숙였다.
플로이스 후작은 그 모습을 보고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그토록 강해 보였던 딸아이를 평범하게 만들어 내는 비범함.
순백의 가문이라고도 불리는 해리슨에서, 진정 드래곤이 탄생하겠구나 싶었다.
“다들 대단한 성취로다. 내 우리 딸내미가 가장 강한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어. 허허허, 이 세상이 조금 더 나아지려는 거겠지.”
“과찬입니다.”
“그나저나, 그 아이는 어디 있는가? 케일이라고 했던가?”
일행 중 가장 주목을 받아야 할 유망주.
오늘 하루, 가공할 파괴력을 선보였던 케일이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어디 있을까?
플로이스 후작의 궁금증은 의외로 금방 풀렸다.
“아, 잠깐 누구를 데리러 갔습니다. 꼭 자신이 가고 싶다고 해서요.”
“금방 도착하겠군.”
“그럴 겁니다. 후작님도 그 아이에 대해 관심이 많으신가 보네요.”
후작은 수염을 한 번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를 말인가. 최고의 재능을 가진 나그네 아닌가. 우리 딸아이와도 친한 것 같으니, 이참에 언니 동생을-.”
“……음? 갑자기 왜 그러시는-.”
플로이스 후작의 말이 뚝 끊겼다.
그의 시선은 입구를 향해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마법사, 전사, 수호자의 가문들이 모두 입구를 바라보는 중이었다.
마나.
그 심오한 힘을 느낄 줄 아는 자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누군가를 바라봤다.
그것은 위대한 가문의 아우라였으며, 이 시대 진정한 천재의 강림이었다.
어리다.
그것은 마법사로서 최악의 저주나 마찬가지였다.
왜냐고?
그 하해와 같은 재능을 펼칠 수 없으니까.
열매가 익어야 달콤한 과실이 생기듯, 아직 영글지 않은 재능이란 그저 맛 좋은 영양분일 뿐이니.
그런데, 저 소년은 그 저주를 비웃기라도 하듯, 벌써 찬란한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었다.
“분명, 16살 아니었나?”
“진짜 드래곤은 저기 있었구만.”
“허허…… 또다시 위대한 가문이…….”
일순간의 정적 끝에, 터져 나오는 감탄사들.
검은 머리.
푸른 눈.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신을 귀족이라고 표현하는 걸음걸이.
이제 막 깨달음을 얻어, 아직 갈무리되지 않은 마나를 줄기줄기 풍기고 있는 마누스가 등장했다.
그 옆에는 푸른 머리의 소녀가 종종걸음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지독한 마나를 바로 옆에서 들이마시고 있는데도 태연한 걸 보면, 확실히 저 아이도 비범한 재능의 소유자이리라.
플로이스 후작은 순간, 새로운 마도사가 회장에 들어선 줄 알았다.
밝은 햇살을 등지고 들어오는 것이 너무도 고귀해, 왜 그가 위대한 가문의 자제인지 알 것만 같았다.
플로이스 후작과 카이사르의 공자가 눈을 마주쳤다.
“플로이스 후작 각하를 뵙습니다.”
“영광이구려. 카이사르의 공자의 인사를 받을 수 있다니.”
‘영광은 무슨…… 엄청 부담스럽구만.’
정작, 마누스는 속으로 한숨을 삼킬 뿐이었다.
수없이 쏟아지는 시선.
케일의 압박에 여운을 느낄 새도 없이 걸음을 옮겨야 했던 자신.
겹겹이 쌓여 가는 오해.
“저는 신경 쓰지 마시고 영애와 즐거운 시간을 즐기시길. 축하드립니다. 각하.”
“허허……. 고맙소.”
듣던 것과 너무도 다른 모습에, 플로이스 후작은 텅 비어 버린 웃음을 흘렸다.
뒤를 돌아 걸어 나가는 것이 왜 너무 아쉬울까.
지금 그와 이야기를 나눈다면, 무언가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주변에서 몰려오는 이들이 그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동아리실에서 보자. 아나이스.”
“네. 금방 갈게요.”
마누스는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연회장에 진한 여운이 남았다.
‘배려심도 남다르군. 망나니라고 들었는데…… 누가 소문을 냈는지, 화염 마법으로 골통을 정화시켜야겠어.’
누군가의 생각이 곧 회장에 모인 귀족들의 생각이었다.
정작 당사자는 부끄러움을 겨우 이겨 내며 도망치듯 사라졌다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