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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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13화 – 버팀목
#1
세 명의 마법사는 뛰어난 기량을 발휘했다.
공격의 케일.
방어의 아나이스.
밸런스의 알라노.
[크음-!]버프를 걸고, 세베루스의 속도를 따라잡았다.
부족한 공격력을 메우기 위해 알투스 마법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개들은 빠르고 강력했다.
“녀석들, 내구력이 장난 아닌데요?”
“직선 공격밖에 없지만 단단하네. 위력을 조금 더 높여야겠어.”
“……시간을 끌어 주세요.”
아나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 끄는 거라면, 충분히 가능했다.
불꽃처럼 화려한 것이 곧 플로이스 가문이었으니!
화르르륵-!
화려한 마법이 아나이스의 손에서 펼쳐졌다.
그녀의 눈이 시뻘겋게 변했다.
코피가 흐를 정도로 두통이 심했지만, 괜찮았다.
‘나도-!’
자신도 할 수 있다.
뒤처지지 않으려면, 짐 덩어리가 되지 않으려면 올라서야 한다.
아나이스는 이를 악물고 캐스팅을 완료했다.
[이그니라]2클래스 마법.
아직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술식이었다.
아나이스는 찬란한 불꽃처럼 타올랐다.
희열.
쾌감.
고통-.
그 모든 것이 범벅이 되어 거대한 화염구를 완성했다.
“가라아아아-!”
콰르르르-!
아나이스의 외침과 동시에 세 마리의 파수견이 고개를 돌렸다.
어둠으로 물들어 있었던 층 내부를 환하게 밝히는 화염구.
[큼!]지능이 낮은 파수견은 그대로 화염구를 뒤집어썼다.
매캐한 냄새가 공간을 뒤덮었다.
녀석들은 모두 배를 까뒤집고 낑낑거리기 시작했다.
-이때다.
케일은 틈을 놓치지 않았다.
두 개의 마법을 합쳤다.
이전에도 써먹었던 마법.
그 거대한 가면을 쪼개 버렸을 때 썼던 마법을 다시 연성했다.
건조한 탑에 시린 북풍이 불었다.
날카로운 얼음 송곳이 세 마리의 개를 덮쳤다.
[켈루]쩌저정-!
전보다 확연히 위력이 늘었다.
파수견은 시린 공격에 속수무책이었다.
하지만-.
[크으으음-]“……일어났어?”
“빙결계 마법은 소용없는 것 같아.”
전차 아르카나의 약점은 보통 ‘전격’과 ‘어둠’이다.
어둠의 마법은 흑마법을 배워야 하니, 열외.
대체 어떤 마법을 퍼부어야 할지, 세 사람은 감을 잡지 못했다.
‘빙결은 통하지 않아. 화염도. 그렇다면-.’
케일은 자신이 알고 있는 마법을 하나씩 동원하기로 했다.
다른 이들도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서로 다른 마법을 준비했다.
“반응이 있는 거로 준비하자.”
“예-!”
“아나이스는 무리하지 말고.”
“저도…… 할 수 있어요.”
그녀가 눈물을 슥 훔치며 말했다.
할 수 있다.
묘한 승부욕이 가슴을 자극했다.
얼마 남지 않았지만, 한두 번 정도라면 큰 마법을 날릴 수 있을 거다.
[폴게트]빠지지직-.
알라노의 머릿속에 있던 속성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누스의 것이 기다란 채찍이었다면, 그녀는 거대한 창 모양으로 변했다.
같은 마법이어도 발현하는 모습이 제각기 다르다.
각 캐릭터의 성격을 드러낸다며 호평받았던 부분이기도 하다.
그녀는 꼼꼼한 성격이었다.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단 한 번에 약점을 찌르기 위한 창이 준비되었다.
“일단 하나-.”
마법사가 피지컬이 안 좋다는 말은 모두 낭설이다.
적어도 이 게임에선 그러하다.
쿵-.
한 손으로 전격의 창을 붙잡고, 온 체중을 실었다.
“흐으읍-!”
뱃심을 꽉 쥐고, 눈은 정확히 표적을 노린다.
찌지지지지직-!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마치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크으으으으으-!]가면 하나가 통째로 증발했다.
빠직, 빠직, 전격의 잔향이 남아 주변을 따끔하게 만들었다.
이제 2학년.
도저히 또래라고 볼 수 없는 위력의 마법이었다.
아나이스와 케일은 멍하니 알라노의 작품을 바라봤다.
전격 속성이 정답이었던 건지, 무식한 위력이 정답이었던 건지-.
어쨌든, 하나는 죽였다.
“……너무 심했나?”
“아뇨! 심하다뇨! 우리가 죽었을 텐데-!”
“그렇지? 그럼 한 발 더 가야겠네.”
알라노의 눈빛이 사납게 변했다.
그녀의 손에서 다시 전격의 창이 빛났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케일이 손을 활짝 폈다.
[폴게]빠지직-!
그녀가 선택한 방법은 거대한 화살.
이전, 알라노가 쏘아 낸 얼음 창이 뇌리에 깊게 박혀 있었기 때문이리라.
둘의 모습을 보고, 작게 한숨을 쉰 아나이스 역시 이를 악물고 마법을 완성했다.
[이그니라]전격 마법은 소양에 맞지 않아, 익히지 못했다.
그래도 화력 하나만큼은 자신 있었던 만큼,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돌아가면 공부를 더욱 열심히 해야겠지-.
“한꺼번에 간다!”
알라노의 우렁찬 외침과 동시에 화려한 폭발이 이어졌다.
두 개의 전격과 하나의 화염은 앞에 보이는 걸 모조리 태워 버렸다.
“……후우-.”
“이제 없는 거, 맞죠?”
“그런 것 같네. 이건…… 뭐지?”
흔적도 없이 사라진 파수견.
그것들이 있던 자리에 쏟아진 보석, 액세서리들.
은은한 마나의 잔재가 남아 있는 것들이 널브러졌다.
-이건 또 뭐야.
세 사람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옹기종기 모였다.
알라노가 조심스럽게 감정 마법을 펼쳤다.
다행이 위험한 건 없는 모양.
“이거-. 마법 물품 같지?”
“네. 그리고 이 결정엔 마나가 들어 있어요. 케일, 아까부터 모으고 있었지?”
아나이스가 말하는 건 아마도 마석 이야기겠지.
케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떨어진 건, 이전 것보다 훨씬 정순한 마나를 내포하고 있었다.
아나이스가 큰 돌, 마석을 살펴보며 말했다.
“-그래, 이 정도 보상은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진짜 힘들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
첫 전투였다.
너무 무리하는 것도 좋지 않겠지.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위에 뭐가 있을지 모르니, 꼼꼼하게 준비해서 가는 것이 좋겠지.
“그럼 밑으로 내려가자. 아나이스, 일어날 수 있겠어?”
“-네. 충분해요.”
“물건은 내일 이사장님께 보여 드리고, 어떻게 처리할지 생각해 보자. 이 돌도.”
알라노의 말대로 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한 두 사람도 선선히 동의했다.
미리 챙겨 온 주머니에 들어가는 아이템.
세 사람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이만 돌아가자.”
“네에-.”
파수꾼과의 싸움은 정말 힘들었다.
세 사람은 힘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다.
탑은 도저히 홀로 도전할 만한 곳이 아니었다.
-마누스는 어떻게 이런 곳을 홀로 오간 거지.
세 사람의 머리에 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지금쯤 마누스는 무얼 하고 있을까?
‘다음엔 같이 와 보고 싶어.’
누군가의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불쑥 들었다.
#2
일행이 포털을 타고 1층으로 내려올 무렵, 마누스는 이제 막 5층의 문을 통과하고 있었다.
불쾌한 마나가 씻은 듯이 사라졌다.
보스를 무사히 클리어한 건가-.
‘알라노가 합류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빠른데. 그리고-.’
본래 알라노는 훗날 있을 이벤트 후에 합류하게 된다.
초기 스테이터스가 높게 잡혀 있었고, 사용할 수 있는 마법 종류도 폭넓었다.
지금으로선 어마어마한 전력일 터다.
“마법사의 영혼인가.”
마누스는 오르카의 목걸이를 꺼냈다.
카이사르의 마음가짐 덕분일까.
죽음의 굴레에서 해방된 마법사의 아르카나가 보였다.
슈르르륵-.
목걸이는 게걸스럽게 영혼을 먹어 치웠고, 마법사를 뜻하는 로마자에 불이 들어왔다.
‘나는 먼저 위로 올라가 볼까.’
위로 올라갔든, 아니면 여기서 그만두었든 상관없다.
마누스가 해야 할 일은 항상 같았으니까.
계단이 열렸다.
거침없이 올라간 마누스의 뒷모습은 어느새 탑의 어둠에 감싸여 사라졌다.
“흠-.”
6층.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되는 곳.
느껴지는 분위기는 점점 더 으스스해졌고, 공기를 떠돌고 있는 마나의 농도도 짙어졌다.
여기부터는 완벽하게 랜덤.
마누스 본인도 일일이 길을 찾아 헤매야 했다.
다음 보스는 12층에 있으니, 거기까지만 올라가면 되겠지.
‘내일 수업은 빼먹어야 하나.’
6시간이 지나면, 이곳의 시간은 멈춘다.
그리고 강제로 시간의 흐름이 빨라져, 다음 날이 되어 버린다.
이 안쪽에 있는 사람은 24시간을 통째로 날려 먹게 되는 구조.
12층까지 빠르게 올라가지 못한다면 24시간을 통째로 날리게 되는 거다.
하지만 뭐-.
수업 하루쯤 안 듣는다고 졸업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수석을 유지하지 못할 정도도 아니고.
“할 수 있을 때 바싹 움직여야겠지.”
이 게임은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게임이다.
정해진 시간 안에 전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그대로 세계 멸망.
학업도 중요하지만, 멸망을 막는 게 더욱 중요하지 않을까?
죽으면 다시 원래 세상으로 돌아간다거나 하는 헛된 희망은 품지 않았다.
돌아가 봤자, 다시 평범한 남자 ‘1’로 돌아갈 뿐.
마누스는 이 세상이 좋았다.
-그러니까, 더욱 전력을 다해 멸망을 막을 생각이었다.
‘지금 모은 영혼은 두 가지.’
마법사, 그리고 악마.
6층부터 12층까진 ‘전차’와 ‘절제’ 아르카나가 추가된다.
이제 다시 가면을 수집할 차례였다.
#3
다음 날.
알라노는 간만에 단잠을 자고 일어났다.
케일과 아나이스도 마찬가지였는지, 세 사람은 한결 밝은 얼굴로 교정에 들어섰다.
“좋은 아침이에요! 선배!”
“너희도 잘 잤니?”
“네. 아주 기절하듯이 잤죠.”
단 하루의 원정이었지만, 세 사람은 부쩍 친해졌다.
묘한 동질감.
소속감.
그 밖에 다른 감정들을 서로 공유하게 되면서 생긴 친밀감이었다.
“오늘은 푹 쉬고, 주말에 다시 올라가자.”
“네.”
“학업도 게을리하면 안 되니까. 이곳 아카데미에서 잘 배워야 활약할 수 있을 거야.”
세 사람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거대한 탑이 보이는 교정 안으로 들어섰다.
귀족 둘에 평민 하나.
거기다 한 명은 그 위대한 가문 중 하나인 해리슨 가문의 장녀.
시선이 모두 쏠리는 것도 당연했다.
‘저 세 사람, 언제 친해졌어?’
‘회장님 아니야? 저렇게 웃는 모습 처음 봐!’
‘대박 대박, 이거 소설로 써 볼까? 요즘 인기 많잖아~.’
아카데미 학생들이 쑥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나이스는 그 엄청난 관심을 받으며 조용히 말했다.
“선배 인기가 상당하네요.”
“인기? 그런 건 잘 모르겠는데.”
이 여자-.
자신의 위치를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알라노는 주변 시선 따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참 신기했다.
자기는 참 바보처럼 챙기면서, 정작 주변 시선에는 민감하지 않다니.
아나이스는 슬쩍 고개를 숙였다.
두 사람 사이를 거니는 것이 이토록 부담스러울 줄이야.
‘얘는 왜 이렇게 태평한 거람-.’
멍하니 앞만 보는 눈동자가 참 부러웠다.
어휴-.
결국 그녀는 무수히 많은 시선을 받으며 교실로 들어갔다.
“이따 보자, 밥 같이 먹을 거지?”
“-응. 이따 봐.”
케일이 희미하게 웃었다.
알라노는 두 사람을 배웅하고 이사장실에 들렀다.
남는 시간에 어제 얻었던 아티팩트를 보여 줄 생각이었다.
학생회장은 바쁘니까, 바쁘게 움직여야겠지.
그녀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똑똑-.
좋은 재질의 문은 오늘도 좋은 울림을 지녔다.
문이 열리고 이사장의 모습이 보였다.
오늘은 왠지, 익숙한 얼굴이 하나 더 보였다.
“-그게 정말인가?”
“그렇습니다. 혹여 잘못된 것이 아닐지…….”
“내 사람을 보내 찾아보겠네. 이만 가 보게.”
“-예.”
무슨 일일까.
분홍 머리의 메이드가 뒷걸음질로 물러섰다.
언제 봐도 절도 있는 행동이었다.
그녀가 문 근처에 서 있는 알라노를 보고 꾸벅, 고개를 숙였다.
“알라노. 마침 잘 왔네.”
“무슨 일인가요?”
그녀가 물었다.
“-마누스 군이 사라졌네.”
이사장의 말은 전혀 상상할 수 없던 내용이었다.
그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