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31)
제131화
131화 – 첫 번째 사도
#1
100층.
그 무엇보다 거대한 문이 일행을 반겼다.
그믐이었기에 데몬은 위협적이지 않았고, 마침 양호실에서 체력과 마나도 완벽하게 채워 왔다.
케일은 가장 선두에 서서 한쪽 문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반대편엔 알라노가 있었다.
케일은 슬쩍 뒤를 돌아보며 동료들을 바라봤다.
제발, 이번에도 다치는 사람 없이 탑을 정복할 수 있기를.
모두가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할 수 있어.’
지금까지 공부하고 성장해 왔던 삶을 돌이켜 보면, 충분히 가능했다.
설령 자신의 힘이 모자랄지언정, 그녀 뒤에는 든든한 동료가 있었다.
그러니까 다들 생존할 것이다.
역경을 이겨 내고 다들 강해져, 세상에 널리 이름을 떨치겠지.
“갑니다-.”
케일은 다짐하듯 말한 뒤, 문고리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거대한 소음이 들렸다.
적막을 깨는 소음 끝에, 보이는 것은 드넓은 초원.
푸르른 잔디밭이 칙칙한 어둠을 걷어 냈다.
잔디의 끝을 스치는 바람이, 탑 안에 있던 괴리감을 걷어 냈다.
일행은 초원 위에 우두커니 서 있는 남자를 보았다.
‘사도.’
마누스는 적의 정보를 떠올렸다.
100층.
1번 아르카나인 마법사의 제왕.
[사도 : 마티아]광역 마법과 높은 공격력으로 탱커, 회복 마법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사도였다.
남자는 긴 챙 모자를 쓰고 있었고 로브를 걸쳤다.
그의 가면은 화염을 상징하는 붉은색이었다.
얼굴의 반만 드러내고 있는 가면 아래, 창백하다 못해 새하얀 인간의 얼굴이 드러났다.
“어서 오라. 반역자들.”
“말을…… 해?”
“죽음의 신 곁에 있는 사도이니라. 인간의 말을 하지 못할 것도 없지.”
그는 드넓은 초원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아름답지 않은가. 이것은, 너희가 죽음 뒤에 맞이할 이상향이다.”
“……죽은 뒤에 이런 곳에 와 봤자-.”
“생각보다 살아 있는 자들은 죽음을 갈망하지. 죽음이야말로, 모든 것의 종착이니라.”
선문답 같은 대사.
모두가 이상한 말에 고개를 갸웃했지만, 마누스만큼은 그 대사들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죽음의 신, 모르스가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모든 인물은 각자의 목표를 가지고 움직이는 법.
그의 뜻을 전파하려는 사도들은 곧 모르스의 의도대로 행동할 터다.
마법사는 뜬구름 잡는 소리들을 계속해 댔다.
“모든 지성체가 바라는 것. 우리의 신은 그 지향점을 향해 나아간다.”
“모든 지성체가 바라는 것이 죽음이라고? 웃기는 소리 하지 말아 줄래?”
니아가 한 발자국 걸어 나서며 말했다.
사도, 마티아는 니아를 바라보며 미소를 더욱 짙게 만들었다.
가면 속에 있는 그의 안광이 붉게 빛났다.
“이곳에 들어올 자격이 없는 자로군. 그대는 왜 이곳에 있는가. 죽음의 신 곁으로 오기 위함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다.”
“웃기지 마. 나는 중요한 사명이 있다고.”
이곳에서도 가운뎃손가락이 의미하는 바는 아주 명확했다.
니아는 당당히 손가락을 올려, 불쾌함을 표출했다.
그 모욕을 받은 마법사가 입꼬리를 원래대로 돌려놨다.
직후, 거대한 마나가 초원에 바람을 일으켰다.
마법사가 전투태세를 갖췄다.
일행도 마찬가지.
멜라니와 기예르모가 앞에 섰고, 나머지는 흩어져 자리를 잡았다.
사도의 마나가 한데 모였다.
시작은 가벼운 마법이었다.
화르르륵-!
불꽃이 피어났다.
‘패턴은 똑같군.’
마누스 역시 조용히 캐스팅을 끝마쳤다.
오늘 그의 역할은 패턴의 공략을 보조해 주는 역할.
중요한 날인데 어째서 전면에 나서지 않느냐는 말은 그 누구도 하지 않았다.
이젠 이들도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는 걸 알았기에, 마누스의 결정에 따랐다.
알비온의 영혼이 느껴졌다.
그가 마누스를 도와주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투타맨 : 라투스]광역으로 걸어 주는 버프 마법.
탱커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마법이 걸렸다.
그와 동시에 사도의 마법이 날아들었다.
[맹렬한 화염]콰르르륵-!
3클래스 정도의 위력일까.
화염의 채찍이 멜라니를 향해 날아들었다.
멜라니는 그에 대응하여 땅거죽을 뒤집었다.
마투학을 배운 그녀는 일취월장, 독수리반과 붙어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성장했다.
콰르륵-!
바위가 솟아나며 화염이 막혔다.
[글라치아스] [폴게트라]마법이 날아들었다.
사도는 순식간에 연기에 휩싸였는데, 그의 전신에서는 무언가 빛나는 것이 보였다.
마누스가 입을 열었다.
“마나 방벽이군. 공격해서 해제해야 한다.”
“약점은 없나요?”
“마법을 다루는 사도다. 그런 게 있을 리가.”
마누스의 말을 들은 사도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마누스를 바라보며 팔을 크게 벌렸다.
마치 하등한 것을 치하하듯, 거만한 태도였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제일 말단 주제에 인간을 얕보는 것도, 재능에서도 밀리는 주제에 거만한 발언을 하는 것도.
저놈은 그저 사도란 존재를 알리는 녀석일 뿐.
지금 역량으로 충분히 상대 가능한 수준이었다.
“후후, 잘 봤다. 이 몸은 마법을 다스리는 자. 그저 의지만으로 마나를 다룰 수 있는 사도이니라.”
“웃겨 정말-.”
화르르륵-!
아나이스가 코웃음 치며 검은 불꽃을 불러냈다.
지속해서 방벽을 갉아먹는다면, 언젠가는 부서지겠지.
사도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붉은 안광을 빛냈다.
그는 자신의 약점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위협적인 마법이 무엇인지도, 그걸 상대하는 방법도.
아나이스가 손을 휘저어, 검푸른 불꽃을 내보냈다.
[아나이스 전용기 : 디솔루트]조용한 불꽃은 사도의 온몸을 휘감아, 지속적인 열기를 뿜었다.
방벽, 체력 재생, 그 밖에 귀찮은 것들을 괴롭히는 덴 지속 대미지만 한 것이 없었다.
파지직-!
사도의 방벽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아나이스는 주력 딜러인 케일에게 소리쳤다.
이젠 각자의 길을 명확히 가는 상황.
팀의 화력 담당은 케일이었다.
“케일-!”
“맡겨 줘.”
[니토르] – [폴게트라] [더블 스프레드]콰지지지직-!
전격을 담은 새하얀 빛이 완성되었다.
3클래스 신성 마법 니토르와 3클래스 전격 마법이 합쳐져 만든 파괴 광선.
사도도 위험을 직감했는지, 서둘러 손을 들어 올렸다.
다급하게 끌어들이는 마나가 모였다.
사도는 안일했다.
아나이스의 마법만을 보고 케일을 보지 못했다.
“가라!”
[뤼나 라디우스]콰우우우우우-!
대기를 찢는 마법이 허공을 갈랐다.
4클래스, 그 너머에 닿은 위력이었다.
지금 케일이 선보일 수 있는 최고의 화력.
광선이 사도에게 직격하며 갈라졌다.
무언가를 뚫고 나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전격의 광선.
모두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결과를 바라보는 사이, 마누스가 마나를 끌어모아 영창을 시작했다.
‘다들 아직 멀었군.’
마법사는 언제나 다음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
마법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공격을 준비해야 한다.
그나마 다음 마법을 준비하는 이는 니아와 알라노였다.
두 사람 모두 공격 마법을 준비했는데, 유일하게 마누스만이 방어 마법을 준비했다.
그가 소리 높여 경고했다.
이다음 패턴은 아무것도 대비하지 않고 공격만 누르던 유저들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했던 것이었으니.
“방어 마법을 펼쳐라.”
[이지스 – 라투스]맹렬하게 회전하는 꽃잎이 모두의 앞에 나타났다.
그 직후, 강렬한 충격이 일행 전체를 덮쳤다.
“건방지구나!”
[카운터 : 레쿠티오]공격을 그대로 받아치는 패턴.
사도가 입은 대미지를 파티원 전체에 나눠 주는 마법으로, 미리 방어 마법을 두르지 않으면 치명적인 패턴이었다.
콰장창창-!
꽃잎이 그대로 깨지며 겨우 피해를 면한 일행들.
마누스의 지시대로, 그들은 일사불란하게 방어 마법을 펼쳤다.
이건, 일종의 실험이었다.
과연 지성을 가진 사도는 게임에서처럼 움직일 것인가, 아니면 자의로 판단해서 움직일 것인가.
“반역자들아, 죽어라!”
[강렬한 맹화]콰르르르르-!
불꽃의 해일이 모두를 덮쳤다.
일행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불꽃의 해일을 막았지만, 피해가 아주 없진 않았다.
쿨럭쿨럭, 기침 소리가 들렸다.
“으으…… 생각보다 아프네.”
“너무 무식한 거 아니야?”
여기저기 그을린 정복.
까맣게 타, 말린 머리칼.
이런저런 피해를 입었지만, 결국 모두가 무사했다.
이들은 저도 모르게 뒤쪽에 있는 마누스를 바라봤다.
그가 말하지 않았다면 어찌 되었을까.
꽤 많은 파수꾼을 무찔렀지만, 일일이 패턴을 맞아 가면서 파훼해야 했다.
‘다르다.’
‘마누스 선배가 있어야 해.’
푸른 눈빛으로 전장을 지켜보는 그의 카리스마.
언제든지 자신들을 지켜 줄 것 같은 판단력과 캐스팅 속도.
상처 입지 않으리라는 믿음.
그 모든 것을 본능적으로 느낀 이들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크아앙-!]알비온이 울부짖었다.
마누스의 마나를 빼앗아, 적절한 시기에 치유 마법을 활성화했다.
따가웠던 곳이 순식간에 치유되고, 그을린 피부가 돌아왔다.
이제 다시 자신들의 차례.
아나이스를 필두로 다시 한번 마법이 날았다.
형형색색의 마법이 날고, 기예르모와 멜라니가 순식간에 달려들었다.
‘적의 방어를 깨뜨리는 방법은 많다.’
[익투스]방패를 눈 밑까지 들어 올리고 어깨와 하체를 이용한 돌진.
수호자가 다루는 마나는 적의 방어를 깨뜨리는 효과를 지녔다.
속성 저항력, 항마력을 떨어뜨리는 수호자는, 파티에 꼭 필요한 전력이었다.
콰앙-!
거센 소리와 함께 사도의 몸이 주르륵 밀렸다.
파지지직, 검은 불꽃이 좀먹고 있는 방벽이 순간 흩어졌다.
“어떻게 공략해야 하는지 알겠군.”
“하등한 것이-!”
손을 휘둘러 방패를 후려쳤지만, 기예르모는 능숙한 몸놀림으로 공격을 막았다.
찌르르 울리는 방패의 진동.
아직 학생 신분인 기예르모가 막기엔 다소 벅찬 공격이었다.
‘위력이 만만치 않군. 정면에서 막는 건 되도록 피해야겠어.’
“선배! 정면 승부는 안 돼요!”
“-알고 있어. 마법사라더니 더럽게 튼튼하군.”
멜라니 역시 마투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서 원거리 공격을 퍼부었다.
그녀는 정령의 힘을 다루는 정령사.
마투학의 묘리를 섞어 팔다리를 뻗으면 정령들이 발맞추어 공격을 해 주었다.
그야말로 약점이 없는 포지션.
쉴 새 없는 공격에, 사도는 자신이 가진 완전무결한 축복이 흔들리는 걸 보았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죽음의 신, 자신이 모든 것을 바친 자가 내린 축복이 허무하게 깨지겠는가.
“흐-.”
사도가 실소를 흘렸다.
저 하등한 반역자들에게 힘을 보여 줄 방법이 생각났다.
그래, 애초에 그의 특기는 정면에서 무식하게 싸우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벌써 다음 페이즈로 넘어가는가.’
그 웃음을 본 마누스가 눈매를 좁혔다.
싸움은 지금부터였다.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기도 했다.
게임으로 치자면 두 턴 만에 사도의 체력을 뭉텅이로 날려 버린 것이었으니까.
손쉬운 승리가 보였다.
우웅-.
이번에 배운 마법을 캐스팅하며, 그가 악마처럼 웃었다.
“이거, 기대되는군.”
저 웃음이 절망으로 바뀌는 순간이 기대되었다.
자신과 함께 성장했던 이들 앞에 무릎 꿇는 순간이 보였다.
사도 : 마티아의 마나가 잔디를 휘감으며 다음 페이즈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