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32)
제132화
132화 – 사도의 입장에서 너무해
#1
붉은 마나의 파동이 잔디의 고개를 꺾었다.
감히 절대자에게 반항하지 못하듯, 자연마저 찍어 누르는 마나.
그 중압감은 웬만한 성인도 견디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여기 있는 그 누구도 사도에게 굴복하지 않았다.
마티아는 붉은 안광을 짙게 만들며 손을 휘둘렀다.
방벽을 갉아먹던 검은 불꽃이 흩어졌다.
역시, 이 불꽃은 거슬린단 말이지.
“오라, 나를 섬기는 아이들아.”
[죽음의 부름]쩌적, 유리 깨지는 소리와 함께 하늘에 금이 갔다.
모두가 위를 바라보고 있을 때, 검은 광선이 무수히 많이 쏟아졌다.
검은 광선은 곧, 검은 가면이 되었다.
로마자 1을 새긴 데몬들이 꾸물꾸물, 형상을 갖췄다.
그 모습은 모두 인간과 똑같았으며 형상은 사도 본인을 닮아 있었다.
2페이즈.
사도와 그 분신을 상대해야 하는 때가 왔다.
“이야……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니냐?”
“느껴지는 마나…… 저 사도랑 똑같아.”
그들이 순식간에 움직여, 하나가 되었다.
마치 분신들이 하나도 합쳐지듯, 모든 분신과 사도가 하나로 합쳐졌다.
그리고 분열.
본래 기믹은 네 가지 분신 중 하나를 찾는 것이었지만, 그 개수가 수십 개로 늘어났다.
네 개의 분신만으로도 벅찬 상대인데, 수십이라.
마누스는 확실히 자신이 있는 이곳의 난이도가 월등히 높다는 걸 자각했다.
‘내가 알고 있던 걸 맹신하면 안 되겠군.’
패턴은 그대로지만, 언제 사용할지, 어떤 조합으로 사용할지 알 수 없다는 건가.
앞으로의 행보를 결정하는 밑그림이 완성되었다.
마누스는 간단히 패턴을 설명했다.
“저 중 진짜가 있을 거다. 방심하지 마라. 모두 실체가 있는 녀석들이니.”
“하나씩 공격해야 하나?”
“뭣 하러.”
니아가 캐스팅을 마쳤다.
그녀의 황금빛 눈동자가 유독 반짝였다.
알라노와 아나이스 역시 니아와 똑같은 생각을 했다.
케일은 광역 보호 마법을 캐스팅했고, 멜라니와 기예르모는 좌익과 우익을 나눠 지켰다.
중앙엔 마누스와 피어슨, 알비온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사도들의 눈이 그쪽으로 향하는 걸 포착했다.
피어슨이 꿀꺽, 침을 삼키며 마누스를 슬쩍 바라봤다.
“이거, 우리를 노리고 있는 것 같은데요. 선배.”
“알고 있다. 버프 걸도록.”
“네, 넵.”
피어슨은 자신이 알고 있는 온갖 버프를 마누스에게 퍼부었다.
오색찬란한 빛이 마누스를 휘감아, 그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사도들이 입을 모아 마누스에게 말했다.
“그래, 너로구나.”
“탑의 재앙.”
“죽음의 대적자.”
“반역자들의 수괴.”
어지러운 말들이 마누스의 귀를 괴롭혔다.
정신착란이라도 일으키려는 걸까.
쉴 새 없이 파고드는 말.
사람을 홀리는 말은, 마치 달콤한 마약처럼 그를 끌어들였다.
마누스는 고요하고 흔들림 없는 눈동자로 사도를 바라봤다.
말.
그것에는 힘과 생명력, 미래를 그리는 능력이 있다고들 하지.
말은 그 무엇보다 악한 것이며, 그 무엇보다 사람을 쉽게 움직일 수 있게 하는 매게였다.
[카이사르의 마음가짐]하지만, 그 말도 굳건한 마음이 있는 자는 결코 흔들지 못했다.
“너는 세상을 파멸로 이끌 것이다.”
“네 주변에 있는 이들은 모두 죽을 것이다.”
“그 누구보다 죽음의 신을 숭배해야 하는 자.”
“왜 그곳에 있는가.”
마누스는 귀를 후볐다.
자는 와중, 귓가에서 왱왱대는 모깃소리를 듣는 것처럼 짜증이 치밀었다.
사도는 알고 있는 거다.
이 모든 이들 중에서 자신이 제일 위험한 상대라는 걸.
그렇지만 어쩌나.
온갖 스킬로 떡칠하고 있는 자신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닌데.
정보의 우위에서 오는 자신감이 충만했다.
힘은, 아마도 밀리지 않을 것이다.
‘저쪽인가.’
마누스는 이미 패시브의 힘으로 사도의 실체를 꿰뚫었다.
그건 신기한 광경이었다.
실제는 또렷하게 보였고 나머지는 흐물흐물한 마나의 형체처럼 보였으니.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일은 밥 먹는 것보다 쉬웠다.
사도는 아무것도 모른 채, 손을 들어 마누스를 가리켰다.
그 끝에 거센 화염이 넘실거렸으니, 기예르모도 맞으면 위험할 정도의 위력이었다.
멜라니가 그 모습을 보고 이를 악물었다.
“선배, 제가-.”
“됐다. 그냥 있어라.”
“하지만-.”
마누스는 흔들리는 눈빛의 멜라니를 바라보며 슬쩍 웃었다.
저렇게 기특할 수가 없지.
자신을 위해 스스럼없이 몸을 던지려는 갸륵한 마음을 보라.
절로 미소가 그득하게 지어지려는 걸, 카이사르의 마음이 필사적으로 뜯어말리는 것을 받아들였다.
마누스 역시 손을 펼쳤다.
게임에서라면 한 턴을 몸으로 버텨야 했을 거다.
현실이라 마음대로 막고, 마음대로 반격할 수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덤벼 보라지.
“괜찮다.”
“…….”
멜라니는 마누스를 믿었다.
그녀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고 앞을 바라봤다.
준비가 끝났는지, 사도들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동시에 마누스 역시 반격했다.
마법진들이 터져 나오며 마법 대전이 시작되었다.
동시에 일행들의 마법 역시 사도들을 향해 쏟아졌다.
“다 쓸어버리면 되지!”
“휘몰아쳐라!”
[글라치아스 : 라투스] [폴게트라 : 라투스] [이그니라 : 라투스]불꽃이 휘몰아쳤다.
그 뒤를 얼음이 뒤덮었고, 전격의 폭풍이 지나갔다.
사도들의 방벽이 거세게 흔들렸다.
하지만, 일행의 마법은 결국 방벽을 뚫어 내지 못했다.
“하등한 것들, 죽어라.”
[죽음의 화염]가장 강력한 공격이 마누스를 향해 퍼부어졌다.
직선으로 쏘아지는 붉은 섬광이 가만히 서 있는 마누스를 강타했다.
쿠과과광-!
폭발로 흙과 돌, 잔디가 무참히 하늘로 솟구쳤다.
멜라니는 눈을 질끈 감았다.
저런 폭격을 직격으로 맞다니!
아무리 선배라도 무리이지 않을까?!
“우아악-!”
그 여파로 피어슨이 뒤로 데굴데굴 굴렀고, 모두가 후폭풍에 눈살을 찌푸렸다.
본래라면 파티원 하나를 빈사로 몰고 갈 위력.
그래서 탱커가 중요했고, 파티의 회복과 부활을 담당하는 이가 중요했다.
모두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마누스가 있던 자리를 바라봤다.
혹여 그가 어떻게 되진 않았을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선배-.’
모두의 마음이 간절히 그를 불렀다.
직후, 순풍이 불었다.
먼지를 흘려 보낸 바람은, 분명 마나로 이뤄진 것이었다.
“이게 사도의 실력인가.”
다섯 장의 꽃잎이 하늘하늘 회전했다.
그 중심에 서 있는 마누스는 더없이 고고한 자태였으니.
티끌 하나, 먼지 하나 그를 건들지 못했다.
수없이 많이 쏟아진 먼지와 흙, 잔디와 돌멩이들은 그를 더럽힐 수 없었다.
사도의 붉은 안광이 불길하게 떨렸다.
[아이기스]이전, 아덴의 공격을 막아 내었을 때와 똑같은 마법이었다.
누가 저 나이에 5클래스 마법을 사용했던가.
누가 저 나이에 이토록 완벽한 마법을 뽐냈던가.
아나이스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이전에 있었던 일을 회상했다.
역시, 그때의 불꽃은-.
‘벌서 5클래스에 다다랐을 줄이야.’
뱀의 전신을 태워 버렸던 때.
이미 그때부터, 마누스는 5클래스에 다다랐던 것이겠지.
같은 4클래스를 사용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역시 아니었다.
“우와! 저거, 저거 5클래스 아닙니까?! 역시이-! 마누스 선배, 믿고 있었다구요!”
“이젠 내 차례군.”
마누스가 두 번째 마법을 풀었다.
무속성 고대 마법.
오리온자리의 마법이 적진 한가운데에 작렬했다.
[카수스]별이 떨어지듯, 새하얀 구체가 허공에 생성되었다.
그것은 긴 띠를 남기며 직선으로 떨어졌다.
시간을 조작한 것인지, 아니면 이 세계가 특별한 보정을 한 것인지.
모두가 멍하니 그 마법을 바라봤다.
마법의 대상인 사도마저, 떨어지는 별을 멍하니 바라봤다.
―――――――!
세상이 새하얗게 변했다.
별이 코앞에서 터진 듯, 마누스의 마법은 모든 것을 쓸어 갔다.
사도의 방벽이 깨지고, 마법의 여파가 본체에 닿았다.
“크으으으으으-!”
신의 측근, 사도는 절대 쉽게 무너지지 않아야 한다.
죽음을 거부하는 이들을 향해 천벌을 내려야 하고, 그들에게 죽음이란 진리를 전파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생명을 부여받은 존재들이 바로 자신-.
사도였으니.
“그럼, 이건 어떤가.”
허공에 거대한 마법진이 생성되었다.
울컥, 마누스의 입가에 핏물이 흘렀다.
‘이런 페널티는 듣지 못했는데.’
아니, 이건 페널티가 아닌 당연한 현상이었다.
새하얀 마법진이 허공에 그려졌다.
선분 하나하나에 마나를 새겨 넣을 때마다, 혈관과 신경이 비명을 질렀다.
마나가 흐르는 강이 있다면, 모두 말라 버려 짜낼 것도 없는 상황.
그가 하려는 건 인과율을 벗어난 행동이었으며, 본래 있어서는 안 될 현상이었다.
사도는 허공에 그려지는 마법진을 보며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반사적으로 공격 마법을 날렸다.
정제되지도 않은, 그저 방해용인 마법.
아무리 조잡한 마법이라도 캐스팅 중인 마법사에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었다.
마법사가 최후방에 있어야 할 근본적인 이유.
지금 마누스는 전장 한가운데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붉은 섬광이 그를 노리고 쏘아졌다.
본래라면 마누스는 막대한 피해를 입어야겠지.
하지만-.
“어딜!”
[에지스 : 라투스] [알투스]파아앙-!
케일의 머리색을 닮은 푸른 꽃잎이 마누스를 보호했다.
허무하게 터져 나가는 사도의 공격.
회심의 공격이 무용지물로 돌아가자, 사도의 입이 멍청하게 벌어졌다.
“잘했다, 케일.”
마누스가 짙은 웃음을 만들었다.
누구라도 홀릴 수 있는, 마성을 담은 미소.
새하얀 날개가 푸르른 하늘을 비집고 나왔다.
마법진 안에서 튀어나온 거대한 천사.
[카수스]를 사용할 때보다 더 화려하고 더 황홀한 마법.본래, 이 상황에서 절대 등장하지 말아야 할 마법이 완성되었다.
[아아아아아아아-]성스러운.
고귀한.
밝은…….
그 밖에 빛나는 이미지를 가진 단어들이 마구 떠오르는 모습.
그걸 무어라고 표현해야 할까.
세상을 멸망케 하려는지, 구원케 하려는지 모르는 자태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마법진을 뚫고 나온 천사는 심판을 위한 창을 들었다.
카덴차로 비슷한 위력을 만들 수나 있을까?
‘저게 뭐야-.’
니아는 그 모습을 보고 눈을 감아 버렸다.
아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천사를 구성하는 거대한 진리가 그녀의 머리를 아프게 해, 도저히 눈을 뜨고 바라볼 수가 없었다.
자신의 역량을 아득히 뛰어넘는 마법.
그래서 더욱 갈망하며 바라보고 싶었다.
[답을 찾길 바랍니다.>지끈거리는 눈을 매만진 뒤, 다시 거대한 천사를 바라봤다.
그래, 저건-.
모든 마법사들의 꿈이었으니.
[디셉타토]천사가 거짓된 포교를 일삼는 사도에게, 심판을 내리꽂았다.
언제나 그랬듯, 징벌은 인간이 내리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