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33)
제133화
133화 – 헛된 목숨값
#1
눈이 부신 광경이 몇 번째인지.
천사의 무자비한 폭격은 지형 자체를 바꿔 놓았다.
이렇다 할 아티팩트도 없어서일까.
마누스는 심각하게 부족한 마나를 체감했다.
5클래스 마법, 4클래스 마법, 거기다 미완성이지만 6클래스의 마법까지.
남들은 평생 한 번 볼까 말까 한 마법을 난사했더니,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버린 기분이었다.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자체 회복 효과를 기다렸다.
‘아직은 많이 모자라. 더 정진해야겠군.’
마법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역시 마나의 총량.
마투니 뭐니 해도, 결국 얼마나 강력한 마법을 많이 쓸 수 있는가가 중요했다.
입 안에서 비릿한 맛이 연신 올라왔다.
온몸이 비명을 지르며, 지독한 탈력감과 졸음이 몰려왔다.
숨쉬기도 빠듯한 상황.
알비온이 서둘러 회복 마법을 걸어 주려 했지만, 될 리가 없었다.
결국, 사역마도 주인의 힘을 빌려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었으니.
[끼잉-.]“마누스. 괜찮아? 방금 그거…….”
“사도는?”
알라노가 헐레벌떡 다가와 치유 마법을 걸어 주었다.
비명을 지르던 근육이 어느 정도 회복되었다.
하지만, 이젠 마법 사용은 불가.
그래도 엄청난 타격을 입혔을 거다.
어쩌면 죽였겠지.
“해, 해치웠겠지?”
하지만 알라노는, 내뱉어서는 안 될 단어를 입에 담았다.
마누스는 설마, 하는 생각에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봤다.
마법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엔 거대한 구덩이만 남아 있었다.
푹 꺼진 곳에서 꾸물거리는 것이 보였다.
피슉-.
기다란 섬광이 마누스에게 다가왔다.
황급히 알라노를 밀어내고, 섬광을 몸으로 받아 냈다.
난생처음 느껴 보는 고통에, 이를 악물고 신음을 참았다.
찔리고 맞은 적은 있었지만, 살이 타들어 간 적은 없었으니.
‘지구에선 다칠 일은 없었는데-.’
“크윽.”
저도 모르게 신음을 삼켰다.
안 그래도 성치 않은 몸이 더욱 망가졌다.
풀썩, 무릎을 꿇고 있자니 섬뜩한 목소리가 들렸다.
“제법이었다. 인간. 내 인정할 수밖에 없노라.”
“사, 살았어?!”
“다들 공격 준비해!”
아직 살아 있다는 걸 깨달은 일행들이 마법을 퍼부었다.
하지만, 사도는 모든 공격을 방벽으로 막으며 천천히 접근했다.
이건 마누스도 처음 보는 패턴이었다.
발악하는 걸까.
아니면, 숨겨진 힘이 있던 걸까.
미완성된 힘이라곤 하지만 무려 6클래스의 마법이었다.
그걸 맞고도 살아?
‘초반 보스에게 저런 체력 보정이라고? 말도 안 되는군.’
가까스로 몸을 일으켰다.
튕겨 나갔던 알라노가 다시 붙어, 회복 마법을 전개했다.
마누스가 당하는 걸 보고 있던 이들이 계속 마법을 퍼부었지만, 모두 무용지물이었다.
사도는 마누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 역시 온전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한 명.
길동무로 데려가겠다고 다짐했으니.
“가장 강한 이를 데려가면, 너희들의 상실감도 커지겠지. 죽음의 신이 남겨 준 은총을 받으라.”
“젠장-!”
사도가 육신을 버리고 불꽃으로 변했다.
기예르모와 멜라니가 그 앞을 막아섰지만, 불꽃은 실체가 없는 듯 그들을 스쳐 지나갔다.
콰르르르르-!
저주받은 불꽃이 마누스의 신체를 덮쳤다.
[죽음의 길동무]끔찍한 고통, 영혼까지 타들어 가는 느낌은 순식간이었다.
그 고귀하게 서 있던 신체가 힘없이 쓰러졌다.
거멓게 죽어 버린 신체.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정복.
“……뭐야 이게?”
“어? 어어어-?”
“안 돼에에에에에-!”
뾰족한 비명.
절망에 찬 목소리가 울렸다.
사도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그가 있던 자리엔 전리품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으며 감당할 수 없는 일이었다.
충격에 휩싸인 이들이 울부짖었다.
케일의 눈동자가 붉게 변했다.
오갈 데 없는 분노가 그녀의 전신을 집어삼키려 했다.
“으윽-.”
그 순간, 이변이 일어났다.
거멓게 변한 신체에서 유일하게 반짝이는 부분이 빛났다.
팔목.
이전에 받았던 아티팩트가 환한 빛을 일으켰다.
검은 머리칼이 윤기를 되찾았다.
새하얀 살이 돋아나고, 정복이 구김 없이 펴졌다.
감았던 눈이 뜨이고, 푸른 눈동자가 하늘을 머금었다.
“……선배?”
제일 처음 바라본 건, 그렁그렁 눈물을 매달고 있는 케일이었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마누스의 얼굴을 더듬었다.
흙먼지로 가득한 손길이었지만, 왜인지 더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케일은 그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만지며 다시 물었다.
어느새 맺혀 있던 눈물이 주르륵, 볼을 타고 흘렀다.
“괘, 괜찮은 거 맞죠? 죽은 거 아니죠?”
“-그래.”
그는 반으로 갈라진 팔찌를 보여 주었다.
황제의 선물로 받았던 아티팩트.
벌써 써먹은 건 아쉬웠지만, 덕분에 사도의 발악을 무위로 돌릴 수 있었다.
다른 이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케일은 아예 마누스에게 안겨 눈물을 펑펑 쏟기까지 했다.
어떻게 반응해 주어야 할까.
결국, 마누스는 케일의 어깨를 다독여 주었다.
“진짜, 간 떨어질 뻔했네. 다 알고 있었던 거야?”
“마지막 발악은 저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니아의 물음에 그저 운이 좋았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미지의 패턴이 추가되었고, 기존 패턴 역시 강화되었으니.
앞으로의 전투는 더욱 힘들어지겠지.
‘방심하지 말라 이건가.’
최대한 강해져야 할 이유가 생겼다.
적극적으로 이들에게 간섭해야 할 이유 역시.
어쨌든, 전투는 무사히 끝났다.
【전투 종료】
[제1사도 : 마티아> [모두의 레벨이 올랐다.> [케일 : 45 / 아나이스 : 45 / 피어슨 : 41 / 멜라니 : 43 / 알라노 : 47 / 니아 : 48 / 기예르모 : 46> [사역마의 레벨이 올랐다.> [알비온 : 38 / 피닉스 : 20> [제1구역 클리어>#2
일행이 눈을 떴을 땐, 탑의 로비에 와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바뀐 로비의 분위기였다.
어두운 분위기의 탑이 아닌, 꽤 밝은 분위기로 바뀌었다.
제2구역.
[공허의 정원]이었다.일행은 로비를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그중, 니아가 황금빛 시계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거 봐. 시간이 늘어났어.”
“엇, 그러네요.”
“이제 열두 시간을 탐색할 수 있나 봐. 꽤 오래 있을 수 있는걸?”
열두 시간.
반나절이라는 시간은 굉장히 컸다.
조금씩 올라갈 수밖에 없었던 일정을 대폭 늘릴 수 있을 터다.
장비를 구하는 시간도 상당히 많이 빼낼 수 있겠지.
미지의 적이 기다리고 있는 2구역.
그 누구도 신나서 올라가자고 하는 이가 없었다.
그들은 떠올렸다.
“이 위에도…… 엄청나게 강한 적들이 있겠죠?”
“아마 그렇겠지.”
“솔직히, 마누스 선배가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자신들이라면, 그 거대한 불꽃을 견뎠을까?
아마 누구 하나는 목숨을 잃었겠지.
마누스는 위기의식을 지닌 이들에게 굳이 숨겨진 진실 하나를 말하지 않았다.
알비온이 있는 한, 목숨을 잃을 걱정은 없을 테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홀로 탑에서 알비온을 키워 두어야겠지.
비밀 하나를 숨긴 채, 이들을 바라봤다.
여기서는 향상심을 자극해야 위로 올라갈 동기가 생길 터다.
두려움에 먹혀 등반을 멈춘다면, 성장도 멈출 것이다.
“여기서 멈출 생각인가.”
“그럴 리가.”
의외로 가만히 있던 기예르모가 즉답했다.
그는 새로 얻은 방패를 꽉 잡고 말했다.
“이곳을 올라가면 더욱 강해지겠지. 위험하지만, 더없이 좋은 수련 장소라는 건 알겠다.”
무언가 다짐하듯, 그의 눈동자는 열의로 가득했다.
누구를 생각하고 있는지, 어떤 목표를 세웠는지 모를 시선.
그곳을 향해 가겠다는 열정이 일행 전체에게 느껴질 정도였다.
“난 혼자서라도 오르겠다. 그러면 조금씩 강해질 테니까.”
“후배가 저렇게 말하는데, 선배로서 질 수 없지. 이 언니가 지켜 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렴.”
니아가 황금빛 눈동자를 빛내며 눈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흘끗, 마누스를 바라봤다.
저렇게 강한 이유 역시, 미리 탑의 존재를 알기 때문일까.
아니면 저 강인한 마음 때문일까.
머리가 복잡했다.
여태까지 준비해 왔던 것들이 모두 귀찮아질 만큼, 이런저런 생각이 엉켰다.
“무서운 사람은 빠져도 좋다. 참여는 자유이니까.”
마누스 역시 입을 열었다.
죽음의 위기를 겪었음에도 어찌 저렇게 태연하게 말할 수 있는지.
모두가 조용히 그의 말을 경청했다.
말은 곧 의지를 담아낸다.
그의 의지를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다면, 두려움을 떨쳐 내고 오를 수 있으리라.
모두의 눈빛이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지금 물러난다면, 앞으로도 무수히 마주칠 미지에 겁을 집어먹을 거다.”
마누스는 조용히, 힘 있는 어조로 말했다.
달싹이는 입술이, 주변을 훑는 눈동자가, 힘 있게 휘어진 눈썹이 그의 의지를 대변했다.
그건 자신 앞으로 보내는 각오.
지식과 경험 밖의 미지는 특히 현대인에게 강한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그 두려움을 떨쳐 내야 더 강해질 수 있을 거다.’
“아직 어린 우리가 겁을 집어먹으면, 앞으로의 삶에서도 큰 부분으로 작용하겠지.”
“…….”
맞는 말이었다.
마누스는 탑으로 인한 영향력까지 생각하고 있구나.
모두의 마음속에 잔잔한 파문이 일었다.
깊고 넓은 생각을 감히 헤아릴 수가 없었으니까.
마치, 자신들을 보듬어 주는 부모 같지 않은가.
다 큰 어른이 타이르듯, 마누스는 덤덤하게 읊조렸다.
“이곳에서의 경험이, 앞으로 우리가 어른이 되어서도 두려움을 없애 줄 것이라 믿는다.”
그의 말이 진한 여운을 남겼다.
공기에 떠도는 말의 향기가 일행들을 스치고 지나갔다.
[간섭을 확인합니다.] [모두의 마음에 작은 용기와 희망이 깃듭니다.] [앞으로의 여정에서, 동료들은 과감한 선택을 할 때가 많아질 겁니다.] [보상 : 마나를 흡수하는 속도가 소폭 증가합니다.] [동료들의 경험치 부스트 +10%]“-구구절절 맞는 말이라 반박하기도 힘드네. 멋진 연설이었어.”
니아가 능청스럽게 답했다.
마누스는 피식 웃고는 옷매무시를 가다듬었다.
격렬한 전투 끝에 구겨진 옷이 거슬렸다.
이젠 정말로 귀족처럼 행동하고 생각하게 되었는가.
그 모습을 본 일행이 저도 모르게 정복을 내려다봤다.
여기저기 구겨지고 그을린 옷가지.
“일단, 오늘은 돌아가자. 다들 고생했어.”
“으으, 이제 겨우 한 걸음 내디딘 거죠? 완전 정복하면 우리, 엄청 강해지는 거 아니에요? 히히.”
피어슨의 밝은 말들이 분위기를 살렸다.
조잘조잘, 떠드는 소리가 밝게 울렸다.
일행은 서둘러 탑 밖으로 나왔다.
다시 현실로 돌아가는 입구가 보였다.
모두가 아무렇지도 않게 걸음을 옮기고 있을 때, 마누스와 알라노가 걸음을 멈췄다.
입구 옆에 우두커니 서 있는 작은 체구.
멍하니 탑을 올려다보고 있는 소년.
“저 아이…….”
“선배들, 저 아이가 보여요?”
놀라운 일이 또 발생했다.
분명 알라노와 마누스만 보여야 할 소년이, 케일의 눈에도 보였으니까.
그뿐이 아니었다.
“어?”
“너, 누구니?”
소년은 갑자기 받은 무수한 시선에 쭈뼛쭈뼛, 뒷걸음질 쳤다.
그러다가 몸을 돌려, 다시 현실로 도망쳐 버렸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모두의 눈에 궁금증이 들어섰다.
저 소년은 뭘까?
알라노와 마누스는 자각했다.
소년의 존재감은 이 침식 지대에서 모두에게 똑똑히 인식되었으니까.
“마누스. 봤지?”
“-그래.”
어쩌면, 전력이 또 하나 늘어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