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36)
제136화
136화 – 각자가 좇는 답
#1
아나이스와 마누스가 한창 이야기하고 있을 때, 카스트로 역시 누군가와 상담 중이었다.
패배감에 젖어 있던 때와 달리, 지금은 상태가 많이 나아졌다.
그는 오늘도 고민을 털어놓았다.
카스트로의 앞엔 오늘도 고민을 들어 주는 교수, 트레버가 인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세상에는 당연히 재능이 넘치는 사람들이 많지요.”
“하지만…… 그럼 어른들이 말씀하셨던 건, 모두 거짓일까요?”
“아뇨. 그건 카스트로 학생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겁니다.”
트레버 교수는 카스트로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심어 주었다.
카스트로는 어른들을 불신하려 했다.
하지만, 트레버는 그들의 진정한 뜻을 알려 주기로 했다.
이대로 버리기엔 아까운 재능이 아니던가.
타고난 신력과 대검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기술.
용사의 자질을 타고난 이는 좌절해선 안 되겠지.
그 좌절감의 늪에서 손을 뻗는 이를 끌어내 주는 것이 교수의 역할 아니겠는가.
트레버 교수는 맡은 바, 소임을 다하기로 했다.
“어른들의 뜻은 항상 먼 훗날을 바라보고 말하는 겁니다. 게다가, 그들의 말에는 당연하게 깔려 있는 전제 조건들이 몇 있지요.”
“전제 조건이요?”
“그래요. 항상 노력하기. 게으르지 않기. 뭐 그런 것들 말입니다.”
“으음…….”
무언가 생각하는 듯, 턱을 괴고 생각하는 학생.
트레버 교수는 카스트로라는 친구를 키워 주고 싶었다.
유능하고 멋진 아이가 될 테니까.
점심시간.
교수의 몇 없는 한가한 시간이기도 했다.
아카데미의 특성상, 항상 누군가와 부대끼며 하루를 살아야 했으니까.
거기다 수업 준비에, 상담에, 평가까지.
교수들은 할 일이 산더미였다.
하지만, 트레버는 학생들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자신의 시간을 바칠 수 있었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또 찾아오세요. 좋은 책도 소개해 줄게요.”
“감사합니다.”
카스트로는 꾸벅, 고개를 숙이고 방 밖으로 나섰다.
트레버 교수와의 이야기는 많은 걸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간, 자신은 진정으로 노력했는가.
자만심에 빠져, 한계까지 밀어붙이지 않았던 지난날이 부끄러웠다.
레벨리-말리토라는 단체에 들어와, 제법 많은 것을 보고 겪었다.
그들의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너무도 나약하다는 것.
그래, 무릇 용사라면-.
‘나 말고도 강한 사람이 필요해.’
용사에게는 동료가 필요하다.
그 외에는 모두가, 용사를 방해하는 적일 뿐.
가로막은 모든 것들을 치우려면, 역시 세력을 키우는 수밖에 없겠지.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레벨리-말리토를 최고의 세력으로 키우고 싶었다.
평민뿐만 아니라 귀족들도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다.
귀족과 평민, 그 경계를 나누는 것이 아닌 모두가 그를 우러러보게 만들 테니까.
“난, 더 강해질 수 있어.”
수련을 하며 힘들어 본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더욱 두근거렸다.
한계, 그 너머로 달려 나갈 나날들이 기대됐다.
그 어른들의 말이 진짜라면, 분명 자신은 위대한 이가 될 테니까.
#2
마누스는 3학년 합동 수업을 위해 걸음을 옮겼다.
같은 A반인 니아가 옆에서 조잘조잘 떠들었다.
학생회장인 그녀의 곁엔, 유독 사람이 없었다.
왜 그럴까.
마누스는 니아에게 직접적으로 물었다.
궁금하면 물어보면 될 일이지.
“학생회는 어디 있습니까?”
“걔들? 알아서 잘하고 있겠지. 나는 그냥 바지 사장. 일은 죄다 걔네들이 해.”
“그래도 되는 겁니까?”
“뭐 어때. 대신 떨어지는 콩고물은 다 주워 먹는데. 난 아나이스나 알라노처럼 착한 사람이 아니야.”
마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히려 이런 타입이 일하는 입장으로선 더 좋을지도.
니아는 사람을 부릴 줄 아는 이였다.
철저하게 이득을 챙겨 줌으로써 공생하는 사이.
“그것도 나쁘진 않아서요.”
“뭐야-. 하긴, 너도 이쪽 부류였지. 아 맞다. 오늘 과제가 뭐였지? 왜 요즘 계속 깜빡깜빡하는지 모르겠네.”
“-노트는 어디다 두셨습니까.”
그녀는 어깨를 으쓱했다.
기억력 좋은 마법사가 노트 필기를 할까?
답은 ‘아니요’였다.
마누스 역시 딱히 노트 필기는 하지 않았다.
어차피 한번 보면 모든 것들이 기억나니까.
그것도 필요한 건 취하고 불필요한 것은 버릴 수 있는 기능까지 있었으니, 노트는 그저 짐일 뿐이었다.
아마 니아도 마찬가지였겠지.
‘뭔가 이상하긴 하네.’
“과제 말고도 다른 이상한 건 없습니까?”
“응, 딱히? 출석 잘 불렸고, 친구들도 알은체했는걸. 별거 없지 뭐. 요새 탑에 올라가서 피곤한가 봐-.”
그렇다면 다행이겠지만.
마누스는 아직도 몇 가지 신경 쓰이는 것이 있었다.
사도가 했던 말.
조금씩 기억을 못하는 니아의 상태.
무엇보다, 본래 게임의 설정을 깨부수고 억지로 끼워 넣은 존재라는 것.
지금 와서 탑을 그만 오르라고 하는 건, 이상한 일이겠지.
그래도 이상한 낌새가 있다면, 막아서야겠지만.
“혹시, 탑을 올라가지 말라면 어떻게 하실 거죠?”
“혼자라도 올라가야지, 널 이길 자신은 없거든? 몰래라도 가지 않을까? 근데 왜?”
“신경 쓰이는 것들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니아가 황금빛 눈동자를 빛내며 물었다.
대체 무엇이기에 그 올곧고 거침없는 마누스가 망설이는 걸까?
그 점을 파고든다면, 자신과 제법 가깝게 지내지 않을까?
아브렐 가문의 심정이 스멀스멀 피어났다.
머나먼 옛날, 드래곤은 지성으로서 우뚝 섰다고 했다.
그들은 사람들 사이로 들어가 이간질하고, 중재하고, 계략을 뿌렸다.
덕분에 인간은 분쟁을 반복하고 반목하고 전쟁을 치렀다.
‘안 돼, 못된 생각은 그만하자.’
니아는 본능이 꿈틀거리는 것을 억지로 억누르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궁금증 정도는 괜찮잖아?
“뭐가 그렇게 신경 쓰이는데? 이 누나한테도 말 못 해 줄 거야?”
“-듣고 감당할 수는 있습니까?”
“뭐래니? 나 아브렐 니아야. 드래곤의 피를 잇는 사람이라고. 웬만한 사람보다 정신력이 뛰어날걸?”
마치 여자 피어슨을 보는 것 같아, 마누스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자신감 넘치는 모습은 마음에 들었지만, 이건 초인과적인 현상이었다.
세계의 법칙.
마땅히 그렇게 돌아가야만 하는 일.
그것이 니아를 강제로 바꿔 놓는다면, 마누스 본인이 막아 낼 수 있을까.
이젠 어쩔 수 없는 동료였다.
마누스가 생각하는 것보다, 카이사르의 마음은 동료를 아끼는 것 같았다.
“세계가 선배를 배척할 수도 있습니다.”
“-그, 그게 무슨 말이야? 아무리 똑똑해도 사람 무시하는 거 아니다 너.”
“아니길 빌어야 할 겁니다. 존재가 희미해진다는 건, 견디기 어려운 고통일 테니.”
“무서운 소리 하지 마. 난 사명이 있다고. 해야 할 일이 있다니까?”
마누스는 니아의 눈동자를 바라봤다.
세로로 찢어진 동공이 탁한 빛을 발했다.
불안감에 떨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혹은, 배신감에 치를 떠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마누스 역시 완벽한 사람은 아니었다.
찰나의 욕심으로 인해, 그녀를 돌이킬 수 없는 구렁텅이에 밀어 넣는 것은 아닐까.
한숨을 꾹 삼키고 니아의 아름다운 눈동자를 바라봤다.
“그래도 걱정하지 마십쇼. 저와 동료들은, 당신을 절대로 잊지 않을 테니.”
“……무슨 소용이야 그게.”
그래, 니아도 알고 있었다.
무언가가 점점 없어지는 것 같았으니까.
명석한 두뇌도 그대로고 수업 내용 역시 모두 기억했다.
하지만, 어딘가 하나씩 어긋나는 느낌이 들었다.
[들어와서는 안 될 존재가 들어왔구나.>첫 번째 사도가 했던 말이 악몽으로 나타날 지경이었다.
의문으로만 품고 있었던 걱정들이 현실로 다가온다는 것이, 두려움을 심어 주었다.
그래서 뭐.
나 아브렐 니아를 어떻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녀가 이를 악물고 마누스를 똑바로 바라봤다.
그리고 세상에 경고하듯 말했다.
“난 가문을 위대하게 만들 생각이거든? 이딴 저주 따위, 내 손으로 어떻게든 없애 버릴 거야.”
[강력한 간섭이 시작됩니다.]“…….”
마누스는 어느새, 탁한 빛이 사라진 니아를 바라봤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는다면, 그녀가 바라는 세상도 만들 수 있겠지.
근본적인 해결책은 언제나 하나였다.
탑 자체를 없애고, 침식 지대를 없애고, 이 세상을 원래대로 돌려놓는 것.
그렇다면 니아가 걱정하는 일은 없어질 것이다.
마누스는 그녀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거길 없애면 된다는 거지?”
마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니아 역시 마주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로 포기할 수 없지. 그리고 너-. 내가 아직 완전히 믿는 건 아니거든?”
“그러시죠.”
대화는 끝났다.
마누스는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려 앞으로 나아갔다.
어?
보통 여기선 ‘그래도 믿어 주세요.’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니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너무 소설을 많이 읽었나?
그녀가 황급히 걸음을 옮겼다.
“야, 같이 가!”
그녀의 발걸음이 조금이나마 가벼워졌다.
답을 찾을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의미 모를 답에 한 발자국 가까워졌다는 것이겠지.
#3
합동 수업.
협동심을 기르기 위해 평가하는 항목으로, 4월부터 매달 결투 평가가 있었다.
팀은 3인 1조.
성적별로 ‘리그’가 존재하며, 이는 대한민국 사람들이 환장하는 티어를 말했다.
수천 명의 학생이 우글거리는 학교 내에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본래 마누스는 2학년과 뒤엉켜 싸워야 했지만, 지금 그는 3학년 수업에 서 있었다.
그를 바라보는 시선들은 이제 제법 익숙해졌다.
“뭐야, 2학년 아니야?”
“걔잖아. 마누스. 결투 평가도 3학년이랑 하나 보네.”
“이야…… 우리 성적 밀리는 거 아니겠지?”
수군대는 목소리가 언뜻 들렸다.
대부분은 제발 만나지 말았으면 한다는 바람이 담겼다.
하긴, 자신이 생각해도 좀 너무하다 싶었다.
그의 수준은 이미 아카데미가 아니라 저기, 마탑에서나 있어야 할 법한 실력이었으니까.
마누스는 그중에서 누군가를 눈여겨보았다.
독수리반.
위대한 검술 명가의 자제.
‘생각보다 일찍 만나게 되는군.’
알레온 가문.
북방의 황금 사자라고 불리는 명가.
전사의 가문 중에서도 위대한 가문에 속하는 곳.
마법사 가문은 해리슨과 카이사르가, 전사 가문은 알레온 가문 홀로 위대함을 증명했다.
선택받은 자.
미래의 검성.
검으로서 빛나게 될 자.
그 모든 수식어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자였다.
“저 애가 마누스인가?”
“응, 어때 보여?”
당사자, 산토레오는 마누스와 눈을 마주쳤다.
심연과도 같은 눈동자에, 신비함을 느꼈다.
자신보다 한 살 어리다고 하지만,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집안의 깐깐한 어른을 보는 것 같은 눈빛.
등에 메고 있는 롱 소드의 손잡이에 손이 가려는 것을 겨우 막아 내는 중이었다.
듣자 하니 마투술까지 익혔다지.
완전무결한 마법사로 성장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한 인물.
‘겨뤄 보고 싶은데.’
그의 입가가 살짝 올라갔다.
마누스 역시 그를 바라보았다.
역시, 원작에 나왔던 성격 그대로였다.
“선배.”
“아, 마누스 후배……라고 부를까?”
“마누스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산토레오가 손을 내밀었다.
마누스는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
“미래의 소드 마스터가 한 수 가르쳐 주시렵니까?”
“-좋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