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37)
제137화
137화 – 최강 VS 최강
#1
전사와 마법사.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인 두 존재는 항상 앙숙처럼 싸워 왔다.
인간이 탄생하고 검과 마법을 사용한 이래, 멈추지 않는 논쟁 중 하나였다.
과연 마법사와 전사 중 누가 더 뛰어난가.
원거리에서는 마법사가, 근거리에서는 전사가 유리하다는 건 전 대륙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숱한 논쟁은 정론이 아닌, 언제나 예외적인 상황에서 발생하는 것.
특히 마법사와 전사의 최강자를 가릴 때면, 언제나 불꽃 튀는 설전이 벌어졌다.
“네가 니아를 이겼으니, 최강의 마법사겠네.”
“그런 셈이죠.”
“흐흐, 좋아. 어디 붙어 보자고.”
산토레오는 호승심이 강했다.
열혈 바보라고 할까, 아니면 긍정적인 성격이라고 할까.
생각보다 우직하고 단순한 성격인 건 확실했다.
그는 바보였다.
검에 미쳐 있는 바보.
어떤 매체에서든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이며 실제로 차지하는 비중 역시 만만치 않았다.
훈훈하게 잘생긴 건 덤이었고.
정직하게 밀어붙이는 성격이라 작중 가장 인기가 많은 남자 캐릭터 중 한 명이었다.
“대련 상대는 지목할 수 있지만, 힘의 차이가 많이 난다고 생각하면 교수의 권한으로 허락하지 않는다.”
“그럼, 먼저 조를 짜 주세요. 수호자, 전사, 마법사로 이뤄진 한 팀을 꾸려야 합니다. 조 선별 시간은 쉬는 시간 전까지입니다.”
조교가 교통정리를 끝냈다.
이번 합동 수업은 세 시간짜리 강의였다.
한 시간은 조를 선별하고 나머지 두 시간은 제비뽑기를 통한 대련이었다.
모두가 아이언 리그에서부터 시작하며, 승패와 경기 내용에 따라 점수를 얻고 잃는 방식.
그래, 익숙한 게임들의 레이팅 산출 방식과 똑같았다.
소소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 안의 게임 같은 느낌.
아카데미 안에서 나름대로 자존감을 팍팍 세울 수 있는 콘텐츠였다.
주인공을 직접 조작했을 땐, 손쉽게 최상위 티어까지 올라갔었지.
난이도도 제법 적당해, 많은 호평을 받은 콘텐츠였다.
“먼저 팀원을 모은 자들은 조교에게 보고 바랍니다.”
순식간에 시장 바닥이 되어 버린 장내.
산토레오에게, 니아에게, 다른 유망주들에게 모이는 시선이 심상치 않았다.
2년을 넘어, 3년 차를 맞이한 이들.
이젠 제법 아카데미의 생리를 잘 이해하고 있었으며 대가 없는 호의는 없다는 것 역시 알았다.
마누스는 팔짱을 끼고 주변을 둘러봤다.
확실히, 실력이 뛰어난 이들에겐 그만큼 많은 이들이 모였다.
독수리, 뱀, 사슴.
각자 떨어져 있지만, 들리는 말은 경계가 없었으니.
“저기, 혹시 우리랑 같이 싸워 보지 않을래?”
“나름 A반이거든, 우리도.”
덩그러니 남겨져 있던 마누스에게도 손님이 찾아왔다.
느껴지는 기세가 상당했다.
기예르모 이상의 수호자, 제법 뛰어난 실력의 전사가 찾아왔다.
눈치만 보던 이들이 아쉬워하는 것이 보였다.
“저는 상관없습니다.”
“오, 잘 부탁해. 나는 사슴반 ‘아이든’이라고 한다.”
“독수리반 엘레나. 근데, 난 레인저 타입인데 괜찮아?”
마누스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갈색 머리칼을 지닌 여인, 엘레나는 가벼운 복장에 팔꿈치까지 오는 소태도를 허리에 찼다.
한쪽 손엔 단궁을, 등엔 연습용 화살이 잔뜩 담긴 통이 인상적이었다.
마누스는 인상적인 여인을 기억해 냈다.
분명, 레벨리-말리토의 간부로 등장했던 여인.
금방 졸업해 버려, 주인공과의 접점은 없다시피 했다.
레벨리-말리토에 들어간 이유 역시, 그저 단순한 신변 보호 때문이었지?
음, 제법 괜찮은 인물이었다.
‘괜찮은 카드가 되겠군.’
순식간에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졌다.
과도한 친목은 불필요하지만, 적당한 정보원은 있으면 좋은 법.
정보란, 어쩌면 무력보다 중요한 가치를 지녔다.
엘레나는 그런 점에서, 중요한 요원이 되어 줄지도 몰랐다.
물론, 그녀 자신은 그 사실을 까마득하게 모르겠지만.
마누스는 내밀어진 손을 맞잡았다.
정갈하고 기품 있게 인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카이사르 마누습니다.”
“오-.”
남자, 아이든이 감탄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엘레나는 슬쩍 고개를 돌렸다.
마누스는 독수리반의 아이돌, 산토레오와 비슷한 아우라를 풍겼다.
그 때문에 다가가기 힘든 무언가가 마누스를 감싸고 있는 것 같달까.
이 정도면 적당하겠지.
마누스는 걸음을 옮겼다.
두 사람 역시 그의 뒤를 따라 조교에게로 향했다.
“지휘는 누가 할래?”
“내가 할게. 어때?”
아이든이 말했다.
마누스의 의견을 묻듯, 그에게로 시선을 던졌다.
시선을 받은 마누스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귀찮은 일은 떠넘기는 것이 좋다.
사소한 자리라도 감투를 쓰게 되는 순간, 모든 책임은 그 사람이 져야 하거든.
20대 초반.
아주 지독했던 조별 과제가 떠올랐다.
누구도 조장을 맡으려 하지 않았던, 그래서 서로간의 기분이 상한 채로 시작했던 추억이었다.
“좋아, 그럼 내가 지휘하겠어.”
본래라면 안 될 행동이었다.
팀의 머리는 대부분 마법사였으니까.
최후방에 있다는 점과 움직임이 적다는 점.
눈앞의 적에 집중해야 하는 두 클래스와는 달리, 마법사는 전황을 모두 읽을 수 있는 위치에서 전투를 치렀다.
그럼에도 저런 독단적인 행동이라니.
어떤 의도인지 해 보면 알겠지.
마누스는 팔짱을 낀 채 두 사람이 하는 일을 묵묵히 지켜봤다.
“오, 이 셋인가? 카이사르 마누스, 엘레나, 아이든. D조다.”
“넵.”
“조장은 누구지?”
아이든이 손을 들었다.
여기서 조장은, 전체적인 지휘를 맡은 사람을 뜻했다.
“음…… 그래? 뭐, 알겠다. 이제 대기해도 좋아. 서로 합을 맞춰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질문 있습니다.”
마누스가 조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는 저기서 셋이 떠들고 있는 산토레오를 바라봤다.
마누스 역시 궁금했다.
최강의 마법사.
최강의 전사.
둘이 붙으면 과연 누가 이길까?
사람들은 줄 세우기를 좋아하고, 순위 매기기를 좋아하지.
지구에서의 마누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산토레오 선배는 몇 조입니까?”
“B조다.”
“서로 합의하면 원하는 상대와 붙는 것이 가능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조교는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마누스가 향한 곳을 바라봤다.
마침 그쪽도 시선을 느꼈는지, 마누스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이든이 그 모습을 보고 황급히 마누스를 가로막았다.
조금이지만, 눈살이 찌푸려져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
그의 성정을 조금이나마 파악할 수 있는 행동에, 조교는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지켜봤다.
“설마 산토레오랑 싸우려는 건 아니지? 처음부터 저런 괴물이랑 싸우면 안 된다고-.”
“아니, 처음부터 저런 괴물이랑 붙어야지. 아이든.”
마누스가 입을 열기도 전에 나선 것은 엘레나였다.
그녀는 둘 사이에 껴들며 아이든을 바라봤다.
“리그에 들고 점수가 매겨지기 시작하면 더 불리한 거 모르냐?”
“……그것도 그렇네.”
다시 한번 생각해 보던 아이든이 고개를 끄덕였다.
3학년 사이에서 산토레오는 상당한 강자로 통하는 모양.
아니, 어쩌면 자신과 비슷한 포지션이겠지.
놀랍게도, B조의 라인업은 장난 아니었다.
이름 모를 수호자가 한 명.
전사 포지션엔 산토레오가, 마법사 포지션엔-.
“어머, 안녕? 우리 후배, 잘 부탁해.”
“이건…… 좀 사기 아니냐?”
“왜? 가장 이상적인 팀이지. 3학년 최강의 전사와 최강의 마법사가 한 팀에 있는데.”
마치 고양이 같은 표정을 지은 니아가 무척 얄밉게 웃었다.
그녀의 옆으로 산토레오와 이름 모를 수호자가 다가왔다.
롱 소드의 손잡이를 매만진 그가, 아이든과 엘레나를 바라보며 사심 없이 웃었다.
“안녕? 좋은 팀을 꾸렸네 엘레나.”
“너희만 하겠어? 재수 없어 가지곤-.”
“하하, 너무 뭐라고 하지 마. 니아도 마누스, 너랑 붙어 보고 싶었대.”
“설욕전은 해야지?”
황금색 눈동자가 반짝였다.
아이든과 엘레나가 난감해하고 있을 때, 마누스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 매칭이라면, 카이사르 마누스라는 인물의 한계를 시험할 수 있겠지.
2학년이 아니라 3학년.
거기서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궁금했다.
아이든, 엘레나는 확실히 끗발이 떨어지는 캐릭터였다.
재능도, 신분도, 그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도 떨어지는 이들.
“좋습니다. 언제든지 오십쇼.”
“지난번과는 다르다는 거, 알지?”
“저도 만만치 않을 겁니다.”
니아는 산토레오를 믿었다.
아무리 괴물 같은 마법사라 할지라도 잘 짜인 협공 앞에선 무너지기 마련.
마누스가 대마도사급 전략 병기가 아닌 이상, 셋의 공격은 치명적으로 다가오겠지.
니아는 씰룩이는 입꼬리를 가만두지 못했다.
엘레나와 아이든이 얼마나 잘 버텨 줄까?
사슴반에서 방어 하나는 잘하는 동기를 뽑아 왔다.
“너, 어리바리하면 안 된다?”
“어, 어어-. 알았어.”
다소 소심했지만, 그래서 더욱 믿음이 가는 친구.
아픈 것이 죽어도 싫다며, 거대한 타워 실드를 들고 있는 자였다.
니아가 조교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럼, 우리 조랑 얘네 조랑 한번 겨뤄 보고 싶은데, 리그 개막전으로는 딱이지 않아요?”
“흐음, 흥미롭긴 하군. 교수님께 여쭤보고 오마.”
조교는 종종걸음으로 교수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자연스럽게 마누스 일행과 니아 일행이 마주 보고 섰다.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호승심으로 무장한 이들이 스멀스멀, 기세를 끌어 올렸다.
당연히 이목이 쏠렸고, 기대감 섞인 눈빛이 쏟아졌다.
산토레오가 마누스를 보며 웃었다.
“잘해 보자. 서로.”
“한 수, 부탁드립니다.”
평온한, 오히려 승부욕을 불태우고 있는 마누스와 달리 아이든과 엘레나는 죽을상이었다.
벌써 고통받는 미래가 훤히 보이기 때문.
신출귀몰하면서도 힘 있는, 공방일체의 검술을 선보이는 산토레오.
빠르면서도 상대방의 행동까지 예측해 마법을 날려 대는 니아.
거기다 방어력 하나만큼은 일품인 수호자까지.
과연 자신들이 이길 수 있을까?
“야, 어차피 해야 돼. ‘리그’니까.”
“알고 있다고-. 공자님을 믿어 보는 수밖에.”
한숨을 푹푹 내쉬는 아이든.
엘레나는 그에게서 시선을 돌려, 태연하게 서 있는 마누스에게 다가갔다.
“너무 부담스러워하지 않아도 돼.”
“오히려 좋습니다.”
한계를 시험할 좋은 기회였으니.
엘레나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사이 조교와 담당 교수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3학년 원소학을 담당하는 에드먼드 교수.
그 역시 흥미로운 눈빛으로 B조와 D조를 번갈아 가며 쳐다봤다.
누군가의 말대로 엄청난 대결이 펼쳐질 것 같았다.
여우를 닮은 그녀의 눈이 반달처럼 휘었다.
“너희들이 개막식을 열겠다고? 그거 좋네! 2학년 최강이랑 3학년 최강! 어디 한번 붙어 봐!”
그녀가 손을 휘저었다.
원소로 결계를 칠 수 있는 결계술사.
새로운 이론을 성립해, 닉스 이사장이 단번에 교수로 스카우트했던 인물이었다.
쿠우우우우-!
순식간에 불과 얼음으로 이뤄진 경기장이 등장했다.
정확히는 마나로 이뤄진 방벽.
한 학기 동안 줄기차게 굴러야 할 경기장이 완성되었다.
“이제부터, 모든 리그의 경기는 여기서 한다!”
당당한 교수의 선언이 리그의 개막을 알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