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39)
*****************************************************
****************************************************
제139화
139화 – 역배당의 짜릿함은 언제나 옳다
#1
“뭐야 이거? 판이 이상하게 돌아가는데?”
“진짜 괴물은 괴물이네. 저거 맞아?”
“다들 골드 뜯길 준비나 해라.”
희비가 엇갈리는 관중석.
리그가 시작되면 유행처럼 번지는 것이 있었다.
짜릿한 승부 예측.
데이터를 통한 정밀한 분석이 있어야 하는 도박.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지만, 스포츠에는 사행성이 뒤따라오는 법.
학년 톱으로만 이뤄진 B조와 2학년이 껴 있는 D조.
당연히 3학년 학생들은 산토레오와 니아를 믿었다.
“야!! 진짜 이번 달 용돈 다 걸었다고! 산토레오! 보여 줘!”
“역배의 힘을 믿자! 우린 할 수 있다! 2학년의 반란을 보여 줘라!”
“누가 학년 톱인지 보여 줘어어어어어어-!”
그들의 입장에선 정말 사소한 돈이었다.
몇 골드.
많게는 수십 골드.
푼돈에 목숨을 거는 이들이 보이는 광경은 제법 순수했다.
그래, 순수한 광기에 물들어 고래고래 악을 질렀다.
생각해 보라.
학문에 있어, 1년이란 제법 큰 차이였다.
운동도 1년이면 제법 차이가 나는 수준으로 벌어지지 않던가.
심지어 재능이 비슷한 이들끼리는 기간이 더욱 중요했다.
그런데-.
“왜 2학년이 이기는 건데, 왜 카이사르한테 맥을 못 추는 건데에에에-!”
“마누스! 마누스! 마누스! 마누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엘레나는 기상천외한 움직임으로 마법사와 수호자의 발을 묶었고 마누스는 홀로 전사를 상대하며 나머지 둘을 견제했다.
산토레오 역시 두 명을 상대로 밀리지 않는 저력을 보여 주었으나, 이내 카타리나와 니아를 리타이어 시킨 엘레나의 합세로 궁지에 몰렸다.
그 상태로 10분.
시계를 보던 카이사 교수가 경기 중단을 외쳤다.
“그만-! 경기는 여기서 끝이다!”
“후우-.”
“아악! 진짜 억울해!”
안전장치의 마나가 바닥나 경기장 밖으로 소환된 니아가 억울함을 토로했다.
승부는 판정으로 흘러갔다.
패배하는 쪽은 승점 100점.
승리하는 쪽은 300점을 가져가는 형식.
그렇게 다섯 번을 겨뤄, 각 점수에 맞는 티어에 선정되었다.
이후엔 패배 시 -100점. 승리 시 300점을 얻는 방식이었다.
카이사 교수는 마누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제니퍼 교수님이 그렇게 열을 올린 이유가 있었구나. 아주 잘했다.”
“감사합니다.”
“승리한 조는 D조. 개인 평가는 따로 반영되는 거 알지? 2학기 반 배정에 고려되는 요소니까, 참고하고.”
산토레오는 허탈하게 한숨을 쉬었다.
마법사와 수호자.
그 둘을 제압하는 것이 전사가 해야 할 역할이었다.
그런데 2학년을 상대로도 제압하지 못했으니-.
그는 롱 소드의 손잡이를 꾹 움켜쥐었다.
마음속에서 무언가 부글부글 끓었지만, 한숨 한 번으로 털어 냈다.
“제법이었어. 정면 승부라면 내가 이겼을 테지만.”
“인정합니다.”
마누스는 깔끔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면에서 맞붙었다면 십중팔구 아무런 힘도 써 보지 못하고 졌겠지.
약 올리면서 싸울 수 있었던 건, 의외로 아이든의 역할이 컸다.
검을 막으려면 방패를 들어야 하고, 방패는 신체와 연결되어 있었다.
산토레오의 무시무시한 검을 수십 번이나 받아 낸 아이든은 이미 만신창이였다.
“내일 근육통으로 고생 좀 하겠는데-.”
“덕분입니다.”
마누스는 옅은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첫 번째 경기가 끝났다.
역배당의 완벽한 승리였다.
#2
수업이 끝난 후, 카이사 교수는 마누스를 따로 불러냈다.
그의 힘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진로는 정했을까?
이미 정해진 일정 외에, 다른 걸 해 볼 생각은 있을까?
카이사르의 자존심은 굉장히 높았다.
제아무리 교수라도 사회에 나가면 가문 앞에 벌벌 떨어야 할 마법사일 뿐이니.
특히 카이사처럼 평민에서 단번에 명예 귀족이 된 이들은 더욱 그러했다.
불합리하다고?
그래, 원래 세상은 불합리한 힘의 원리로 돌아가는 법이었다.
“방학 때 무얼 하는지 모르겠지만-.”
방학.
6월 말부터 8월 말까지의 짧은 기간.
아직 중간고사조차 치르기 전이었지만, 시간은 덧없이 빠른 것이었으니까.
카이사 교수는 마누스가 꼭 필요했다.
더불어 케일의 신기한 마법 역시 꼭 연구하고 싶었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들뜬 마음을 감춘 뒤에 큼큼, 헛기침으로 목을 가다듬었다.
명색이 교수인데 의연하게 맞이해 줘야지.
적어도 기품이 떨어진다는 소린 듣고 싶지 않았다.
“마누스입니다.”
“들어오렴.”
그녀의 연구실은 마치 도서관 같은 느낌을 풍겼다.
나무와 종이, 퀴퀴하고도 중독성 있는 향이 연구실 문 사이로 훅 퍼져 나왔다.
카이사 교수가 얼마나 마법 연구에 미쳐 있는지, 또 얼마나 열정적인지 보여 주는 풍경.
방은 사람의 마음과 같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그토록 어머니께 침대 정리, 정리 정돈, 방을 치우라는 요구를 끊임없이 받았었지.
조금은 지저분한, 그래서 더욱 정감 가는 방을 둘러보며 마누스가 카이사 교수에게 인사를 건넸다.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내가 시간을 뺏은 건 아닌지 모르겠네.”
“괜찮습니다. 다음 수업도 없었으니.”
“하긴, 불필요한 강의는 들을 필요도 없겠지. 비꼬는 거 아니라는 거, 알지?”
카이사 교수는 가볍게 윙크했고, 마누스는 그저 고개를 한 번 끄덕일 뿐이었다.
그녀는 의외로 다도엔 소질이 없었는데, 그래서 즉석식품을 애용했다.
놀랍게도 이 세계에서도 냉동식품이 존재했다.
얼음은 물론이고.
카이사 교수는 마법 보관함, 일명 냉장고 앞에서 달그락거리더니 얼음이 동동 떠오른 과일 주스를 내주었다.
아카데미 내부에 있는 편의점에서 파는 것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좀 부끄럽네. 대접할 게 이런 거밖에 없어서.”
“감사히 마시겠습니다.”
“후후, 듣던 것보단 착하네. 폭군이라고 하던데.”
마누스는 답이 없었다.
그저 달콤한 주스를 한 모금 마셨을 뿐.
카이사 교수는 어림짐작으로 마누스의 심리를 파악했다.
요놈의 입이 방정이지,
지금 그녀는 도움을 구하는 입장이었다.
괜히 심기를 거슬리게 할 필요는 없잖아.
그녀가 흠흠, 분위기를 환기시킨 후에 다시 입을 열었다.
“방금 그 말은 못 들은 것으로 해 줄래? 내가 워낙 성격이 자유분방해서……. 방학 때 계획이 따로 있니?”
“버클리 가문에 가야 하는 것 빼고는 아직 없습니다.”
“버클리 가문에? 음…… 뭐 언제 갈지는 모르는 거고?”
“예.”
흐음-.
카이사 교수는 턱을 괴고 잠시 생각했다.
귀족이 타 가문을 방문하는 일은 제법 중대한 사안으로 통했다.
그냥 놀러 가는 일정이어도 꽤 오래 머무는 경우가 왕왕 있었으니.
준비한 것들을 모두 즐기고 가지 않으면 실례라고 여겨지니까.
그건 그렇고, 버클리 가문과 카이사르 가문은 제법 사이가 좋지 않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카이사 교수는 궁금증을 삼키며 본론을 꺼냈다.
“이번 여름방학에 중앙 마탑에서 학술회가 열린단다. 함께 가지 않을래?”
“학술회라면-.”
“다양한 가문의 마탑이 모여 토론하는 자리지. 이번 연구의 주제는 ‘설치 마법’과 ‘마법의 합성’이란다.”
마누스는 눈을 빛냈다.
들어 본 적 있었다.
게임 내에서 아주 잠깐이지만, 이사장이 언급했었던 내용이었지.
결과적으로 학술회에서 건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주인공은 철저하게 ‘카덴차’를 숨겼고, 지구라트에 오를 때만 마법의 합성을 사용했으니.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
‘케일이 고생 좀 하겠는데.’
마법사들의 호기심과 연구욕은 상상을 초월한다.
연구에 미쳐 있는 마법사 몇몇은 흑마법과 불로불사까지 손대는 경우가 있을 정도.
힘과 통찰력을 기르지 않는다면, 고생 좀 할 거다.
미토스 아카데미에 있는 지금도 그녀는 이런저런 이들에게 노려지겠지.
그게 좋은 방향이든 아니든.
학술회라-.
‘좋은 기회이긴 하다.’
모든 마법적 이론을 보기만 하면 알 수 있는 마누스.
학술회에선 책에 실려 있는 것 외에도 다양한 견해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지식을 맛볼 수 있겠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욕망이 피어났다.
그곳에 다녀온다면, 자신은 얼마나 강해져 있을까.
마누스는 뛰쳐나오려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은 무척이나 기품 있다고, 카이사는 생각했다.
“지도 교수는 카이사 교수님입니까?”
“나랑 트레일 교수님. 각 학년 학생회장.”
“참여하겠습니다.”
카이사의 입가에 함박웃음이 걸렸다.
좋았어.
제니퍼 교수에겐 한 소리 듣겠지만, 뭐 어때.
어차피 결정은 마누스가 한 것이니, 심하게 해코지할 순 없겠지.
카이사 교수는 더불어, 자신이 쓰고 있는 논문을 마누스에게 건넸다.
그녀는 기억하고 있었다.
지난 월말 평가 실기에서, 마누스가 마법 하나를 창작했던 걸 기억했다.
“이거, 설치 마법에 대한 논문이야. 한번 읽어 보렴.”
“예.”
“다른 학생에겐 보여 주지 말고. 알겠지? 특히 내 조교한텐 꼭 비밀이야.”
“알겠습니다.”
마법사 세계에서 논문을 먼저 보여 준다는 건, 자신의 지식을 공유하겠다는 것과 같았다.
교수급 마법사는 그 논문 때문에 분쟁까지 벌어지곤 했다.
서로 수제자가 되기 위해 암투를 벌이는 것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
카이사 교수의 조교보다 먼저 논문을 받아 본 마누스.
그건 조교보다 마누스의 지식을 높이 평가한다는 뜻과 일맥상통했다.
조교가 알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마누스는 그저 마음속으로 조교의 안녕을 빌어 줄 뿐이었다.
“읽어 보고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그래. 잘 가렴.”
“주스 잘 마셨습니다.”
마누스는 아공간에 논문을 집어넣고는 교수실을 나섰다.
그의 눈에 보인 것은 교수실 앞에서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조교.
문소리가 나자, 마누스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성큼성큼 다가왔다.
“마누스 학생이지? 혹시 교수님이랑 무슨 얘기 했는지, 알 수 있을까?”
“학술회에 같이 갈 생각이 없냐고 물으시더군요.”
“아…… 그래?”
마누스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렸다.
조교는 그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
그 눈동자는 어딘가 공허한 느낌이었다.
“하 진짜-.”
공허한 눈동자가 거대한 아카데미 전경을 훑었다.
조교는 바보가 아니었다.
카이사르라는 이름.
그리고 오늘 있었던 결투.
그 밖에 충격적인 것들이 너무도 많았다.
카이사르.
그 위대한 이름 앞에, 자신은 한없이 초라해지는 것만 같았다.
평소 무미건조했던 교수님의 눈빛이 초롱초롱하게 빛나던 때가 생각났다.
그 눈빛이 자신을 향해 있었다면.
그 웃음이, 자신을 향한 것이었다면.
더없이 행복했을 텐데.
삶의 이유를 찾아갈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카이사르라…….”
너무 높은 벽이라 도저히 올라갈 수조차 없어 보이는 이름.
찍-.
그러다,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아주 작은 틈으로 고개를 빼꼼 내미는 작은 쥐가 보였다.
아카데미의 건물은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절대 무너뜨릴 수 없는 건축물이었다.
그런데, 저 작은 쥐는 단단한 벽을 뚫어, 티 나지 않게 건물을 훼손했다.
조교는 그 모습을 한참 동안이나 바라봤다.
작은 쥐가 드나드는 구멍은 넓고 깊고 어두웠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