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40)
제140화
140화 – 독초가 가득한 정원
#1
케일과 아나이스, 멜라니, 에머슨 등등.
마법사로 이뤄진 1학년 멤버들은 대부분 멋지게 1승을 거두며 산뜻한 출발을 시작했다.
다양한 실력자와 겨루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번 주는 대인전을 평가했으니, 다음 주는 몬스터를 사냥할 차례.
그다음 주는 외부 임무를 나가야 했으나 1학년은 2학기부터 시작하니, 내실을 다지는 주간.
마지막 주는 월말 평가로 이뤄져 있는 커리큘럼이었다.
“이번 달은 다다음 주에 바로 월말 평가니까, 몬스터 사냥만 하고 끝나겠네.”
“으으, 힘들어.”
“이제 본격적으로 경쟁이 시작되는구나.”
1학년에서 2학년으로 올라가고, 거기서 또 상위권을 차지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었다.
학비만 축내느니 그냥 자퇴하는 것이 나을 이들도 더러 보이겠지.
그들은 실력의 한계, 혹은 세상의 넓음을 깨닫고 대부분 자퇴를 택한다.
그래서 1학년에서 2학년으로 올라가는 학생 수는 평균 70% 내외.
무한 경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기란, 생각보다 가혹한 일이었다.
그러니까, 더욱 강해져야겠지.
“오늘, 거기 가자.”
“그럴까?”
“응, 이왕이면 선배들하고 다 같이.”
케일이 먼저 말을 꺼냈다.
이제 다시 강해져야 할 때가 왔다.
경쟁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차지하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면 안 되었으니.
다른 이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피어슨.
그는 요새,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골똘히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다른 이들이 다치거나 힘들어할 때, 자신은 뒤에서 손가락만 빨고 있는 시간이 많았으니까.
‘나도, 무언가를 하면 좋을 텐데.’
항상 밝은 얼굴이었던 그가 조금이지만, 웃음을 잃어버리는 시간이 많아졌다.
상대적으로 무신경한 케일은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항상 그 옆에 있었던 아나이스는 피어슨의 미묘한 변화를 느끼고 있었다.
아니면 그녀 역시 피어슨과 비슷한 고충을 겪어서일까.
요새 그가 부쩍 걱정이 많아졌다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모두가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 아나이스가 피어슨을 불러 세웠다.
“야, 너 요즘 무슨 일 있지.”
“무슨 일은 없는데, 앞으로가 걱정이라 그렇지 뭐.”
“뭔데, 이 누나한테 말해 봐라.”
아나이스가 그의 곁에서 보폭을 맞추었다.
피어슨은 저물어 가는 해를 바라보며 한숨 섞인 말을 내뱉었다.
“요즘, 그곳에 갈 때마다 느끼는 건데……. 내가 너무 나약한 것 같달까? 아무튼 그래서. 다들 특색 있는 기술들을 갖추고 있잖아. 그런데 나는-.”
“그래, 모든 것이 마음에 안 들지? 내가 아주 잘 알지.”
“어…… 뭐 그렇지.”
아나이스가 피식 웃었다.
이럴 때는 마땅한 해결사가 있었다.
하지만 요새 너무 그에게 의지하는 것 같기도 하단 말이지.
그녀는 친구를 도와주고 싶었다.
그녀가 힘들 때, 피어슨이 힘이 되어 주었다.
정작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아주아주 높았지만-.
마누스에게서 배운 것들을 그대로 전해 준다면, 피어슨도 답을 찾을 수 있겠지.
“일단 탑에 가서, 열심히 구르다 보면 답을 찾지 않을까?”
나도 그랬거든.
아나이스의 말에, 피어슨이 쓴웃음을 지었다.
탑을 계속 오르면 답을 찾을 수 있을까?
그거야 모를 일이지.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아가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피어슨도 분명히 알고 있었다.
탑을 오르며, 그들은 조금씩 진취적인 성격이 되어 가는 중이었다.
“그놈의 탑. 얼른 뭐라도 똑 떨어뜨려 줬으면 좋겠다. 그러면 친히 무너뜨려 줄 텐데.”
“아카데미 날려 먹으려고?”
“그 말이 아니잖아! 어쨌든……. 오늘 한번 가 보자고.”
새로운 스테이지로의 모험.
더 강해지기 위해선, 언제나 모험이 필요한 법이었다.
답을 찾기 위해서도.
#2
“마누스. 케일이 오늘 탑에 가자는데, 갈 건가?”
“그래. 슬슬 오를 때가 되었지.”
같은 남자 기숙사를 쓰는 기예르모가 마누스를 찾아왔다.
마누스는 읽던 논문을 아공간에 집어넣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이들은 미리 탑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겠다는 전언까지 전달했다.
2구역.
두 번째 사도가 지키고 있는 구역은 식물의 형상을 가진 데몬의 영역이었다.
구역이 바뀔 때마다 침식 지대의 환경도 바뀌어 갔다.
걸음을 옮겨, 세계의 틈새로 들어오자 풀 내음이 확 풍겨 왔다.
“정원인가.”
“원래 이런 곳인가?”
“앞으로 더욱 많이 바뀔 거다. 추측엔…… 사도의 영향이 아닌가 한다만.”
“확실히…….”
기예르모는 주변을 둘러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탑 전체를 기괴한 넝쿨이 감싸고 있었다.
열매처럼 매달린 가면들은 모두 아래를 향해 있었다.
그건 마치, 죽음을 숭배하는 이들이 벽에 매달려 자신들을 내려다보는 광경 같았다.
실제로 보는 마누스도 기괴한 모습에 기분이 착 가라앉았다.
온 세상이 그렇게 변했다.
마치 멸망 후의 미토스 아카데미를 보여 주는 것처럼.
두 사람은 발목까지 오는 넝쿨을 짓밟으며 로비로 나아갔다.
탑 안쪽 역시 싱그러운 풀 내음이 가득했다.
케일을 비롯한 모든 인원이 기다리는 중이었다.
“선배, 오셨네요.”
“이걸로 모두 모인 건가?”
“잠깐, 트레이스는?”
알라노가 생각난 듯, 마지막 조각을 찾았다.
다들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트레이스를 찾아보았다.
똑똑히 기억하고 있던 그 얼굴.
순진하고 귀여운 얼굴에, 두 자루의 검을 들고 있던 소년이었지.
역시, 나타나지 않는 건가?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어두운 입구에서 어떤 물체가 튕겨 나왔다.
“으어어어어!”
“피어슨! 조심해!”
“뭐, 뭔데?!”
[넥토]그 모습을 발견한 마누스가 재빨리 캐스팅을 완료했다.
촤르르륵-.
마나의 사슬이 튕겨 나온 인영을 단단히 붙들었다.
풀과 흙, 먼지로 뒤덮인 이는 그들이 찾고 있었던 트레이스였다.
“아고고고-.”
“트레이스?! 너, 혼자 저길 갔었던 거니?”
알라노가 황급히 그에게 달려갔다.
마나의 사슬이 풀리고, 먼지를 툭툭 털며 일어선 트레이스가 쓴웃음을 지었다.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그의 모습에, 알라노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본능이 또 발휘되었다.
트레이스는 아주 나약해 보였고, 외로워 보였다.
침식 지대에서 홀로 얼마나 있었던 걸까.
왜 홀로 고독을 자청하는 걸까.
그녀가 그의 어깨를 단단히 붙들고 말했다.
“왜 혼자 들어갔어, 거길! 얼마나 위험한 곳인데!”
“그, 그게-.”
“다신 혼자 들어가지 마. 알았어?”
트레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 인자했던 알라노가 저렇게 화를 내는 모습이라니.
그 기에 눌려, 그 누구도 입을 열 수 없었다.
알라노는 손수 치유 마법까지 걸어 주었고, 곧 말끔하게 회복된 트레이스가 꾸벅 고개를 숙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어…… 안녕하세요, 여러분.”
“반가워. 우리 아카데미 학생이니?”
아나이스가 손을 척 내밀며 물었다.
트레이스가 쭈뼛쭈뼛,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
은은한 모닥불처럼 따스한 손길이 느껴졌다.
트레이스는 느꼈다.
인간의 체온은 이렇게나 따듯하구나.
작게 웃어 주는 얼굴들이 이토록 아름답구나.
마주한 두 눈동자가 너무도 빛나, 그는 그만 고개를 숙여 버리고 말았다.
“에이, 뭘 그렇게 부끄러워하고 있어. 너도 1학년? 그럼 친구네! 난 피어슨이라고 해. 잘 부탁한다?”
“아, 네, 트레이스예요.”
“딱딱하게 굴지 말고, 응? 마법사만 잔뜩 있어서 우중충했는데, 잘됐지. 화려하게 부탁해!”
“하하하…….”
트레이스는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대화를 나누고 서로 소통하는 것.
누구는 평범하고 일상적으로 하는 것들이, 너무도 신기하고 새로웠다.
겨우 잡은 이 소통의 끈을 놓고 싶지 않았다.
이들에게 폐가 되고 싶지 않았다.
이들이 자신을 쓸모없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이곳, 침식 지대에서는 저들을 도와줄 수 있으리라.
“일단 아카데미에서 수업은 듣고 있어요. 아무도 알아주지 못하지만…….”
“출석부에도 이름이 없는 거야?”
끄덕끄덕.
트레이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일행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동시에 트레이스의 진짜 정체를 의심하는 마음도 아주 조금 피어났다.
대체, 정체가 무얼까?
하지만 대놓고 문제를 제기하는 이는 없었다.
불쌍한 아이일 수도 있었으니.
어쨌든, 그 역시 함께 탑에 오른다고 했다.
지금은 그걸로 되었다.
“심각하네. 침식 지대에서만 보이는 사람이라니.”
“자 자, 시간 없어. 얼른 올라가자.”
이번에도 두 조로 나누어 탐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1학년와 알라노를 주축으로 한 파티와 마누스를 주축으로 한 파티.
상대적인 전력은 마누스가 포함된 선배들이 압도적이었다.
그렇기에 먼저 출발하고, 더 넓은 범위를 수색할 예정이었다.
탑 이곳저곳에는 쓸 만한 아티팩트가 많이 나오니까.
다른 구역으로 넘어왔으니 다른 장비를 맞춰야겠지.
‘이젠 슬슬 갑옷도 나올 때가 됐지?’
2구역부터는 갑옷의 역할을 해 주는 아티팩트가 등장했다.
오로지 침식 지대에서만 기능이 발동되는 아티팩트.
“자, 그럼 올라가자.”
“다시 1층부터인가요? 엄청 맥 빠지네 이거.”
“그만큼 강한 적이 나오겠지. 트레이스, 안쪽은 어땠어?”
트레이스는 굳은 얼굴로 안쪽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해 주었다.
떠올리기 싫은 영화를 상기하듯, 그의 표정은 괴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식물이 주로 나왔어요. 모두 가면을 쓰고 있었고요.”
“역시 가면은 가면인가.”
“식물형 데몬이라니…… 으 끔찍하네.”
트레이스는 몇몇 데몬을 처치해 본 경험을 말해 주었다.
요약하자면 정확히 가면을 부숴야 한다는 것.
어떤 가면은 촘촘한 잎과 줄기에 싸여 있어, 구분하기 힘들다는 이야기까지 해 주었다.
먼저 경험한 자의 말을 따르는 건 아주 좋았다.
마누스 역시, 스스로 전략을 수립하고 나아가는 이들을 바라보며 작게 웃었다.
어여쁨을 받고 싶은지, 알비온이 그에게 치댔다.
이미 훌쩍 커 버린 녀석의 무게가 제법 무거웠다.
알라노의 머리 위에 앉아 있던 피닉스도 알비온을 선망의 눈길로 바라보는 것 같았다.
“그래, 슬슬 다른 기술을 배울 때가 되었지.”
[크릉!]녀석의 레벨은 38.
40레벨에 본격적인 전투 기술을 배우기 시작한다.
한 사람 몫은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가자.”
마누스의 말을 끝으로 모두가 걸음을 옮겼다.
정원이 입구를 활짝 열고 그들을 맞이할 준비를 끝냈다.
긴장되는 얼굴로 올라가는 일행의 뒷모습을 보며, 마누스는 정원의 설정을 상기했다.
‘연인, 여황제, 그리고 은둔자.’
아 참.
이 말은 전달해 두어야겠지.
녀석들을 방치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이곳은 현실.
언제나 변수는 체크하고 들어가는 것이 좋았다.
“들어가기 전에 주의해야 할 점 한 가지를 알려 주지. 나도 지금 생각났군.”
마누스의 말에 파티의 시선이 쏠렸다.
그가 진중한 눈빛으로 한마디를 남겼다.
“9번 아르카나는 주의해라. 웬만하면 전투는 피하도록.”
“은둔자…….”
그의 말은 상당히 무겁게 와닿았다.
마누스가 여태까지 그들에게 ‘피하라’는 말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기에.
“은둔자는 내가 잡는다.”
그리고 선언했다.
자신이 일행 모두를 지켜 주겠노라고.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