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42)
제142화
142화 – 각자의 답을 찾기 위해
#1
피어슨은 보았다.
희미한 선이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보여 주는 것같이, 쭉 이어져 있는 광경을.
몇 번이나 눈을 비벼 보았지만, 희미한 선은 계속 그를 따라오라는 것처럼 이동했다.
“아나이스. 나랑 같이 가자. 케일, 너는 알라노 선배를 도와줘.”
“-응. 역시 혼자 두는 건 아닌 것 같아.”
케일이 몸을 돌렸다.
에머슨과 멜라니가 그녀의 뒤를 따라 올라갔다.
“우리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거야. 나머지는 마누스 선배를 찾으러 가 줘.”
“알았어. 최대한 버티고 있어.”
피어슨은 희미한 빛을 따라 사라졌다.
아나이스, 트레이스가 함께였다.
나름 공수 밸런스가 맞는 팀으로 꾸려졌으니, 가는 것은 어렵지 않으리라.
그것보다 알라노의 안위가 더욱 걱정되기 시작했다.
항상 그들을 격려해 주었던 마누스가 맞서지 말라고 했을 정도라면-.
‘이럴 줄 알았으면 블랙과 화이트 씨에게 들를 걸 그랬어.’
케일은 입술을 깨물었다.
파티의 이모저모를 챙기는 건 자신의 몫이었다.
마누스처럼 되고 싶었는데, 그 꼼꼼함은 닮지 않았나 보다.
다양한 시약과 아이템은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 해 줄 터다.
하지만, 아직 그걸 챙기는 데 익숙지 않은 케일은 아무것도 준비한 것이 없었다.
마누스는 챙겼을까?
아니, 그에게 의지하는 것은 이제 그만해야지.
‘그러니까, 혼자 둘 순 없어.’
알라노는 뛰어난 마법사이지만, 이곳은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탑이었다.
나름대로의 반성 끝에, 그녀는 알라노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당당히 검은색 가면을 마주하고 있는 은발의 소녀.
새하얗게 피어나는 마나는 결연한 의지를 담고 있었다.
[히히-!]검은색 가면 뒤에 있는 것은 식물을 엮어 만든 괴물이었다.
네 발로 기어 다니는 모습, 등에 달려 있는 여러 개의 촉수.
커다란 몸뚱이에서 이빨을 번들거리고 있는 식인 꽃잎.
자신이 흉측하게 생겨서 어둠 속에 숨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사냥을 위해 어둠 속에 숨어 있는 것인지-.
그 흉측한 몸을 드러낼 때는 딱 한 순간뿐이었다.
사냥에 성공했다는 확신을 가졌을 때.
“선배!”
“너희 왜 왔어?”
“도와드리러 왔어요. 피어슨은 트레이스랑 같이 마누스 선배를 찾으러 갔어요.”
“정말…….”
알라노가 조용히 미소 지었다.
그녀를 좀먹고 있던 두려움이 희석되는 것을 느꼈다.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건, 많은 방법이 있지.
여럿이서 함께하는 것도 그중 하나였다.
옆에 선 이들이 걱정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눈앞에 있는 적이 우선.
몸과 마음을 옥죄고 있는 공포심을 떨쳐 내고, 강대한 적과 맞서야 할 때였다.
[인챈트 : 노움]멜라니의 오색 머리칼이 황금빛으로 변했다.
전투는 순식간에 시작되었다.
쭉 뻗어 오는 촉수는 거력을 담고 있었고, 멜라니의 작은 체구로는 버틸 수 없는 힘을 지녔다.
알라노가 기지를 발휘한 것은 찰나의 순간.
그녀는 얼음 장벽을 멜라니의 등 뒤에 소환했다.
충돌의 순간, 멜라니가 충분히 버틸 수 있도록 해 주는 것.
콰아아앙-!
“크읏-.”
“멜라니, 버틸 수 있겠어?”
“충분해요!”
멀리 날아가려는 충격을 얼음 방벽이 고스란히 받아 주었다.
에머슨이 뒤쪽에서 적의 약점을 분석했고, 케일은 큰 공격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완벽한 호흡.
하지만, 은둔자 역시 만만치 않은 녀석이었다.
교활했고 집요했으며 거대한 무리를 이끌고 있는 녀석.
사도의 눈으로 활동하는 은둔자 : 에레무스.
정원을 관리하고 있는 이들 중, 가장 첫 번째 지킴이였다.
[히히히히히-!]그의 울음소리가 데몬을 불렀다.
정원에서 아름답고 흉측하게 핀 꽃과 열매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시간을 오래 끌면, [사신]이 등장할 터.
일행의 조급함이 커지는 만큼, 데몬들도 몰려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은 마법사.
다수의 적을 쓸어버리는 데 특화되어 있는 클래스였다.
[더블 스프레드] [임펠로] – [이그니오] [마누비아 : 콤부로]콰르르르-!
화염의 망치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일대를 모조리 집어삼킬 정도로 거대한 망치.
마나를 담은 망치는 물리력까지 갖춰, 이중으로 적을 압살했다.
[키에에에엑!]데몬이 마석을 떨어뜨리며 타들어 갔다.
동시에 은둔자 역시 상당한 타격을 입었는지, 몸을 잔뜩 웅크렸다.
“적의 약점은 화염! 적들은 계속 몰려올 거야!”
“다음 패턴을 알려 줘.”
“다음 패턴은…… 발밑에 마나가 집중되고 있어.”
에머슨의 말에, 멜라니가 두 손으로 땅을 짚었다.
콰르르르륵-!
정령의 힘으로 땅을 조종하는 건, 꽤나 쉬운 일이었다.
식물의 뿌리가 자라지 못하도록 척박하게 만드는 것 역시, 정령의 힘을 이용하면 거뜬했다.
마나가 쭉 빠져나갔지만, 대응은 충분했다.
은둔자가 고개를 갸웃했다.
단단한 암반으로 변해 버린 땅속.
당연히 굵은 뿌리가 이동하지 못하는 환경이었다.
“지금이야, 공격!”
에머슨의 지시에 마법이 날았다.
케일은 마나를 흠뻑 퍼부어 두 번째 카덴차를 완성시켰다.
이번에도 똑같은 마법.
한 번 썼던 마법은 마법진이 익어, 조금 더 빠르게 캐스팅할 수 있었다.
효과가 좋은 걸 두고 굳이 다른 마법을 사용할 필욘 없지.
다시 한번 화염의 망치가 은둔자를 강타했다.
콰아앙-!
후끈한 열기가 휘몰아쳤다.
[히히힛!]저 멀리 날아간 은둔자에게 화염의 창이 박혔다.
알라노의 마법이었다.
그녀는 카덴차를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절륜한 위력이 돋보였다.
은둔자가 괴로움에 몸부림 쳤다.
그 순간, 통신 구슬에서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알라노, 들리나. 조우했다고 들었다.”
“맞아, 지금 싸우고 있어. 어디야?”
“거의 다 왔다. 피어슨과 합류했고.”
제대로 해 주었구나.
피어슨이 무사히 합류했다는 소식을 들은 그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은둔자는 생각보다 무력하게 당하는 중이었다.
케일과 멜라니, 그리고 자신의 협공은 오랜 기간 다져진 것이었으니.
희망을 품고 있는 것도 잠시.
마누스는 기대감을 한 번에 박살 내는 내용을 전달했다.
“은둔자는 회복 능력도 갖추고 있을 거다. 조심하도록.”
“-회복 능력?”
[히히히히히히-]섬뜩한 웃음과 함께 주변에 있는 데몬을 향해 촉수를 뻗는 은둔자.
정원의 눈을 담당하는 은둔자의 권한.
폐기 상품들을 섭취하여 양분으로 삼아, 새로운 사냥감을 발견하는 것.
[양분 섭취]꾸드드득-.
훼손된 신체가 새로운 식물로 대체되었다.
비틀거렸던 모습은 어디 가고, 완벽하게 복구된 모습.
케일과 아나이스, 멜라니는 그 모습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이거, 너무한 거 아니에요?”
“다들 포션 챙겨 왔지? 그걸로 버티고 있자. 곧 마누스가 올 거야.”
“-네.”
카덴차는 많은 마나를 잡아먹는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다른 건 몰라도 마나 포션은 항상 구비해 두고 있었다.
마나 포션을 들이켜자, 부족했던 마나가 순식간에 채워졌다.
공기 중에 떠돌아다니는 마나를 강제로 흡수하게 하는 원리.
탑의 마나는 외부보다 짙었고, 그 결과 마나 포션의 효능이 급격하게 상승했다.
후우우우-.
숨을 고르자 마나가 안정되었다.
그사이, 은둔자가 다시 공격해 들어왔다.
“멜라니, 조심해! 이전보다 더욱 강력해졌어!”
“알았어-!”
이제 무식하게 몸으로 부딪치는 시절은 끝났다.
제니퍼 교수에게 배웠던 기술 중 대부분은 공격을 쳐 내는 것들이었다.
순전히 그녀가 원해서 배웠던 기술들.
‘제니퍼 교수님보단 느려.’
터엉-!
돌로 만들어진 방패가 촉수를 튕겨 냈다.
궤도를 읽고 튕겨 내는 것은 이제 본능이 되어 버렸다.
든든한 전열이 되기 위해선, 이 정도 공격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 내야지.
촉수가 무자비하게 휘둘러졌다.
하지만, 멜라니는 하나도 빠짐없이 모든 촉수를 쳐 냈다.
딜러가 공격할 시간을 벌어 주는 것.
그것이 그녀의 역할이었다.
[히히힛-!]콰드드득-!
하지만, 그 때문에 놓친 패턴이 일행을 덮쳤다.
그 빈틈, 자신들이 공격받는 순간을 똑똑히 본 것은 알라노였다.
그녀의 머리 위에 자리하고 있던 새가 날았다.
[삐야아아악-!]높은 고성과 함께 불이 피어났다.
알라노 역시 재빨리 움직였다.
그녀가 펼칠 수 있는 마법 중, 가장 위력적이고 빠른 것은 얼음 계열이었다.
단순한 빙결계 마법으로는 안 되겠지.
그녀 안에 있는 피가 끓었다.
마법진을 만들어, 마나를 왕창 집어넣었다.
‘땅도 얼릴 정도로 강력한 냉기가 필요해-.’
[트판타 : 히예모] [알라노 전용기 : 아이스 부스트]마법진에서부터 시린 한기가 피어나, 주변을 휩쓸었다.
동시에 피닉스의 마법이 터져 나왔다.
[피닉스 전용기 : 이그니 : 데펜시오]화르르륵-!
따스한 불꽃이 일행을 감쌌다.
피닉스가 S랭크 사역마인 이유.
그건 공격 성능이 아닌, 방어 성능이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텅텅텅-!
땅을 뚫고 나온 뿌리가 불꽃 방벽에 가로막혔다.
상당한 충격이 전해졌지만, 자세가 무너질 정도는 아닌 충격.
온 힘을 다한 피닉스가 픽 쓰러졌지만, 괜찮았다.
알라노의 마법이 완성되었으니까.
[따스한 마음이 있어야, 차가운 얼음을 만들어 낼 수 있단다.>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더 단단하고 시린 얼음을 연성할 거란다.> [너 역시, 해리슨이니까.>“가서 다 얼려 버려.”
콰드드득-!
수많은 세월 동안 쌓여 온 종유석처럼 떨어져 내리는 얼음 덩어리.
얼음 계열 마법의 위력을 무려 80%나 올려 주는 사기적인 패시브가 눈을 떴다.
해리슨이 왜 위대한 가문인지, 증명할 차례였다.
[힛?!]식물은 화염에도 약하지만, 저온에서도 활동할 수 없다.
시리도록 차가운 지역에서 식물이 무성하게 자랄 수 없듯, 거대한 냉기 앞에선 식물의 뿌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난동을 부리던 식물들이 한순간에 얼어 버렸다.
그뿐이 아니라, 은둔자마저 얼어 버렸다.
바닥에 박힌 뿌리가 얼어, 옴짝달싹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녀가 1티어 딜러에 뽑힌 이유.
“어어-? 다, 당분간 움직이지 못할 것 같아! 지금이야!”
“선배, 나이스.”
“가자!”
보스 몬스터마저 무력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군중 제어 스킬 덕분이었다.
마법이 날았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보스가 그대로 얻어맞아,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히히히힉!]할 수 있다는 희망이 피어났다.
형형색색으로 날아가는 마법의 폭발 속에서, 은둔자의 괴로운 숨소리가 들렸다.
[히이이이야아아아악-!]고통을 참을 수 없었는지, 하늘을 보며 울부짖는 은둔자.
마지막 패턴이자, 일명 발악 패턴이라고 하는 마지막 공격에 들어섰다.
은둔자의 몸이 점점 거대해졌다.
정원을 훼손하려는 자는 배제해야 한다는 사명감.
주인께 해를 끼치려는 자들을 말살해야 한다는 의지가 마지막 변화를 일으켰다.
[이히히히히-!]던전 한가운데에, 태양이 떴다.
당장에라도 터질 것 같은 불안한 태양이었다.
그 안에 잠재되어 있는 마나를 예측한 에머슨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도망가지 않는다면, 모두 죽을 정도의 강렬한 마나.
콰드드득-!
설상가상으로 뒤에 있는 계단 쪽으로 거대한 뿌리가 자라났다.
도망칠 수도, 나아갈 수도 없는 상황.
“알라노-!”
구원의 목소리가 들린 것은 불안한 태양을 보고 있을 때였다.
한 번도 소리 지른 적 없던 마누스의 목소리.
알라노에게 닿기 위해 언성을 높인 마누스의 목소리가 해법을 알려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