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48)
제148화
148화 – 그가 자리를 비운 사이
#1
축축한, 퀴퀴한 냄새가 담겨 있는 바람이 세 사람의 코를 간질였다.
마누스는 조용히 던전의 입구를 바라보며 떠오른 메시지를 확인했다.
요즘 잠잠하다 했더니, 또다시 간섭이 시작되었단다.
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범위인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아이든인가, 아니면 엘레나인가.
자신의 이야기에서 한 축을 담당할 인물은 과연 누구일까.
“어우 머리 아파. 둘 다 괜찮아?”
“이건 도통 익숙해지질 않아. 마누스, 넌?”
“-괜찮습니다.”
잠시 뜸을 들이고 말하는 마누스.
일단 고민은 접어 두고 눈앞에 있는 일부터 해결해야겠지.
세 사람은 조용히 던전 안으로 들어섰다.
어떤 몬스터와 함정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했다.
이제 제법 데몬과의 전투가 몸에 익어 가는 중이니만큼, 몬스터와의 전투 역시 까다롭지 않겠지.
데몬과의 전투보다 위험한 것이 몬스터와의 전투였다.
데몬은 종류며 약점이며 마누스의 머릿속에 모두 들어 있었지만, 몬스터는 아니었으니.
“가자.”
아이든의 말을 시작으로 세 사람은 어두컴컴한 던전 안쪽으로 들어섰다.
그들이 어둠 속으로 사라진 후, 던전의 문이 닫혔다.
완벽한 어둠 속에서 나아가는 것.
던전을 탐험하기 위해 갖춰야 할 기본 소양이었다.
[필라 – 룩스]새하얀 구체가 떠오르며 길을 밝혔다.
마누스는 벽면을 바라보며 이상함을 느꼈다.
끈적하게 흐르는 것이 마치…….
“-피?”
“피라고?”
엘레나가 마누스보다 먼저 반응해 입을 열었고, 아이든이 화들짝 놀랐다.
끈적이는 붉은 점액이 던전의 벽을 흐물흐물, 흐르고 있었다.
엘레나가 슬쩍 손가락을 가져다 대, 점액을 살펴보았다.
“블러드 슬라임의 둥지네.”
“블러드 슬라임? 그거…… 좀 위험한 거 아니야?”
“우리 수준에선 그렇지?”
아카데미는 대체 무슨 생각일까?
블러드 슬라임의 둥지는 웬만한 기사단과 마탑도 꺼려 하는 곳이었다.
적어도 5클래스 이상, 오러 익스퍼트 수준 이상의 기사를 보내는 수준의 던전.
그곳에 달랑 세 명만, 그것도 학생을 떨어뜨려?
아이든이 푹-, 한숨을 쉬었다.
아마 아카데미는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지를 시험하겠지.
블러드 슬라임은 분명 배운 적 있는 몬스터였다.
공략법 역시 친절하게 서술되어 있었고.
“일단 전진하자. 이대로 있다간 죽도 밥도 안 될 거야.”
“좋아, 앞장서, 아이든.”
고개를 끄덕인 아이든이 방패를 들고 조심스럽게 걸었다.
걸음을 옮기면서도 마누스는 의문을 감출 수 없었다.
원작 어느 곳에서도 이런 수준의 던전을 보내진 않았으니까.
불현듯 떠오르는 불길한 생각.
인공 섬은 자신들만 오는 것이 아니었다.
내일은 2학년, 모레는 1학년이 올 예정이었다.
‘느낌이 좋지 않군. 이게 DLC 스토리라면…….’
도움을 줄 수 없는, 완벽히 고립된 상황.
쉽게 죽지 않겠지만,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아직 미숙한 이들이 잘해 낼 수 있을까?
어린아이를 세상에 내놓은 부모의 마음이 이러할까.
답은 하나밖에 없겠군.
최대한 빠르게 던전을 클리어한 뒤, 급한 일이 생기면 들어가면 될 터다.
‘아카데미 교수들을 믿어야겠지만-.’
역시, 자신이 나서는 것이 제일 맘 편하지.
마누스의 푸른 눈동자가 번뜩였다.
심상치 않은 마나가 일렁이는 것을 느낀 아이든과 엘레나.
그들이 뒤를 돌아보자 몬스터보다 무시무시한 눈빛을 가진 마누스가 있었다.
순간, 두 사람은 신분의 격차를 본능적으로 느꼈다.
자신들이 아무리 날고뛰어 봤자, 결국 피식자일 뿐임을 자각했다.
“어, 얼른 가자.”
엘레나가 멍하니 마누스의 표정을 바라보며 말하는 걸 시작으로, 길고 지루한 던전 공략이 진행되었다.
저 멀리 슬라임이 기어 다니는 소리가 들렸다.
곧, 전투가 벌어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2
인공 섬에 안착한 이들을 바라보는 교수들.
그들은 이상함을 느꼈다.
몬스터의 수준이 하나같이 기이하게 높았기 때문.
트레일 교수가 인상을 찌푸렸다.
이건, 저들에게 있어 벅찬 수준이지 않나?
공평한 평가를 위해 변별력은 있어야 한다지만, 너무 높은 난이도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이번 던전 구축 마법은 누가 담당했죠?”
“접니다.”
그의 물음에 답한 것은 카이사 교수였다.
그녀를 필두로 수많은 조교와 도움을 주는 교수진이 힘을 합쳐 만든 마법진.
허나 트레일은 결과물을 보고는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수끼리의 일은 가급적 터치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의문 정도는 제기할 수 있겠지.
그가 다소 걱정스러운 어투로 물었다.
사고인지, 아니면 일부러 그런 것인지 알아야 할 테니까.
“마누스가 들어간 조는 블러드 슬라임의 둥지로군요. 산토레오가 속한 조는…… 일반 오거 부락이구요.”
“……네? 그럴 리가-.”
카이사 교수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변했다.
자신은 분명 ‘적정 수준’에 맞춰 준비를 끝냈다.
철야와 야근, 마법으로 피로를 날리길 수일.
분명 차질 없이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황급히 각 던전 내부의 영상을 확인했다.
마누스가 들어간 3-D조.
수많은 지식을 쌓은 그녀가 블러드 슬라임의 둥지를 못 알아볼 리가 없었다.
분명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문제없었는데?
“이럴…… 이럴 수가.”
“어떻게 된 겁니까?”
트레일 교수가 진짜 걱정되어 물었다.
카이사 교수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래, 그들도 인간이라 실수할 수 있고, 오차가 있을 순 있었다.
섬 전체를 아우르는 마법이었으니, 던전 몇 개가 오류로 인해 난이도가 널뛸 수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무시무시한 던전으로 도배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의도적으로 마법진을 조작하거나, 중대한 실수가 있거나, 잘못 이해하고 전개하지 않는 이상 발생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저도……. 아마 실수가 있었나 봅니다.”
“이대로 진행해도 괜찮겠습니까? 내일이면 2학년, 모레는 1학년도 저 던전에 진입해야 합니다.”
“으음…….”
카이사 교수가 턱을 괴고 고민했다.
방법은 두 가지가 있었다.
당장 평가를 중지하고 마법진을 대대적으로 손볼 것인지, 아니면 강행한 뒤 감안해서 평가를 진행할 것인지.
던전은 모두 인공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언제든 통제가 가능했다.
실수가 있더라도 명색이 대륙에서 난다 긴다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미토스 아카데미였으니까.
트라우마가 남을지도 모르지만, 진짜 훈련이라면 놔두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저는 이대로 두고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토드 교수님?”
“실전은 언제나 변수투성이지요. 그 변수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자가 진정한 전사로 거듭날 겁니다.”
의외의 반응이었다.
결벽에 가까운, 오차 하나도 용납하지 않는 토드 교수가 카이사 교수의 실수를 묵인하다니.
뒤이어 팔짱을 끼고 지켜보던 제니퍼 교수 역시 살살 웃으며 말을 꺼냈다.
“재밌을 것 같군. 내가 키운 꼬맹이들이 어떻게 해 나가는지도 궁금하고……. 난 찬성인데?”
“……하지만 자칫 잘못하다간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어요.”
“아카데미의 안전장치, 그리고 우리들을 못 믿는 거야?”
능청스러운 제니퍼의 말은, 교수진 전체의 자존심을 건드는 발언이었다.
그들이 수많은 시간을 들여 만들어 낸 시스템이었다.
하루 이틀 고민한 것이 아닌,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대처할 수 있게끔 만들어 낸 걸작.
고작 이런 수준 가지고 학생의 목숨을 지키지 못한다면, 그간의 노력이 모두 헛된 거겠지.
제니퍼, 샨들러를 비롯한 오래 근무한 교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트레일 교수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저런 자신감을 믿을 수 있으면 좋겠군.’
제니퍼 교수가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들겼다.
그녀는 언제든지 학생들을 빼낼 수 있다며 걱정 말라고 해 주었다.
트레일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중지해야 할 겁니다.”
“물론이지. 그런 상황도 오지 않겠지만.”
결정되었다.
학생들은 극한의 상태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시험받게 될 것이다.
작은 변수였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토스 아카데미의 이념과 맞는 상황이겠지.
“저는 마법진을 점검하러 가겠습니다.”
“그러시지요.”
다만, 카이사 교수는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걸음을 옮겨야만 했다.
구축한 시스템이 완벽하다고 해도, 그걸 이용하는 자가 미숙하면 말짱 꽝이었으니.
그녀의 표정에는 짙은 의구심이 자리하고 있었다.
수년 동안 평가를 진행하면서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그녀 자신의 실력을 의심하기엔, 여태까지 쌓아 온 경력과 성과가 너무도 컸다.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지’라는 말로 넘어가기엔 굉장히 중요한 일이었으며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 일이었다.
“이상하네, 이상해-.”
그녀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걸음을 빨리했다.
그러다 눈에 뜨인 인물이 있어, 무심코 불렀다.
교수 옆엔 언제나 조교가 있어야 하는 법이지.
“조교? 얼른 따라오렴.”
“엇, 지금 교수님이 가져다 놓으라고 하셨던-.”
“그건 내가 할 테니까, 빨리.”
“……예.”
언제나 자신 곁에서 도움을 주는 조교, 체스트힙.
그러고 보니 저 친구에게도 해 줄 거리가 많았다.
워낙 바쁘다 보니, 신경 써 주지 못했었지.
카이사 교수는 최대한 부려 먹는 것이 보다 많은 지식을 전수해 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지식은 단순히 책으로만 전달되는 것이 아닌, 실무와 현장에서의 분위기도 익혀야 하거든.
적어도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고, 그녀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조교를 키우는 중이었다.
“이번에 누가 실수했는지 모르겠는데, 골치가 좀 아프게 됐어. 같이 확인하러 가자.”
“마법진이요?”
“그래.”
“분명 잘 마무리 지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카이사 교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이상하다는 거다.
분명 몇 번이고 확인한 마법진인데, 평가 당일에 틀어졌을 리가 없었다.
이건, 외부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고밖엔 설명할 길이 없었다.
최악의 경우는…….
‘아니야, 아카데미에서 그런 사람이 있으려고.’
심보가 못된 누군가가 살짝 장난친 거겠지.
의심은 끝없는 부정적 에너지를 발산하는 근원이었다.
카이사 교수의 마음가짐은 인생 최대한 긍정적으로 살자는 것.
좋게 좋게 보는 세상이 더 아름다운 법 아니겠는가.
누군가는 속 편한 소리 하고 있다며 욕하겠지만, 카이사 교수는 그렇게 교수의 자리까지 올라온 사람이었다.
카이사 교수는 삼엄한 경비를 서고 있는 곳에 도착해, 대뜸 입을 열었다.
“잠깐 들어갈게요.”
“무슨 일이십니까?”
마법진을 지키고 있는 자들이 놀라 물었다.
이들은 이사장이 고용한 용병이자, 대륙 최고의 무력 집단 중 한 곳이었다.
마법진을 조작하는 곳은 아주 중요한 곳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인공 섬 전체가 날아갈 수도 있거든.
경비가 앞을 막아섰고, 카이사는 그를 가볍게 밀치며 말했다.
“마법진에 이상이 생겼어요. 제가 이번 마법진 조작의 책임자니까, 한번 보려고요.”
그러니까 빨리 비켜.
그녀의 매서운 눈빛이 경비병을 향해 쏘아졌다.
곧이어,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