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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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화
150화 – 집단은 망각을 잊게 한다
#1
원한.
누군가를 증오하고, 싫어하는 감정.
단순히 그런 걸 넘어서, 죽이고, 괴롭히고, 악랄하게 고통을 주고 싶어 하는 감정.
한 사람에게 그런 감정을 갖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하지.
강렬한 기억이 아닌 이상, 감정 대부분을 잊고 새로운 감정을 쌓아 올린다.
그것이 신께서 인간에게 내려 준 유일한 축복.
몇몇 저주받은 인간들을 제외한 인간에게 평등하게 있는 것.
“그거 기억나?”
“맞아. 그때…… 진짜 끔찍했었지.”
“누가 아니래. 그거 보고 그만둔 애들이 몇인데.”
하지만, 그런 망각이라는 건 그저 오랜 기억에 베일 한 장을 가려 덮은 것일 뿐.
베일을 들고 기억을 들춰 보는 순간, 신이 내려 준 축복은 덧없이 사라지게 된다.
아카데미의 숙소를 관리하고 학생들의 전반적인 시중을 들어 주는 메이드.
그들은 두 달 동안 고생한 후, 오랜만에 달콤한 휴식을 즐기는 중이었다.
거의 모든 학생이 인공 섬에 가 있는 지금, 그들에겐 할 일이 거의 없었으니까.
쉬는 시간에 직장에서 무얼 하겠는가.
“위대한 가문이면 뭐 해. 인성이 개차반인데.”
“그러니까……. 누가 확 망신이나 줬으면 좋겠어 사실.”
“그러면 절대 안 봐주지. 호호!”
본래 없는 자리에선 황제도 씹는 법이다.
위대한 가문이라고 어디 다르던가.
그들이라고 대륙 어디에나 귀가 있는 건 아니었다.
요새는 덜하지만, 지난 1년은 그들에겐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멸시와 경멸은 기본.
조금만 실수해도 폭언을 내뱉고 손찌검에 물건을 집어 던지는 것까지.
“그나마 요즘은 잠잠해졌잖아요. 왜 그런 걸까요?”
“난들 아니? 난 그 새끼가 무릎 꿇고 싹싹 빌어도 용서 못 할 것 같은데.”
인간은 절대 잊을 수 없는 기억이 있다.
뇌리에 강렬하게 박힌 기억.
충격적인 장면은 마음속 깊이 남아, 인생의 가치관과 방향을 결정하는 법.
이곳에 있는 메이드들 역시, 마누스에 의해 피해를 많이 본 이들이었다.
아니, 비단 마누스뿐만이 아니지.
서비스업은 언제나 마음고생이 심한 법.
그들은 온갖 진상 속에서 오늘도 고군분투했다.
“자 자, 얼른 마무리하자. 오늘이면 다들 돌아오는 날이잖아.”
“하녀장님, 은근 깐깐하시니까요.”
“이러고 있는 것도 들키면 안 돼. 이따 보자 얘들아!”
모임을 주동했던 시렌이 메이드를 해산시켰다.
그녀는 걸음을 옮기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마음껏 욕하고 여론을 형성해라.
폭군의 말로는 항상 똑같은 법이지.
더는 참지 못한 이들의 반란으로 무너지는 그림.
비참하게, 아무것도 없는 채로 쓸쓸하게 죽어 가는 것이 모든 폭군의 끝이었다.
‘너도 그렇게 될 거야. 물론, 내가 그렇게 만들진 못하겠지만-.’
아직도 분홍 머리칼이 거세게 흔들렸던 장면을 잊지 못했다.
복도를 쩌렁쩌렁 울렸던, 메이드의 우상이나 다름없던 베로니카가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했던 날.
그녀의 잘못도 아니었다.
신입 메이드의 작은 실수였을 뿐.
관대하고 존경스러운 전대 하녀장인 베로니카가 아니었다면, 그 메이드는 아마 분함과 원망에 가득 찬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겠지.
절대,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
그녀가 남은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걸음을 옮기고 있을 때, 기다리던 목소리가 들렸다.
“시렌 님.”
“조교님, 왜 이렇게 늦으셨어요?”
“마법진에 문제가 생겨서요. 기획한 것보다 훨씬 강력한 던전이 형성되었더군요.”
“그럼 학생분들이 많이 다치겠네요.”
걱정스러운 말투.
다른 건 몰라도 학생의 안전은 곧 아카데미의 분위기와 이어졌다.
학생이 많이 다치면, 아카데미 내부의 인력이 모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겠지.
그것만은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
대체 메이드들이, 사용인들이 뭘 잘못했다고 그런 고생을 해야 하는가.
그녀의 속내를 전혀 읽지 못한 체스트힙 조교가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마누스, 그놈이 떨어진 던전은 블러드 슬라임의 둥지거든요.”
아마 고생깨나 하겠지.
흐흐, 음침하게 웃는 조교의 모습을 보며, 시렌은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결국, 이 사람도 똑같은 사람일까.
제아무리 친한 자들이라도 신분 자체가 달랐다.
자기네들의 고통을 아는 건, 같은 눈높이에 있는 자들뿐이라는 거지.
어쨌든 뭐, 마누스가 고생한다고 하면 환영할 만한 소식이었다.
“블러드 슬라임이라면…….”
“마법사들에겐 아주 험악한 몬스터죠.”
“그래도, 혹시 압도적으로 해결하면 어쩌죠?”
“다 방법이 있습니다.”
체스트힙 조교가 웃음을 지우지 않았다.
시렌의 역할은 여기까지.
그의 악랄한 모습을 상기시켰고, 메이드들의 기억에서 끄집어냈다.
이젠 마누스가 진정한 악인으로 몰리기만 하면 될 일.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희게 웃었다.
#2
동굴은 길었다.
하지만, 지루하진 않았다.
마누스는 꾸준히 익혀 온 패시브 스킬로 마나를 계속해서 회복하며 전진했다.
마법사보다 체력이 더 좋아야 하는 수호자, 그리고 전사인 아이든과 엘레나가 먼저 지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또래에 비해 체구가 큰 아이든.
거친 숲에서 살아왔던 엘레나.
두 사람 모두 그저 온실 속의 화초인 줄만 알았던 마누스에게 질려 있었다.
“조, 좀만 쉬었다가 가면 안 될까?”
“……그러죠.”
어느새 리더는 자연스럽게 마누스가 쥐고 있었다.
두 사람은 고작 한 살 차이로 뻗댈 수 없다는 걸 인정했다.
팔다리 끝이 저리고 무거웠다.
무기를 든 손이 점점 무거워졌다.
단단한 강철 부츠가 이토록 무거운 물건이었는지 새삼 깨달았다.
방패가, 투구가, 가슴을 짓누르는 갑옷이 거슬렸다.
‘이런 꼴사나운 모습을 보일 줄이야. 그것도 후배 앞에서.’
아이든이 입술을 깨물었다.
던전은 너무 쉬웠다.
그 블러드 슬라임이 맞나 싶을 정도로.
하지만, 마누스를 제외한 두 사람은 알고 있었다.
그 블러드 슬라임을 처리한 대부분의 공적은 눈앞에 있는 마누스의 몫이라는 걸.
괴물.
그 이상의 무언가로 형용할 수 있는 압도적인 기량이었다.
덕분에 편하게 갈 수 있었으나, 동시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으으, 어쩐지 미안하네.”
“어차피 휴식은 취해야 했을 겁니다.”
마누스가 말했다.
앞에 뭉쳐 있는 마나가 심상치 않았다.
본능적으로 끝을 직감했다.
이 앞에 보스가 있겠지.
거리는 제법 되었지만, 느껴지는 마나는 선명했다.
마누스 역시 자연적으로 회복되는 마나를 느끼며 잠시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 앞에 뭐가 있나 봐?”
“어떻게 알아?”
엘레나가 물었고, 아이든이 다시 물었다.
그녀가 챙겨 온 생수를 들이켜며 입을 열었다.
가만히 앉아 있는 것보단 조금이라도 수다를 떠는 게 나을 거다.
“보통 포식자는 일정 영역을 가지지. 정글에서도 마찬가지고, 레어를 가지고 있는 몬스터도 마찬가지야.”
“오-, 그래서?”
“무리 생활을 하는 몬스터라도 ‘알파’들은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기 마련이지. 그러니까-.”
“저 앞에, 던전의 주인이 있다는 건가?”
엘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공허하고 조용한 공간.
마누스의 말.
그리고 이 던전에서 가장 넓고 안전한 지형.
엘레나는 마누스처럼 넓은 색적 범위를 가지진 못했지만, 정글에서의 지혜를 가지고 있었다.
마누스는 무관심한 척하면서도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는 현대에서 살다 온 사람.
자연과는 거리가 멀었다.
‘저런 지식도 충분한 도움이 되겠어. 역시, 이 세계는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닐 테지.’
엘레나는 좋은 선생님이 될 것이다.
그녀가 알지 못하는 사이, 마누스에게도 점차 정글의 방식을 스미게 하겠지.
그렇기에 충분한 휴식을 가졌다.
블러드 슬라임의 둥지.
그 안쪽에 있는 녀석을 사냥하기 위해서.
2학년부터 선택 과목으로 들을 수 있는 ‘몬스터학 개론’.
엘레나는 해당 강의에서 단 한 번도 만점을 놓치지 않았던 수재였다.
원작을 모두 꿰고 있는 마누스조차 알지 못했던 상식이 줄줄 쏟아져 나왔다.
이야기가 제법 길어졌고, 그녀는 쉴 새 없이 정보를 흘렸다.
마누스는 말없이, 그저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을 존재를 생각하며 정보들을 주워 담는 중이었다.
‘비이상적으로 어려운 던전, 내가 처했던 환경, 에레시스…….’
연관되어 있는 악의는 많았다.
그가 짊어져야 할 업보 역시 그렇겠지.
그 모든 것이 하나로 모여, 자신을 향해 이빨을 드러낼 때가 올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은 그 이빨을 어떻게 해야 할까.
마주해 오는 적의와 원망, 망각을 잊은 이들에게 어찌해야 할까.
그저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어야 하나?
아니면-.
‘어차피…….’
두려웠다.
막연한 적의와 악의가 자신을 난도질하려는 것이.
그 역시 망각하고 있었다.
카이사르가 되기 전, 마누스가 되기 전, 얼마나 심하게 난도질당했는지.
그래서, 얼마나 추하게 도망쳤는지.
“-슬슬 가시죠.”
[카이사르의 마음가짐]이 덜덜 떨고 있는 그에게 길을 보여 주는 것 같았다.그들의 사전에서 ‘도망’이란 단어는 없는 것.
티란니스가 이전의 마누스를 경멸했던 것도 마찬가지의 이유겠지.
카이사르가 된 이상, 그런 것이 무서워 도망칠 시기는 지났다.
그때에는 없던 것들을 가졌고, 그때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지 않던가.
이런 위치에 서서 겁을 먹고 도망친다는 것은 마누스가 아니라 전생의 남자도 용납할 수 없는 거겠지.
“그래. 쉴 만큼 쉬었다. 가자.”
“블러드 슬라임의 여왕은 핵이 세 개야. 조심해야 해.”
“상관없습니다.”
세 개든 네 개든, 한 번에 태워 버리면 그만이니까.
두 사람이 해야 할 일은 딱 한 가지.
마누스가 펼칠 마법을 위해 잠깐 시간을 벌어 주는 것뿐이었다.
자신만만한 표정이 저리 어울리는 사람이 또 있을까.
이쯤 되니, 아이든과 엘레나 역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전과 같은 극한의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괴물 같은 실력으로 편안하게 해 주었지.
“아무튼, 너만 믿고 있는다?”
마누스는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 사람이 진형을 갖추고 움직였다.
마누스는 걸으며 메모라이즈 링을 활성화시켰다.
그가 반지에 집어넣은 마법은 아주 간단했다.
[알투스] 마법을 되는대로 욱여넣기로 한 것.아카데미 생활은 제약이 제법 많았다.
이미 알고 있는 몇몇을 제외하면, 그가 가진 카드를 숨기는 걸 원했으니.
‘사실 좀 귀찮아.’
지금은 아카데미 산하에 속해 있는 학생.
누군가의 명령이나 제안에 따라야만 하는 신분이라는 거다.
적어도 가문으로 돌아간다면, 여러 압박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겠지.
그러기 위해선, 일단 아카데미 내에서 일어나는 일부터 해결해야겠지만.
마누스는 당당하게 걸음을 옮겼다.
저 멀리서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을 이들에게 보여 줄 차례였다.
‘수석은 내 거야.’
한 번도 올라 보지 못했던 자리에 올라서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이제 곧 엄청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다.
힘을 좀 보여 주더라도 지킬 자리는 굳건히 지켜야 하는 법.
카이사르의 힘을 보여 줄 차례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