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51)
제151화
151화 – 곰팡이처럼 피어나는 의심
#1
엘레나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녀는 독수리반에서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때로, 적군보다 아군 마법사를 더 조심해야 할 때가 있을 거라고.
마법사가 작정하고 뿌리는 마법은 재앙, 그 자체라고.
그래서 각별하게 조심하고, 마법사가 바라보는 곳엔 얼씬도 하지 말라는 말.
그녀는 코웃음 쳤다.
마법사가 대단해 봐야 얼마나 대단하다고.
‘이게 뭐야?’
콰르르르르-.
완성된 마법은 그 존재만으로 일반 블러드 슬라임을 태워 버렸다.
여왕으로부터 분열해 개체 수를 늘려 가는 블러드 슬라임이지만, 분열 행위 자체를 할 수 없게 만드는 열기를 뿜어냈다.
4클래스 마법에 무식한 짓을 해 놨다.
그녀도 마법에 대해 문외한은 아니었기에, 알아볼 수 있었다.
[알투스] 마법은 더 올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의 동아줄이었으니까.‘그런데…….’
대체 알투스 마법을 몇 개를 겹치면, 저런 위력이 나오는 거지?
마누의 옷소매가 모두 타 버렸다.
부들부들 떨리는 팔은, 그가 잡고 있는 마법이 얼마나 굉장한지 알려 주었다.
방패를 들지 않으면 열기 때문에 녹아 버릴 것만 같았다.
공간을 꽉 메운 열기가 숨을 턱턱 막히게 했다.
아이든 역시 죽을 각오로 열기를 막아 냈다.
“어이-! 빨리 끝내 줘! 이러다 리타이어당하겠어!”
“-알겠습니다.”
[이그니스] [알투스] x 5시험 삼아 해 본 마법.
그 결과는 전율이 일어날 정도로 파괴력이 높았다.
[알투스] 마법이 정말 효율적인 마법이라는 건, 원작을 통해서 이미 알고 있었다.세 번은 특수한 마법을 만들어 내고, 네 번은 그 마법을 다시 강화한다.
그럼 다섯 번은?
마누스의 시험은 성공적이었다.
역시, 마법은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학문이었다.
마누스는 자신이 이뤄 낸 기적을 해방시켰다.
메시지가 눈앞을 가리기에, 문구를 읽어 내려갔다.
마법은 이미 손을 떠나갔고, 동시에 여왕의 둥지 전체가 불지옥이 되었다.
[위대한 업적!] [세계선에 강력한 영향을 미칩니다.] [알투스 마법의 강력한 활용이 새로운 스킬로 형성됩니다.] [스킬 : 유고수스 생성] [효과 : 알투스 마법 x 3의 효과를 지닌다.]마법진이 새로운 형태로 변해, 완전히 다른 마법진으로 탄생했다.
본래 4클래스 마법에 강화 마법을 듬뿍 얹은 [이그니스]는 이미 5클래스에 알투스를 넣은 위력에 버금갔다.
불을 다루는 악마가 강림해, 모든 것을 태워 버리는 것 같았다.
그 열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세 사람이 입고 있는 안전장치의 배리어가 소멸하기 직전이었다.
여태까지 오면서 충격을 거의 받지 않았기에 더욱 소름이 돋았다.
블러드 슬라임의 여왕?
이미 세 개의 핵이 모조리 불타 없어져, 아무 재료도 남지 않고 타 버렸다.
“으윽-. 이제 슬슬 보내 줘도 좋을 것 같은데?!”
“엄살 피우지 말고 버텨!”
아이든은 이를 악물고 버텨 냈다.
그사이, 자신의 마나에 잡아먹힌 마누스가 그대로 리타이어되었다.
안전장치가 박살 났고, 그는 인공 섬 밖으로 곧바로 추방당했다.
엘레나는 경악, 그리고 안타까운 눈빛으로 마누스의 마지막을 바라봤다.
‘뭐야.’
웃고 있잖아?
어찌 되었든, 던전을 완전히 정복했다는 판정 이전에 날아가 버린 것.
점수 면에서 큰 감점 요인일 터다.
그런데도 웃고 있다니, 역시 위대한 가문은 대인배적인 마음을 가진 건가?
그들이야말로 성적에 먼지 하나 묻는 것도 싫어하는 귀족들일 텐데.
교육이란 건 무섭고, 한 사람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과정이다.
망나니라고 들었는데, 확실히 자유로운 사고관을 가진 건가?
‘어쨌든.’
엘레나는 앞을 바라봤다.
불꽃이 사그라들고, 처참한 광경이 드러났다.
보통 던전에서 이런 짓을 했다간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겠지.
던전을 가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몬스터의 소재를 얻기 위함이었으니.
특히 블러드 슬라임 같은 경우, 점액이 귀중한 연금술, 아티팩트의 재료로 사용된다.
여왕의 점액과 핵은 부르는 것이 값일 정도로 비싸고 사치스러운 물품이었다.
그런 것들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태워 버렸으니, 대체 얼마를 날린 걸까.
“후아-. 끝났다. 진짜 죽는 줄 알았네.”
“마무리가 좀 찝찝하긴 하지만 어쩌겠어. 실험해 볼 게 있다고 하더니……. 실전이었으면 난리 났겠는데.”
“알아서 하겠지. 이번 평가는 날로 먹었네.”
엘레나가 허탈한 듯, 한숨 섞인 웃음을 내뱉었다.
아이든도 다 녹아내린 자신의 방패를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두 사람의 안전장치가 빛을 발했다.
그들은 빛에 휩싸여 다시 아카데미로 소환되었다.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웃고 있었으나, 알지 못했다.
그들에게 기다리는 건 환영의 박수가 아닌, 의심과 의혹의 눈초리였음을.
#2
1학년까지 모두 던전으로 들어간 시기.
누군가 마누스의 활약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마법은 상식을 깨부수는 학문이지만, 반대로 규율과 체계가 확실히 잡혀 있는 학문이기도 했다.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학문이지만, 그만큼 정교한 이론으로 접근해야만이 기적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
마법이란 그런 학문이었으며, 따라서 고정관념 역시 굉장히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좀 이상하군요.”
누군가 말한 것이 시초였다.
“카이사르의 피를 진하게 이어받았다고 하나, 성장 속도도, 사용하는 마법도 비정상적이에요.”
“그 발언, 굉장히 위험하다는 건 알고 계십니까?”
마법을 제법 잘 아는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명색이 ‘교수’라는 타이틀을 지닌 자.
개개인의 프라이드와 지식에 대한 확신은 대단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경험을 믿지 못하는 자들은 결코 교수가 될 수 없었으니.
그런 자들의 눈에도, 마누스의 마법은 어딘가 이상했다.
제아무리 카이사르라고 해도, 전에는 보여 주지 못했던 것들을 척척 해내지 않던가.
시스템, 그리고 패시브 스킬에 대한 걸 전혀 모르는 이들에겐 그저 불합리한 광경일 뿐이었다.
“내 상식으론 저런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인간은 없소.”
“그렇다면 이번이 최초의 사례가 될 수도 있겠군요.”
“마법은 지극히 상식적인 학문이오. 그런데 저건…… 완전히 상식을 깨부수는 모습이지 않소. 흡사-.”
“그만.”
최고령자인 샨들러 교수가 과열되어 가는 분위기를 막았다.
항상 인자하게 웃고 있는 표정은 사라지고, 오랜 기간 미토스 아카데미를 지켜 온 노장의 모습이 나타났다.
바르바로스의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
조그마한 생명체라고 깔보는 이는 없었다.
저 작은 도마뱀이 커지면, 미토스 아카데미는 커다란 희생을 치러야 할 터다.
그 대단한 제니퍼 교수 역시 저 신수와 정면으로 붙으면 승패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의 사역마였으니.
“그렇게 의심되면, 직접 확인해 보면 될 일이지요. 일단 지켜봅시다. 마법사가 탄생한 이래, 가장 찬란한 별은 언제나 등장했으니.”
“-알겠습니다.”
의심은 단순한 말 한마디에 피어났고 곰팡이처럼 퍼지기 시작했다.
진득한 악의가 퀴퀴한 냄새를 맡고 스멀스멀 모여들었다.
그 악의를 가진 이들은 소문을 퍼뜨렸다.
카이사르.
그 위대한 가문의 공자가 심상치 않더라.
일이 터진 것은 바로 다음 날.
마누스가 블러드 슬라임을 끔찍하게 태워 버렸을 때였다.
“이건 뭐지?”
“마누스 학생의 방에서 발견된 겁니다. 오늘 아침, 청소하던 하녀가 발견했다고 하는군요.”
“……이건.”
평가를 위해 교수들은 한자리에 모여 있었고, 그곳은 체스트힙 조교가 공론화시키기 딱 좋은 곳이었다.
물론, 이 정도로 카이사르가 무너지진 않겠지.
하지만 마누스에게 달린 꼬리표는 평생 그를 따라다닐 것이다.
그거면 되었다.
자신의 힘으로 그런 위대한 가문을 무너뜨리지 못한다는 것쯤은, 진즉에 알고 있었으니까.
소리 소문 없이 보내 버리는 것도 가능하겠지.
‘하지만, 너는 이제부터 아카데미에서 아주 곤란해질 거야.’
흐흐-.
속으로 웃음을 삼킨 그가 메이드로부터 건네받은 병을 조심스럽게 보여 주었다.
[블랙 럼]속칭, 마나 증폭제.
금지된 약품으로, 큰 부작용이 있기에 엄격하게 금지된 물품이었다.
마법에 능통한 자들이 이걸 못 알아볼 리가 없었다.
콰르르르르르-!
그 순간, 마치 증명이라도 하듯 엄청난 마법이 화면을 가득 메웠다.
“허어-.”
“저건 분명…….”
“설마, 카이사르가 이걸 사용했을라고요.”
탄식, 불신, 그리고 약간의 안타까움.
혼란으로 가득한 눈동자들이 화면과 블랙 럼을 번갈아 가며 쳐다봤다.
그들은 혼란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채, 마누스의 최후를 지켜봤다.
공교롭게도, 그가 마나를 제어하지 못해 휩쓸리는 장면은 많은 이들이 확신을 갖게 했다.
마법사의 기본 소양이 무엇인가.
자신이 펼친 마법이 동료들을 해치지 않게 하는 것.
또한 아군이 최대한 휘말리지 않게 하는 것 아니던가.
‘마누스. 네가 정녕…….’
두 주먹을 꾹 쥐고, 화면을 바라보는 제니퍼 교수.
그녀는 마누스의 찬란한 재능을 보았다.
분명, 마투학의 끝에 닿을 재능이었다.
배움에 있어, 그 의지도 남들보다 월등히 높았다.
귀족의 자제가 그런 독기를 품고 있을 줄은 몰랐으니까.
그런데 그 모든 것이…….
‘아닐 거다. 내가 본 녀석은, 그런 눈빛을 지닌 아이가 아니었으니.’
몇몇 교수가 서둘러 자리를 떴다.
마누스가 돌아올 것이다.
칭송받았던 폭군.
그가 한순간에 범죄자가 되어 버렸다.
실망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진짜 그가 금지된 약물을 써서 재능을 개화시킨 거라면, 아마 평생을 후회하며 살겠지.
적어도 사람 보는 눈은 탁월하다고 자부했는데 말이야.
“가 봐야겠군.”
“뱀반 교수님들은 모두 가시죠. 나머지 교수님들은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남겠습니다. 끝까지 마법진을 확인해야 하거든요.”
카이사 교수가 손을 들어 말했다.
트레일 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수수 빠져나가는 교수들을 바라보며, 그녀가 자신의 조교인 체스트힙에게 말했다.
“네가 대신 가렴. 어떻게 된 건지 궁금하네.”
“-네, 알겠습니다.”
그녀는 지난 일주일 동안 보았던 마누스를 떠올렸다.
압도적인 피지컬, 압도적인 판단력, 압도적인 마법 실력까지.
그 모든 것이 인공적으로 만들어졌던가?
‘그러진 않았는데.’
불과 몇 년 만에 개화할 수준의 재능이 아니었다.
단순히 위력을 높여 마법을 퍼붓는 건 저런 걸로 가능하겠지.
하지만, 노련한 전사처럼 싸우는 일은 약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카이사 교수는 안타까움에 혀를 찼다.
분명 의혹은 있으나, 반전이 있을 수도 있는 법.
모든 정황이 마누스를 가리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힘내 보렴, 위대한 가문.”
그녀가 화면을 보며 뇌까렸다.
과연 마누스가 위대한 가문에 걸맞은 인재일지, 이번 대처를 보면 더욱 명확해지리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