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 Mage in the Game’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54)
제154화
154화 – 두려움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
#1
케일은 알라노를 만나고 온 길이었다.
이사장실로 가려는 그녀를 막아 세운 학생회장.
알라노는 안절부절못하는 케일을 잡고는 잘 타일렀다.
마누스는 다 생각이 있을 거란 말.
만약 최악의 상황에서도 이사장님이 힘써 주실 거라는 말.
[그러니 흔들리지 말고 그를 믿으렴. 여태까지 그랬던 것처럼.>알라노는 흔들리지 않는 눈빛이었다.
고작 1년 차이.
얼마 나지 않는 세월일진대 어찌 저렇게 침착하고 확신에 차 있을 수 있을까.
케일은 문득 묘한 감정을 느꼈다.
자신보다 더 나은 이들이 있다는 것.
그들이 마누스를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다는 기분.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힘없이 교실로 돌아가던 와중이었다.
“-선배?”
저 멀리서 보이는 훤칠한 키와 조각 같은 외모.
자신을 향해 똑바로 걸어오는 마누스를 보자마자 이상한 기분이 마구 들었다.
대체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일단은 그에게 다가갔다.
아나이스와의 사건, 그리고 다양한 일들을 거치며 느꼈다.
직접 얼굴을 보고 감정을 직접 느끼고 공유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야만이 상대방이 반응해 준다는 것까지.
“선배, 괜찮아요?”
“그래.”
마누스는 더없이 평온해 보였다.
왜 그렇게 불안해하고 있냐는 듯, 너무도 차분하고 태연한 눈빛이었다.
감정을 저 깊이 던져 버린 푸른 눈동자는 케일의 떨림을 잔잔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마누스는 케일을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게임 캐릭터가 아닌 그녀는 어떤 감정들을 품고 있는지 모른다.
그저 클릭만 했던, 그리고 묵묵히 앞으로 나아갔던 주인공.
단순히 움직이고 싸우는 존재가 아닌, 스스로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존재인 그녀.
“어디 가시는 거 아니죠? 그렇죠?”
“아직 해야 할 일들이 많으니 갈 수 없지. 그리고…… 아직 너희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도 많다.”
“다들 불안해하고 있어요. 저도 그렇고-.”
마누스의 목소리가 한층 더 부드러워졌다.
그는 케일을 타이르듯 말했다.
“난 어디 가지 않는다. 날 믿어라.”
“…….”
케일은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떨림이 잦아들다니.
마성의 사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포근함.
다른 이들에겐 절대 보여 주지 않던 미소가 흘러나왔다.
케일은 일부러 자신들에게 부담 주지 않으려는 태도가 보였다.
그렇기에 더욱 가슴이 답답했다.
“나 때문에 네 재능과 능력을 펼치지 못하는, 바보 같은 짓거리는 하지 않길 바란다.”
부드럽지만 가시가 박혀 있는 말.
마누스는 케일의 심리를 정확히 파악한 상태였다.
다른 1학년에게도 말해 줘야 할 터다.
분위기에 휩쓸려, 주변 시선과 말, 소문에 휩쓸려 자신이 가진 재능을 펼치지 못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었으니까.
재능이 넘치는 아이들은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찬란하게 빛나야 할 권리가 있었다.
적어도 마누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난 신경 쓰지 말라는 말을 전해 주러 왔다. 항상 흔들리지 말고 굳게 나아가야 하니까.”
“……알았어요. 그렇게 할게요.”
“언제쯤 걱정하지 않게 할는지-.”
“으으, 그래도 걱정되는 걸 어떻게 해요?”
케일의 두 귀가 조금 빨개졌다.
사람이 절대로 숨길 수 없는 두 가지가 있는데, 재채기와 마음이라고 했던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마누스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은 그대로 드러났다.
아직 어려서 그런지, 그녀 역시 감정을 숨기는 일엔 익숙지 않았다.
그녀에게 있어 마누스는 새로운 기둥이었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대들보처럼 단단하고도 올곧은 사람.
언제나 바른길로 인도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지니게 해 준 사람.
“걱정해 주는 건 고맙게 생각한다. 그래도 평가는 잘 봐야지.”
“네. 반드시 잘 볼 거예요.”
케일은 멍하니 다니던 성격을 버리고, 마누스처럼 되길 원했다.
이젠 총기가 가득한 눈동자가 되었으니 제법 이야기의 주인공다운 모습을 보여 주었다.
케일은 마누스의 말을 듣고 언젠가의 말을 떠올렸다.
[-나는, 한 번도 만나 본 적이 없었다.>“저는, 선배의 첫 번째 사람이 되고 싶어요.”
“……뭐?”
얘가 갑자기 무슨 얘기를 하는 거야?
마누스는 눈에 띄게 당황했다.
뜬금없이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발언을 하다니-.
어떻게 대답해 줘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케일의 말이 따라붙었다.
“저번에 그랬죠. 좋은 사람을 한 명도 못 만나 봤다고.”
“아.”
그런 얘기였구나.
마누스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랄까, 30대의 정신연령으로 이런 꼬마들과 연애를 하기엔 너무 멀리 와 버렸지.
너무도 아름다운 친구들이었지만, 적어도 원작 스토리가 끝날 때까지는 누군가에게 얽매일 생각이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케일은 정말 현명한 대답을 해 주고 있었다.
“제가 선배에게 좋은 사람이 될게요. 어떤 일이 있더라도 믿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기대하지.”
마누스는 진심으로 웃었다.
누군가가 자신을 위해 저렇게 말해 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케일은 멍하니 그 미소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토록 아름다운 미소를 보았던가.
숨이 멎을 정도로 황홀한, 그러면서도 빠져들 것만 같은 미소.
푸른 눈동자가 사라지고, 반달 같은 눈웃음이 자리한 얼굴은 그 어떤 미술품보다 완벽했다.
케일은 멍하니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이, 이거어…….”
“음?”
“이거, 다른 사람에게 보여 주시면 아, 안 될 것 같아요.”
마누스는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오고는 대답 없이 몸을 돌렸다.
이제 슬슬 올라가 봐야 할 시간이었으니, 늦으면 안 되겠지.
“평가 잘 봐라.”
“……네, 선배도요.”
멀어져 가는 마누스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는 케일.
마누스가 사라질 때까지, 그녀는 우두커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마치 갈증 속에서 달콤한 과일을 한껏 베어 물고 음미하는 듯한 모습으로.
[간섭이 확인되었습니다.] [보상 : 동료의 신뢰가 쉽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보상 : 동료들이 가진 ‘전용기’ 스킬이 강력해집니다.] [모든 전용기 스킬 습득 시간이 30% 단축됩니다.]마누스에겐 썩 만족스러운 보상도 따라왔다.
#2
4월 평가는 제법 난이도가 높았다.
마누스 역시도 꽤 고민해야 하는 문제들이 더러 나왔으니.
역사 문제 역시, 디테일한 것들을 물어보는 문제부터 배운 지식을 콕 집어 서술해야 하는 문제까지 등장했다.
그래 봤자 마누스에겐 제법 어려운 정도였지, 못 풀 정도는 아니었다.
트레버 교수의 강의는 재밌는 편에 속했고, 마누스 역시 흥미롭게 들었으니까.
마지막 마법 문제는 적당히 술식을 적어 냈다.
‘세계선을 함부로 바꾸는 것도 지양해야 할 일이니-.’
재능을 시험하고자 만들었던 마법.
그게 급물살을 타고 거대한 파도가 되어 가고 있었다.
설치형 마법으로 학술회가 열리다니, 피곤한 일은 좀 사양하고 싶단 말이지.
시험지를 제출할 때 감독관이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냈다.
이번에는 뭐 없냐는 눈빛.
부담스러운 시선을 애써 무시한 그가 다음 평가를 위해 걸음을 옮겼다.
시험장 밖에는 그와 함께 한 학년을 걸어갈 엘레나가 보였다.
“마누스, 괜찮냐?”
“누를 끼칠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런 말이 아니잖아.”
“전 문제없습니다.”
너무도 딱딱한 말에, 엘레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원래도 그랬지만, 부쩍 괴리감이 느껴진달까.
그런 일을 당했으니, 당연히 예민해졌겠지.
엘레나는 괜히 말을 꺼냈다 싶어 팔짱을 끼고 마누스의 뒤를 따라갔다.
왜 자신이 후배 눈치를 봐야 하는 건지…….
어쨌든 그의 심기는 건드리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화풀이는 평가 때 하자고.”
마누스는 딱히 대답하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대인 평가와 몬스터를 상대로 펼쳐지는 평가가 준비되어 있었다.
[3학년은 대전 준비를 하시기 바랍니다.]방송실에서 광역 마법으로 울려 퍼지는 평가 안내.
오늘 준비된 경기는 총 세 경기.
미토스 리그에서도 꽤 점수를 후하게 주는 경기들이었다.
마누스는 마나를 점검했다.
다양한 스트레스에 노출되었지만, 그걸 비웃기라도 하듯 컨디션은 최상.
엘레나의 말대로 스트레스는 대전과 몬스터 사냥으로 풀어 볼까.
마법을 퍼붓고 나면, 조금 더 냉정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
“어-이, 시험 잘 봤어? 얼른 가자.”
“얘 지금 기분 안 좋으니까 말 시키지 마.”
“그래? 그래도 시험은 잘 쳐야지. 아직 확정된 건 아무것도 없잖아.”
아이든이 웬일로 맞는 말을 늘어놓았다.
엘레나가 그를 새삼, 대견스럽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가만히 있던 마누스 역시 한마디 거들었다.
“저 때문에 피해 보는 일은 없을 겁니다.”
아니, 오히려 빨리 끝나는 걸 걱정해야 할 것이다.
지금 그의 기분은 굉장히 좋지 않았으니까.
무대 위로 올라간 그들 앞엔, 언제나 자신을 이기겠다며 이를 갈고 있던 선배가 보였다.
잔뜩 상기된 얼굴로 무대에 올라선 그들은 마누스를 놀릴 생각이 가득해 보였다.
감독관 얼굴은 제법 익숙한 체스트힙 조교였다.
상대방은 마누스를 보자마자 입을 열었다.
“그렇게 선배들을 이기고 싶었으면 노력을 좀 더 하지 그랬어.”
“그러게에. 그렇게 부정행위로 3학년들을 이기니까 좋냐?”
마누스는 그저 말없이 그들을 바라봤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조교는 일부러 딴청을 피우며 시간을 끌었다.
혹여 마누스가 분에 못 이겨 망나니 같은 짓을 할까 봐.
그렇다면 좋은 그림이 완성되겠지.
이를테면, 불법 약물을 투여한 위대한 가문의 공자가 폭주했다는 이야기라든가.
“위대한 가문이면 뭐 해. 떳떳하지가 않은데.”
“아, 이거 억울하네. 지금은 약물 안 먹었겠지? 우릴 이길 수나 있을까?”
끊임없이 비아냥거리는 말에, 엘레나가 발끈해서 앞으로 나섰다.
도저히 두고 볼 수 없는 행태.
미토스 아카데미의 학생이라고는 볼 수 없는 발언에, 절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저 자식들이 진짜-.”
“어이, 참으라고.”
비공식적으로 폭력을 사용하는 일은 엄금이었으니까.
자칫 잘못했다간 시작도 하기 전에 몰수패를 당하는 수가 있었다.
아이든은 냉철하게 상황을 판단했고, 아직은 움직일 때가 아니라는 걸 파악했다.
“어차피 정면으로 붙으면 우리가 이겨. 그러니 지금은 지껄이게 놔두자고.”
“너희도 그래. 후배한테 붙어서 그렇게 점수를 올리고 싶니?”
“맞아. 어차피 불법인데.”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마누스가 체스트힙 조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감독관님. 언제 시작합니까?”
“이제 곧 하려고 했다.”
“잘됐군요. 버러지들이 쫑알대는 게 시끄러웠는데.”
마누스는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버러지? 자신들을 말하는 건가?
얼이 나간 선배들 얼굴을 보자니, 귀여울 지경이었다.
그래서 말했다.
“주제도 모르는 것들에겐 역시, 매가 약이지.”
상대방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오